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신춘문예

알아서 할게요

by  고지애

  • 작품전문
  • 시놉시스
  • 심사평
  • 당선소감
  • #1. 홍대의 한 라이브클럽

    밴드 아나키스트가 공연을 하고 있다. 100명 정도 수용 가능한 클럽은 채 반이 차지 않았다. 관객 두 명이 새로 들어선다.

    카운터: 누구 보러 오셨어요?
    관객1: 그레이포카리요.
    카운터: (돈을 받고 코인을 두 개 내 준다) 즐거운 시간 되세요. (출연진 리스트 중 그레이포카리에 획 하나를 추가한다)

    입장하는 두 명을 따라가면 막 무대를 끝낸 아나키스트.

    보컬: 감사합니다. 다음 무대 소개해 드릴게요. 개쩌는 보컬이 있는 밴드죠. 세계적으로도 이만한 보컬 찾기 힘들어요. 키 얘기하는 거 맞아요. (웃음) 저희보다 덜 멋있는 밴드 사적인 발차기입니다.
    관객: (환호)

    밴드 사적인 발차기가 나와 사운드체크를 시작한다.

    학철: 안녕하세요 사적인 발차기입니다. 저는 키 안 작은 기학철입니다. (기타 튜닝)
    관객: (웃음)
    학철: 지나 나나 얼마 차이난다고 볼 때마다 키 얘기를 하는지 모르겠어요. (기타에 이펙터를 걸고 이것저것 쳐 본다) 준비 됐어?
    관객: 네!
    학철: 으아아아아아아아악(점프와 함께 발차기)

    하드한 록 공연이 펼쳐진다. 엄청난 보컬의 성량과 함께 다 때려 부술 듯한 퍼포먼스가 인상적이다. 열광하는 관객들.



    #2. 무대 뒤 대기실

    밴드 소립자, 아나키스트, 사적인 발차기가 장비를 정리하고 있다. 한 무리가 모여서 핸드폰으로 뭔가를 보고 있다. 막 무대를 마친 그레이포카리가 대기실로 들어선다.

    그레이포카리: 고생하셨습니다!
    나머지: (맞인사)
    수연: (핸드폰 보는 무리로 가서) 뭐 봐요?
    학철: 야 이거 봐. 우리 이거 나갈라고.

    핸드폰에는 <문화교류 참여 가수 모집> 광고.

    다솜: 어느 나라로 가는데요?
    재영: 랜덤 배정이래.
    수연: 뭐야 존나 무서워.
    학철: 근데 돈을 진짜 많이 줘.
    승우: (애완 벌레가 든 통을 안고)얼마요?
    수연: 아씨, 가까이 오지 말라고!
    학철: 3000만원.
    수연: 에에엥?
    재영: 에어텔 별도지원이야.
    수연: 헐 대박. 왜?
    지훈: (관심 없이 짐을 챙기며) 분쟁지역 문화지원이야. 목숨 값이라니까?
    학철: 죽고 3000 받으면 이득 아니야? 누가 나 죽는데 3000을 줘 보험도 없는데.
    수연: 오, 천잰데요?

    클럽 관리인이 선물 몇 개를 들고 들어온다.

    관리인: (나누어주며) 이거 소립자, 이건 기학철. 이건 정수연(케익을 준다).
    학철: 웬 케익?
    다솜: 오늘 생일이에요.
    재영: 오 진짜? 몇 살 됐냐?
    수연: 서른이요..
    아나키스트 보컬: 니가 벌써 그렇게 됐어?
    수연: 괜찮아요, 저는 동안이잖아요.
    관리인: 오늘 넘어가기 전에 입금 할게. 그리고 지금 디엔디 회식하는데 태연형이 쏜다고 다 오래.
    모두들: (환호)
    관리인: 삼거리 돼지한마리로 가. (나간다)
    재영: 가서 정수연 생일축하 하면 되겠다.
    수연: (질색) 아 진짜 하지 마요. (나간다)
    아나키스트 보컬: (당황)
    재범: 애는 착해요.
    아나키스트 보컬: 저게 착한 거냐?
    재범: 좀 미묘하게 착해서..
    재영: 왜 저래?
    다솜: (웃음) 생일이 너무 싫대요.
    학철: 왜?
    다솜: (으쓱)
    소립자 드러머: (사적인 발차기에게) 형들 오늘도 그냥 가요?
    지훈: 지금 안 가면 차 끊겨.
    소립자 드러머: 저희 집에서 자요.
    지훈: 내일 아침에 일 나가야 돼.
    소립자 보컬: 태연이형이 택시비 줄 거예요.
    학철: 됐다~ 빨리 가서 씻고 잘래.

    왁자지껄 떠들며 대기실을 나서는 뮤지션들.



    #3. 고기집

    그레이포카리, 소립자, 아나키스트, 손끝에 밀크티, T.T.O, 윤태연밴드가 회식중이다. 문화교류 오디션 이야기가 한창이다.

    태연: 난리구만. 주헌이도 나간다더라.
    수연: (캔 음료를 따려고 노력하지만 못 따며) 헉 진짜요? 저 완전 좋아하는데.
    밀크티 베이스: (캔을 따 준다) 용섭이형도 나온대.
    승우: (애완벌레에게 상추를 뜯어 주며) 치타리?
    밀크티 베이스: 치타리 해체했어. 혼자 나온대.
    다솜: 왜?
    밀크티 베이스: 보컬 형 결혼했잖아. 이제 밴드 안 한 대.
    밀크티 기타: 그나마 그 형이 팀 끌고 가던 거니까 끝난 거지 뭐.
    승우, 재범: (쩝)
    아나키스트 보컬: 아, 형 근데 진짜 디엔디 닫아요?
    태연: 어..
    그레이포카리, 소립자: 네??
    태연: 이번 달까지만 해.
    소립자 보컬: 왜요??
    태연: 월세 또 올랐대.
    수연: 와씨. 말도 안 돼.
    소립자 보컬: 얼만데요?
    태연: 850.
    수연: 양아치네, 코딱지만한 지하실이. 지들이 뭘 했다고?
    학철: 재주 부리는 놈 따로 돈 버는 놈 따로지.
    소립자 기타: 세레니티 닫는 거 보고 이러다 디엔디도 닫는 거 아니냐고 했는데 진짜 닫네.
    다솜: 세레니티는 월세 때문에 닫은 거 아니야.
    아나키스트 보컬: 맞아. 그 형 사업해서 돈 잘 벌어.
    소립자 기타: 그럼 왜 닫았어?
    다솜: 재미없대.
    아나키스트 기타: (피식) 그건 그래. 뉴페이스 좆도 안 나와.
    아나키스트 보컬: 새 팀 나왔다고 해서 보면 저 팀 하던 사람이 다른 팀 만든 거고.
    태연: 아이돌이나 힙합 오디션 나가면 한 번에 뜰 수 있는데 누가 굳이 고생하고 싶겠어.
    다솜: 맞아요. 이제 진짜 이게 너무 재밌는 사람들만 남았죠.



