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신춘문예

트라우마

by  한증애

  • 작품전문
  • 시놉시스
  • 심사평
  • 당선소감
  • S#1. 프롤로그

    주택가 어느 골목길.

    분주히 이삿짐을 나르는 사람들이 보인다.

    카메라 빠지면, 구석진 한켠에서 한 남자아이가 우산을 들고 총놀이를

    한다. 혼자 입으로 두두두 소리를 내며 총놀이에 열중하는 아이.

    그러다 어딘가를 보고 툭 멈추어 선다.

    보면, 골목끝집에서 나온 예쁘장한 아이.

    두 아이들 서로에 대한 호기심으로 바라본다.

    주변의 어수선함은 어느 새 잦아들고.

    하늘에서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한다.

    우산을 펼쳐든 남자 아이, 자석에 끌리듯 예쁜 아이에게로 다가가고.

    그 우산속에 선 두 아이들. 서로 마주선 채 바라본다.

    우산위로 두두둑 떨어지던 빗방울 소리가 점점 빨라진다. 쏴아......


    S#2. 수영장 샤워실

    쏴아 떨어지는 샤워기물아래, 가만히 멈춰서 있는 사내.

    서서히 훑어 내려가는 카메라.

    사내의 단단한 몸이 고스란히 느껴진다.

    가만히 샤워기 꼭지를 누르는 사내의 손. 물소리 그치고.

    참았던 숨을 몰아쉬는 사내. 수증기 가득한 거울을 닦아낸다.

    조형사다.

    여전히 하아, 하아 거친 숨을 내뿜는 조형사.

    S#3. 수영장

    앞씬의 숨소리와 겹쳐지는 조형사의 거친 숨소리가 들린다.

    화면으로 튀겨지는 물방울.

    카메라 빠지면 노련한 폼으로 유영을 하는 조형사.

    25M 길이의 수영장 끝에 다다를 쯤.

    조형사의 시선으로 보이는 하늘색 수영장 바닥은 고요하기 그지없고,

    곧바로 물밑 수영장 배수구가 보인다.

    잠잠한 배수구....이내 그로테스크한 느낌의 검은 줄기가 올라오고.

    그 끝에서 어울리지 않게 파란 장미가 피어오른다. (C.G처리)

    조형사, 잠수하여 꽃으로 다가간다. 호기심에 찬 눈으로 바라보는 조 형사. 꽃은 마치 조형사를 유혹하듯 살랑이기 시작하고.

    그 꽃을 향해 조형사가 손을 뻗을 쯤, 배수 구멍은 갑자기 상어의 입 속 마냥 시커멓게 변하며 재빠르게 엄청난 물을 빨아들이고.

    놀란 조형사. 미처 피하기도 전에 그 배수구로 빨려 들어간다.

    그때, 요란하게 두드리는 현관문 소리.

    S#4. 조형사의 원룸 안 / 아침

    침대위의 조형사, 헉 외마디 비명을 지르며 일어난다.

    땀에 젖은 온 몸.

    실내는 장마 뒤의 축축한 무더위로 끈적끈적함이 느껴진다.

    꿈인지 현실인지 잠시 멍해 있던 조형사.
    차수진(E) 경윤씨. 경윤씨.
    계속해서 문을 두드리며 부르는 소리에 정신이 든다.

    (시간경과)

    거실로 들어서는 차수진.

    조형사, 문을 닫고 따라 들어선다.
    차수진 전화도 안 받고. 초인종 소리도 못 듣고. 무슨 잠을 그렇게 자 요.

    조형사 아침부터 웬일이야?

    차수진 전화했는데 안 받길래 또 늦잠 자고 있는 거 같아서.

    (흐트러진 침대를 보고) 봐, 몇 신데 아직 이러고 있어요?

    조형사 (피식 웃으며 담배를 꺼내 물려는데)

    차수진 (담배를 뺏고는) 아침부터 담배는....

    조형사 (언짢은 듯) 가끔 너, 마누라처럼 구는 거 아니?

    차수진 (정색해서 본다) .....우리....헤어져요. 아니 뭐 제대로 한 것도

    없으니까 헤어지고 말 것도 없겠다. 그냥 서로 안 보면 되겠네

    조형사 ......

    차수진 나, 자존심 상해서 이 말만은 안 하려고 했는데.....만난 지

    꽤 지났는데도 우리 아직....손도 제대로 안 잡은 거 알아요?

    조형사 ..... 그건

    차수진 (말 자르며) 뭔가가 우리 둘을 가로막고 있는 거 같아....

    그 사람 때문이에요?

    조형사 (본다)
    차수진, 말 못하는 조형사를 빤히 보다가 나가버린다.

    정지된 듯 서 있는 조형사.

    그때, 전화벨이 울리고. 조형사, 핸드폰을 받는다.
    김형사(F) xx호텔로 와. 사건이야.

    조형사 ........ 예. (끊는다)
    담배를 피워 물고 통유리창으로 가는 조형사.

    이른 아침의 한강전경이 내려다보인다.

    아스라한 안개속의 한강. 물 표면에서 스멀스멀 물안개가 피어오른다.

    <타이틀> 트라우마

    S#5. 호텔 안 / 오전

    방 입구엔 제복 경찰이 보초를 서고 있고.

    감식반 사람들로 어수선한 호텔방.

    피바다를 이루었던 바닥은 이미 응고된 핏덩이들이 군데군데 보이고.

    잔인하게 칼에 난자당한 나체의 강병식. 급하게 수건으로 지문을 닦은 듯 몸엔 수건이 스쳐간 자국들이 피와 어우러져 있다.

    강병식, 충격에 휩싸인 듯 두 눈을 부릅뜬 채 죽어있다.

    김형사 벌집을 내 놨네. 아주....(강병식의 하반신을 보며) 확 쏟진 못 했나.....아직도 부풀어 있군. 어떤 년인지 홍콩으로 보내는 척 하다가 아예 저 세상으로 보내버렸어.

    조형사 (픽 웃다가) 근데 저 눈요. 뭔가에 질겁한 거 같지 않아요?

    김형사 (시체를 본다) ......
    아니나 다를까, 죽은 강병식의 두 눈은 공포에 질린 듯 부릅뜬 채다.
    김형사 한창 재미 보던 여자가 갑자기 식칼 들고 야수로 변하는데 안 놀랠 놈이 어딨겠어 (하다가) 아이 씨팔.... 새끼 진짜 겁나게 째려보고 있네. (박형사에게) 어이...걔 이불 좀 덮어줘라.

    박형사, 하얀 천으로 강병식의 시체를 덮으려다 뭔가를 보고는 김형사 쪽을 본다.

    김형사 뭐야?
    박형사. 엉덩이부근에서 뭔가를 쭉 빼낸다. 길쭉한 피 묻은 회칼.
    박형사 .....(끔찍한 듯) 항문까지 쑤셔놨는데요.

    김. 조형사 (찡그리는)

    조형사(E) 용의자 확보 못하면 다 소용없는 증거물입니다.

    S#6. 엘리베이터 안 / 낮

    밖이 보이는 호텔 통유리 엘리베이터 안.

    밖을 등지고 선 조형사와 김형사.
    김형사 용의자? (비닐에 든 핸드폰 보며) 단축번호 1번 정미숙.

    어제 줄창 통화했더군. 마지막 통화자기도 하고.

    조형사 범인이라면 바보가 아닌 이상 버젓이 통화기록을 남겼을 리

    없죠.

    김형사 우발적 범행이라면?

    조형사 그렇담 저렇게 미친 듯이 쑤셔놓지는 않았을 거고.

    김형사 허긴.......에이 참나, 형사 생활 십수년에 거시기 짜르고, 혓바닥 짜른. 알지? 혀 들이민다고 혓바닥 자른 사건. 그거 까진 봤어 도...나 참.....똥구멍이라...... 갈수록 여자들이 왜 일케 잔인하 냐? 씨바, 인젠 자는 마누라도 다시 봐야겠어. 아님 보호대라 도 차고 자던가.

    조형사 (피식 웃으며 밖을 본다)
    열기 가득한 아스팔트위에 정체된 도심의 차들이 보인다.

    S#7. 취조실 / 오후

    조형사와 마주 앉은 정미숙.

    조형사 사건 날 밤에

    정미숙 (말 자르며) 집에 있었어요.

    조회해보심 알겠지만 집에서 그 사람이랑 통화도 했구.

    조형사 (빈정대듯) 물어볼 걸 미리 아셨나봅니다.

    정미숙 (본다)

    조형사 통화는 살해되기 한 시간 전이었더군요. 통화시간은 겨우 15초 였고.

    정미숙 그래서 그 후에 만나서 죽였다? 그냥 저를 쳐넣지 그러세요?

    조형사 (언짢아서 보는데)

    정미숙 그 사람.....

    인터컷 / 어느 침실

    깔깔대며 속옷만 걸친 정미숙의 사지는 침대에 묶여 있고.

    침대밑에는 주사기와 약물병이 든 박스가 보인다.

    문방구용 셔터 칼로 정미숙의 속옷을 찢는 강병식.

    그러다 정미숙 찡그리면 살을 스친 듯 가느다란 핏줄기가 살에서 스 며 나온다. 그 피를 훑어 먹는 강병식.

    정미숙(E) 정말 지겨운 인간이었지만 그렇다고 죽이고 싶을 만큼 그 사 람
    정미숙 나한테 절실하진 않았어요. 그런 미움도 사랑이 있어야 하는 거라면서요?

    조형사, 동조를 구하는 정미숙과 눈이 마주친다. 얽히는 두 사람의 시 선..... 두 사람에게서 빠지는 카메라. 거울을 통해 옆방으로 넘어간다.

    S#8. 취조실 옆방

    김형사. 두 사람을 보며 전화를 건다.

    유리벽 너머 취조실 안에서 조형사가 전화를 받는다.
    김형사 어이, 괜히 여우한테 홀리지 말고 머리카락이나 한올 뽑아.

    아님 거시기 털을 뽑던지.
    조형사, 민망한 기색으로 김형사가 있는 유리벽을 본다.

    김형사 왜! 비켜줘? (히히대며 전화를 끊는다)

    박형사 (들어오며) 사인은 과다출혈로 인한 쇼크사랍니다.

    그리고 지문은 건진 게 없구요.

    김형사 하나도?

    박형사 예. 깨끗하답니다. 것보다.....사체에서 찾은 체액, 체모 1차분석 이 끝났다는데요. 그게.....

    김형사 왜!

    S#9. 경찰서안

    정미숙의 모발이 든 비닐봉투를 내밀며 앉던 조형사.

    조형사 (의아한 표정으로) 예?

    김형사 (받은 비닐봉투를 쓰레기통에 던져버린다) 씨팔...사건이 생각 보다 더럽다.

    조형사 (쓰레기통을 보며) ?????

    김형사 정액은 죽은 강병식 거 맞고. (자료를 들여다보며)

    모발은 일분 강병식 거. 나머진 판독 불가. 그리고 체모는.....

    AB형 남자.

    조형사 (본다)

    김형사 강병식은 O형이고.

    조형사 !!!!!
    S#10. 스포츠센터 로비 / 오후

    신나는 음악과 함께 웅장한 스포츠센터의 내부가......

    (스포츠용품 상가가 즐비하고. 실내골프. 헬스클럽, 요가센터등 스포츠 시설은 위층에 있는 구조)

    김형사와 조형사, 의외의 규모에 놀라며 실내를 두리번거린다.


    S#11. 사장실 / 오후

    사무실 곳곳을 둘러보는 조, 김형사.

    김형사 새끼 눈을 부릅뜨고 죽은 이유가 다 있었네.

    조형사 (보면)

    김형사 (화려한 실내를 보고는) 에고, 누군 부모 잘 만나 젊은 나이에 스포츠센터를 통째로 물려받고 누군.....갑자기 우리 아들한테 미안해진다. 꼴랑 태권도 하나 보냈던 것도 며칠 전에 내가 끊 어버렸거든.

    조형사 (피식) .....

    김형사 그나저나 대한민국 AB형 남자들 털을 다 뽑을 수도 없고.

    조형사 AB형 찾는 건 뭐 쉬운가((요) 하려다가) 근데요.....

    김형사 (보면)

    조형사 온 몸 구석구석 지문을 닦아낼 정도의 치밀한 놈이 왜 피살자 몸에 붙은 체모는 못 봤을까요? 우리 눈에도 쉽게 띄던데.

    김형사 실수지. 그래서 완전범죄는 없다는 거 아니겠어?

    조형사 (그래도 미심쩍은데) .....
    책상위에 있던 디지털 카메라를 발견하는 조형사.

    조형사. 카메라 조작을 해보면 헬스장에서 찍은 사진들이 보인다.

    화면을 넘기면.....정미숙, 강병식과 그 친구들의 사진이 쭈욱 나오고,

    그리고 드러나는 마지막 사진. 역시 헬스장에서 찍은 듯한 배재만의 모습.

    S#12. 헬스장 밖 / 오후

    카메라 프레임속의 배재만의 얼굴이 연결되며.

    사각 투명유리로 헬스장 안의 배재만이 보인다.

    배재만, 코치복차림으로 여자 회원들의 자세를 교정해주고 있다.

    유리를 통해 그런 배재만을 보는 사람. 조형사다.

