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신춘문예

화첩 기행

by  김종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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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심사평
  • 당선소감
  • 오종종한 징검돌이 샛강 건너는 배경으로
    미루나무 두엇 벗삼아 길나서는 물줄기와
    기슭에 물수제비 뜨는 아이들도 그려 넣는다


    여릴 대로 여리더니 어깨 맞댄 물길들이
    한 줄 달빛에도 울렁이던 맑은 서정을 삼키고
    여울은 화폭을 휘적시며 세차게 뒤척인다


    구도마저 바꿀 기세로 홰를 치며 내달리다
    분 냄새 이겨 바른 도회지 그 풍광에서
    노을 빛 그리움에 젖어 물비늘 종일 눕는다


    어느새 귓가 허연 강가 풀빛 아이 불러내며
    캔버스를 수놓던 현란한 물빛 지운 채
    꿈꾸던 역류를 접고 강은 고요 속으로 흐른다

    김종훈

    1959년 경남 고성 출생

    영진고 졸업

    진주교육대 교육대학원 졸업

    울산 신정초교 교사

  • 이근배(시인)

    시조 100년의 새해가 밝아왔다. 오랜 역사를 끌어안고 소리치며 달려온 오직 하나 뿐인 겨레의 시가 새롭게 태어나는 아침을 맞고 있다. 동아일보 신춘문예는 이호우 김상옥 선생 등 현대 시조의 선각들을 발굴한 것을 비롯해 겨레의 얼과 모국어의 속 깊은 울림을 가장 드높게 빚어 올려왔다. 올해도 그 기대에 도달하기 위해 치열하게 쌓아온 기량들이 번뜩이며 날을 세우고 모여들었다. 형식의 제약이 시를 구속한다고 생각하면 시조는 제 모습을 지니지 못한다. 오히려 시조는 모국어를 깊고 아름답게 숙성시키는 이상적인 그릇으로 받아들여져야 한다.

    당선작 '화첩기행'(김종훈)은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그저 쉽게 눈에 띄는 강 하나를 아주 섬세한 붓끝으로 화폭에 옮겨놓고 있다. 시대의 아픔을 드러내거나 목청을 과장하지 않으면서 눈으로는 다 볼 수 없는 내면의 풍경들을 투명한 감성으로 한 올씩 건져 올리는 품이 한 경지를 이루고 있다. "오종종한 징검돌이 샛강 건너는 배경으로" "여릴 대로 여리더니 어깨 맞댄 물결들이"에서 새처럼 날개를 펴고 물고기처럼 꼬리치며 뛰노는 생동감이 넘친다. 여기까지 밀고 온 힘을 더욱 북돋아 시조의 내일을 밝혀주길 바란다.

    '고구려에서'(방승길) '겨울 탱자나무'(임채성) '화인(火印)'(석연경) '고로쇠나무'(설인)등이 글감 뽑기와 그 깎고 다듬기에서 당선권에서 끝까지 머물렀음을 밝혀둔다.
  • 김종훈

    1959년 경남 고성 출생

    영진고 졸업

    진주교육대 교육대학원 졸업

    울산 신정초교 교사

    스포츠 칼럼니스트가 꿈이었는데 여기까지 왔다.
    작년 이맘때가 생각난다. 기대가 절망으로 이어지고 다시는 글을 쓰지 않겠다고 다짐을 했다. 그러다가 두 곳의 신문사에서 내 글이 결선까지 올랐다는 사실을 나중에야 알게 되었고, 그 실없던 다짐은 없던 일로 했다. 당연히 떠나보내려던 내 노래를 다시 불러모았다.
    학기말이라 학교 일로 정신이 없는데 신문사에서 확인 전화가 왔다. 그러고는 말이 없었다. 종일 핸드폰만 들여다보고 있었다. 아! 올해도 이렇게 넘어가는구나. 그러면 그렇지. 까맣게 잊고 싶은데도 머릿 속은 온통 그 생각뿐이었다. 다음날 당선 소식을 들었는데 한 십 년은 흐른 기분이었다.
    간절히 원하던 일이었는데 왜 두려움이 앞서는 걸까. 앞으로 걸어가야 할 길이 더 험난하다는 걸 알기 때문이리라.
    곁에서 묵묵히 지켜준 사랑스런 아내, 나의 희망인 한결, 다린이와 이 기쁨을 함께 하고 싶다. 채찍질해주신 윤금초 선생님, 길을 열어주신 심사위원님과 동아일보사에게도 감사의 말씀을 올린다. 함께 글을 읽어주던 민족시 사관학교 문우들에게는 미안한 마음뿐이다. 대신 자리를 차지한 거 같아서이다. 좋은 글로 보답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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