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신춘문예

주전자가 끓는 겨울

by  남혜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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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당선소감
  • 유리창 한 장 가득 겨울이 찍혀 있다
    흰눈이 내리는 것으로 한결 으늑하다

    엄마는 한 땀 한 땀 정성스레 뜨개질을 하시고
    가스레인지 위에는 주전자가 끓고 있다

    칙칙 폭폭 칙칙 폭폭 수증기를 뿜으면서
    먼 동화의 나라로 꿈결처럼 떠나간다

    나도 그 기차에 훌쩍 올라타고
    눈 내리는 벌판을 한없이 달려간다.

    기차는 가지 않으면서도 자꾸만 떠나가고
    엄마의 뜨개질은 차츰 모습을 드러낸다

    아무리 춥고 먼 곳에 나가도
    겨울바람 한 점 들어 올 수 없는 그런 옷이 되어 간다.
    남혜란

    남혜란

    1970년 광주 출생

    한국방송대 국어국문과 졸업

    백지문학 동인

    맑음새 글쓰기 학원 운영

  • <주전자가 끓는 겨울>을 뽑고나서
    노원호


    예년에 비해 응모 편수가 월등히 많았다.동시를 쓰는 사람으로서는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다.그러나 응모 편수에 비해서는 전반적으로 독창성과 참신함이 부족함을 발견할 수 있었다.낡은 소재 선택이나 구태의연한 표현이 바로 그런 것이다.그런가하면 아직도 동시를 너무 쉽게 생각하고 써서 시적 감성을 잃어버린 작품도 많았다. 마지막까지 남은 작품은 '연을 날리며'(박승원),'플랜더스의 개'(조유인),'우리 집 다람쥐'(이옥근),'신발장'(이문석),'주전자가 끓는 겨울'(남혜란) 등 5편이다. '연을 날리며'는 시적 감성을 섬세하게 그려놓았지만 발상이나 소재가 새롭지 못했다.'플랜더스의 개'는 생각의 참신함은 돋보였으나 독후감의 범주를 완전히 벗어나지 못했다.'우리 집 다람쥐'는 상당히 시적 역량을 보여준 작품이었다.그러나 산문적인 표현을 쓰다 보니 작품을 응축시키지 못한 것이 흠이었다. 남은 두 작품은 우열을 가리기가 힘들었다.그만큼 각각 장단점을 가지고 있다는 뜻이다.'신발장'은 상황의 구체성은 보여주고 있었으나 함께 보내 온 두 작품이 뒷받침해 주지 못했다.결국 '주전자가 끓는 겨울'을 당선작으로 뽑았다.참신함은 부족하지만 상황을 시적 환상과 상징성으로 이끌고 간 솜씨가 돋보였다.함께 보내 온 다른 네 편도 모두 어느 수준 이상이어서 그의 역량을 믿게 되었다.앞으로의 활동이 기대된다.
  • 남혜란

    남혜란

    1970년 광주 출생

    한국방송대 국어국문과 졸업

    백지문학 동인

    맑음새 글쓰기 학원 운영

    아이들을 가르치다 문득 창밖을 내려다보았다.건너편 우체국 지붕 위에 새하얀 눈이 소담스레 쌓여 있었다. 문득 애써 덮어두고 잊어 버리려 했던 기억이 고개를 내밀었다.하지만 그런 행운은 내게 는 먼 남들의 이야기려니 생각하며 돌아섰다. 신춘문예,설레는 그 단어에 희망을 걸기엔 과분하다는 생각이 든 까닭이다.오래 전부터 습작을 해오면서도 선뜻 응모할 엄두가 나지 않았다.주위에선 10년을 응모하고도 쓴맛을 본다는데 이제 처음 투고하고 희망을 걸다니! 내가 우습다고 생각하고 돌아서는 순간 핸드폰 전화벨이 울렸다.당선 소식이 온 것이다. 하늘을 날 것 같은 기쁨이었다.그리고 주마등처럼 그리운 얼굴들이 스쳐 갔다.일일이 다 호명하고 싶었다.하지만 이내 두려워졌다.또다른 긴 어둠의 터널 입구에 들어선 듯한 막막함이 엄습해 왔기 때문이다.그러나 나는 안다 이 길을 곧장 가 면 희망의 빛이 기다리고 있다는 것을. 언제나 내게 힘이 되어 준 맑음새와 한결이,뒷전에서 묵묵히 성원해 주신 어 머니와 남편에게도 이 기쁨을 전하고 싶다.맑음새 글쓰기 학원 친구들이 나보다 더 기뻐할 것 같다. 이 기쁨 아이들과도 함께 하고 싶다. 끝으로 부족한 작품을 끝까지 놓지 않으신 심사위원 선생님께도 깊숙히 머리숙여 감사드 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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