    S#13. 헬스장 카운터

    조형사, 간이 의자에 앉아 옆에 있는 운동기구들을 만져보는데.

    그때, 배재만, 캔 음료 하나를 조형사에게 쑥 내민다.
    조형사 (받으며) 아. 예.

    배재만 (캔을 따며 옆 의자에 앉는) ......

    조형사 남자 헬스코치는 여자회원들한테 인기가 많겠어요?

    배재만 (대꾸 않고) 돌아가신 사장님이 더 인기가 많았죠. (한 모급 마신다)

    조형사 (본다) ...... 사건 날 밤 어디 계셨습니까?

    배재만 호텔에 같이 갔을까 봐요? (픽 웃으며) 저 그런 놈 아닙니다.

    조형사 강병식사장과 같이 호텔 간 사람이 남자라고 한 적 없는데요.

    배재만 ........ 술 한 잔 했습니다. 집에서.

    조형사 ..... 혼자서요?

    배재만 예.

    조형사 (미심쩍게 본다)

    시선을 느끼는지 배재만, 머리를 쓸어 넘기며 외면한다.

    흰 셔츠위. 어깨에 머리카락 두 올 정도가 떨어진다.

    조형사, 그 머리카락을 살짝 집으면. 움찔해서 보는 배재만.

    조형사 (떼어낸 머리카락을 보이고는 일어선다) 일단 알겠습니다.

    배재만 (조형사 손에 있는 자신의 머리카락을 보는데)

    조형사 혈액형이 뭐죠?

    배재만 ......
    조형사(F) 배재만. 혈액형 AB형.

    S#14. 스포츠센터 입구 / 오후

    통화하면서 건물을 나오는 조형사.
    조형사 머리카락은 확보했구요. 검사 결과가 나와 봐야겠지만 이 놈이 범인이라면 어째 너무 싱거운데요.

    김형사(F) 싱겁더라도 그걸로 끝나면 고맙지. 일단 서로 들어 와.

    조형사 예. (전화를 끊고 주차장을 향해 간다)

    S#15. 거리 (차안) / 오후

    지프를 운전하는 조형사.

    차안으로 들어오는 열기가 무덥게 느껴진다.

    신호등에 걸려 멈추는 조형사의 차.

    조형사, 담배를 꺼내 입에 물다가 다시 담배를 본다.

    갑자기 차를 돌리는 조형사.
    S#16. 네일아트 샵 / 오후

    손톱위에 그림처럼 새겨진 형형색색의 무늬들.

    갖가지 모양의 손톱들이 환상적이기까지 하다.
    조형사(E) (헛기침하는) 흠.
    카메라 빠지면.

    냉냉하게 조형사를 바라보는 손톱의 주인공. 차수진이다.
    조형사 이쁜데요 아가씨.

    차수진 (모른 체하는)

    조형사 아. 손톱이요. 아가씨 말고

    차수진 ......

    조형사 (그래도 진지하게) 우리 어디서 본적 있죠?

    차수진 ........

    조형사 경찰대학....(아래 위를 보며) 동기는 아닌 것 같고.

    차수진 (무슨 생각이 났는지 입가에 슬며시 미소가 감돈다)

    조형사 그럼 중고등학교

    차수진 .......

    조형사 아 참, (머리 긁적이며) 난 남학교 나왔지.

    차수진 그만해요.

    조형사 혹시 지금 수작 부린다고 생각해요?

    차수진 (곱게 흘기며) 기억도 좋아. 토씨하나 안 틀리고 대사가 어쩜 그때랑 똑같아요?

    조형사 (시침 떼고 어깨를 으쓱하면)

    차수진 (그제야 웃으며) 솔직히 말해요. 그렇게 몇 명이나 꼬셨는지.

    조형사 (웃는다)

    (시간경과)

    두 사람, 샵 한켠에 마련된 소파에 마주보고 앉아있다.

    차수진 언젠가 술 취했을 때.....정확히는 못 들었지만 경윤씬 누군가

    를 애타게 찾더라구요. 그걸로 난 짐작했어요.

    조형사 ........

    차수진 아직도 그 사람이랑 정리할 거 있음 하고와요. 나 기다릴 께.

    조형사 (본다)

    S#17. 주택가 골목길 / (1씬 프롤로그와 연결)

    이삿짐을 나르는 어른들 속에.

    혼자서 우산을 들고 골목을 뛰어다니다가 어딘가를 보게 되는 경윤(7

    세). 경윤의 시선 따라가면, 어느 집에서 뛰어나오는 어린 소녀.

    어린 경윤을 향해 뛰어오는 그 소녀.

    그 소녀를 보고 있는 경윤은 어느 새 현재의 경윤으로 바뀌어 있다.

    그리고 그 어린 소녀(1인2역)를 부르며 나오는 현재의 혜서.

    경윤을 보고 멈춰서는 혜서.

    달라진 외모의 혜서를 보고 긴가민가하는 경윤.

    조형사 혜.서.누나?

    이혜서 넌.....

    조형사 경윤이요. 조경윤.

    이혜서 (반갑게) 그래. (하다가 초라한 자신의 행색에 신경이 쓰인다)

    여긴 어떻게.....

    조형사 아, 지나가다가 혹시나 해서 와 봤어요.

    이혜서 그래? .....

    조형사 그러고 보니 우리 본지 10년이 넘었다. 그쵸?

    이혜서 (끄덕이며 웃는다) .....

    조형사 (여자아이에게 시선이 간다)

    이혜서 딸이야.

    조형사 이쁘네요. (다시 아이를 본다)
    해맑게 웃고 있는 아이. 그 옛날의 여자아이를 꼭 닮은 모습이다.


    S#18. 경찰서 안 / 석양

    천장에서 돌아가는 프로펠러 선풍기.

    그 아래에 몸을 뒤로 한껏 젖히고 의자에 드러눕다시피 한 조형사의 얼굴이 보인다. 선풍기를 가만히 보고 있는 조형사.
    김형사 (들어오며) 왜 이렇게 늦었어.

    조형사 (바로 앉으며 긁적인다)

    S#19. 삼겹살 집 / 밤

    지글지글 타는 삼겹살.

    원형 철판 테이블에 빙 둘러 앉은 조형사와 김형사. 그리고 박형사.

    김형사 오늘 국과수 넘겼으면 며칠 걸리겠네.

    조형사 예.

    박형사 어쨌거나 잘 됐네요. 폭행사건 새로 하나 맡아서 이 사건에서 빠져야 했는데..... 맘이 좀 놓입니다.

    김형사 너, 맘 다 놔도 되거등.

    박형사 (입, 쑤욱 나온다)

    조형사 참, 강병식 친구들은 뭐래요?

    김형사 하나같이 강병식이 게이일리 없다는 거야.

    되려 여자를 너무 밝혀서 탈이었다는 군.

    조형사 커밍아웃이 쉬운 건 아니니까 그렇게 숨겼을 수도 있죠.

    김형사 그렇지?

    조형사 그럼요. 것보다 전요. 아무리 생각해봐도 죽은 놈 성기에서 그 놈 정액만 나왔다는 게 이상해요. 범인의 흔적이 뭔가 남아있 어야 되잖아요. 정상적인 섹스를 했다면.

    박형사 (툭) 정상적인 섹스란 말 자체가 웃기네. 남자새끼들끼리.

    그 말에 서로 쳐다보는 김형사와 조형사.
    김형사 가만보면 박형사도 은근히 예리하단 말이야.

    박형사 (목에 힘들어간다)
    시간경과. 탁자엔 마신 빈병들이 가득하고.

    취기가 오른 조형사.
    김형사 오늘 좀 과하네. 왜, 첫사랑이라도 만났냐?

    조형사 (본다) ....

    김형사 정말인가부네. 그냥 해 본말인데.

    조형사 (술 한 잔 더 들이킨다)

    박형사 실망했지? 첫사랑이라고 기대하고 만난 놈들은 다 그러더라.

    차라리 추억으로 간직할 걸 괜히 만났다구.

    조형사 ......

    김형사 수진씨한테나 잘 해. 그만한 여자 없다. 얼굴 돼. 몸 돼. 마음 돼. 거기다.....

    조형사 (보면)

    김형사 생활력 돼.

    조형사 (그 말에 픽 웃는다)

    김형사 어~~. 그게 얼마나 중요한데. 요즘은 뭐니뭐니해도 맞벌이가 짱 아니냐.

    조형사 ........

    S#20. 이혜서네 마루 / 밤

    막 목욕을 끝낸 듯, 딸의 몸을 닦아주는 이혜서.

    이혜서너머로 마루 벽에 걸린 가족사진들이 부감으로 보이지만

    사진속 인물들은 뚜렷이 보이지 않는다.

    딸의 머리를 타월로 꼼꼼히 닦아주는 이혜서의 지친 모습에서.

    S#21. 조형사 원룸 / 밤

    조형사, 냉장고에서 캔 맥주를 꺼내서 소파에 앉는다.

    한 모금 마신 조형사. 가만히 있다가 옷을 뒤적거리며 수첩을 찾는다.

    꺼낸 수첩에 뭔가를 적는 조형사.

    보면, " 성관계후, 범인의 흔적이 없다? 정액도 타액도......XXXXX "

    라고 적다가 무언가를 보고 다시 맥주를 한 모금 마신다.

    망설이던 조형사. 전화기를 든다. 수첩을 보며 번호를 누르려다 그냥 멈추는 조형사.

    수첩을 비추는 카메라. 수첩 끝머리에는 이혜서의 전화번호.

    그리고 그 밑으로는 주민번호 (771001-1xxxxxx) 와 이윤서라는 이름 이 쓰여있다.

    F.O

    F.I

    S#22. 정미숙 아파트 침실 / 아침

    커튼이 확 거둬지고 아침 쨍한 햇살이 방으로 들어온다.

    창가에서 침대로 돌아보는 속옷차림의 정미숙.

    정미숙 (정색해서) 그럼 어떡하자구!!!
    반라의 등을 보이며 엎어져 있던 남자. 돌아눕는다. 배재만이다.
    배재만 몰라.

    정미숙 또 찾아 올 거 같단 말이야.

    배재만 그래도 안 돼. 우리 얘긴 절대 안돼.

    정미숙 (답답한 듯 화장대로 가 앉는다)

    정미숙, 머리를 말아 올리며 누운 배재만을 가만히 바라본다.
    S#23. 요가클럽 / 낮

    몸매가 드러나는 요가복차림의 정미숙.

    다른 회원들보다 더 유연한 자세로 요가자세를 취하고 있다.

    정미숙의 목, 어깨를 타고 흐르는 땀방울.

    간간이 정미숙을 힐끔거리는 다른 여자들의 시선.

    입구에서 정미숙을 보고 있는 김형사. 그 몸을 끈적끈적하게 훑고 있

    다. 조형사. 기막혀 보면.

    김형사. 조형사에게 죽이지? 하는 눈빛이다.

    조형사 (큰 소리로) 실례합니다!

    김형사 하, 사람......

    정미숙 (그들을 보고는..... 긴장한다)

    S#24. 휴게실 / 오후

    소파에 앉아있는 김형사와 정미숙.

    정미숙, 황당하다는 얼굴로 걸친 가운을 뒤지며 담배를 찾는다.

    김형사, 얼른 불을 당겨주고.

    조형사는 창가에 걸터앉아 두 사람을 보고 있다.

    정미숙 (후. 연기를 뿜고는 기막힌 듯) 말도 안돼요.

    김형사 (조형사를 보고는) ..... 왜요?

    정미숙 .......

    김형사 믿고 싶지 않겠지만 그 두 사람

    정미숙 그 두 사람이 게이고, 난 병신같이 그 둘을 상대한 여자라구 요?

    김형사 예? (조형사를 본다)

    조형사 (황당해) .....
    S#25. 스포츠센터 로비 / 오후

    출구를 향해 걸어오는 조형사와 김형사.

    김형사 애인이 디지고 있는 시간에 애인 부하직원하고 놀아났다?

    밤새 쭈~~~~욱........씨팔 이걸 어떻게 해석해야되냐?

    배재만은 호모도 아니고 범인도 아니다...... 그거잖아.

    조형사 뭔가 수상하지 않아요?

    김형사 정미숙? 아서라. 범인은 남자다아.

    조형사 아니, 배재만요. 사장 여자랑 논 게 쪽 팔리긴 했겠지만 그렇 다고 의심까지 사며 알리바일 둘러댄 건 영 찜찜한데요.
    출구로 나가는 두 사람의 모습.

    S#26. 계단 / 오후

    갑자기 돌아서며 배재만의 뺨을 때리는 정미숙.

    배재만 왜 이래!

    정미숙 호모야?

    배재만 씨팔 (주위를 본다) 조용히 해.

    정미숙 창피한 건 아니? 너, 그날 밤 나가서 어디갔어? 병식이 그 새 끼 만났어?

    배재만 미쳤어! 절대 그 놈이랑은

    정미숙 그 놈이랑은? (악쓰는) 그럼 다른 놈이랑은 했어? 그래? 더러 운 새끼.

    배재만 (짜증나는) 씨팔......


    S#27. 포장마차 / 밤

    병째, 소주를 들이키는 배재만.

    피식 웃었다가..... 진지하다가......낄낄거리다가.......

