동아신춘문예

명경대 - 단원 그림을 보고

by  김강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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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당선소감
  • 태초의 고요를 붓끝에 적신 걸까
    신들린 듯 휘두른
    황천강 변 금강절경
    섬약한 질감 속에서 맥박 소리 들려온다


    아프도록 푸른 빛 한줄기 뽑아 내어
    운림소림수법(雲林疏林樹法) 위에
    힘있게 세운 솔잎
    이 시대 어둠 깊은 곳 송곳으로 파고든다


    죽창보다 날 선 침묵 어리는 연못 앞에
    내 감히 설 수 없어
    돌아서는 명경대여
    단원의 맑은 숨결이 벽공을 울려 간다
    김강호

    김강호

    1961년 전북 진안 출생

    샘터 시조상

    현재 새벽 동인, 한국가곡작사가협회원

  • <명경대>를 뽑고나서

    - 유재영


    최종심에 오른 작품은 박구하의 '달빛 소감', 이다원의 '장승 곁에서', 임성화의 '봉길리 기행', 유종인의 '대설부', 최보월의 '백자다완 2', 이용택의 '유년의 달', 김강호의 '명경대', 이렇게 모두 7편. 이중에서 임성화, 최보월, 김강호의 작품이 당선을 놓고 마지막까지 겨루게 되었다.

    '봉길리 기행'은 역사 현장을 바라보는 건강한 시각이 결코 만만치 안았으며 '백자다완 2' 역시 섬세한 묘사와 간결한 서정이 돋보이는 가작이었다. 여기에 '명경대'는 역사의식을 바탕으로 한 시대정신 또한 간과 할 수 없어서 그만큼 심사의 고충이 따라야만 했다.

    그러나 '봉길리 기행'은 미학적인 면에서 다소 흠이 있었고 '백자다완 2'는 지나친 옛스러움이 흠이 되었다.

    당선작 '명경대'는 이러한 부분을 훌륭히 극복하고 있었으며 아울러 작품 전체를 관통하는 은유적 긴장미가 큰 장점으로 지적되었다. 또다른 응모작 '남한강에서', '테레사 수녀의 별' 역시 당선작 못지않은 수준을 보여주고 있어 선자는 새로운 시인의 탄생을 더이상 주저할 필요가 없었다. 당선자에게 축하와 함께 차세대 시조단의 주자로서 정진하기를 기대한다.
  • 김강호

    김강호

    1961년 전북 진안 출생

    샘터 시조상

    현재 새벽 동인, 한국가곡작사가협회원

    안개에 묻힌 새벽은 평화로웠다. 산을 휘어 감은 칡덩굴도, 악취에 찌든 채 뒤척이던 강물의 몸부림도, 질퍽거리는 진흙땅을 맨발로 걸어다니며 주린 배를 채우기 위해 쓰레기통을 뒤적거리는 꽃제비들의 처절한 모습도, 역류하던 역사의 뒷덜미를 잡고 포효하던 짐승들의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십자가 끝에 유난스레 맑은 별이 반짝이고 있었다. 지상의 아픔을 송두리째 안고 뜨거운 불길로 타오르던 이 대시의 영원한 빈자의 어머니 테레사 수녀의 별이리라. 별빛을 조심스레 가슴에 담았다. 별은 꽃이 되고 꽃은 거울이 된다. 거울 속을 들여다 보면 많은 사람들이 죄목을 지고 십자가 아래 부려 놓으며 어메이징 그레이스를 부른다. "나같은 죄인 살리신 주 은혜 놀라와 잃었던 생명 찾았고 광명을 얻었네..." 새벽 기도 마치고 돌아오는 길은 기쁨이 넘쳤다. 이 땅에 살아있는 모든 생명들을 다 사랑하고 싶었다.

    뜻밖에 당선 소식을 들었을 때 기뻐서 어쩔 줄 몰랐다. 이보다 더 기쁜 날이 어디 있겠는가. 시인이 되는 것보다 시인답게 살아가는 것이 더 어려울 것이리라. 시의 길로 이끌어주신 김환식 시인님 (당숙)과 새벽 동인, 부족한 글 선택해주신 심사위원님께 감사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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