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신춘문예

웃는 기와 - 국립경주박물관에서

by  이동찬

  • 작품전문
  • 심사평
  • 당선소감
  • 옛 신라 사람들은
    웃는 기와로 집을 짓고
    웃는 집에서 살았나봅니다.

    기와 하나가
    처마 밑으로 떨어져
    얼굴 한 쪽이
    금가고 깨졌지만
    웃음은 깨지지 않고

    나뭇잎 뒤에 숨은
    초생달처럼 웃고 있습니다.
    나도 누군가에게
    한번 웃어주면

    천년을 가는
    그런 웃음을 남기고 싶어
    웃는 기와 흉내를 내봅니다
    이동찬

    이동찬

    본명 이봉직

    1965년 충북 보은 출생

    1999년 한국방송통신대학 중어중문학과 졸업

    1992년 동시부문 신인상

    1992년 대전일보 신춘문예 동시 당선

    1993년 대구매일신문 신춘문예 동시 당선

    1993년 제1회 눈높이 아동문학상 수상

    2000년 동시집 '어머니의 꽃밭' 출간(12월15일)

    현재 한국방송통신대학 국어국문학과 4학년 재학중

  • <웃는 기와>를 뽑고나서
    노원호(동시작가)


    신춘문예 당선작을 뽑는데 가장 큰 기준을 둔다면 참신함과 독창성을 들 수 있겠다. 그런데 응모된 작품을 다 읽고도 그런 작품이 쉽게 발견되지 않으면 뽑는 사람으로서는 정말 곤혹스러울 때가 있다.

    올해 경우도 예외는 아니었다. 이미 기존의 시인들이 다루었던 소재나 표현 기법, 그리고 그에 담긴 이미지까지 비슷한 것이 많았다. 동시는 동심의 세계를 다루는 것이기 때문에 상투적인 표현이나 공허한 생각을 담아서는 감동을 주지 못한다. 따라서 응모자들은 새로운 것을 찾고, 그것을 독특하게 나타내기 위해서 혼신의 힘을 쏟아부어야 할 것이다.

    응모된 작품 가운데 9편이 예심을 통과해 관심이 대상이 되었고, 이중 최종 심사 대상은 이양수씨의 '하늘을 그리다가', 이선향씨의 '야광별', 이동찬씨의 '웃는 기와'로 압축되었다. 모두 각각 장, 단점을 지니고 있어 우열을 가리기가 무척 힘들었다.

    '하늘을 그리다가'는 한 폭의 그림을 보는 것처럼 상황 전개를 섬세하게 묘사하였으나, 생각의 깊이가 얕아 무게를 실어주지 못했다. 또 '야광별'은 돌아가신 엄마를 그리워하며 시적 상황을 상징적으로 나타낸 것이 좋았으나, 비약이 심해 마지막연의 이미지가 분명하지 못했다.

    결국 시적 완성도가 상대적으로 높은 '웃는 기와'를 당선작으로 올렸다. 깨어진 기와 한 조각을 통해 조상의 웃음을 발견하고, 그것을 자기 것으로 만들어가는 과정을 시적으로 그린 작품이다. 또 많이 다뤄지지 않은 소재를 선명한 이미지로 나타낸 것도 이 시를 돋보이게 했다. 함께 보내온 다른 네 편의 작품도 당선작에 버금갈 만큼 고른 수준을 지니고 있어서 그의 역량을 믿게 되었다.
  • 이동찬

    이동찬

    본명 이봉직

    1965년 충북 보은 출생

    1999년 한국방송통신대학 중어중문학과 졸업

    1992년 동시부문 신인상

    1992년 대전일보 신춘문예 동시 당선

    1993년 대구매일신문 신춘문예 동시 당선

    1993년 제1회 눈높이 아동문학상 수상

    2000년 동시집 '어머니의 꽃밭' 출간(12월15일)

    현재 한국방송통신대학 국어국문학과 4학년 재학중

    시를 쓰려면, 네가 정말 시 한편 써보려면, 천천히, 천천히 길을 걸어야하지. 터벅터벅, 어깨에 힘빼고, 온 몸에 힘빼고 걸어야하지. 그러나 눈빛은 반짝반짝 빛내면서. 그렇게 길을 걷다가, 날마다 들르던 오락실이나, 매콤달콤한 떡볶기집을, 약속시간 늦은 것처럼 지나쳐가고. 그러다 문득, 시멘트 담장 틈에 핀 작은 꽃을 보면, 그 앞에 쪼그리고 앉아, 한번쯤 국어 숙제를 잊어버리기도 하고, 나무에 앉아 깃털 다듬는 새를 만나면, 하루 종일 쫓아다녀도 보고. 꽃하고 무슨 얘기를 나누었는지, 새는 무슨 열매를 따먹었는지, 마음 속 노트에 적어 두면서, 천천히, 정말 천천히 걸어야하지. 그러나 마음은 반짝반짝 빛내야하지.
    이미 등단 절차를 밟은 제가 다시 신춘문예의 문을 두드렸다고 남들이 뭐랄지 모르겠습니다. 최근에 동시집을 내려고 몇몇 출판사에 원고를 보내보았지만 번번이 거절 당하고나니 내가 쓴 시들이 형편없는 것인가, 하는 의심이 일기 시작했고 다시 한번 확인해 보고 싶었습니다.

    동시 쓰는 일, 힘들고 고통스러워도 포기하지 말라는 어느 선생님의 격려를 잊지 않고 늘 신인이라는 생각으로 방심하지 않겠습니다. 뽑아주신 선생님께 감사드리고 다른 분들이 누려야 할 기쁨을 제가 빼앗은 것 같아 죄스럽습니다. 그대신 열심히 쓰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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