    옆 사람들 보는 시선도 아랑곳 않고 미친 듯 웃는다.

    그러면서도 술을 들이키는 배재만.

    그런 배재만을 보는 누군가의 시선.

    S#28. 어느 골목 / 밤

    어두침침한 유흥가 뒷골목.

    비틀거리며 걷는 배재만, 불이 다 꺼진 간판들만 있는 그 골목 끝에

    다다르고....간판이 없는 어느 쪽문앞에 다가선다.

    쪽문과는 어울리지 않는 고급 초인종.

    잠시 뒤, 삐 소리와 함께 문이 자동으로 열리면. 배재만, 들어간다.

    그곳을 보는 시선.....보면 조형사와 김형사다.
    S#29. 지하 계단

    어둡고 비좁은 골목을 비틀거리며 내려가는 배재만.

    계단 끝의 문을 여는 순간, 쏟아지는 불빛


    S#30. 쪽문앞 / 밤

    열쇠를 따는 한 남자.

    그 뒤에서 은밀한 시선을 주고받으며 작전을 하는 조형사와 김형사.

    그리고 경찰들.

    멀리서 그들을 지켜보는 또 하나의 시선.

    S#31. 실내

    카운터에 앉아있던 남자. 이상한 소리에 일어나면.

    문을 부수고 갑자기 들이닥치는 조형사 일행.

    남자, 비상벨을 누르려자 조형사 일행, 먼저 그 남자를 제압한다.

    주변을 둘러보는 조형사. 실내는 밖의 허술함과 달리 꽤 넓은 홀과

    다닥다닥 붙은 밀실. 형사들, 각자 문앞으로 다가간다.

    입 모양으로 하나 둘 셋을 세는 김형사.

    셋에 모두 문을 열면. 일제히 기함하는 형사들의 얼굴.

    반라로 각방에서 허겁지겁 나오는 일련의 남자들.....

    조형사가 놀란 얼굴로 보고 있는 밀실.

    벌거벗은 배재만과 어떤 사내도 놀란 눈으로 조형사를 보고 있다.

    배재만(E) 글쎄, 전 아닙니다!
    S#32. 취조실 / 밤

    배재만을 취조하는 김형사와 조형사.
    조형사 호모소굴에 혈액형. (귀에 대고 은밀하게) 에이....비. 그리고!

    거짓알리바이. (몸 일으키며) 결과는 곧 나옵니다. 그전에 빨리 끝내죠. 우리.

    배재만 정말 아니라니깐요.

    김형사 좋아. 그러니까 니말은 강병식사장이 죽던 날 밤. 넌 정미숙이 랑 빠구리 뜨고 다시 그 호모소굴에 갔다는 거 아냐.

    배재만 (반갑게) 예!

    김형사 (갑자기 서류로 머리를 치며) 이 새끼가 진짜 우릴 뭘로 보고.

    배재만 정말이에요!!!

    조형사 그럼 왜 속였어요? 진작에 사실대로 말했음

    배재만 (말 막으며) 사실대로 말했음..... 절 개새끼 쳐다보듯

    김형사 (다시 뒤통수치며) 개새끼도 암수는 가려 씨팔놈아.

    어디서 신성한 개를 모독하고 지랄이야.

    배재만 저도 가릴 건 가립니다. 사실 병식인 .....친구에요.

    김형사 친구? 무슨 친구?

    배재만 군대 동기에요. 아 씨발 이건 말 안할려고 했는데. (한숨) 하여 튼 난요. 씨발.... 참으려고 무진장 노력해요.... 근데 술만 들어 가면 통제할 수가 없어요..... (동공이 풀리며 오르가즘을 느끼 는 듯한 배재만. 점점 성도착증환자처럼 추해보이는 눈빛이 된 다)

    김형사(E) 눈깔 똑바로 떠!!!

    김형사 으이씨.....(신경질적으로 담배를 물며 열을 삭힌다)

    조형사 (한숨) ..... 당신들한테 정미숙은 도대체 뭡니까?

    배재만 병식이 그 자식이요.....(히죽거린다) 변태래요. 글쎄.

    김형사 (다시 머리치며) 너도 변태 새끼야. 으우 이 새끼. 뭐 이래 재 수없냐.

    조형사 그래서 강병식한테 질린 정미숙이 당신에게 맘을 준거다?

    배재만 몸을 준 거죠. 우린 외로울 때 서로에게 위로가 된 거 뿐입니

    다.

    김형사 (옆차기로 배재만을 넘어뜨리며) 위로를 왜 몸으로 해 새끼야. (발로 찬다) 뭐 이런 짐승같은 게 다 있어.(발길질을 해대며) 이런 놈을... (또 발길질) 감싸주는 ....(또) 그 년도.... (또) 한심 하다.

    조형사 (말리며) 그만하세요.

    김형사 (그래도 다리를 쭉쭉 뻗는데)

    박형사 (문을 열고) 국과수에서 전화 왔는데요.

    두형사 (긴장해서 본다)

    박형사 (배재만 눈짓하며) 아니랍니다.
    벙해서 배재만을 돌아보는 조형사와 김형사.

    배재만, 엉망이 된 얼굴로 큭큭 웃다가, 갑자기 노려보며.
    배재만 씨팔, 이거 강압수사지? 맞지?..... 니들 다 죽었어.

    S#33. 경찰서 복도 / 밤

    풀이 죽어 걸어가는 김형사를 보고는 창가에서 담배를 꺼내는 조형사.

    어두운 밖을 내다보며 담배 연기를 길게 내 뿜다가 문득 어딘가로 전 화를 한다.

    조형사 여보세요.


    S#34. 네일아트 샵 앞 / 밤

    불 꺼진 네일아트 샵.

    그러나 사무실 같은 이층엔 불이 켜져 있다.

    S#35. 거실

    2층. 아파트 형 실내.

    주방에서 음식을 차리는 차수진의 모습이 보이고.

    조형사는 거실 여기저기를 훑어보고 있다.

    책장에 장식된 소품들에서 차수진의 여성스러움이 묻어난다.

    조형사, 책장에 있는 앨범을 보고는 꺼내본다.

    수진과 여자친구들이 찍은 사진들이 보인다.
    차수진 (주방에서 내다보며) 다 됐어요. 급히 차리느라 맛이 (하다가 앨범을 보는 경윤을 보고는 쪼르르 와서) 아이. 안 돼요.

    조형사 (장난스레 앨범을 치켜들며) 왜 못 볼 거라도 있어?

    차수진 밉게 나온 것도 많단 말에요.

    조형사 혹시 ...... (가까이서 얼굴 보며) 대대적으로 손 본 거 아냐?

    차수진 치. (흘기며) 경윤씨 은근히 매너 없는 거 알아요?

    조형사 (능청) 아이 배고파 (주방으로 간다)

    차수진 (배시시 웃으며 따라간다)

    S#36. 주방

    저녁을 먹는 조경윤과 차수진.

    경윤에게 이것저것 반찬을 챙겨주는 차수진.
    조형사 (먹으며 그런 차수진을 빤히 본다)

    차수진 (민망해져) ....왜요?

    조형사 ......예뻐서.

    차수진 (빨개지는데)

    조형사 너 첨 봤을 때도 참 예뻤다.
    인터컷 / 교회 앞

    형사들과 교회 앞을 지나가는 조형사.

    어디선가 웃음소리가 들린다.

    김형사와 다른 일행들 그냥 가는데.

    조형사는 홀린 듯 그 소리를 따라 들어간다.

    교회 앞마당에서 고무통에 이불 가득 넣어두고 아이들과 맨발로 빨 래를 하는 차수진이 보인다.

    거품을 묻히며 장난도 치는 아이들과 차수진.
    조형사(E) 천사같다고 생각했어.
    차수진 피이.... 거짓말이래도 뭐 싫진 않네.

    조형사 정말이야.

    차수진 이상해. 오늘 립 써비스가 너무 좋은데요?

    조형사 (빙그레 웃는다)


    S#37. 거실

    술상이 거실에 차려져 있고......조형사. 술잔을 응시하고 있다.

    차수진, 안주를 내려놓으며 앉는다.

    조형사 친구누나를 만났어.

    차수진 (본다) .....

    조형사 많이 변해서 첨엔 잘 모르겠더군. 옛날엔 참 고왔는데.

    차수진 (누군지 느낌이 온다) .......

    조형사 딸이 하나 있더라.

    차수진 (안도하는데) ......

    조형사 남편은...... 없대.

    차수진 (다시 경윤을 본다)

    조형사 사별인지 이혼인진 안 물어봤어.

    차수진 어쨌든 지금은 혼자네요?

    조형사 ........

    차수진 ....... 또 볼 건가요?

    조형사 그 사람한테 남동생이 하나 있었어. 윤서라고.

    차수진 (본다)

    조형사 가출인지 실종인진 모르겠는데 행방불명이래.

    차수진 그래서 찾아달래요? 하필이면 경윤씨한테?

    조형사 .......

    S#38. 이혜서 네. 마루 / 밤

    이혜서, 마루를 닦고 일어나 안방위에 걸린 액자를 닦는다.

    그러다 가족사진을 본다.

    (고3의 혜서, 엄마, 그리고 고1의 윤서 그들의 단란했던 한때)

    사진속에서 환하게 웃고 있는 윤서.

    혜서, 아픈 얼굴로 윤서의 얼굴을 만진다.

    S#39. 네일아트 샵 앞 / 밤

    담배를 꺼내 무는 조형사.

    담배 한 모금 들이키다가 길가에 세워진 차쪽으로 온다.
    차수진(E) 경윤씨.
    조형사, 돌아보면. 2층 창가에서 수진이 내다보고 있다.
    차수진 그 친구..... 경윤씨가 찾아줘요.

    조형사 ......

    차수진 내가 속이 좁았어요. 그런 게 경윤씨 일인데 내가 잘못 생각

    조형사 (말 자르며) 안 찾을 거야.

    차수진 네?

    조형사 안 찾을 거라구.

    차수진 그래도

    조형사 어디서 잘 살고 있겠지 뭐. (웃어주고는 돌아선다)

    차수진 (미안해지는데)

    좀 전과는 다르게 웃음을 거두고 차를 향해 걸어오는 조형사.

    S#40. 헬스장 탈의실 / 이른 새벽

    아무도 없는 어두운 탈의실.

    더 이상 도망갈 곳 없이 구석에 몰린 나체의 배재만.

    어딘가를 보며 불안으로 떨고 있다.

    범인이 들고 있는 시퍼런 횟칼이 보인다.

    배재만 그래. 이상했어. 널 봤을 때 느낌이 이상했어.... 너. 악!!!
    배재만의 부릅뜬 동공. 그의 얼굴위로 튀키는 피.

    범인이 휘두르는 칼 사위에 따라 펄떡이는 배재만의 몸.

    이내, 널브러진 배재만의 몸.

    배재만의 몸에 드리워진 범인의 검은 그림자가 화면을 암흑으로 바 꾼다. F.O

    F.I

    S#41. 헬스장 탈의실 / 오전

    탈의실 바닥에 점점이 뿌려진 핏 방울.

    안쪽으로 갈수록 점점 피범벅이다.

    차단 테잎 쳐진 둘레에 서 있는 경찰관들.

    그 안을 보면. 강병식과 똑 같은 모습으로 죽어있는 나체의 배재만.

    배재만의 시신을 보는 김형사. 허탈해 조형사를 보면.

    조형사, 담담하게 배재만을 보고 있다.
    김형사 씨바. 무슨 똥구멍에 한이 맺혔나.

    아작을 내놨네.....진짜 변태새낀가봐.

    조형사 .........


    S#42. 헬스장 앞

    조형사, 주위를 두리번거리다가 입구에 걸린 무인카메라를 본다.
    S#43. 빌딩 관리실안

    모니터 속. 청바지에 모자와 마스크를 쓴 잠바차림의 남자.

    헬스장 문을 열다가 의식한 듯, 다시 CC TV 쪽으로 몸을 한번 돌리 고는 들어간다.

    카메라 빠지면. 조형사가 화면을 보고 있다.
    S#44. 경찰 회의실 / 오후

    tv 모니터 속으로 사람들의 모습이 보인다.

    호텔 엘리베이터 안이다.

    수많은 사람들 타고 내리고.

    따로 들어왔다가 남들이 모두 내리자 슬쩍 손을 잡는 중년의 남녀.

    김형사(E) 저건 다시 봐도 불륜이다. 불륜.

    조형사 (돌아본다)

    김형사 (옆에 앉으며) 강병식 사건 때 거구만.

    조형사 예. 수법으로 봐선 동일범이예요. 그렇담 비슷한 놈이 이 카메 라에 잡혔는지도 모르죠.

    김형사 (끄덕이며 모니터를 본다)

    모니터속.

    아무도 없는 엘리베이터 안에서 거의 미친 듯 몸을 탐하는 젊은 남 녀.
    김형사(E) 웁스......

    조형사 (피식 웃는데)

    김형사 좋을 때다.....수진씨랑은 어디까지 갔냐?

    조형사 뭐가요?

    김형사 생까긴.....니 나이땐 저런 거 보면 마악 용솟음치지 그치?

    조형사 (피식) 제 나이 안 거쳤어요? 뭘 새삼스럽게.
    다시. TV 모니터에 보이는 엘리베이터 내부.

