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신춘문예

저녁

by  윤형섭

  • 작품전문
  • 심사평
  • 당선소감
  • 등장인물

    엄마 - 35세 전후
    단발 정도 길이의 아주 검은 생머리,
    윤기가 없고 군데군데 은발이 섞여있다. 그것은 나이가 들어 생긴 새치처럼 보이기보다는 일부러 멋을 부린 것처럼 보인다.
    쌍꺼풀이 분명하며 깊고 커다란 눈,
    대극장 무대에서 막 내려온 듯한 과장된 화장이다. 진하고 굵은 아이라인과 길다란 인조눈썹, 경박한 색조의 섀도우를 발랐다. 그것은 눈가의 주름을 가리는 장치다. 끝내 울음을 터뜨릴 땐 눈물이 먹물이 되고 입으로 흘러들어 노란 이빨을 물들여야한다.
    날카롭고 뾰족하며 이지적인 코,
    자연스러운 곡선감을 느낄 수 없어서 마치 고급 옷을 걸친 마네킹의 고혹적인 유치함이 느껴지고 그런대로의 자존심도 느껴진다.
    육감적이며 관능적인 입술,
    자근자근한 주름이 많고 천박하다. 쵸콜렛색이 감도는 빨간색 립스틱을 실제 입보다 크게 발랐고 진한 갈색으로 립라인을 그렸다. 입술을 깨물면 노란 이빨에 기름이 한웅큼 긁힐 만큼 두텁고 무겁고 기름지다.
    적당히 하얀 피부,
    무거운 화운데이션으로 덮어버려서 피부는 생기가 없고 번들거린다. 잔주름이 많고 모공이 넓다.
    길고 가늘고 아름다운 목,
    깊은 주름이 많다. 손가락으로 세게 할퀴어진 자국이 벌겋다.
    풍만한 몸,
    팔과 유방은 비대하다. 매우 타이트한 피색 웨딩드레스를 입고 있다. 유방이 거의 노출되어 있다. 허리가 상대적으로 잘록하며 힙은 풍만하다.
    길고 유연한 손가락,
    마디가 굵고 주름이 깊다. 끝이 잘 다듬어진 손톱은 매우 길고 딱딱하며 검은 매니큐어를 칠했다.
    작고 하얀 맨발,
    상처가 많고 발톱에도 같은 색 메니큐어를 칠했다.

    아빠 - 40세 전후
    1쎈티미터 정도 길이의 스포츠형 머리테가 두꺼운 안경 그 너머에 강렬하고 잔인한 눈 눈자위가 노랗다 힘차게 뻗은 코 늘어진 볼 얇은 입술 견고한 턱 육중한 어깨 검고 탄력있는 피부 눈에 띄는 형광 오렌지색 와이셔츠 남색 실크 넥타이 아무렇게나 입는 면반바지 신사용 양말 왼손에 붕대 오른손에 혁대를 감고 있다 그는 내내 고개를 뻣뻣이 들고 있을 것이다
    검은색 예복을 입은 미소년 - 12세 전후
    원피스로 된 흰 잠옷을 입은 미소년 - 12세 전후
    둘은 아주 닮았다.

    이 연극의 시간, 공간, 에너지
    이 연극은 관객에게 체험적인 이미지를 전달하는데 목적이 있다. 이 연극에서 체험할 수 있는 이미지들은 화장, 주름, 상처, 날카로운 반짝임 등 아주 섬세한 것들이다. 그러므로 무대는 좁고 객석과 매우 가까워야하며 관객도 너무 많지 않아야 한다. 집중도가 높은 작은 극장, 15에서 20명 정도가 3에서 5줄 정도 앉을 수 있는 규모의 객석이라면 적당할 듯 하다.
    이 연극은 장충동에서 만난 이 만 천 원 짜리 미친 여자, 파리 나무십자가 소년 합창단, 예리한 각의 삼각형, 왜곡된 3차원, 층마다 높이가 다른 계단, 투광성이 없는 플라스틱, 타는 듯 말라버린 대지, 눈금의 거리가 100미터인 시계 (그 시계 초침의 끝은 시속 360킬로미터의 엄청난 속도다) 등의 이미지 속에서 출발했다. 그러므로 왜곡은 이 연극의 가장 중요한 단서이다. 또한 이 연극은 일상에 대한 극단적인 과장이며 상징이므로 왜곡은 이 연극이 구현하는 세계를 보다 사실적으로 묘사할 수 있다.