    #4. 지하철 안

    장비를 잔뜩 진 사적인 발차기 곁에 팬 세 명이 있다. 사인을 하는 사적인 발차기와 눈을 빛내며 좋아하는 팬들.

    팬1: 너무 재밌었어요!
    팬2: 오늘 씨디 또 샀어요!
    학철: 감사합니다.
    팬3: 오빠들 단공 안 해요?
    학철: 하고 싶죠. 3집 나오면 할 거예요.
    팬1: 3집 언제 나와요?
    욱영: (무언가에 빨려 들어가고 있는 표정)
    학철: 합주 하고 있어요.
    팬2: 곡은 다 나온 거예요?
    학철: 네. 몇 달 안에는 나올 거예요.
    팬3: (눈이 뒤집혀 가는 욱영을 발견하고) 오빠 또 곡 쓰고 있죠?
    욱영: (정신 차리고) 네? 아, 하하.. (머쓱)
    팬3: (지하철 문이 열리자 밖을 보며) 헉, 야 우리 내려야 돼.
    팬들: (허둥지둥 내린다) 다음에 또 봬요!
    사적인 발차기: 감사합니다.
    욱영: 제일 오른쪽 애 말하는 거 엄청 리듬감 있지 않았냐? 8분의 6박자 강약약 중강약약 강박에 점 붙고.
    재영: 눈 좀 뒤집지 마라 애들 놀라잖아.

    (E) 문자 알림음

    욱영: (핸드폰을 보고) 입금 됐다.
    지훈: (약을 먹고) 얼마 들어왔어?
    욱영: 11만원.
    재영: 많이 들어왔네.
    지훈: 관리비 내면 되겠다.
    학철: 야 우리 그거 나가자.
    지훈: 아 쫌.
    학철: 아 왜! 돈 많이 주잖아.
    지훈: 돈 벌려고 음악 하냐고.
    학철: 음악 할 돈은 있어야 될 거 아니야. 눈이 있으면 보라고. 십 년 동안 누가 살아남았는지. 실력 좋은 새끼도 아니고 근성 있는 새끼도 아니고 돈 있는 새끼들이잖아.
    지훈: ...
    재영: 그래 니 마음도 당연히 알겠는데, 우리 이거 하면 당분간 합주실 걱정도 없고 녹음도 좋은 데서 할 수 있어. 믹싱도 외주 맡길 수 있고.
    지훈: 아니, 다치면 돈 몇 푼이 무슨 소용이냐고. 니네가 지금 이게 얼마나 위험한지 감이 안 오는 거야. 우리 같은 듣보한테 돈을 왜 그렇게 많이 주겠어?
    학철: 다칠 일 없다니까? 죽으면 죽었지.
    지훈: 하..



    #5. 합주실 앞

    그레이포카리의 밴드사운드가 흘러나오는 합주실 앞에서 십 대 후반 이십대 초반의 멤버들로 구성된 밴드가 자신들의 차례를 기다리고 있다. 손에는 어디선가 뜯어 온 문화교류 오디션 안내문.

    보컬: 뽑히면 뭐 하지?
    기타: 깁슨 기타 사줘.
    베이스: 나는 콘트라베이스.
    드러머: 뽑힐 수는 있을까?

    그때 출력 최대 앰프의 악기소리를 전부 뚫고 쩌렁쩌렁하게 울리는 수연의 보컬.

    보컬: ...안 될 거 같지?
    드러머: 진짜 미친 거 같다.
    베이스: 그 와중에 발음은 정확한 게 제일 신기해.
    기타: 세상에서 제일 힘없게 생겼는데.
    보컬: 힘은 진짜 없던데? 노래만 저래.
    베이스: 누나네도 나간대?
    보컬: (끄덕끄덕) 아, 이것만 되면 일 년은 일 안 해도 될 텐데.
    기타: 언제쯤 돈 따로 안 벌고 음악만 할 수 있을까?
    드럼: 지금 자살해서 환생하는 게 빠를 걸.



    #6. 건설현장

    지훈과 욱영이 건물을 짓고 있다. 베란다 마무리 작업 중.

    팀장: (폐자재를 발로 툭툭 차며) 이거 다 넣고 쎄멘 부어.
    지훈: 네?
    노동자1: 아 이래 넣고 부으라고! (폐자재를 평평하게 만든 뒤 시멘트를 붓는다)
    지훈: (따라한다)
    욱영: 이래도 돼요?
    노동자1: 다 이래 한다. 벽이나 바닥 두들겼을 때 소리 다른 거 있재? 뜯어보면 다 이렇다.
    욱영: (갸웃거리며 따라한다)



    #7. 건물 밖

    안전모를 벗어 두고 담배를 피우는 지훈과 욱영. 요란하게 염색한 머리칼이 땀에 흠뻑 젖어 있다.

    욱영: 와, 이런 거 뉴스에서나 봤지 진짜 하는 구나. 사기꾼들.
    지훈: 아저씨들이 마음대로 하는 거겠냐. 다 또 누가 시킨 거지.

    그 때 둘 앞을 지나가는 엄마와 아이. 아이는 학원에 가기 싫다고 징징댄다.