    많은 사람들이 내리고 타길 반복....

    빠르게 돌려보는 조형사.
    김형사 그러게....새삼 기억이 안 난다. 기억은 사라지고 주책맞게 호기 심만 남으니 어쩌냐. 어우, 이러다 나.....알 품는 거 아냐?

    조형사 (피식 웃다가) 어!!!! (갑자기 화면을 멈추며 되돌리는데)
    TV모니터 속.

    청바지에 모자와 마스크를 쓴 잠바차림의 한 남자, 큰 가방을 메고 들 어와서는 꼭대기 층수를 누른다. 그러고는 엘리베이터 안의 카메라를 의식한 듯, 몸을 한번 돌려 카메라 정중앙에 선다.

    고개숙인 남자의 얼굴은 보이지 않고, 남자의 그 모습에서 정지된 화 면.
    김형사(E) 저 놈이다. 같은 놈 맞지?

    조형사 (긴장하며 보는) .....

    S#45. 몽타주

    헬스클럽의 남자회원들을 상대로 수사를 하는 조형사와 김형사의 모 습이 펼쳐진다. 회원명단에 혈액형을 기입하고.

    AB형을 체크하는 두 형사. 예닐곱 명 정도의 체크리스트가 만들어진 다.

    그들의 사진을 하나하나 보며 CC TV처럼 얼굴을 가린 모습들을 만들 어보고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드는 두 형사.

    그리고 만난 사람들을 상대로 뭔가 설명을 하고는 머리카락을 채취하 는 모습들도......

    S#46. 국과수 앞 / 낮

    건물에서 나란히 나오는 조형사와 김형사. 기운이 빠져있다.
    김형사 회원중엔 아무도 아니야. 죽은 두 놈과 공통으로 관계된 사 람이라면 회원들뿐인데.

    조형사 ....... 오랜만에 땀이나 좀 빼죠.

    S#47. 사우나안 / 낮

    수건으로 얼굴을 가린 채 대형욕조안에 들어앉은 조형사와 김형사.
    조형사 (수건 거두며) 으~ 시원하다. 피로가 쫙 풀리네요.

    김형사 피로는 풀리는데 사건은 안 풀리고. 참......

    조형사 뭐라도 제대로 풀면 됐죠. (물속으로 몸을 푸욱 잠근다)

    욕조안의 배수구멍을 바라보는 조형사.

    배수구멍 주위로 물방울이 보이자 긴장되는 조형사.

    꿈속의 그것처럼 저 구멍에서도 무언가가 올라와 자기를 삼킬 것 같 다. 조형사, 호흡이 가빠지는데 김형사의 말소리가 들린다.
    김형사(E) 아 씨바. 딸랑 잡은 단서라곤 무슨 기념 촬영하듯 떡하니 TV 에

    숨이 턱까지 찬 조형사, 무언가 뇌리를 스치는 지 벌떡 일어서 나간다

    갑작스런 물보라에 어푸, 어푸, 정신을 못 차리는 김형사.

    S#48. 회의실 안 / 낮

    두 대의 tv모니터에 보여지는 범인의 모습....화면 정지되고.

    카메라 빠지면 tv를 보고 있는 조형사와 김형사.
    김형사 (모니터 보며) 뭐어? 왜?

    조형사 일부러 보여줬다는 느낌이 들지 않아요?

    김형사 다 가렸구먼 뭘 보여 줘?

    조형사 보세요. CC TV쪽으로 또 몸을 돌렸어요.

    김형사 (다시 모니터를 본다. 카메라를 향하는 두 화면속 범인).... 짜 식, 얼굴 각까지 제대로 좀 잡아주지.

    조형사 뭔가 이상하지 않아요?

    김형사 글쎄......

    S#49. 복도 / 낮

    걸어오는 조형사와 김형사.
    조형사 (아리송한 뭔가에 찜찜해하며 걸어오다가) 그땐 그냥 흘려들었 는데 ....일전에 배재만이 한 말도 걸리네요.

    김형사 무슨 말?

    인터컷/ 취조실

    얻어터진 몰골로 조형사에게 주절대는 배재만.
    배재만 병식인 호모 아닙니다. 우린 딱 보면 알아요. 그리고.....질린 적이 한번 있었거든요. 옛날에
    김형사 옛날에?

    조형사 예.

    김형사 옛날에. 옛날에. (하다가 조형사를 본다)

    조형사 !!!!! (역시 뭔가 감이 왔다)
    S#50. 병무청 자료실 / 오후

    서류를 급히 넘기는 김형사와 조형사.
    김형사 배재만은 강병식과 군동기인 걸 첨엔 말하지 않았어.

    조형사 둘 사이에 숨기고 싶은 뭔가가 있었겠죠.

    김형사 (끄덕끄덕)
    그때, 조형사 어느 서류를 발견하곤 유심히 본다.

    ++ 부대....xx기 강병식.. 주민번호 xxxxxx- xxxxxxx. oo부대 전출.
    또 다른 서류를 넘기면.

    ++ 부대...xx기 배재만. 주민번호 xxxxxx- xxxxxxx, zz부대 전출.
    서류를 계속 넘기며. 뭔가를 보고
    조형사 하종복?
    S#51. 이태원 야경

    S#52. 게이 바 / 저녁

    음악소리 요란한 화려한 술집.

    무대중안에 화려한 조명만이 돌아가고 있다.

    이내, 시끄럽던 음악 잠잠해지고....끈적한 블루스 음악이 나온다.

    객석의 손님들 조용해지는 가운데.

    선정적 옷차림의 유미라. 무대에 나타난다.

    휘파람 여기저기서 터져 나오고.

    객석의 남자에게 윙크를 하며, 음악에 맞춰 남자들을 유혹하듯, 몸을

    움직인다. 유미라의 모습을 바라보며 침을 꿀꺽이는 남자들.

    미라, 겉옷을 하나하나 벗음에 따라 환호를 지르는 남자들.

    이내, 브래지어와 치마를 걸치고 있는 유미라.

    그러자 무대뒤에서 한 무리의 조연 무용수들 나타나 군무를 하고.

    그 가운데 선 미라, 치마를 벗어 던지며 무대를 향해 돌아서면, T 팬 티차림으로 엉덩이 흔드는 그녀의 아름다운 실루엣이 드러난다.

    미라, 브레지어 끈을 벗으며 무대를 향해 돌아선다.

    애간장 태우며 휘파람 불어대는 객석의 남자들.

    브래지어를 던지는 미라, 가슴을 교묘히 가리며 약 올리듯 춤을 춘다.
    S#53. 사장실

    책상위에 다리를 올린 채, 자고 있는 하종복.

    그때, 가운을 걸치고 들어서는 유미라.

    유미라, 가운 앞섬을 여미며 하종복에게로 걸어온다.

    가까이 와서 보면, 책상 한켠에 신문이 펼쳐져 있다.

    신문을 치우려다가 기사를 읽는 유미라.

    신문기사를 차례로 훑는 카메라의 시선.

    맨 귀퉁이 가십란에는 미궁에 빠진 연쇄 살인이라며 강병식, 배재만 살해기사가 보인다.

    신문을 접고는 하종복의 얼굴에 자신의 얼굴을 바짝 들이대는 유미라.

    벌어진 가운 앞섬으로 유미라의 가슴이 보인다.

    그러나 여자의 유방이 아닌 평평한 남자의 가슴. 유미라는 여장남자였 다.

    하종복의 코끝에 자신의 코를 들이대며 따뜻한 기운을 느끼는 유미라.

    그때, 눈을 뜨는 하종복. 코앞의 유미라를 보고는 기겁해 물러나며.
    하종복 으아!!!!!

    유미라 왜 그렇게 놀래?

    하종복 시팔 년. 간 떨어지는 줄 알았잖아. 아, 섬뜩해.

    유미라 (유혹하듯) 언젠 나랑 뿅 가고 싶다더니.....

    하종복 농담도 못 하냐? 너.... 이 장사한다고 날 이상하게 보는 모양 인데. 난 여자가 좋다. 알았냐? 너처럼 마음만 여자가 아니라 마음도 몸도 완전한 여자. 한마디로 오리지날 퍼펙트 우먼.

    유미라 (싸아해서 본다)

    S#54. 경찰서 복도

    급히 들어오는 김형사와 조형사.
    김형사 하종복이 범인일까?

    조형사 글쎄요.......근데 배재만은 분명하게 강병식이 호모가 아니랬어 요.

    김형사 그렇담 하종복도 범인이 아닐텐데.

    조형사 하지만 분명 범인은 남자잖아요.

    김형사 아, 씨발 뭐가 이렇게 더 복잡해지냐?

    조형사 ........

    김형사 일단 하종복에 대해서 알아봐. 난 그 당시 군동료들 추적해 볼 테니까.

    조형사 예.
    S#55. 경찰서 안 / 저녁

    들어오는 조형사와 김형사.

    김형사, 박형사를 보면. 신문을 펼쳐놓고 손톱을 깎고 있다.
    김형사 어이 박형사. (다정하게) 폭행사건 맡은 건 끝났나부네?

    박형사 (짐짓 불안한) 예. (하다가 바쁜 척 책상을 뒤지며) 아니, 아 직 조서 마무리가......

    김형사 조형사, 옛날에 말이야. 내 군대 쫄병중에 똥통에 빠진 놈이 있었는데

    박형사 (우이씨) ......

    김형사 똥독 올라 죽을 뻔한 그 놈을 아마 내가 구해줬다는 전설이

    박형사 뭐 하면 되요?

    김형사 (얄밉게) 도와주게? 안 그래도 되는데....그럼 박형사가 그렇게 하고 싶다니 부탁하지. 96년에서 97년까지 ++부대 사고기록 좀 조사해줘. 알았지?

    박형사 (꿍시렁대며 돌아선다)

    김형사 (빙그레 웃으며) 빠르면 빠를수록 좋은 거도 알지?

    조형사 (따라 웃다가) 근데 왜 제대 한 달 앞두고 각자 부대전출 명령 을 받았을까요?

    김형사 글쎄.
    그때, 전화벨 울리고. 조형사, 전화를 받는다.

    S#56. 커피숍 / 저녁

    뜨거운 커피 연기 모락모락 올라오고.

    마주보고 있는 남녀. 이혜서와 조형사다.
    이혜서 기다렸었어. 니 전화.

    조형사 예.....

    이혜서 아직......못 찾았지?

    조형사 .......

    이혜서 못 찾았구나. 그래 찾기 쉽진

    조형사 (말 자르며) 안 찾았어요.

    이혜서 뭐어?....
    카메라 빠지며.

    무언가 조형사에게 사정하는 이혜서의 모습이 보여진다.

    조형사는 담담하게 그대로 듣고 있다.

    S#57. 포장마차 / 밤

    혼자 술을 마시는 조형사.
    S#58. 네일아트 샵 앞 / 밤

    비틀거리며 걸어오는 조형사.

    불꺼진 네일 아트샵을 보고는 2층을 향해 소리친다.
    조형사 수진아! ...차수진!!!
    창문이 열리고 내다보는 잠옷차림의 차수진.

    술에 취해 흐느적거리는 경윤을 보고는 놀란다.
    S#59. 차수진의 집안

    소파에 쓰러져 잠든 조형사.

    물을 들고 주방에서 나오는 차수진.

    차수진 무슨 일 있어요? 경윤씨...경윤씨.....

    조형사 (주절) 미안해...... 미안해요.....

    차수진 ...... (한숨) ......

    시간경과.

    차수진, 가만히 조형사의 얼굴을 본다. 조형사의 머리카락을 쓸어주려

    는데 그때 뒤척이며 눈을 뜨는 조형사.

    벌떡 일어나 마른세수를 하며 두리번거리다가 수진을 보고는.
    조형사 (일어서며) 내가 왜 여기.....

    차수진 괜찮아요. 근데 무슨 일 있어요?

    조형사 아니. 갈게. (급히 돌아선다)

    차수진 (얼결에 조형사의 팔을 잡는다)

    조형사 (돌아보면)

    차수진 (민망해, 급히 잡은 손을 놓는데)
    조형사. 수진을 바라보다가 수진의 입술에 입을 맞춘다.

    당황하는 차수진. 그러나 점점 진하게 키스를 하는 조형사.

    차수진도 서서히 반응을 보이려고 하는 그때, 갑자기 멈춰버리는 조형 사.
    차수진 (머쓱해서 보면)

    조형사 (외면하며) 그만 갈게.

    차수진 !!!!!


    S#60. 네일아트 샵 앞 (택시안) / 밤

    택시에 오르는 조형사, 차수진의 집을 올려다본다.

    탁하고 꺼져버리는 불.

    자신의 행동에 화가 나는 조형사. 답답해져 한숨을 쉰다.

    차, 서서히 출발한다.

    뒷좌석에 몸을 깊숙이 파묻으며 앉는 조형사.
    이혜서(E) 너무 많이 변했구나.
    S#61. 커피샵 / 그날 낮

    이혜서 어릴 때 넌 참 다정했어.

    조형사 (본다)

    이혜서 친구 하나 없는 우리 윤서에게도 좋은 친구가 돼주었고.

    윤서가 애들에게 따돌리고 놀림 받을 때도 막아주었고.