    무대
    뒷벽 - 시간이 멈춘 자리
    왜곡된 모양의 거대한 시계가 7시를 가리키고 있다.
    오른쪽 무대 - 엄마의 자리
    가장 높은 곳. 보통보다 작은 싸이즈의 낮은 탁구대가 비스듬히 놓여있다. 탁구대는 짙은 노란색이며 나무의 결이 보이지 않는 단조롭고 맨들맨들한 표면이다. 광택이 나지만 투명해 보이지는 안는다. 다리의 길이가 같지 않아서 객석 쪽으로 기울어졌다.
    왼쪽 무대 - 아빠의 자리
    오른쪽보다 높다. 어른이 앉기엔 너무 작은 은색 스테인리스 의자가 비스듬히 놓여 있고 주위는 황량하다. 담배꽁초가 많이 흩어져 있다.
    앞 무대 - 집
    가장 낮은 곳. 빨간 벽돌이 약 30센티미터 정도로 쌓여 있어서 다른 무대와 경계를 이룬다. 작고 낮은 목재 밥상이 있다. 밥상 위에는 크리스틸 유리컵과 소주가 있다.

    1. 프롤로그 - 가족

    실루엣이 분명하고 색조가 강렬한 조명이 매우 천천히 들어온다. 그와 함께 극장의 전력이 돌아가는 소리가 웅웅 거린다.
    엄마는 오른쪽 탁구대에 걸터앉아있다. 옆에 작은 바구니, 탁구공이 대 여섯 개 있다. 엄마는 검은 예복을 입은 미소년을 주시하고 있다.
    검은 예복을 입은 미소년은 여자의 반대편에 작은 씬디싸이저를 올려놓고 연주하고 있고 뒤통수가 보일 뿐 얼굴은 보이지 않는다. 헤드폰을 꽂고 있어 음악소리는 들리지 않지만 진짜 연주하고 있다.
    아빠는 왼쪽 의자 앞에 서있다. 붕대를 감은 손으로 담배를 피운다. 두 모금 정도 피우고 바닥에 끈다. 중간에 한번 흰 잠옷을 입은 미소년을 쳐다본다.
    흰 잠옷을 입은 미소년은 의자에 웅크리고 올라 앉아있다. 아빠가 쳐다보면 작은 몸을 움찔한다. 그러나 그 아빠를 쳐다보고 있지는 않는다. 고개를 푹 숙이고 있어서 얼굴이 보이지 않는다.
    넷은 서로의 제각각의 시선을 보내지만 긴장감과 불안감을 교류하고 있다.
    조명은 아주 천천히 켜졌고 그 정점에 이르는 순간 컷-아웃된다. 그와 동시에 전자음향의 음악이 연주된다. 음악은 듣기 싫은 소음에서 점점 서정적인 음악으로 바뀐다.

    2. 미소년들
    계속되는 서정적인 음악. 서서히 조명이 켜진다. 미소년 둘은 앞 무대의 벽돌에 걸터앉아있다. 둘은 쌍둥이처럼 닮았다. 검은 예복을 입은 미소년은 앞을 멍하게 주시하고 흰 잠옷을 입은 미소년은 눈치를 본다.
    검은 예복을 입은 미소년 :
    밖은?
    흰 잠옷을 입은 미소년 :
    어두워.
    검은 예복을 입은 미소년 :
    저녁?
    흰 잠옷을 입은 미소년 :
    (불안에 휩싸인 침묵)
    검은 예복을 입은 미소년 :
    무슨 소리 안나?
    흰 잠옷을 입은 미소년 :
    아직은...
    음악이 줄어든다.

    3. 회상
    조명이 바뀐다. 엄마와 아빠는 정지되어있다.
    흰 잠옷을 입은 미소년 :
    (관객을 향하여 다가간다)
    고기 반찬을 한웅큼 입에 넣었어요.
    난 쳐다보지도 않았어.
    (울먹거리는 눈으로 관객에게 호소한다)
    그런데 아빠는 언제나 날 때려.
    (엄마가 탁구공 하나를 던진다. 아빠가 움직이기
    시작한다. 미소년들은 급히 처음의 위치로 돌아간다)
    아빠 :
    아빠가 먼저야. 뭘 해도 아빤 아빠야. 알어?
    (채찍으로 흰 잠옷을 입은 미소년을 때린다.
    그러나 흰 잠옷을 입은 미소년은 처음처럼
    웅크린 채로 꼼짝도 하지 않는다. 검은 예복을
    입은 미소년이 마치 채찍에 맞은 듯 반응한다.
    키보드 위에 엎어진다. 아빠는 동작을 멈춘다)
    검은 예복을 입은 미소년 :
    (입가에 피를 흘리고 그 피가 가녀린 턱을 타고 흘러내려 씬디싸이져 위에 떨어진다. 그러자 슬픈 음악이 흐른다. 관객을 향하여 조금씩 다가간다)
    핏방울이 떨어져 연주하는 노래는 슬퍼. 그렇지만
    (입술을 깨문다)
    아름다워요.
    (엄마의 소리에 움찔하여 엄마를 바라본다)
    엄마 :
    아가야, 피를 닦지마. 내가 해줄께. 엄마는 너희를 사랑한단다.
    조명이 빠르게 바뀐다.