    엄마: 너 공부 열심히 안 하면 저 아저씨들같이 된다! (욱영과 눈을 마주치고는 아차 하고 서둘러 간다)
    지훈: (큭큭 웃다가 아이 뒷통수에) 애기야! 이 형 고대 나왔다!
    엄마: (서둘러 간다)
    지훈: (웃음) 너 대학 장학금 받고 다니지 않았냐?
    욱영: 너네 만나고 신세 조졌지.
    지훈, 욱영: (큭큭)
    지훈: (담배 한 대 빨며 먼 산) ..야 우리 그거 나가자.
    욱영: 진짜??



    #8. 한 가정집

    사설 경비업체의 작업복을 입고 경보기를 수리중인 재영에게 걸려 오는 전화.

    재영: 여보세요. 진짜? 신지훈 한대? 응 알겠어. 그거 영상신청서 내야 된다고 했나? 어, 끝나고 바로 갈게. (전화를 끊고 싱글벙글 하며 마무리한다) 고객님 다 됐습니다.



    #9. 전원주택 문 앞

    수연이 벨을 누른다. 곧 열리는 문.

    수연: 으으.. (죽을상을 하고 들어간다)



    #10. 전원주택 내부

    식물원처럼 꾸며진 내부에는 수백 개의 크고 작은 케이지가 있고 각 케이지에는 희귀 곤충들이 들어 있다. 곤충들과 눈을 마주치지 않기 위해 양 눈 옆을 손으로 가리고 잰걸음으로 2층으로 오르는 수연. 마침 승우가 내려온다.

    승우: 왔어?
    수연: (엉엉 울면서 온다) 아 진짜 개싫다고!
    승우: (웃겨하며 달래준다) 어쩔 수 없잖아. 우리집 데탑이 제일 좋은데. 이력서 써놨어. 올라가서 봐. 난 밥 주고 갈게.

    수연은 2층으로 올라가고 승우는 1층으로 내려와 곤충들을 사랑스러운 눈빛으로 바라보며 밥을 준다.



    #11. 2층

    영상편집을 하고 있는 수연에게 승우가 다가온다.

    승우: 어때?
    수연: 좋아. 10kHz 이상은 잘랐어.
    승우: 그거 너밖에 안 들린다니까.
    수연: 심사위원 중에도 들리는 사람 있으면 어떡해.
    승우: (절레절레)
    수연: 다했어. 애들도 괜찮다고 하면 보내자. (멤버들에게 전송한다)



    #12. 화물트럭

    자신의 대형 화물트럭 휴게공간에 반쯤 누워 베이스를 치고 있는 다솜. 핸드폰이 울리자 확인한다. 영상을 보고 있는데 누군가 트럭의 문을 두드린다. 트럭 밖으로 나가는 다솜. 팀장과 고용인이 있다. 다솜을 보고 흠칫 놀라는 고용인.

    다솜: (악수를 청한다) 안녕하세요. 김다솜입니다.
    고용인: (악수를 받는다) 젊은 아가씨가 이런 일을 해요?
    팀장: 5년도 넘었어요. 웬만한 남자들보다 훨씬 나아. (다솜에게) 다 됐어, 출발해.
    다솜: (웃음) 네. 다음에 또 뵐게요. (차에 오른다)
    고용인: (돌아가며) 어쩌다 이걸 하게 됐대?
    팀장: 아버지 돌아가고 물려받은 거예요. 아주 애가 똑부러져.
    고용인: 그러게 말이야. 돈은 잘 벌어도 젊은 여자가 하겠다고 나서기 쉽지 않은데.

    점프- 다시 트럭 안. 시동을 거는데 먹통이다. 한숨을 쉬고 운전석 아래로 들어가는 다솜.

    #13. 심사장

    회의 테이블로 들어서는 세 명의 심사위원. 테이블 위에는 서류가 산더미처럼 쌓여 있다.

    심사1: 헤엑? 이게 다 뭐래요?
    심사2: 뭔 신청이 이렇게 많아? 우리나라 인디 뮤지션이 이렇게 많은가?
    심사3: 그냥 섭외를 하지 뭐하러 오디션을 본대요? 그 돈 주면 거절할 팀 없을 텐데.
    심사1: (앉아 서류를 들추며) 어떻게 될지 모르니까요. 무슨 일이라도 생기면 자원한 게 책임 피하기 좋잖아요.
    심사2: (서류심사를 시작한다) 아이고~ 청춘들아~

    점프- 합격과 불합격으로 나눠진 서류들. 빔프로젝터에서는 라이브 영상이 나오고 있다.

    심사1: 여기 기타 치는 친구가 국회의원 아들이에요.
    심사2: 그럼 볼 것도 없지. 다음.
    심사3: (다음 영상을 튼다. 그레이포카리)
    심사2: 얘네가 아직도 못 떴어? 데뷔했을 때 주변에서 다 데려가려고 난리였는데?
    심사1: 그러게요. 초반에 방송도 많이 나오고 하더니.
    심사3: 소문이 좀 있긴 해요.
    심사1: 무슨 소문?
    심사3: 피디 구타가 있었다는데..
    심사1: 피디를 팼다고? 얘네가? 왜?
    심사3: 그게.. 성추행을 했대요.
    심사2: 어휴 아직도 그러고 다니는 놈들이 있어?
    심사1: 그냥 넘어갔어? 폭행 신고 안 하고?
    심사3: 여자애들한테 맞은 거라 신고도 못 했대요. 베이스로 뒤통수를 깨버렸다는데.
    심사2: (너털웃음을 지으며 지원서에 뭔가 표시한다) 다음 거 보지.
    심사3: (다음 영상을 튼다. 혼자 클래식기타를 연주하며 노래하는 주헌. 기타연주가 상당한 실력자) 마지막 팀입니다.
    심사1: 클래식기타에 노래를 불러?
    심사3: 요즘 핫한 친구예요.
    심사1: 대한민국에 음악 잘 하는 친구들이 이렇게 많네~
    심사2: 조선통신사 뽑는 기분이구만.
    심사3: 왜요?
    심사2: 그때는 바다 건너는 게 워낙에 위험하니까 좋은 집안 사람들은 자기 자식 안 보냈어. 근데 또 조선 입장에서는 일본에 내세울만한 최고 똑똑한 애들 보내야 되잖아. 그러다 보니까 뽑히는 게 엄청 똑똑한데 집안 때문에 높은 벼슬은 못 하는 뭐 그런 사람들인 거지.
    심사3: 아이고..
    심사2: 자 그럼 이제 끝난 거지? (합격자들 서류를 모아 정리한다)



    #14. 공항

    비행기들이 이착륙하는 인천공항의 활주로 모습. 공항 내부로 화면전환 되면 사적인 발차기, 주헌이 모여 있는 곳으로 그레이포카리가 손을 흔들며 온다.