    그래서 나도 널 참 좋게

    조형사 (말 자르며) 저 그렇게 착하지 않았어요.

    이혜서 아니. 넌 참 좋은 아이였어.

    조형사 .........

    이혜서 그래, 언제부턴가 니가 점점 윤설 멀리 한다는 얘기 들었어.

    하지만 난 니가 이해되더라. 윤서....내 동생이지만 나도 싫을 때가 많았거든.

    조형사 .........

    이혜서 (일어서며) 그래, 별로 엮이고 싶지 않은 친굴 거야 윤서는....

    갈게. (나간다)

    조형사 (짜증스레 얼굴을 감싸는데서) ..... F. O
    F. I

    S#62. 경찰서 안 / 다른 날 낮

    김형사, 소파에 드러누워 신문을 덮고 자고 있다.

    심드렁하게 서류를 보고 있는 박형사.

    들어서는 조형사. 서류를 들여다보는 박형사 옆에 앉는다.
    조형사 뭐 좀 나왔어요?

    박형사 아니, 깨끗해.

    김형사 (동시에 신문을 퍽 치우며) 찾았어 하종복?

    박형사 (화들짝) 깜딱이야. 아, 자는 척 좀 하지마요 제발.

    조형사 (웃으며) 주소지엔 없어요. 내놓은 자식인지 가족들은 죽었는 지 살았는지도 모르고. 아, 이태원쪽에서 본 사람이 있대서 그 쪽 경찰에 의뢰는 해 놨구요.

    김형사 잘했어.

    조형사 근데 하종복도 그렇고 배재만도 그렇고. 군대 전출에 대해선 별일 아니라면서 가족들 다 입을 다물던데요.

    김형사 강병식쪽도 그래.

    조형사 뭔가 냄새가 나죠?

    김형사 (끄덕끄덕)

    박형사 어!!!!
    조형사, 김형사 보면.
    박형사 총기사고가 있었네요.

    김형사 그래?

    박형사 (서류 넘기며) 다른 기록은 없고. 그냥 의가사제대한 걸로만 돼있어요.

    조형사 누군데요?

    박형사 이름이 (다시 서류를 보며) .....이윤서.

    조형사 !!!!!

    S#63. 거리 / 낮

    충격 받은 얼굴로 정신없이 걸어오는 조형사.

    오락실 앞에까지 다다랐다. 지나치려는 그의 눈에 펀치기구가 보인다.

    마구 주머니를 뒤지고는 동전을 찾아낸 조형사.

    동전을 넣고는 힘차게 때린다.

    그러나 이내 이성을 잃은 듯, 펀치기계를 미친 듯 두들긴다.

    그리고 마지막 한방으로 발로 뻥 차는 조형사.
    (E) 트럭 문 닫히는 소리. "쿵"


    S#64. 주택가 / 과거 (1씬 프롤로그에서 추가)

    트럭에서 막 뛰어내린 어린경윤이 집을 보고 있다.

    이사를 온 경윤이네. 엄마, 아빠는 차에서 짐을 나르고 있다.

    경윤(7세)은 긴 우산을 들고 마치 총인 것처럼 놀이에 빠진다.

    그러다 골목 반대편 끝에서 자기를 보고 있는 어린 소녀를 보게 된다. 미술가방을 들고 경윤을 보고 있는 어린 소녀.

    경윤, 긴장해서 그 소녀를 보는데. 갑자기 뒤에서 툭 치며 지나가는 다른 소녀(혜서. 9세)다.

    혜서, 경윤을 한번 슬쩍 보고는 그 소녀(사실은 남자인 윤서, 현재 혜 서의 딸과 같은 모습)에게서 미술가방을 받아들고 다시 골목밖으로 나 간다. 골목엔 어린 경윤과 윤서만이 남는다.

    경윤 (들어가려는 아이에게) 난 경윤이야. 조경윤.

    윤서 (발그레해서 돌아본다) ......

    경윤 넌?

    윤서 ........이 .윤. 서.

    S#65. 몽타주 / 과거
    1. 초등학교 운동장

    학교 운동장에서 흙놀이를 하며 노는 윤서와 경윤.

    그때, 아이들 다가와 두 사람을 놀린다.

    윤서의 머리를 잡아당기는 아이들을 보고

    경윤, 아이들과 싸운다.

    2. 중학교 교실

    체육복으로 갈아입는 남중생들.

    윤서, 소심하게 옷을 갈아입으면 윤서의 바지를 확 벗기는 아이.

    어쩔 줄 몰라하며 울먹이는 윤서.

    경윤, 나가려다 그런 모습 보고 나서서 아이들을 혼내준다.
    3. 고등학교 화장실

    창을 통해 바깥 화단에서 책을 읽고 있는 윤서가 보인다.

    창가에서 그런 윤서를 보며 시시덕거리는 남학생들.

    시간경과.

    화장실 한 구석에서 아이들과 싸우는 경윤.

    첨엔 경윤이 이기다가 점점 힘에 밀려 맞는 경윤의 모습.
    S#66. 고등학교 화단 앞 / 낮

    책을 읽고 있는 윤서.

    상처투성이의 경윤. 그런 윤서를 보고도 그냥 가려는데.

    윤서 무슨 일 있어?

    경윤 (그냥 가려다가 돌아본다) 왜 그렇게 사냐?

    윤서 .....

    경윤 씨팔, 사내새끼가 왜 그렇게 사냐구!!!

    윤서 경윤아.....

    경윤 (소리 흉내내며) 경윤아.....소름끼쳐 새끼야. 니 친구라는 게 나 한텐 이젠 욕이야. 욕.

    윤서 경윤아.

    경윤 (멱살을 잡고는 가격한다) 내 이름 부르지 마. (또 치며) 재수 없게 아는 척도 하지 마! (또 치며) 내 앞에서 그냥 꺼져버 려!!! (마구 때린다)

    윤서 (저항도 못하고 고스란히 맞는다) ......

    S#67. 조형사의 원룸 / 밤

    들어서며 탁 불을 켜는 조형사.

    옷을 벗어 소파에 던지고는 침대에 벌렁 눕는다.

    천장을 바라보는 조형사. 형광등이 보인다.

    불빛이 퍼져 어지러움을 느끼는 듯한 조형사의 얼굴에서. F.O

    F.I

    S#68. 경찰서 / 다른 날 낮

    통화중인 김형사, 잔뜩 화가 나 있다.
    김형사 조사 할 것도 많은데 이 중요한 순간에 결근하면 어쩌겠다는 거야......(한풀 꺾여) 그렇게 몸이 안 좋아?

    S#69. 이혜서네 집 앞 / 낮
    조형사 죄송합니다 (전화를 끊는다)

    숨을 고르고는 문을 두드리는 조형사.

    그러나 안에서는 인기척이 없다.

    다시 두드리는 조형사. 역시 대답이 없고.

    그대로 서서 기다리는 조형사.

    시간경과 (석양)

    조형사, 난감하게 돌아선다.

    조형사가 골목을 빠질 때쯤 대문이 살짝 열리고 이혜서가 그런 조형 사의 뒷모습을 지켜본다.
    S#70. 이태원거리 / 밤

    게이 바에서 나와 걸어가는 하종복. 술에 취해 비틀거린다.

    그런 하종복의 뒤를 따르는 어느 시선.

    어두운 골목으로 들어가는 하종복.

    그런 그의 뒤를 따라가는 시선.

    가다가 뭔가 이상해서 돌아보는 하종복.

    그러나 아무도 보이지 않는다.

    다시 걸어가는 하종복.

    그런 하종복을 그대로 지켜보고 선 누군가의 시선.
    S#71. 모텔 안 / 밤

    하종복. 이미 술에 취해 초점을 잃은 눈으로 허공을 바라보며

    히죽거린다. 갑자기 미친 듯 술병을 던지는 하종복. 퍽, 하며 문에

    맞아 깨지는 술병.

    그때, 들어오는 유미라, 목에서 스카프를 풀어서 바닥에 놓는데

    갑자기 미라의 뺨을 때리는 하종복.
    하종복 왜 자꾸 얼쩡 대. 꺼져.

    유미라 (본다)

    하종복 안 들려? (게슴츠레 보며) 꺼져. 씨팔 놈아.

    유미라 (째려본다) 그런 욕 하지 말랬지?

    하종복 (피식) 왜 놈한테 놈이라는데 꼽냐? 더러운 새끼. 너지?

    그 놈이 너지? (여장남자의 치마를 잡으며) 이리 와봐. 새끼야.

    유미라 (입술을 깨문다) ....
    S#72. 이태원 거리 / 밤

    유미라, 흥분한 얼굴로 걸어오다가 어딘가를 보고 툭 멈춰선다.

    무엇을 보는지, 누구를 보는 지. 알 듯 모를 듯 한 표정이다.

    S#73. 모텔안 / 밤

    피가 흥건한 채 쓰러진 나체의 하종복. 아직 숨은 끊어지지 않은 채.

    그런 사장을 바라보는 범인의 벗은 등.

    하종복의 충혈된 눈으로 자신을 향해 다가서는 범인의 모습이 흐릿하 게 보인 다. 눈이 가물가물해지는 하종복. 그에 따라 다가오는 범인의

    모습이 파도처럼 일렁거려 정확하게 누군지 보이지 않는다.

    하종복 (기어가는 소리로) 살...려...줘

    하종복위에 올라타 스카프로 목을 누르는 범인의 등.

    하종복, 숨이 막히고 눈이 가물거려 범인의 목소리조차 정확하게 들리 지 않는다. 하종복의 귀. 클로즈업되면. 범인의 목소리 들린다.

    의식을 잃고 있는 하종복의 귀엔 정확치 않은 울림으로 들려, 성별조 차 정확히 알 수 없는 에코우로 들린다.

    범인(E) 살려줘? ....그냥 죽어......그게 쉬워.... 그때 니들도 쉬웠잖아.....

    그러니까 그냥 죽어.

    하종복 (범인에게 목이 졸린다. 충혈된 눈. 실핏줄이 터진다) ......
    하종복의 부릅뜬 눈으로 몸에서 털썩 내려가는 범인의 모습이 점점

    흐려 보이고. 이내, 얼굴을 향해오는 여장남자의 스카프.

    화면, 암흑으로 바뀐다.

    하종복의 얼굴에 덮인 스카프를 보는 범인의 시선.
    S#74. 주택가 골목 / 밤

    천천히 걸어오는 누군가의 발.

    S#75. 이혜서집 대문 앞 / 밤

    대문을 바라보는 누군가의 시선.


    S#76. 경찰서 / 낮

    책상위의 서류. 클로즈업되면......

    ++부대 이동자 명단에. 강병식. 배재만. 하종복.

    김형사 (서류를 보고 있는) ....

    박형사 (급히 들어와 서류를 내민다) 이윤서 가족관곕니다.

    누나가 있더라구요. 딸이 하나 있는데 애 아빤 모르고요.

    김형사 미혼모야? (서류를 받아 펴면, 사진이 첨부된 이혜서의 신상기 록)

    박형사 최근까지 우울증 치료를 받은 적 있구요.

    김형사 (본다) 누나가?

    박형사 예. 그리고 그 총기사고 말입니다.

    김형사 (본다)
    그때, 울리는 전화벨,
    김형사 여보세요. 용산 경찰서요? 아. 예.....
    S#77. 모텔 방 / 낮

    경찰들, 문앞에 대기하고 있고. 헐레벌떡 방안으로 들어선 김형사.

    이불로 대충 덮인 시체와 주변의 낭자한 피들.

    시체를 보던 김형사.

    시체 얼굴을 가린 스카프를 벗겨낸다. 하종복의 부릅뜬 눈.

    참담해지는 김형사. 이내 스카프로 다시 덮는다.
    S#78. 조형사의 원룸 / 낮

    텅 빈 조형사의 원룸.

    침대에 펼쳐진 수첩이 보인다.

    저번에 썼던 " 성 관계후 범인의 흔적이 없다" 밑에

    "강병식은 호모가 아니다"가 쓰여 있고.

    그리고 그 밑에.....이.윤.서. 라고 이름이 수도 없이 쓰여 있다.
    S#79. 차안 / 낮

    차를 모는 조형사. 표정이 점점 일그러진다.

    김형사(F) 이 자식들 셋이.....
    S#80. 군 초소 부근 숲속 / 과거

    강병식, 배재만에게 희롱 당하는 한 남자.

    배재만, 엉덩이를 만지면. 그 옆에서 히죽거리며 보는 강병식.

    배재만, 그 남자의 얼굴을 쓰억 만지는데. 움찔하며 뒷걸음질치는 남 자....이윤서다.
    김형사(F) 이등병인 이윤서를 성폭행했더라구.
    이윤서, 도망가려다 이내 세 남자에게 잡히고.

    반항을 하면. 강병식이 이윤서의 얼굴에 주먹질을 하고

    이윤서, 쓰러진다.

    윤서를 잡아 일으키는 배재만과 또 다른 남자 하종복.

    강병식, 뒤돌아선 윤서의 바지를 확 끌어내린다.

    겁에 질린 윤서의 얼굴.
    S#81. 이혜서 집 앞 / 낮

    창백해진 조형사, 열려진 대문을 스르르 열면.