    4. 엄마
    조명은 전체가 켜있으나 어두운 편이고 유독 엄마에게만 강한 조명이 비춰진다.
    엄마 :
    (탁구공 하나를 집는다. 손바닥으로 쳐서 검은 예복을 입은 미소년 에게 보낸다.
    단조롭게)
    난... 너밖에 없어.
    (검은 예복을 입은 미소년, 반응이 없다. 탁구공은 굴러 떨어진다.
    흰 잠옷을 입은 미소년, 탁구공이 튀는 것을 바라본다.
    탁구공이 멈출 때까지 정지.
    아빠, 흰 잠옷을 입은 미소년을 쳐다본다.
    엄마, 탁구공 하나를 집어서 똑같이 한다. 전보다 약간 힘이 강해졌다.
    혼잣말하듯)
    난... 너밖에 없어.
    (검은 예복을 입은 미소년, 반응이 없다. 탁구공은 굴러 떨어진다.
    흰 잠옷을 입은 미소년, 탁구대쪽으로 간다. 탁구공이 멈출 때까지 정지.
    아빠, 흰 잠옷을 입은 미소년을 시선으로 따라 간다.
    엄마, 또 하나를 집어서 똑같이 한다. 전보다 약간 힘이 더 강해졌다.
    호소하듯)
    난... 너밖에 없어.
    (탁구공이 굴러 떨어진다.
    흰 잠옷을 입은 미소년, 엄마와 검은 예복을 입은 미소년을 번갈아 쳐다보다가
    굴러 떨어진 탁구공을 집으려 한다.
    아빠, 흰 잠옷을 입은 미소년의 손을 혁대로 때린다. 소리가 크게 난다.
    흰 잠옷을 입은 미소년, 겁을 먹고는 얼른 피한다)
    내가 누구 때매 사는데...

    조명이 빠르게 바뀐다.

    5. 아빠
    아빠, 흰 잠옷을 입은 미소년을 위압적으로 의자 쪽으로 몰아 부친다. 크게 혁대를 휘두른다. 소리가 크게 난다. 흰 잠옷을 입은 미소년, 흠칫 놀라며 쳐다본다.
    아빠 :
    아빠는...
    (혁대로 흰 잠옷을 입은 미소년을 때리며)
    아빠야!
    (흰 잠옷을 입은 미소년에게 가서 그의 볼을 손으로 꼬집어 흔든다.
    흰 잠옷을 입은 미소년 겁먹은 표정, 그러나 울지 않는다.
    검은 예복을 입은 소년이 키득댄다.
    검은 예복을 입은 미소년 쪽으로 얼굴을 돌린 흰 잠옷을 입은 미소년,
    안간힘을 쓰며 미소를 지어 보인다.
    아빠는 더 세게 흔든다.
    흰 잠옷을 입은 미소년, 눈을 감지 않는다)
    알아들어?
    (더 강한 목소리로)
    아빠는...
    (혁대로 더 세게 때린다)
    아빠야!
    (흰 잠옷을 입은 미소년의 볼을 꼬집어 흔들다 따귀를 때린다)
    알아들어?
    (혁대를 여러 번 휘둘러 흰 잠옷을 입은 미소년을 때린다.
    흰 잠옷을 입은 미소년 겁먹은 표정, 그러나 울지 않는다. 눈을 감지 않는다.
    아빠, 담배를 피운다.)
    다 소용없어, 망할 자식들...
    (괴로운 심정, 담배 두 모금을 급히 빨고 바닥에 비벼 끄며)
    아빠 맘을 왜 그렇게 몰라?
    (아빠, 흰 잠옷을 입은 미소년을 혁대로 때린다)
    아빠는... 외로워... 내 편이 있어?
    (포악하게)
    내 앞에서 쉬쉬하지마!
    (아빠, 흰 잠옷을 입은 미소년을 혁대로 무자비하게 때린다.
    흰 잠옷을 입은 미소년, 미동도 하지 않으며 아빠를 측은하게 바라본다.
    검은 예복을 입은 미소년, 씬디싸이져를 거칠게 연주한다.
    아빠의 폭행은 계속된다.
    검은 예복을 입은 미소년, 신디싸이져를 난폭하게 내려치고는
    흰 잠옷을 입은 미소년에게 간다.
    아빠와 엄마, 잠시 검은 예복을 입은 미소년을 바라본다.
    검은 예복을 입은 미소년, 흰 잠옷을 입은 미소년의 손목을 잡아끌고 앞 무대로 간다)
    조명이 바뀐다