    수연: 저희 왔어여!!!
    그레이포카리: 안녕하세요.
    사적인 발차기: 안녕
    주헌: 안녕하세요.
    수연: 악! 주헌씨 저 완전 팬이에요!! 사인 받으려고 씨디도 가져왔어요!
    주헌: 아, 감사합니다. 저도 팬이에요.
    수연: (씨디를 내민다) 여기에 해 주세요!
    주헌: 네.
    수연: (사인을 하는 주헌을 보다가 주헌의 여권을 발견한다) 엥? 여권 뭐예요? 한국 사람 아니에요?
    주헌: 아, 네. 저 중국인이에요.
    학철: 진짜?? 왜?
    주헌: 중국에서 태어났어요. 어머니가 중국분이세요.
    재영: 헐 완전 몰랐어. 한국어 왜 그렇게 잘해?
    주헌: 아버지는 한국분이세요.
    재영: 아. 그럼 부모님은 어디 계셔?
    주헌: 두 분 다 중국에 계세요.
    학철: 근데 왜 혼자 한국에 있어?
    주헌: 부모님이 음악 하는 거 싫어하셔서요.
    모두들: 아아..
    수연: 사이 안 좋아요?
    주헌: (쓴웃음) 음악 그만 두면 연락하라고 하셨어요.
    모두들: (익숙한 이야기라 씁쓸하게 웃는다)
    다솜: (분위기 전환 시도) 자, 다 여권 줘.
    그레이포카리: (여권을 내민다)
    욱영: (앙상한 수연의 팔을 보고) 수연이 너 살 더 빠졌어?
    수연: 네. 요즘 바빠가지고.
    욱영: 완전 뼈밖에 없어.
    수연: 지금 41kg예요.
    재영: 우리 집 개랑 비슷하다.
    수연: 아~~ 졸라짜증나~ 이제 가슴 아예 없어~~
    남자들: (못들은 척..)
    다솜: (모은 여권을 보다가 얼굴이 흙빛이 된다) 야 황재범. 너 여권 만료됐는데?
    재범: (여권을 받아들며) 뭐?
    수연: 진짜 개소리하지 말자.
    승우: (어깨너머로 확인하고 경악)
    다솜: 하.. 내가 확인하랬지? 했다며?
    재범: 당연히 남았을 줄 알고..
    학철: 진짜 만료됐어?
    수연: 아 미친놈아!!! 또라이 아니야??
    다솜: (절레절레)
    승우: 와 진짜 믿을 수가 없네.
    재범: 재, 재발급 받는 데 얼마나 걸리지?
    수연: 뭔 재발급이야. 그냥 꺼져. 아 시발!
    재범: 미안..
    수연: (욱영에게) 오빠 우리 드럼 쳐 주실 수 있어요?
    욱영: 응? 내가 어떻게 쳐.
    수연: 아니에요, 칠 수 있어요. 오빠가 쳐야 돼요. 오빠가 칠 수밖에 없을 걸요? 아 제발~~~~
    다솜: 부탁드릴게요. 오빠 마음대로 치시면 돼요.
    재범: 형 죄송해요 한 번만 해 주세요.
    욱영: 알겠어. 근데 퀄리티는 장담 못해.
    수연, 재범: 야호!!
    다솜: 진짜 감사해요. 일단 드럼만 따서 드릴게요. (재범에게) 너 빨리 수연이 작업실 가서 드럼만 뽑아 보내. mp3 파일이랑 악보랑 해서 내 메일로.
    재범: 알겠어.
    수연: 뛰어가!
    승우: 그럼 우리 애들 한 번씩 보러 가 줘.
    수연: 아 맞네, 오빠 벌레도 같이 보내.
    승우: (가져온 상자를 감싸며) 아 안 된다고. 밥 줄라고 데려 가는 거 아니라니까.
    학철: 너 벌레도 데려가?
    승우: (신나서 설명) 네. 얘가 호박점 긴다리 무당벌레인데요, 우리 가는 데에서 차로 두어 시간만 가면 다할 사막이 있거든요. 거기 북부에 데프캄 이라는 지역이 있는데 얘가 전 세계에서 딱 거기에만 산단 말이에요. 대박이잖아요. 평생 얘가 언제 그 근처라도 가보겠어요. 그래서 같은 하늘 공기라도 쐬게 해 주려고요.
    수연: 아무도 안 궁금하거든?
    다솜: 얼른 가.
    재범: (다시 캐리어를 끌고 떠난다) 그럼 전 갈게요. 다들 조심히 다녀오세요.
    사적인 발차기: 잘 가.
    주헌: (꾸벅)
    다솜: 우리도 짐 부치러 갈까요?



    #15. 짐 부치는 곳

    산더미같은 짐을 부치고 있는 뮤지션들

    다솜: 오빠들 짐이 왜 이렇게 많아요? 기타 몇 대예요?
    지훈: 우리 세 대씩 9대.
    다솜: 히익, 뭐 그렇게 많이 가져가요?
    지훈: 튜닝 다른 거 한 곡 있어서 스페어까지 세 대야.
    수연: 굳이 튜닝 다른 걸 했어야 됐어요?
    지훈: 기학철이 죽어도 해야겠대.
    재영: (번쩍거리는 승우의 하드케이스를 보며) 우와. 케이스 멋있다.
    승우: 쩔죠? 방탄이에요. 기타도 방탄기타 가져왔어요.
    재영: 그런 것도 있어?
    승우: 커스텀 했어요. 총기국 가는데 이정도 준비는 해야죠.
    다솜: 걱정과민증이에요.
    수연: 우리 막내 짐 부쳤어?
    주헌: 네.
    욱영: 그새 말 놨냐.