    마당 화단에 물을 주던 이혜서가 돌아본다.

    S#82. 군 초소 부근 숲속 / 과거

    모두 가고 없는 자리에 이윤서만이 쓰러져있다.

    바지가 벗겨진 가운데 엉덩이 주변에 피범벅이 되어 쓰러진 이윤서.

    눈만 퀭하니 허공을 보고 있다.

    덜덜 떨리는 손으로 총을 머리에 들이대는 이윤서.

    총성과 함께 이윤서의 머리쯤에서 피가 튄다.
    김형사(F) 강병식네 재력 덕에 처벌 대신에....세 놈을 딴 부대로 찢어 놨

    어. 뭐, 시끄러워지는 것도 싫었겠지. 기록도 제대로 안 해 놓 은 거 보면.

    S#83. 혜서네 집 마루 / 낮

    마주앉은 혜서와 조형사.

    조형사, 안방위에 걸린 가족사진을 본다.

    그런 조형사를 보는 이혜서. 담담해져 이젠 서늘함마저 느껴진다.

    사진 속, 윤서의 해맑은 얼굴을 쳐다보는 조형사.
    김형사(F) 이윤서는 말이야.....겨우 겨우 목숨은 건졌는데.....
    S#84. 정신병원 / 과거

    머리와 얼굴 반쪽에 붕대를 감고 멍하게 앉아 히죽거리는 이윤서.
    김형사(F) 말 그대로 골 때리는 얼굴이 돼버렸나봐.
    그러다 군인인형을 갖고 아기처럼 쓰다듬는 윤서.

    윤서, 갑자기 눈물을 흘리더니 가위로 군인인형의 바지춤을 잘라내고.

    가위로 인형의 아랫도리를 팍팍 찔러댄다.

    쪽문을 통해 그 모습을 울며 지켜보던 윤서모, 갑자기 가슴을 움켜잡 고 괴로워한다.

    그런 엄마를 멍하게 보는 윤서. 한쪽 눈이 그렁해진다.
    이혜서(E) 원래 심장이 약했던 엄마가 그 일로 돌아가시자 거짓말같이

    정신이 들었어. 그리곤 어느 날 ...... 사라졌어.

    S#85. 이혜서집 마루 / 낮

    조형사 (미간을 꿈틀거리며) 정말 만난 적 없어요?

    이혜서 너한테 찾아 달라고 한 거 보면 모르겠니?

    조형사 숨기지 말고 말해주세요. 윤서....살인범일지도 몰라요.

    이혜서 복수라도 한다는 거야? 그래서 넌 니 손으로 그 앨 잡겠다구?

    조형사 .......

    이혜서 찾아달라고 했더니 이젠 살인범으로 잡겠다구! 그렇게도 그 애가

    조형사 예. 끔찍해요!!!

    이혜서 뭐어?

    조형사 정말이지 끔찍해 죽겠어요. 그래서 이젠 아주 끝장을 봐야겠어 요!!!

    이혜서 (분노로) .....


    S#86. 경찰서 / 석양

    들어서는 김형사와 박형사.

    김형사 (신경질적으로 수첩을 던지며) 현장으로도 안 오고 전화도 안 받고 조형산 지금 뭐하고 있는 거야!!!

    S#87. 차안 / 석양

    핸들에 머리를 박고 있는 조형사.

    그러다 바로 앉으며 핸드폰 단축키를 누른다.

    신호음 가자, 창밖으로 고개를 돌리는 조형사.

    맞은 편 도로 네일아트샵에서 고객의 손에 메니큐어를 바르다가 전화 를 받는 차수진이 보인다.
    차수진(F) 여보세요.

    조형사 잘 지냈어?
    차수진, 손님에게 양해를 구하고는 창가쪽으로 오지만, 건너편에 선 조형사를 보지는 못한다.
    조형사 그날....그냥 그렇게 가서 미안하기도 하고.

    차수진(F) .......

    조형사 지금 만나고 싶어.

    차수진(F) 손님 있어요.

    조형사 보고 싶어. 지금 봐야겠어.

    차수진(F) (한숨) ..... 또 안 좋은 일 있죠?

    조형사 어?

    차수진(F) 그거 알아요? 경윤씬....좋을 땐 나 별로 안 찾는 거.

    조형사 .....

    차수진(F) 나도 힘들어요. 이제 지치나봐 나도.....나중에 전화할게요. (끊

    는다)

    조형사 ........


    S#88. 네일아트 샵 안 / 석양

    고객쪽으로 돌아서다가 이상해서 돌아보는 수진.

    길 건너서 출발하는 조형사의 차를 봤다.

    차수진, 다시 창가로 다가서지만 이미 떠나버린 조형사.

    차수진도 괜히 미안해지는데.....


    S#89. 경찰서안 / 저녁

    들어서는 조형사.

    두런두런 얘기중인 김형사와 박형사가 보인다.
    김형사 하종복까지 죽은 거 보면 이제 확실해. 이윤서....이윤서 이 놈 이야. 근데 행불이라니....도대체 이 놈을 어디서 어떻게 잡냐?

    조형사 (툭 앉는다)

    김형사 어떻게 된 거야. 전화도 안 받고.

    조형사 (그저 웃으며 파일을 펼친다)

    윤서의 사진과 신상기록이 보이는 파일.

    윤서의 사진에 시선 고정되는 조형사.

    S#90. 회의실 / 밤

    아무도 없는 어두운 회의실.

    정 중앙에 켜진 두 대의 TV에서 흘러나오는 불빛이 맞은 편 의자에 앉은 조형사를 비춘다.

    범인으로 짐작되는 남자의 모습에서 정지된 화면.
    조형사 너야? ......이윤서, 정말 너냐?

    한숨을 푹 쉬던 조형사, 갑자기 무슨 생각이 떠올랐는지 윤서의 파일 을 뒤집고는 동그라미를 그리기 시작한다.

    동그라미 속엔 남 여 라는 글자를 이렇게 저렇게 끼워쓰기 시작하는

    조형사. F. O
    F. I

    S#91. 경찰 회의실 / 다른 날 낮

    형사들 주욱 앉아 있는 가운데 브리핑을 하려는 김형사.

    김형사 나는 남자다!!! 범인은 그렇게 확실한 단서를 줬습니다. 그래서 우린 남자만 조사했고, 여잔. 애인 정미숙마저도 조사하다 말 았어요.

    반장 남자 맞잖아. 100퍼센트 남자.

    김형사 그걸 노린 게 아닐까 합니다. 남자란 걸 흘려놓고 남자들만 추 적하는 사이. 여자인 범인은 우리 눈앞에서 또 다른 범행이 가

    능했죠. 하지만 우리가 가진 증거물로는 여자가 범인이라고도 할 수 없습니다.

    반장 그게 뭔 소리야 도대체!

    김형사 설명 드리겠습니다. (동그라미를 그리다가) 아, 잠시만요. 어이 조형사.

    조형사 (딴생각에 잠긴) ......

    김형사 조형사!!!

    조형사 예? ...아. 예.

    김형사 나한테 말했던 그거.... 다시 설명 좀 해봐.
    (시간경과)

    칠판앞에 서 있는 조형사.
    조형사 (칠판에 동그라미 하나를 그린다) 주변 진술대로 강병식이 게 이가 아닌 게 확실하다면 강병식은 여자만 만났겠죠? (동그라 미 속에 여자를 쓴다). 배재만은 성별에 상관없고. (동그라미를 겹치게 그려 교집합부분이 나오게 그리면서. 동그라미 속에는 남. 여를 같이 쓴다).....

    모두 (궁금해서 보는)

    김형사 (뿌듯해서 조형사를 본다)

    조형사 두 사람을 상대 수 있는 공통된 사람은......

    (교집합의 가운데를 점으로 찍으며) 이 부분이에요......바로 범 인이죠. 성염색체XY인 남성. (여자부분을 덧칠하며) 그러나 이 걸 포함하는 여긴 반드시 여자. 여자속에 있는 남성.
    조형사가 표시한 부분. 클로즈업

    조형사(E) 2차 검사결과 범인체모에서 결정적으로......여성홀몬이 나왔습 니다.

    모두 (술렁이는 가운데) .....

    조형사 범인은 트랜스젠덥니다.

    모두 !!!!!



    S#92. 식당 / 낮

    밥을 반쯤 먹은 조형사. 다 먹은 듯 담배를 피우고.

    박형사는 이를 쑤시고. 김형사는 아직도 먹고 있다.
    박형사 여장남잔 왜 아니죠?

    김형사 그렇담 강병식이 잤을 리 없지. 걔들은 벗겨 놓으면 남자니까.

    박형사 그러니까 외형적으론 강병식이 성관곌 맺을 만큼 완벽한 여자 의 몸이다?

    김형사 (끄덕) 그러나 생물학적 성은 남성.

    박형사 (끄덕끄덕. 신나) 거기다 성관계의 흔적은 남지 않는 몸.

    김형사 굳~~~.

    박형사 우와~~~.

    조형사 (두 사람을 씁쓸히 보다가 나간다) ......

    S#93. 식당 앞 / 낮

    쪼그리고 앉아 담배를 피워 무는 조형사.

    S#94. 경찰서안 / 다른 날 낮

    복잡한 생각에 의자에 깊숙이 누워 눈을 감고 있는 조형사.

    손가락으로 머리를 탁, 탁치며 생각에 잠긴 김형사.

    그 옆에서 볼펜을 잘근잘근 씹으며 생각중인 박형사.

    반장 (내다보며) 남대문쪽에서 협조요청이 들어왔는데....누가 잠깐 가지?

    조형사 (일어서며) 제가 가겠습니다. (김형사에게) 갔다 올게요.

    김형사 (끄덕끄덕)

    박형사 (나가는 조형사를 보고는) 범인만 잡으면 특진할 거 같은데 조 형산 왜 요즘 꿀꿀해 보이죠?

    김형사 잡을 게 갑갑하니 그렇지.....

    박형사 (은밀하게) 정미숙이 이윤서 아닐까요? 전 그쪽으로 삘이 딱 오는데. 어쨌거나 죽은 두 놈과 관계가 있었잖아요.

    김형사 .......

    박형사 아, 수술한 곳만 따악 보면 알 건데....보여달랄 수도 없고.

    김형사 씨발 모르겠다. 그냥 들이대보자 한번.

    S#95. 정미숙의 아파트 안 / 밤

    소파에 앉아 어딘가를 보고 있는 김형사와 박형사.

    보면, 주방 냉장고에서 쥬스를 꺼내는 정미숙의 뒷모습.

    탄력있는 몸매가 드러난다.
    박형사 (침 꿀꺽하고는) 먼저, 혈액형이라도 물어봐요. 간단하게.

    김형사 간단? 정말 간단한 인생이다. 니가 범인이라면 ab형이라고 불 겠냐?

    박형사 (머리 긁적이는데)

    김형사 (그래놓곤 주방에 대고) 혈액형이 뭡니까?

    박형사 (뭐야 하는 눈빛으로 본다)

    정미숙 (주방에서) B형인데.....왜요?

    김형사 아, 아닙니다. (그래놓고는 박형사에게) 씨발, B형이란다. 그렇 다고 저 말을 믿을 수 있냐?

    박형사 (소리죽여) 아, 그럼 어쩌자고요?

    김형사 (한숨만 푸욱 쉬다가 열린 안방문을 본다) .....

    S#96. 남대문 부근/ 밤

    한 무리의 폭력배들이 버스 경찰차로 잡혀 들어간다.

    그것을 지켜보던 조형사, 버스 떠나면 자신의 지프로 오는데.

    그때, 울리는 전화. 전화 받는 조형사.

    이혜서(F) 정상참작이라는 거 되니?

    조형사 !!!!!


    S#97. 정미숙 침실

    박형사와 김형사가 문앞에서 안방을 슬쩍 보고 있다.

    정미숙, 얼른 다가와.
    정미숙 남의 방은 왜 봐요!

    김형사 (민감한 정미숙의 태도를 눈여겨본다)

    박형사 (유난히 높은 클래식 침대를 보고는 얼른 들어가 침대를 만져 본다) 우와...이게 침대야. 완전 에베레스트네. (침대에 손을 대 고 방방 뛰며) 올라갈 때마다 발판 구르긴지 도움닫긴지 해야 겠다.

    정미숙 뭐 하는 거에요! 당신들 고소할 거예요. (불안하게 침대밑으로 시선 간다)

    김형사 (그런 정미숙의 시선을 감지하고 박형사에게 눈짓하고는)

    아, 죄송합니다. 그럼 한 가지만 물어볼게요.
    정미숙이 김형사를 보는 사이, 박형사는 몰래 침대커버를 들춘다.
    김형사 (가슴을 빤히 보며) 혹시 성형 했어요?

    정미숙 네? (폭발) 뒷조사까지 했나요? 그래요. 했어요. 근데 그게 어 때서요? 그게 이 사건이랑 무슨 상관이 있다구요!
    그때, 박형사가 내미는 상자.

    정미숙, 이마에 손을 대고 체념하는데.

    상자안에는 주사기와 약물병이 들어있다.

    S#98. 경찰서 앞 / 밤

    끼익 급정거하는 지프차.

    조형사, 차에서 뛰어내려 경찰서안으로 질주한다.