    6. 미소년들
    조명이 앞무대에만 비춰진다.
    흰 잠옷을 입은 미소년 :
    이게 무슨 짓이야!
    검은 예복을 입은 미소년 :
    (분노에 휩싸인 침묵)
    흰 잠옷을 입은 미소년 :
    그렇게 아프진 않았어. 널 보고 웃기까지 했잖아?
    검은 예복을 입은 미소년 :
    다 이해한다 그거야? 그게 말이 돼?
    흰 잠옷을 입은 미소년 :
    니가 무슨 상관이야!
    검은 예복을 입은 미소년 :
    (흰 잠옷을 입은 미소년의 따귀를 후려친다)
    흰 잠옷을 입은 미소년 :
    (울음을 터뜨린다)
    우린 다 불쌍해, 아빠도 엄마도... 그런데 어떡해?
    검은 예복을 입은 미소년 :
    (답답함에 휩싸인 침묵. 조명이 바뀐다)

    7. 식사
    앞 무대. 엄마와 아빠, 사이에 밥상을 두고 등을 돌리고 앉아있다. 미소년들은 밥상머리에 따닥따닥 붙어 앉아서 엄마와 아빠를 초조하게 지켜보고 있다.
    아빠 :
    싱거워!
    엄마 :
    소금 줘요?
    아빠 :
    아니, 간장. 왜간장!
    엄마 :
    많이 넣었어.
    아빠 :
    그런데 이래? 미원 가져와봐!
    엄마 :
    (아빠를 노려본다. 정지동작)
    사이.
    아빠 :
    딴 거 좀 없나?
    엄마 :
    돈이 어딨어?
    아빠 :
    (소주를 마신다. 사이. 버럭 화를 낸다)
    그래야 일주일에 하룬데!
    엄마 :
    (눈을 감고 얼굴을 찡그린다. 얼굴이 빨개진다. 사이)
    아빠 :
    (뒷벽을 향해 컵을 던진다. 컵이 깨지고 시계의 분침이 구부러진다. 담배를 피운다)
    사이.
    서서히 암전.

    8. 음악
    무대를 적시는 슬픈 전자음악
    조명이 켜진다.

    9. 미소년들
    미소년 둘만 앞무대에 나와 있다.
    검은 예복을 입은 미소년 :
    (조용하게)
    이해할 수 있어?
    흰 잠옷을 입은 미소년 :
    응. 너도 마찬가지 아니야?
    검은 예복을 입은 미소년 :
    맞아.
    흰 잠옷을 입은 미소년 :
    그럼, 저주할 수 없겠군.
    검은 예복을 입은 미소년 :
    늘 그게 문제지. 저주하느냐, 이해하느냐.
    흰 잠옷을 입은 미소년 :
    사느냐 죽느냐...
    검은 예복을 입은 미소년 :
    살리느냐, 죽이느냐...
    흰 잠옷을 입은 미소년 :
    (당황해하며)
    선택?
    검은 예복을 입은 미소년 :
    별 수 없지.
    흰 잠옷을 입은 미소년 :
    망가져 갈 꺼야, 너도나도.
    검은 예복을 입은 미소년 :
    그래도 해야돼, 너도나도.
    흰 잠옷을 입은 미소년 :
    사랑은? 그건 어떡해?
    검은 예복을 입은 미소년 :
    습관이야, 그건...
    흰 잠옷을 입은 미소년 :
    선택...
    검은 예복을 입은 미소년 :
    선택!
    흰 잠옷을 입은 미소년 :
    선택... 선택... 선택...
    (번민한다)
    어떻게 하지?
    검은 예복을 입은 미소년 :
    어느 때고 그게 문제야.
    서서히 암전.