    떠들썩한 뮤지션들. 즐거워 보인다.



    #16. 기내

    입장해 자리를 잡고 앉는 뮤지션들. 승우가 가죽 자켓을 벗자 옆자리의 학철이 유심히 자켓을 바라본다.

    학철: 비싸 보인다?
    승우: 아, 형, 역시. 네 이거 제가 가진 옷 중에 가격 탑3 안에 들 걸요? 통 소가죽인데 백퍼센트 천연이라 합성염료 처리도 안 했고 전부 손바느질이에요.
    수연: 누가 저 저렴한 입 좀 다물게 해 주세요.
    학철: 나중에 나 무대 할 때 빌려줘.
    승우: 근데 누구시죠?
    다솜: (욱영에게 아이패드를 건네준다) 오빠 여기요. 첫 번째 곡은 1절 끝날 때까지 드럼 없어요. 악보랑 음악 참고만 해 주시고 편하게 쳐 주세요. 악보 넘겨 줄 사람은 가서 스텝한테 부탁 해 볼게요.
    욱영: 응, 알겠어.

    기내 방송이 나온다. 뮤지션들은 설레며 안내사항에 따른다.



    #17. 카자흐스탄 악당 본부

    어둡고 퀘퀘한 폐건물 안에 몇 명이 각자 시간을 죽이고 있다. TO는 낡은 기타를 치고 있다. 한쪽 구석에 오줌을 싸고 있는 보스. AJ가 덩치 좋은 용병 한 명을 데리고 들어온다. 모두는 영어를 쓴다.

    AJ: 보스, 이번 작전에 투입할 신입입니다.
    보스: 그래. 네 이름을 정해 놓았다. (오줌을 싸고 있는 그대로 뒤를 돈다) VI다.
    VI: (여러 의미로 휘둥그레지는 눈)
    TO: (기타를 튕기며 그 모습을 보고 웃다가 일어나 다가와서 손을 내민다) 내가 이번 작전 대장이다.
    VI: (악수)



    #18. 카자흐스탄 공항/ 차 안/ 호텔

    질주하는 록 음악과 함께 뮤지션들을 태운 비행기가 착륙하는 카자흐스탄 공항의 전경이 펼쳐진다. 음악 이어지며 화면이 전환되면 드넓은 사막을 가로지르는 차 안의 뮤지션들. 그닥 좋지 않은 숙소에 도착해서 짐을 내린다. 그래도 신나 보인다. 짐을 내리는 지훈 옆에서 현지 가이드가 대사관에 전화를 걸어 그들의 도착을 알린다.



    #19. 호텔 객실 안

    늦은 밤, 씻고 나오는 승우. 재영이 소형 앰프(thr10)에 연결한 멀티이펙터(boss)에 기타를 꽂고 헤드폰을 낀 채 기타를 연습하고 있다. 옆에는 분해된 소형 이펙터와 온갖 공구들이 널려져 있다. 음소거 된 티비도 틀어져 있다. 젖은 머리칼을 털고 멋있는 표정으로 셀카를 이리저리 찍던 승우에게 수연의 메시지가 온다.

    승우: (몸짓으로 재영에게 티비를 꺼도 되냐고 묻는다)
    재영: (헤드폰을 벗고) 자게?
    승우: 아니요. 옆방 정수연인데 티비 언제 끄냐고 물어봐서요.
    재영: 음소거 아니었어? 해놨는데?
    승우: 아 걔는 고주파를 들어요. 소리 안 나도 켜져 있는 거 알더라고요.
    재영: 엥? 그럴 수가 있어?
    승우: 찾아보니까 초등학생 정도 까지는 듣는 사람 많대요. 초딩도 아니면서 왜 그러는 지 모르겠어요. 맨날 시끄럽다고 난리예요. 정말 지랄맞죠?
    재영: 신기하네. 다른 소리도 잘 들어?
    승우: 아니요. 저음역은 오히려 남들보다 못 들어요. 제 생각엔 그냥 가청주파영역이 남들보다 좀 위쪽인 거 같아요.
    재영: 그래도 그러면 음악 할 때 좋겠네. 녹음할 때 잡음을 잘 잡는다든가.
    승우: 전혀요. 어차피 악기주파수는 그렇게 안 높으니까. 그냥 살기만 힘든 거죠. 전자기기는 거의 다 고주파 쓰는데. 불 켜 놓는 것도 시끄럽대요. (티비를 끈다)
    재영: 역시 천재는 어디 한두 군데 이상한 데가 있어.
    승우: (웃음) 그죠. 그거 아니었으면 같은 팀 절대 못할 인간이에요.
    재영: (이펙터와 앰프를 가리키며) 그럼 이것도 시끄러운 거 아니야?
    승우: 또 시끄럽다고 할 때 끄면 돼요. 형 이거 지금 만드는 거예요? 형 이펙터 만들어서 쓴다고 하셨죠?
    재영: 아, 여기 정전 자주 된다고 하길래 꾹꾹이 만들어 놓으려고. 이건 그냥 건전지 끼우면 되니까.
    승우: 현장 앰프가 안 되면 소용없는 거 아니에요?
    재영: 어. 발전기도 하나 가져오긴 했어.
    승우: 대박이다. 우린 기타 선도 귀찮아서 무선으로 가져왔는데.
    재영: (웃음) 우린 길이별로 다 가져왔어. 50m 짜리도 있어.
    승우: 아하하하. 그런 걸 팔아요? 아 맞다. 저 그거 톤 좀 알려주세요. 왜 1집에 트랙 1번곡이었나 기타 오버드라이브 짱짱하게 걸었는데 별 같은 소리 나는 거 있잖아요.
    재영: 아 그거, 그거는 어쩌구 저쩌구..

    점차 줌아웃. 학구열이 불타는 밤이다.



    #20. 호텔 식당

    제공되는 조식이 형편없다. 깨작대는 뮤지션들.