    S#99. 취조실 / 밤

    김형사앞에서 진술하는 정미숙.

    정미숙 벼, 병식이 새끼 때문에 하게 됐어요.....

    강, 강병식 그 새끼....세, 섹스때마다 약 먹이고 주사 놓

    고.....별짓 다 시키면서 지는 재미만 보구....난 (흐느끼는)

    김형사 .....뭐어?

    정미숙 그 약이요? 피. 필로폰 얘기하는 거 아네요?

    김형사 성전환은? 수술 했다며.

    정미숙 수술했죠. 가슴성형..... 근데 성전환이라뇨?

    김형사 (돌겠다) .......

    S#100. 경찰서 회의실 / 밤

    뛰어 들어온 조형사. 테잎 진열장에서 테잎을 급히 찾는다.

    드디어 찾아낸 테잎. 비디오에 끼우고.

    리모콘을 돌리는 조형사의 떨리는 손.

    범인의 모습이 나오자 정지하고는......가까이 다가간다.

    무언가를 본 조형사의 시선.
    조형사 !!!!!

    김형사 (초췌한 얼굴로 들어오며) 뭐해?

    조형사 (얼른 화면 끄며) 아닙니다.

    김형사 정미숙은 아니고....(부르는) 조형사.... 정말 그 놈이 성전환 했

    을까? 우리가 좀 오버한 거 아냐?

    조형사 ......

    김형사 하종복 옆에 유미라라고 여장남자가 있었다는데 그 놈은.....

    조형사 .......

    김형사 아니야..... 혹시 이윤서가 지 누나 행세 하는 건 ......

    아, 씨발 미치겠다.

    조형사 ..... (나가버린다)

    김형사 어이, 조형사!
    S#101. 경찰서 복도 / 밤

    황급히 걸어 나오는 조형사.

    왠지 모를 노여움으로 가득 찬 조형사의 얼굴.
    S#102. 이혜서의 집 / 밤

    이혜서, 마루에 앉아 담담한 얼굴로 대문을 보고 있는데.

    아이, 방에서 나온다.
    아이 엄마. 졸려.

    이혜서 (아일 안으며) 엄마가 자장가 불러 줄까?

    아이 응.

    이혜서 (아이를 안아주는 얼굴이 처연하다) .....


    S#103. 경차서 안 / 밤

    김형사 앞에 여장남자 유미라가 조아리고 있고,

    그들 앞엔 피범벅인 유미라의 스카프가 증거물로 놓여있다.

    S#104. 이혜서 집 / 밤

    아이를 무릎에 눕힌 채, 평온하게 자장가를 불러주는 이혜서.
    이혜서 엄마가 섬 그늘에 굴 따러 가면.....아이는 혼자 남아.....
    S#105. 취조실 안 / 밤
    유미라 태국에 있을 때 잠깐 같이 일했던 애였어요.

    인터컷 / 이태원 거리

    하종복의 게이바가 보이는 거리.

    범인(범행시 옷차림)의 뒷모습이 보인다.

    범인시선으로 자신을 보는 유미라가 보인다.

    유미라, 반갑게 웃으며 다가와선 호들갑스레 아는 척을 한다.

    유미라(E) 하사장을 만나러 왔다길래....난 그저 일자리나 구하러 온 줄 알고 데리고 갔죠. 원래 이 바닥이 은근히 좁거든요.

    김형사 그 놈을 본 하종복은 어땠어?

    유미라 (샐쭉해져) 놈이라고 하지마요. 아저씨보구 이년아 그럼 좋겠

    어요?

    김형사 (기막혀) ....그래 그럼 그 년

    유미라 (더 새침해져) 욕하지 마요.

    김형사 (손 올리며) 콱.....장난하냐? 지금.

    유미라 (찔끔) 몰라요..... 갔을 땐 곯아 떨어져 있었으니까.

    김형사 그 놈. (유미라의 샐쭉한 시선에) 아, 그 년....(입술로 머리카

    락 푸 불고는) 그 남자, 아, 그 여자....아 씨팔.....걔 사진 같은

    거 없어?

    유미라 없어요. (중얼) 근데 민주경찰이 왜 자꾸 욕을 (하는데)

    들어오는 박형사.

    박형사 (흥분한 채, 서류를 내밀며) 이윤서가 태국에서 입국할 때 출

    입국 사무소에서 찍은 거랍니다.

    김형사 (받아든다)

    박형사 여권하고 실물이 달라서 증거로 남겼다고 그러더군요.

    ...... 놀라지 마십시오.

    김형사 (서류를 본다) !!!!!

    S#106. 지프차안 / 밤

    조형사. 점점 울 듯 말 듯....알 수 없는 얼굴로 변하더니 미친 듯 킥킥 댄다.

    S#107. 몽타주 / 과거
    1. 거리

    자전거를 타고 가는 중학생 경윤.

    그 뒤에 앉은 윤서.

    윤서, 두 팔을 벌리며 바람을 맞으면,

    그런 윤서를 돌아보며 행복한 얼굴이 되는 경윤.

    2. 도서관

    도서관에서 책을 고르는 고등학생 경윤.

    책장을 하나하나 돌다가 어느 책장에서 책을 빼면. 그 너머에서 추리 소설을 읽는 윤서가 보인다. 책에 심취한 윤서의 얼굴을 천천히 훑는 카메라.

    미소년의 아름다움이 나타난다. 설레는 눈으로 그 모습을 보는 경윤.

    그때, 윤서가 시선을 의식하고 돌아본다.

    그렇게 마치 첫사랑에 설레는 남녀들처럼 서로를 바라보는 그들.

    시간경과.

    어둑해진 텅빈 도서관. 책장 구석자리에서 키스를 하는 경윤과 윤서.

    흥분으로 얼굴에 홍조를 띠며 서로의 몸을 탐하지만 더 이상의 진도

    는 나가 지를 못한다. 경윤, 윤서의 몸을 더듬다가 바지 쪽으로 손이

    가면. 윤서. 그런 경윤의 손을 저지한다.

    윤서를 보는 경윤. 윤서의 눈엔 그것만은 안 되겠다는 간절함이 묻어 있다. 다시 입을 맞추는 경윤.

    그때, 인기척에 놀라 몸을 떼는 경윤. 이내 어색해져 윤서의 시선을 피한다.

    3. 고등학교 화단 (66씬에서 추가)

    경윤 (맞아서 입술이 터진 윤서를 째려보며) 사랑? (픽, 웃으며) 농 담이었어. 농담! ... 몰라?

    윤서 거짓말 마. 난 알아. 난 니 맘 다 알아.

    경윤 (다시 때릴 듯 주먹을 들며) 입 다물어 십새끼야.

    윤서 (멈칫)

    경윤 (윤서의 턱을 움켜잡고 얼굴을 가까이 댄다) 씨팔, 사랑?

    놀고 있네. (싸늘히) 야, 난 그냥 너 갖고 장난 친 거야. 알아!

    S#108. 회의실 / 밤

    문을 쾅 열고 들어오는 김형사.

    덜덜 떨리는 손으로 비디오테이프를 끼운다.

    화면 돌아가기 시작하면 범인이 촬영된 호텔 엘리베이터 cc tv다.

    침을 꿀꺽 삼키며 긴장해서 보는 김형사.

    S#109. 지프차안 / 밤

    마치 도망을 가듯 정신없이 이리저리 차선을 바꾸며 과속으로 운전하 는 조형 사. 폭발할 것 같은 분노가 엿보인다.
    이혜서(F) 그래, 왔었어 윤서. 그리고.......
    S#110. 회의실 / (100씬에서)

    어두운 회의실에서 다시 범인의 모니터를 보는 조형사.

    테잎을 빨리 감았다가 되감았다 반복하며 보는.

    범인의 팔쯤에 조형사의 시선이 머물고.

    엘리베이터 버튼을 누르는 범인의 손.
    이혜서(E) 널 만났대.
    확대된 화면의 손톱. 네일 아트의 아름다운 문양이 희미하게 보인다.

    넋이 빠진 얼굴의 조형사.

    김형사가 들어오자 다급하게 비디오를 끄는 조형사.

    카메라 FAN하면.

    현재, 텅빈 회의실에서 정지된 모니터속의 범인의 손톱을 보고 있는 김형사.

    김형사 (책상을 쾅치는) .....
    책상 위, 펼쳐진 파일의 입국사진....차수진이다.

    S#111. 이혜서의 집 / 밤

    그대로 자장가를 부르고 있는 이혜서.
    이혜서 팔 베고 스르르 잠이 듭니다. 잠이 듭니다.

    (아이의 머리를 쓰다듬다가 대문을 본다)

    인터컷/ 대문을 열고 들어서는 차수진.

    마루에 앉은 이혜서가 수진을 보고 엉거주춤 일어선다.

    얼굴과 몸은 바뀌었지만 곧 동생임을 알아보는 이혜서.
    이혜서 윤서니?

    차수진 (끄덕끄덕) ....
    그렇게 마주보는 두 사람. 눈엔 눈물이 고이고

    혜서를 보고 수진은 애써 웃음 짓는다.
    현재 / 닫힌 대문을 보며 그렁거리는 혜서.

    S#112. 거리 (차안) / 밤

    점점 차들로 막히기 시작하는 도로.

    조형사의 차도 앞 뒤. 좌우가 꽉 막혀 있다.

    조급하게 밖을 보다가 핸들을 팍 내리치는 조형사.

    안 되겠는지 차에서 내려 달리기 시작한다.

    숨차게 달리는 조형사의 얼굴위로.
    조형사(E) (장난스럽게) 왜 못 볼 거라도 있어?

    차수진(E) 밉게 나온 것도 많단 말에요.

    조형사(E) 대대적으로 손 본 거 아냐?
    절망스런 조형사의 얼굴.

    S#113. 차수진 집 앞 / 밤

    벌컥, 현관문이 열리고.

    숨이 턱까지 올라온 조형사를 슬픈 눈으로 보는 차수진.

    술병을 들고 있는 손. 술에 취한 듯 몸이 건들거린다.

    그런 차수진을 원망의 눈으로 노려보는 조형사.
    S#114. 차수진 집안 / 밤

    거실은 차수진이 마신 술병들로 어지럽다.

    들어서자마자 병째 술을 들이키는 차수진

    오디오에서 들려오는 음악소리.

    갑자기 큭큭대며 웃는 수진.......그러나 점점 웃음인지 울음인지 알 수 없다.

    조형사 (감정이 격해져 말을 못하고 고개를 돌린다)

    차수진 미쳤지? 나.

    조형사 (그대로 듣는데)

    차수진 이렇게 될 거 뻔히 알면서도......


    인터컷 / 교회마당 (36씬에서)

    조경윤과 마주선 차수진의 설레는 얼굴에서.
    차수진(E) 니가 반가웠어.
    차수진 낯이 익다고 니가 말하는 그 순간

    조형사 (외면하는) .....

    차수진 잠깐이라도 좋으니까 다시 니 옆에 있고 싶더라.

    조형사 (억누르며) 닥쳐.

    차수진 그러지 마. 난 다 알아. 손가락질을 받아봐서 난 니 맘 알아.

    조형사 (애원하듯) 제발.....닥쳐.

    차수진 무서웠겠지...... 갑자기 두려웠겠지.

    조형사 (폭발한다) 닥쳐. 이 새끼야. (미친 듯 수진을 때린다) 제발 닥 쳐. 닥쳐. 닥쳐!!!!!
    저항없이 고스란히 맞는 수진.

    조형사, 미친 듯 때리고 밟고....
    학생(E) 니들 들었어?
    인터컷 / 고등학교 화장실 (65씬에서 추가)

    화장실 창문으로 화단에 앉아 소설을 읽는 윤서가 보인다.

    화장실안에서는 남학생들 낄낄거리며 숨어서 담배를 피운다.
    학생1 (윤서 가리키며) 저 자식. 조경윤이랑 그렇고 그렇대.

    학생2 씨바 정말이야? ......십새끼들......

    학생1 재미 좋나?

    학생2 (머리를 탁 때리며) 몰라 새꺄. 꼴리면 니도 함 따 먹던지.

    학생1 아구. 세상이 어찌 될라꼬.....씨바. (캭 침 뱉으며 담배를 빠는 데)

    갑자기 화장실 문 하나 열리고. 그 속에서 경윤이 나온다.
    경윤 씨발. 봤어. 내가 저 새끼랑 그렇고 그런 거 봤냐고!!!
    학생에게 선방을 날리는 경윤. 그러나 이내 다른 학생들에게 집단 구 타를 당한다.
    현재 / 쓰러진 수진을 계속해서 때려대는 경윤,

    경윤의 얼굴은 광기마저 흐른다.

    S#115. 차안 / 밤

    운전하는 김형사.
    김형사 조형사. 이 새끼 너 뭐하자는 거야......
    S#116. 차수진 집 거실

    어질러진 거실. 모든 게 헝클어지고 깨지고 난장판이다.

    멍하게 허공을 보며 앉아있던 조형사.

    옆에 팽개쳐진 앨범을 집는다.

    펼치면, 맨 뒤쪽에 윤서의 어릴 때 사진들이 보인다.
    S#117. 네일아트샵안 / 밤

    은은한 조명.

    조형사의 뒷주머니에 꽂힌 사진 한 장.