    10. 아빠와 엄마의 성교
    질퍽한 습기가 푹푹 뿜어져 나오는 신음소리가 들린다. 그에 코러스를 하듯 미소년들의 장난스러운 소리가 천진하다. 조명이 빠르게 켜진다. 앞 무대, 조그만 상이 저만치 치워져있다. 벌거벗은 아빠와 엄마가 성교를 한다. 요란한 신음소리가 난다. 미소년들은 뒤엉켜있는 아빠와 엄마의 한 덩어리를 넘어 다니며 논다. 미소년들은 각각 아빠와 엄마를 흉내낸다. 아빠, 흥이 떨어져 엄마에게서 몸을 뗀다.
    검은 예복을 입은 미소년 :
    싱거워!
    (엄마, 안달을 하며 허리를 튼다)
    흰 잠옷을 입은 미소년 :
    소금 줘요?
    (아빠, 체위를 바꿀 것을 요구한다)
    검은 예복을 입은 미소년 :
    아니, 간장. 왜간장!
    (엄마, 거부하며 계속 그 자세에서 즐기려고 한다)
    흰 잠옷을 입은 미소년 :
    많이 넣었어.
    (아빠, 성교를 중단하고 일어나 담배를 피운다)
    검은 예복을 입은 미소년 :
    그런데 이래? 미원 가져와봐!
    (엄마, 일어나 앉아서 남자를 노려본다.
    사이.
    미소년들, 서로 눈짓을 교환하고 뒷 무대로 간다)
    아빠 :
    (버럭 화를 낸다)
    그래야 일주일에 하룬데!
    엄마 :
    (눈을 감고 얼굴을 찡그린다. 얼굴이 빨개진다. 사이)
    아빠 :
    에잇, 썅!
    (담배를 피운다.
    사이.
    미소년들, 뒷벽에다가 장난스럽게 유리컵을 마구 던진다.
    뒷벽의 시계가 부서진다)
    엄마 :
    (조용히 일어나 컵이 깨진 곳으로 간다. 맨발로 천천히 짓밟고 다닌다. 암전)

    11. 미소년들
    앞무대에 스포트라이트가 들어온다. 미소년들이 들어온다. 흰 잠옷을 입은 미소년, 무대를 정리한다. 모든 걸 처음의 위치로 가져다놓는다. 그러나 어쩔 수 없는 것들이 있는데 그것은 이미 깨져버린 유리컵과 병, 엄마의 피발자국이다. 검은 예복을 입은 미소년은 씬디싸이져를 밥상에 올려놓고 연주한다. 소리가 들린다. 슬픈 전자음악이지만 비장함이 느껴진다. 연주와 함께 스포트라이트가 사라진다.