    승우: 공연장 시내라고 했지? 리허설 끝나고 나가서 밥 먹자.
    다솜: 다 같이 가요.
    학철: 정수연 안 왔어?
    다솜: 수연이 원래 공연할 때 거의 안 먹어요. 음식 조금만 잘못돼도 아파서.
    재영: 진짜 예민하구나.
    승우: (끄덕끄덕)

    욱영과 주헌이 접시를 들고 합류한다.

    욱영: (앉으며) 야 대박. 이새끼 영어 존나 잘해.
    주헌: 아, 아니에요.
    지훈: 진짜? 중국어도 할 수 있을 거 아니야.
    주헌: 조금씩만 할 수 있어요.
    욱영: 야 씨, 그게 조금이면 많이는 뭐냐.
    학철: 아 영어 잘 하는 거 진짜 부럽다. 내가 영어 잘 했으면 영국 씹어 먹었을 텐데.
    재영: 어떻게 잘해?
    주헌: 그냥 대학교를 미국에서 다녀서 그래요.
    다같이: 이열~~~~~
    주헌: (부끄럽다)
    다솜: (핸드폰을 보며) 안 나오네.
    승우: 뭐?
    다솜: 지금 나오는 거 음악검색 했는데 안 나와.
    지훈: 이거? 이집트 곡인데 000의 0000이야. (당시 유행하는 곡)
    다솜: 대박. 그런 걸 어떻게 알아요?
    학철: 맞다. 우리팀에도 자랑할 거 있어. 신지훈은 모르는 음악 없어. 완전 미친놈이야.
    지훈: 지식인이지.
    다솜: 세계 모든 음악 다 아는 거예요?
    지훈: 아니 유명한 것만. 그걸 어떻게 다 알어.
    재영: 아니야 한 번 들은 건 다 기억해.
    승우: 쩌네요. 개멋있다.
    지훈: 형이 되게 멋있는 사람이야. (약을 먹는다)
    학철: 병신ㅋㅋㅋ
    승우: 무슨 약이에요?
    학철: 진짜 병신이라 약 먹는 거야.
    지훈: 원래 범인들의 세상에서 천재는 병자 취급을 받는 법이다.
    재영: 저혈압 약이야.
    주헌: 근데 형 진짜 천재같아요. 저 형 곡 다 너무 좋아해요.
    지훈: 아니 어제 둘이 누웠는데 갑자기 저 형 너무 좋아요라고 고백하는 거야. 그 불 다 꺼진 깜깜한 방에서.
    모두들: (박장대소)
    학철: 그래서?
    지훈: 미안하다고 난 결혼할 여자친구 있다고 했지.
    승우: (학철에게) 형, 그거 맞는 거 같아요.
    다솜: 오빠 결혼해요?
    지훈: 하고 싶지.
    다솜: 왜 안 해요?
    지훈: 돈이 없으니까.
    다솜: 앗 갑자기 숙연..
    학철: 신지훈 여친 대박이야. 4년째 이새끼 먹여살리고 있어.
    지훈: 잘생긴 남자의 인생이란..
    다솜: (학철에게) 오빠, 그거 맞는 거 같아요.

    즐거운 아침 시간을 보내는 뮤지션들.



    #21. 공연장

    작열하는 태양 아래 아지랑이가 피는 엉성한 무대 위. 다들 더위에 지쳐 보이는 와중에 스텝과 말다툼을 하는 중인 수연. 무언가 잘 안 맞는지 짜증을 내며 무대를 내려가 버린다. 뒤쫓아가는 다솜.

    다솜: 야, 야. 가면 어떡해.
    수연: 아 시발 완전 또라이들 아니야. 뭐 하자는 건데?

    소란에 다가오는 사적인 발차기와 주헌

    학철: 왜? 뭔 일 있어?
    다솜: 앰프 연결 3구밖에 안 된대요. 마이크도 두 개밖에 없는데 드럼 마이크도 없어서 그나마 하나는 드럼에 둬야 돼요.
    재영: 너네 마이크만 세 대 쓰지 않아?
    다솜: 그러니까요.
    수연: 엠알 틀래요. 엠알이 어딨어요. 미리 말하던가. 그냥 나 혼자 와서 입 뻥끗댔어도 되잖아?
    학철: 좆됐네. 어떻게 해도 3개로는 못 맞추는데.
    재영: 일단 thr이라도 쓸까? 두 개 가져왔지?
    지훈: 어. 모니터 스피커 없을까봐 가져왔는데 과소평가했네.
    다솜: 저희 빌려주실 수 있어요?
    재영: 당연하지 가져가. (자신의 기타에서 thr 앰프를 떼 준다)
    지훈: 갖다 줄게. (자신의 앰프와 발전기를 들고 무대로 향한다)
    다솜: (재영의 thr을 받아 들고) 감사합니다. (수연을 달래며 잡아끈다) 야 뭐 엠알같은 헛소리 듣는 거 하루 이틀도 아니고, 지금 더워서 짜증난 거야. 빨리 하고 시원한 데 가자.
    수연: (끌려가며) 아 시발 짜증나! 그럼 안 멋있단 말이야!! 개허접해 보인다고!!! 우리 안 허접하잖아 우린 존나 멋있는데 왜 안 멋있어야 되냐고!!!
    재영: (혼잣말) 귀여워..
    학철: (기겁)
    주헌: 밴드는 힘들겠어요. 짐도 많고 세팅도 힘들어서.
    재영: (웃음) 그 맛에 하는 거지.

    시작된 그레이포카리의 리허설. 악에 받친 수연이 공연장이 떠나갈듯 소리를 지른다.

    재영: 화난 거 좋네..
    학철: 속으로만 생각해라.

    멀리에서 리허설을 지켜보던 높아 보이는 사람 몇 명이 그레이포카리의 무대를 보면서 쑥덕거린다. 이어 관계자를 부르는 그들. 점프- 그레이포카리의 리허설이 끝나고 내려가는 수연을 따라가는 관계자.