    진열된 네일아트 문양을 보고 서 있는 조형사. 눈에 물기가 고인다.

    (E) 경찰차 사이렌 소리.
    조형사, 재빠르게 창가로 간다.

    S#118. 네일아트 샵 앞 / 밤

    멀리서 경찰차들이 몰려오고 있다.

    차들이 질주하는 맞은 편 도로에서 차를 기다리는 차수진.

    얻어터져 온통 피투성이에 부은 얼굴이다.

    자신의 가게를 바라보는 차수진. 창가에 선 조형사가 보인다.

    조형사와 눈이 마주치자 살짝 웃는 차수진.

    조형사, 걱정스레 목을 빼 다가오는 경찰차를 내다보는 순간.

    들려오는 차에 부딪히는 둔탁한 소리와 급정거하는 자동차 파열음.

    조형사, 돌아보면. 공중에 붕 뜨는 차수진의 몸.

    조형사 !!!!!

    도로위로 떨어지는 차수진의 몸이 보인다.

    조형사, 헉, 자리에 주저앉는데.

    가게앞에서 그런 조형사를 보는 김형사.

    조형사 (멍한 얼굴로 김형사를 본다)
    김형사, 이상해서 돌아보면. 차도에 피범벅이 된 차수진의 시신이 보 인다.

    차수진, 그렁한 눈을 감지도 못하고 조형사를 보고 있다.

    김형사, 역시 충격으로 조형사를 보면.

    목에 걸린 소리로 꺼억꺼억 울기 시작하는 조형사.
    차수진(E) 근데 경윤아......하필이면 왜 난 또 너였을까?

    ........너는 왜 또.....

    거리로 나가려는 조형사를 급히 붙잡고 못 가게 말리는 김형사.

    뿌리치려고 몸부림치는 조형사.

    조형사의 뒷주머니에 꽂힌 사진이 주머니에서 빠진다.

    고등학생쯤의 경윤과 윤서가 수영장 물속에서 어깨동무하고 찍은 사 진이다.

    엔딩 크레딧......
    S#119. 에필로그 / 수영장 (고등학생시절)

    사람들 북적한 실내 수영장.

    경윤과 윤서도 그들 속에서 장난치며 수영을 즐긴다.

    물속으로 잠수를 하는 경윤과 윤서.

    이내 경윤이 숨을 못 참고 물 밖으로 얼굴을 내민다.

    그러나 윤서가 보이지 않는다.

    사방을 보는 경윤.....맘이 다급해져 다시 잠수를 한다.

    좀 떨어진 곳에서 잠수하는 윤서를 찾았다.

    경윤의 눈에 파란 수영복을 입은 윤서의 물속 유영이 아름답게 느껴 진다.

    물속의 윤서, 돌아보며 손짓하고... 경윤, 잠수해 윤서에게 다가간다.

    그렇게 마주보던 두 아이들.......살며시 입을 맞춘다.

    물속 어디선가 검은 줄기가 올라와 두 아이의 몸을 칭칭 감는다.

    THE END
    한증애

    한증애

    1967년 경북 출생

    경북대 법대 졸업

    조흥은행 근무

    영상작가교육원 수료

    현 추계예대 대학원 재학중(영상 시나리오 전공)

  • [제목] 트라우마

    [작품의도]
    어쩔 수 없는 게 운명이라는 말이 있다.

    작정한대로, 큰소리친 대로, 피하고 싶은 대로 되면 얼마나 좋을까마는 운명은 그렇게 녹록치 않고.

    빠져나가려고 발버둥칠수록 더 깊이 빠지는 늪처럼 오히려 기가 막히는 아이러니를 뿜어내는 운명.

    그런 운명과 마주하면 그 앞에 선 인간이야말로 얼마나 나약한 존재인지 새삼 느끼게 되고, 단지 내 앞의 놓인 운명만은 좀 덜 가혹하길 바랄뿐이다.

    '트라우마' 라는 소재를 통해 그 지독한 운명을 그리고 싶었다.
    [등장인물]
    조형사(조경윤 29세. 남) 강력반 형사. 남자다운 외모. 모범적이고 반듯한 얼 굴 뒤에 깃든 우울함의 정체는?

    김형사(40대. 남) 말로는 대충대충, 느물느물하게 살 것 같은데 의외로 진실되 고 속정도 깊다.

    차수진(27세. 여) 네일아트사. 조형사의 애인. 맑고 참한 외모와 성격.

    이혜서(31세. 여) 이윤서의 누나. 수수하지만 삶에 지친 모습의 미혼모.

    강병식(32세. 남) 스포츠센터 사장.

    배재만(32세. 남) 헬스강사.

    정미숙(29세. 여) 강병식의 공식 애인. 배재만의 비밀 애인.

    하종복(31세. 남) 게이바 사장

    유미라(27세) 여장남자.
    그 외 /

    이윤서(남. 초. 중. 고) / 조경윤(초. 중. 고) / 이혜서 (초)

    박형사 (30대) / 반장 (50대) / 남학생들



    [줄거리]

    연쇄 살인사건
    끔찍한 살인사건을 맡게 된 강력반 조경윤 형사.

    살해된 사람은 젊은 스포츠재벌 강병식, 호텔에서 성관계중 난자당한 것이다.

    현장검증에서 발견된 단서는 체액과 체모.

    알리바이를 밝히지 않은 애인 정미숙이 1차 용의자로 지목되어 수사를 받던

    중. 범인에 대한 국과수 유전자 분석 결과가 나온다.

    정액과 모발은 살해된 강병식의 것.

    나머지 체모는 AB형 혈액형을 가진 다른 남성의 것.

    그렇다면 범인은 같은 남자다?
    동성간의 치정으로 수사방향을 틀며 정미숙은 자연스레 용의선상에서 빠지고

    죽은 강병식의 군 친구인 배재만이 유력한 용의자로 떠오른다.

    더군다나 배재만의 혈액형도 AB형이다.

    배재만이 용의자로 몰리자 정미숙은 그제야 사건 날 밤의 알리바이를 밝힌다.

    배재만과 자신이 밀애를 즐겼고, 강병식은 절대 동성애자가 아니라고 한다.

    그들의 진술로 수사는 오히려 미궁으로 빠지고.
    거기다 유전자 검사결과로 혐의가 완전히 벗겨진 배재만마저 같은 수법으로 살해된다.

    범인이 남긴 단서는 강병식때와 동일하고 수영장 CC TV로 확인한 범인의 모습 또한 일치한다.

    그러나 지문마저 철저히 지운 범인은 TV에 자신의 모습을 일부러 남긴 듯하다. 남자임을 각인시키는 범인이 남긴 단서들.

    그러나 바이였던 배재만과 달리 강병식은 확실히 동성애자가 아닌 것 같다.

    그렇다면 강병식은 어떻게 남자와 관계를 맺었을까?

    거기에 조형사는 의문을 가지는데......

    첫사랑
    조형사는 네일아트사인 차수진과 사귀고 있다.

    하지만 차수진이 보기에 조형사는 과거 첫사랑을 잊지 못해 자신에게는 맘을 열어주지 않는 것 같다.

    어느 날, 조형사와 다툰 차수진은 화가 나 조형사에게 시간을 주겠으니 과거를 정리 하라고 한다.

    기다렸다는 듯, 조형사는 오래전 살았던 이혜서의 집을 찾아가 그녀를 만나게 된다. 10여년만의 만남.

    하지만 회포를 풀기도 전에 이혜서로부터 그녀의 실종된 남동생. 윤서를 찾아달라는 부탁을 받는다.

    그 얘기를 들은 차수진은 조형사와 이혜서가 그 일을 계기로 자꾸만 만날 것 같아 불안해지고.

    거기다 조형사는 맡은 사건이 미궁으로 빠지자 수진을 소홀히 대하는데.....


    과거속의 그들, 그리고 트라우마
    그러던 중, 조형사와 파트너 김형사는 강병식, 배재만의 10년전 군시절에 관

    심을 갖고 추적한다.

    그러다 그들이 (또 다른 한 사람 하종복을 포함하여) 제대 한달을 앞두고 각기 다른 부대로 흩어진 것을 알아낸다.
    그러나 군 기록 은폐로 부대전출의 원인은 알 수가 없고,

    증언을 해 줄만한 하종복에 대한 소재지 파악도 안 되는 상황에서

    그 당시 군에서 총기 사고가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리고 총기 사고의 주역이 이윤서임을 알게 된 조형사는 충격에 휩싸이고.

    김형사는 이윤서에 대한 과거를 캐내기 시작한다.

    한편, 조형사는 나름의 추리로 행방불명이 된 윤서의 정체에 대해 윤곽을 잡아가는데.....

    그때, 일어나는 또 하나의 살인사건.

    도대체 범인 이윤서는 누구이고, 범행 동기는 무엇이며, 사건을 미궁으로 빠트리는 범인의 치밀한 수법은 무엇인가?

    그리고 조형사를 짓누르는 과거는 무엇이며, 그는 과거의 기억에서 구원 받을 수 있을까?
    한증애

    한증애

    1967년 경북 출생

    경북대 법대 졸업

    조흥은행 근무

    영상작가교육원 수료

    현 추계예대 대학원 재학중(영상 시나리오 전공)

  • 이승재 LJ필름 대표

    올해 응모한 작품 수는 총 152편이었다. 장르별로 보면 멜로나 휴먼드라마가 70여 편으로 50% 정도를 차지했고, 스릴러물 30여 편 외에 로맨틱 코미디, 사극, 호러, SF 등이 그 뒤를 이었다. 이러한 특징은 최근 한국영화의 흥행 흐름을 반영하는 듯하다. 예전에는 코미디 장르가 주를 이루었는데, 이번에는 '말아톤'이나 '웰컴 투 동막골'이 보여주듯 따뜻한 이야기나 감동스토리가 많았다. 아쉬운 것은 소재 중심이 아니라 작가로서의 가능성을 가늠케 하는, 보다 영화적인 형식을 갖춘 작품을 발견하기가 힘들었다는 점이다.

    최종 두 편의 작품을 당선작 후보로 올렸다. 우선 '우리 윤주씨를 소개합니다'는 이야기 설정과 캐릭터 구축이 훌륭했다. 철부지 미혼모 엄마와 성숙한 열한 살 서준이 겪어내는 잔잔한 일상이 심금을 울린다. 하지만 시한부 인생이라는 설정과 이야기가 단숨에 끝을 향해 치닫는 것은 작가로서의 큰 한계로 보인다.영화적인 깊이와 긴 호흡을 갖추는데 실패했다.

    한편 '트라우마'는 뻔한 설정과 전형적인 스릴러 형식이라는 함정에 빠지기 쉬운 이야기였다. 이런 한계를 치밀한 구성과 예상 밖의 캐릭터 구축을 통해 극적 긴장과 호흡을 만들어내는데 성공하고 있다.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는 설정이 다소 부담스러운 것은 흠이나, 조형사의 트라우마가 빚어내는 운명과 비극을 영화적인 캐릭터로 잘 살려냈다. 몇 가지 단점이 엿보이나 작가로서의 가능성은 충분히 인정된다고 판단되어 당선작으로 뽑았다.

    이 외에 '처음, 만나는 자유'와 '데칼코마니'는 작품으로서의 가능성을 보이고 있으나, 작가로서의 세공미가 많이 부족했다. 포기하지 말고 끝까지 연마하기를 당부하고 싶다.
  • 한증애

    한증애

    1967년 경북 출생

    경북대 법대 졸업

    조흥은행 근무

    영상작가교육원 수료

    현 추계예대 대학원 재학중(영상 시나리오 전공)

    지독한 감기를 앓고 있었다. 지끈거리는 두통과 고열로 발개진 얼굴로 비몽사몽 헤매는 순간, 당선을 알리는 전화를 받고는 "정말 저 맞나요?" 라고 수차례 확인을 했던 것 같다.
    투고 후 맘을 완전히 비우고 있었기 때문일까, 아니면 지독한 감기 바이러스에 며칠 시달려서 내 마음까지 밋밋해진 걸까. 전화를 끊고도 한참을, 정말 한참을 멍하게 침대에 누워있었다.
    10여년을 다닌 직장을 관둘 때 참 많은 사람들이 말렸다. 이미 서른 중반에 접었는데 무얼 하겠냐고.
    무언가를 긁적이는 걸 좋아했고, TV에서 흘러나오는 옛날 영화를 좋아했고, 엉뚱한 상상을 해대며 실실 웃기를 즐겼던 어릴 적 모습을 떠올리며 정말 내가 하고 싶은 것이 극작이라는 것을 알았을 때 불안한 미래는 생각할 겨를도 없이 나는 참말로 행복했다.
    열정만 갖고 버티기는 어려운 게 작가의 길일 진데 속내를 표현 않고 그저 묵묵히 지켜봐준 가족들이 고맙고, 그저 지나가는 말씀일지라도 재능 있다는 말 한마디로 꿋꿋이 달릴 힘을 주신 지인들께 감사드린다.
    그리고 아직도 어둡고 꼬불꼬불한 숲길을 헤매는 나에게 길을 밝히라고 소중한 등불하나 주신 동아일보 신춘문예관계자님들께도 깊이 감사를 드린다.
  • 작품전문
  • 시놉시스
  • 심사평
  • 당선소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