    12. 저녁
    스포트라이트가 사라지면서 전체 조명이 들어온다. 탁구대 위에 엄마가 올라가 앉아있다. 쭈그리고 울고 있다. 발에선 피가 흐른다. 뒤에서 흰 잠옷을 입은 미소년이 불안한듯 쳐다보고 있다.
    흰 잠옷을 입은 미소년 :
    (머뭇거리다)
    엄마... 엄마... 울지마...
    (엄마의 눈물을 닦아준다)
    엄마... 엄마... 울지마...
    (흰 잠옷을 입은 미소년, 엄마의 볼에 입을 맞춘다.
    뒤에서 끌어안는다.
    엄마의 유방을 만진다.
    기어 들어가는 목소리로)
    울지마...
    (엄마의 입에 입을 맞춘다.
    손을 엄마의 옷 속으로 집어넣어 유방을 애무한다.
    엄마의 볼에 입을 맞춘다.
    한참동안 키스한다.
    엄마의 옷을 풀어헤친다.
    엄마의 유방이 드러난다.
    부드럽게 유방을 매만진다.
    입으로 유방을 애무한다)
    엄마 :
    (약한 신음소리와 섞여)
    내가 누구 때매 사는데...
    흰 잠옷을 입은 미소년 :
    (자신도 옷을 풀어헤치며 벗어버린다)
    엄마가 참아.
    (다시 키스한다. 머뭇거리며)
    속상해하지마... 원래 그러쟎아.
    (유방을 애무한다)
    엄마, 사랑해요.
    (약한 신음소리와 섞여)
    잘 될 거야... 울지마...
    (성교한다)
    엄마 :
    (신음소리와 섞여)
    내... 목숨... 보다... 귀한... 아들...
    알몸의 미소년 :
    (신음소리와 섞여)
    울지마... 엄마...
    엄마 :
    (돌연히)
    너밖에 없다, 난...
    알몸의 미소년 :
    (그에 반응하여)
    엄마... 사랑해요... 이제 곧 끝날 거야.
    (둘의 성교는 점점 격렬해지며 절정으로 치달아간다.
    검은 예복을 입은 미소년, 씬디싸이져를 들고 들어온다.
    둘이 성교를 하는 모습을 한참 바라보고 서있다.
    조그만 의자에 가서 씬디사이저를 연주한다.
    격렬한 음악, 심취된다.
    음악에 이끌려 아빠가 들어온다.
    둘의 성교장면을 목격한다.
    그는 격노한다.
    서서히 혁대를 끄른다.
    혁대를 손에 감는다)
    아빠 :
    (매우 분노하여)
    아빠는... 아빠야... 망할 자식! 다 소용없어!
    (성교하는 둘에게 다가간다.
    혁대로 알몸의 미소년의 등을 때린다.
    그러나 알몸의 미소년은 계속 성교에 열중한다.
    음악이 한껏 고조된다)
    아빠는... 아빠야...!
    (혁대로 검은 예복을 입은 미소년을 때린다.
    그러나 검은 예복을 입은 미소년은 연주에 계속 심취한다.
    격노하여 흥분한다)
    아빠는... 아빠야! 알아들어?
    (미소년들을 마구 때린다.
    혁대를 미친 듯이 휘둘러 무대를 박살낸다.
    마지막으로 혁대를 크게 휘두르는 순간,
    검은 예복을 입은 미소년, 아빠의 손을 잡는다.
    알몸의 미소년, 절정의 순간, 표정이 일그러지며 몸이 요동친다.
    엄마, 신음소리를 크게 지른다.
    아빠, 알몸의 미소년과 엄마를 쳐다본다.
    일순간 정지.
    검은 예복을 입은 미소년, 예복의 품에서 예리한 칼을 꺼낸다.
    아빠를 찌른다. 알몸의 미소년, 사정한다.
    아빠, 피를 흘리며 죽는다.
    검은 예복을 입은 미소년, 품에서 약병을 꺼내서 알몸의 미소년에게 건넨다.
    알몸의 미소년, 약을 절정에 겨워 사경을 헤매고 있는 엄마의 귀에 붓는다.
    엄마는 요동치며 죽는다.
    음악이 피를 토하듯 강렬하게 흐른다.
    정지된 시간.
    조명이 매우 느리게 암전 된다.
    마지막에 희미하게 부서진 시계에만 빛이 살아있다.)

    13. 저녁이 지나다.
    앞무대에 조명이 들어온다.
    검은 예복의 미소년 :
    씨발놈!
    알몸의 미소년 :
    씨발년!
    사이.
    검은 예복의 미소년, 입고 있던 옷을 모조리 팽개쳐 버린다.
    벗은 옷으로 피를 닦는다.
    알몸의 미소년들은 서로를 분간할 수 없을 만큼 닮았다.
    알몸의 미소년들 탁구대와 키보드를 부순다.
    그리고는 서로 쳐다본다.
    끌어안는다.
    알몸의 미소년 :
    이제 끝난 건가?
    알몸의 미소년 :
    그냥 당분간 조용한 거야.
    (사이)
    알몸의 미소년 :
    밖은?
    알몸의 미소년 :
    잘 때가 됐어.
    알몸의 미소년 :
    오늘은 자지 말자.
    둘은 키스를 한다.
    탱고 음악이 강렬하게 흐른다.
    알몸의 미소년들은 탱고를 춘다.
    둘의 몸이 다리부터 녹아 합쳐지면서 하나의 몸이 되기 시작한다.
    그들은 한 명의 알몸 청년으로 변한다.
    탱고는 계속되고 조명은 끝이 어딘지 모르게 서서히 없어져 간다.