    스탭: 사적인 발차기 사운드체크 하겠습니다.
    사적인 발차기: (올라가며) 네!
    관계자: 저 수연씨..
    수연: (물을 꿀떡꿀떡 마시다가 뒤를 돌며 눈을 크게 뜬다)
    관계자: 혹시 긴 옷 있으세요?
    수연: ? 걸칠 거는 있어요.
    관계자: 하의는 없죠?
    수연: 네.
    관계자: (조심스럽게) 그럼 이거 입고 해 주셔야 될 거 같아요. (차도르를 내민다)
    수연: 하..
    다솜: 거봐. 내가 긴 거 입어야 될 거라고 했지?
    수연: (받아들며) 으으.. 삼천만원...

    무대 위에서는 무대 진행 스텝이 빨리 시작하라고 소리를 지르고 있다.

    학철: 올라온 지 삼십초 됐냐?
    재영: (큭큭대며 묵묵히 악기 세팅한다. 선을 연결하는데 벗겨진 접합부에서 불꽃이 튄다) 불도 피우겠네. (지훈에게) 야 절연 테이프 있지?
    지훈: (주머니에서 절연테이프를 꺼내 던져준다)



    #22. 사막

    모래바람을 일으키며 사막을 가로지르는 군용 트럭 세 대. TO, AJ, VI 셋이 한 차에 타고 있다.

    VI: 근데 왜 연예인이죠?
    TO: (운전을 하며) 주목받기 좋으니까.
    AJ: 정부가 안 줘도 팬들이 모아서 줄 거야. 생일 선물로만 몇 억씩 받는대.
    VI: 오마이갓. 몇 억이요? 나도 이거 때려치우고 한국 가서 가수나 할까.
    AJ: 유튜브에 BTS 쳐서 보고도 할 생각 들면 가봐.
    VI: BTS가 뭐죠?
    AJ: K-pop 가수. 내 조카가 좋아해.

    그때 갑자기 뒷 차가 폭탄을 맞고 폭발한다. 이어지는 집중 포격. 혼비백산하는 악당들. 한 차의 운전자가 총을 맞고 핸들을 꺾으며 숨져 차량이 모래언덕 아래로 굴러 떨어진다. 금세 벌집이 된 차에서 피가 흘러나온다. 아비규환. 한 대의 차량만이 간신히 반격하며 공격지역을 서둘러 빠져 나온다.



    #23. 안전한 곳

    상황을 정비하는 악당들. 허벅지에 피를 흘리고 있는 AJ와 응급 처치를 하는
    TO. VI는 망을 보고 있다.

    TO: 시발 좆같은 미국놈들!
    AJ: 나 병신아? 악 시발 존나 아프다고!
    TO: 이제 니가 운전해 그것밖에 못하게 된 새끼야.
    VI: 예정대로 진행 하는 겁니까?
    TO: 어차피 지원 요청해도 시간 안에 도착 못 해.
    VI: 하지만 셋이 가능하겠습니까?
    TO: 멸치새끼들이라 백 명도 잡을 걸. 물자 리스트업해서 보고해. 출발한다.
    VI: 네.
    AJ: (출발한다)
    TO: (통신을 시도하지만 잘 되지 않는다)
    VI: 풀탄창 13개 수류탄 15개 수갑 두 개 케이블타이랑 밧줄 약간 있습니다.
    TO: 환장하겠네.
    VI: 물은 충분합니다.
    TO: 닥쳐.
    VI: (시무룩)



    #24. 공연장

    기타를 치며 노래하고 있는 주헌. 관객석에는 파리만 날리고 앞쪽에 몇 명 형식적으로 앉아 있는 고위 관계자들은 옆에서 가림막과 부채질을 해 주고 있다. 무대 아래에서는 드론으로 무대를 촬영 중인 승우.

    학철: 웬 드론이야?
    승우: 무대 영상 찍으려고 가져왔어요. 원래 팬분들이 해주시는데 오늘은 없으니까.
    재영: 야 대박이다. 카메라 달려있는 거야?
    승우: 아니요. 카메라는 따로 끼운 거예요. 드론은 들어주기만 하고.
    학철: 카메라 무겁지 않아?
    승우: 네 엄청 무거워요. 일부러 적재가능무게 큰 걸로 샀어요.

    그 너머로 멀리 보이는 대형차량에 초점이 맞춰지면 차 뒤에 숨어 무대 쪽을 보고 있는 악당 둘.

    TO: 뭐야? 사람 아무도 없는데?
    VI: 아직 시작 안 한 거 아닐까요?
    TO: (시계를 보고) 시작은 한 거 같은데, 경호고 뭐고 하나도 없네.
    VI: (천막을 쳐 놓은 간이 대기실을 가리키며) 저쪽에 가수들이 있는 것 같습니다.
    TO: 넌 대기실 뒤로 가.
    VI: 네. (흩어지는 둘)

    무대가 끝나고 무반응 속에 인사하고 내려가는 주헌. 이어 그레이포카리가 올라온다. 차도르를 입고 있는 수연.

    수연: (영어) 안녕하세요. 그레이포카리입니다. 뜻 깊은 자리에 초대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우리는 한국의 사이키델릭 록밴드입니다. 오늘 들려드릴 곡은 총 세 곡입니다. 즐겨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시작되는 연주. TO가 재빠르게 움직이며 수류탄을 관객석 쪽에 하나, 무대 전면과 좌측에 각각 한 개씩 뽑아서 던진다. 곧 연달아 일어나는 폭발. 공연장은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된다. 이어 무대 아래 좌측에서 총을 난사하는 TO. 고위급 관계자들이 가장 먼저 경호를 받으며 대피하고 몇 없는 관객들도 재빨리 공연장 밖으로 뛰쳐나간다. 스탭들도 재빨리 차량에 올라 출발하는데 뮤지션들만 악기를 챙기느라 굼뜨다. 무대 위에서는 욱영과 그레이포카리 멤버들이 이어지는 폭발과 총기 난사 속에 장비를 분해하느라 정신이 없다.