    12. 저녁
    스포트라이트가 사라지면서 전체 조명이 들어온다. 탁구대 위에 엄마가 올라가 앉아있다. 쭈그리고 울고 있다. 발에선 피가 흐른다. 뒤에서 흰 잠옷을 입은 미소년이 불안한듯 쳐다보고 있다.
    흰 잠옷을 입은 미소년 :
    (머뭇거리다)
    엄마... 엄마... 울지마...
    (엄마의 눈물을 닦아준다)
    엄마... 엄마... 울지마...
    (흰 잠옷을 입은 미소년, 엄마의 볼에 입을 맞춘다.
    뒤에서 끌어안는다.
    엄마의 유방을 만진다.
    기어 들어가는 목소리로)
    울지마...
    (엄마의 입에 입을 맞춘다.
    손을 엄마의 옷 속으로 집어넣어 유방을 애무한다.
    엄마의 볼에 입을 맞춘다.
    한참동안 키스한다.
    엄마의 옷을 풀어헤친다.
    엄마의 유방이 드러난다.
    부드럽게 유방을 매만진다.
    입으로 유방을 애무한다)
    엄마 :
    (약한 신음소리와 섞여)
    내가 누구 때매 사는데...
    흰 잠옷을 입은 미소년 :
    (자신도 옷을 풀어헤치며 벗어버린다)
    엄마가 참아.
    (다시 키스한다. 머뭇거리며)
    속상해하지마... 원래 그러쟎아.
    (유방을 애무한다)
    엄마, 사랑해요.
    (약한 신음소리와 섞여)
    잘 될 거야... 울지마...
    (성교한다)
    엄마 :
    (신음소리와 섞여)
    내... 목숨... 보다... 귀한... 아들...
    알몸의 미소년 :
    (신음소리와 섞여)
    울지마... 엄마...
    엄마 :
    (돌연히)
    너밖에 없다, 난...
    알몸의 미소년 :
    (그에 반응하여)
    엄마... 사랑해요... 이제 곧 끝날 거야.
    (둘의 성교는 점점 격렬해지며 절정으로 치달아간다.
    검은 예복을 입은 미소년, 씬디싸이져를 들고 들어온다.
    둘이 성교를 하는 모습을 한참 바라보고 서있다.
    조그만 의자에 가서 씬디사이저를 연주한다.
    격렬한 음악, 심취된다.
    음악에 이끌려 아빠가 들어온다.
    둘의 성교장면을 목격한다.
    그는 격노한다.
    서서히 혁대를 끄른다.
    혁대를 손에 감는다)
    아빠 :
    (매우 분노하여)
    아빠는... 아빠야... 망할 자식! 다 소용없어!
    (성교하는 둘에게 다가간다.
    혁대로 알몸의 미소년의 등을 때린다.
    그러나 알몸의 미소년은 계속 성교에 열중한다.
    음악이 한껏 고조된다)
    아빠는... 아빠야...!
    (혁대로 검은 예복을 입은 미소년을 때린다.
    그러나 검은 예복을 입은 미소년은 연주에 계속 심취한다.
    격노하여 흥분한다)
    아빠는... 아빠야! 알아들어?
    (미소년들을 마구 때린다.
    혁대를 미친 듯이 휘둘러 무대를 박살낸다.
    마지막으로 혁대를 크게 휘두르는 순간,
    검은 예복을 입은 미소년, 아빠의 손을 잡는다.
    알몸의 미소년, 절정의 순간, 표정이 일그러지며 몸이 요동친다.
    엄마, 신음소리를 크게 지른다.
    아빠, 알몸의 미소년과 엄마를 쳐다본다.
    일순간 정지.
    검은 예복을 입은 미소년, 예복의 품에서 예리한 칼을 꺼낸다.
    아빠를 찌른다. 알몸의 미소년, 사정한다.
    아빠, 피를 흘리며 죽는다.
    검은 예복을 입은 미소년, 품에서 약병을 꺼내서 알몸의 미소년에게 건넨다.
    알몸의 미소년, 약을 절정에 겨워 사경을 헤매고 있는 엄마의 귀에 붓는다.
    엄마는 요동치며 죽는다.
    음악이 피를 토하듯 강렬하게 흐른다.
    정지된 시간.
    조명이 매우 느리게 암전 된다.
    마지막에 희미하게 부서진 시계에만 빛이 살아있다.)

    13. 저녁이 지나다.
    앞무대에 조명이 들어온다.
    검은 예복의 미소년 :
    씨발놈!
    알몸의 미소년 :
    씨발년!
    사이.
    검은 예복의 미소년, 입고 있던 옷을 모조리 팽개쳐 버린다.
    벗은 옷으로 피를 닦는다.
    알몸의 미소년들은 서로를 분간할 수 없을 만큼 닮았다.
    알몸의 미소년들 탁구대와 키보드를 부순다.
    그리고는 서로 쳐다본다.
    끌어안는다.
    알몸의 미소년 :
    이제 끝난 건가?
    알몸의 미소년 :
    그냥 당분간 조용한 거야.
    (사이)
    알몸의 미소년 :
    밖은?
    알몸의 미소년 :
    잘 때가 됐어.
    알몸의 미소년 :
    오늘은 자지 말자.
    둘은 키스를 한다.
    탱고 음악이 강렬하게 흐른다.
    알몸의 미소년들은 탱고를 춘다.
    둘의 몸이 다리부터 녹아 합쳐지면서 하나의 몸이 되기 시작한다.
    그들은 한 명의 알몸 청년으로 변한다.
    탱고는 계속되고 조명은 끝이 어딘지 모르게 서서히 없어져 간다.


    윤형섭

    윤형섭

    1976년 서울 출생

    1995년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원 연출과 입학

    1996년 상명대부속여고 연극반 '산허구리'(함세덕 작) 연출, 대한민국 청소년연극제 작품상

    1999년 '구름'(아리스토파네스 작, 최성신 연출) 조연출

  • <저녁>을 뽑고나서
    이윤택


    단막희곡의 미학은 문체와 압축된 구성력에 있다. 자신만의 문체가 형성되지 않고 한편의 삶의 상징으로 제시되지 않는 소재주의적 발상으로 희곡은 쓰여지지 않는다.100편이 넘는 응모작 중에서 자신만의 문체와 자신만의 시각을 갖춘 작품을 발견하기가 어려웠다.극적 소재나 발상으로 희곡을 쓰려는 것이 문제고,극적 행위와 공간이 없는 일방적 말의 성찬은 사적 요설에 지나지 않는다. '아이야 청산 가자'(강석현),'저녁'(윤형섭) 2편을 놓고 고심했다. 우리의 아름답고 무서운 전래 설화가 한편의 희곡으로 수용되고 있다는 점에서 '아이야 청산 가자'는 무척 호감이 가는 작품이었다.그러나 극적 구성력의 결함은 끝내 이 작품을 당선작으로 밀지 못하는 안타까움으로 남는다.너무 현실적 알레고리에 집착하지 말고 고쳐 써 보기를 권한다. '저녁'은 아비세대의 폭력성과 어미세대의 집착을 살해하면서 해방을 꿈꾸는 끔찍한 성년의식,절제된 문체,빼어난 공간 구성력 또한 갖추고 있어서 문학성과 연극성의 조화를 기대해 봄직 하다.그러나 이런 작품에서 우려되는 것이 정서의 박탈감이다.잔혹을 위한 잔혹이 아니라,얼음 속에 묻혀있는 따뜻한 정서의 불씨를 되살려 낼 수 있는 극적 장치가 필요할 듯 하다. 고심 끝에 '아이야 청산 가자''저녁' 2편을 가작으로 추천한다.2편 다 가능성이 있는 작품이고,공연을 통해 수정 보완될 것을 믿기 때문이다.무엇보다 두사람 신인들의 상상력이 매력적이다.
  • 윤형섭

    윤형섭

    1976년 서울 출생

    1995년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원 연출과 입학

    1996년 상명대부속여고 연극반 '산허구리'(함세덕 작) 연출, 대한민국 청소년연극제 작품상

    1999년 '구름'(아리스토파네스 작, 최성신 연출) 조연출

    당선소감을 쓰는 것이 작품을 쓰는 것 보다 더 힘든 것 같습니다. 무조건 감사합니다라며 겸손을 떨기에는 작품이 너무 엽기적이고 그렇다고 쎄게 나가자니 자꾸 잘난척을 하게 됩니다. 우선 기쁜 것은 준비하고 있는 공연제작비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1월말 쌈지돈들을 모아 어렵게 하는 공연이라 상금이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또한 지난 몇 년 동안 칭찬을 받지 못해서 주눅이 들어있었는데 저에 대한 새로운 가능성을 가늠할 수 있게 된 것도 기쁜 일입니다. 그러나 걱정이 되는 일도 많습니다. 비아냥대는 눈들, 영업방해 운운하며 압박해 올 극작전공 친구들, 무엇보다 부모님이 보시게 되면 어쩌나 하는 걱정이 앞서는군요. 보여드리기가 참 민망한 작품이라... 2000년이 오고야 말았습니다. 우리의 버거운 죄짐을 맡았던 세기말이란 단어도 끝장입니다. 이제 우리는 우리의 불안을 어디에 미루어 놓을까요? 이젠 편안히 쉬고 싶은 사람들에게 미안한 일입니다만 나는 나에게 달려드는 따뜻함의 따귀를 갈겨야겠습니다. 스물 네 살, 젊음은 힘겹기 짝이 없지만 아직은 싸워야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부족한 작품에 큰 영광 주신 것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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