    스탭: 뭐 하세요! 빨리 타세요! 놔두고 와요!
    학철: 안 돼요!
    스탭: 다 죽어요! 그냥 와요!
    지훈: 차 한 대만 주고 먼저 가세요! 알아서 갈게요!
    스탭: 무슨 말도 안 되는(가까운 곳에서 다시 수류탄이 폭발한다) 으악! (지훈에게 차키 하나를 던진다) 빨리 따라 오세요!
    지훈: 네 얼른 가세요!

    마침 무대에서 내려오는 그레이포카리와 욱영. 뮤지션들을 빼고 전부 출발한 차량들.

    지훈: (차를 찾는다. 스마트키에 반응하는 한 승합차량) 야! 다 저기로 가!

    달려가려는데 천막 뒤에서 나온 VI. 마구잡이로 발포한다. 엎드리는 뮤지션들. 계단을 내려오던 욱영이 뒤에서 그대로 VI를 덮친다. 덩치로 밀리지 않는 욱영. 재빨리 총을 빼앗아 내던진다.

    욱영: 뛰어!!

    다시 일어나 달리는 뮤지션들. 그러나 다시 발포되는 총탄. 어느새 따라 붙은 TO가 뮤지션들을 겨누고 있다. 다시 엎드린 뮤지션들. 지훈이 얼른 VI의 총을 잡아든다. 한 손으로 엄청난 속도와 기술로 견착하고 TO를 향해 쏜다. 구조물 뒤로 숨는 TO.

    VI: 시발 저거 뭐야?
    지훈: 빨리 가!
    학철: 오 의장대 짬바! (달려간다)

    다시 내달리는 뮤지션들. 욱영도 VI를 뿌리치고 달린다. TO와 VI를 향해 총질하며 뒷걸음치던 지훈도 총알이 바닥나자 총을 버리고 차량으로 달려간다. 하지만 승합차량을 난사하는 TO. 타이어가 차례대로 터지고 이어 엔진이 폭발한다.

    욱영: 뒤로! 흩어져!

    돌아서서 뛰려는 데 막아서는 TO, 다시 다른 방향으로 틀어 보지만 어느새 총을 주워 새 탄피를 끼운 VI가 총구를 겨눈다. 또 다른 방향으로 향하자 군용 차량으로 막아서는 AJ, 도망칠 구석이 없다. 한 군데에 몰린 뮤지션들.

    재영: 시발
    학철: 좆됐다..
    TO: 손 머리 뒤에 올리고 엎드려!

    다솜, 수연, 주헌, 욱영이 재빨리 엎드린다.

    TO: (엎드리지 않은 멤버들 가까이에 발포하며) 엎드려!
    주헌: (영어) sorry, 그들은 영어를 알아듣지 못합니다. (한국어) 형들 엎드려요.

    주섬주섬 따라하는 학철, 재영, 지훈.

    VI: (욱영을 걷어차며) 좆같은 새끼.
    TO: 그새끼만 수갑 채우고 나머지는 케이블 타이로 묶어.
    VI: 네. (빠르게 모두를 뒤로 포박하고는 몸수색을 한다)
    TO: 뭐 하는 거야? 한국인은 총 없어 멍청아.
    VI: 하지만 아까..
    TO: 한국 남자는 다 군대 갔다 와서 그래.
    VI: (히익?)
    TO: (겨눈 상태로) 일어서!

    주섬주섬 일어나는 뮤지션들.

    TO: 차에 타.

    주섬주섬 장비를 챙기는 뮤지션들.

    VI: 그걸 왜 챙겨!
    주헌: (영어) 가지고 가게 해 주세요. 부탁드립니다.
    VI: 곧 죽을 마당에 기타는 가져가서 뭐 해?
    수연: (영어) 죽을 때 같이 묻히게요..
    TO: ..냅둬. (먼저 차에 올라탄다)
    VI: (뭐야 시발..) 빨리 가!

    뒤로 묶인 손으로 어기적 어기적 장비를 챙겨 들고 차에 올라타는 뮤지션들. 마지막으로 VI가 타고 출발한다.



    #25. 폐건물

    어느새 해가 졌다. 공사를 하다 만 5층짜리 건물 앞에 멈춘 차량.

    VI: (총으로 뮤지션들을 쿡쿡 찌르며 깨운다) 어이, 일어나. 내려. 이 와중에 잠이 오냐?

    부스스 일어나 장비를 챙겨 내리는 뮤지션들. TO는 AJ를 부축해서 올라가고 VI는 뮤지션들 뒤에서 총을 겨눈 채 따라간다. 계속해서 올라가는 모두. 지훈이 바깥을 본다. 주변엔 마찬가지로 폐건물 뿐이고 저 멀리 불빛이 보인다. 역시 주변을 둘러보는 수연. 계단 층마다 CCTV가 촬영되고 있다.

    학철: 배고파..
    VI: 셔럽 보이

    5층에 이르자 넓은 공간 한 쪽에 감옥이 마련되어 있다. 감옥 안으로 던져지는 뮤지션들. TO는 서랍을 뒤적거리더니 수갑을 여러 개 찾아낸다.

    TO: (VI에게) 쇠창살에 묶어.
    VI: 네.

    뮤지션들의 케이블타이를 끊고 창살과 한쪽 손에 수갑을 채우는 VI. 뮤지션간은 서로 닿지 않을 정도로 떨어뜨려 놓았다. 감옥 밖에서는 AJ가 웃통과 바지를 벗고 상처를 소독하고 있다. 조각 같은 몸매이다. 그 모습을 바라보는 수연과 다솜.

    수연: (속삭임) 아 존나 섹시해.
    다솜: (풉)

    웃음소리에 돌아보는 악당들. 어이가 없다.

    VI: (다솜에게 다가온다) 뭐야. 웃음이 나와? 뭐라고 했어?
    수연: (영어) 아.. 저.. 그게.. 잘생겼다고 했어요..
    AJ: (웃음)
    VI: 미친년 아니야? (수연의 멱살을 잡는다)
    AJ: 맞는 말 했다고 괴롭히지 마라.
    VI: (차도르를 벗기고 깜짝 놀란다) 어린애잖아?
    수연: (??)
    VI: 너 몇 살이야?
    수연: 썰티..
    VI: 썰틴?? 동양인들 어려 보인다더니 그것도 아니구만.
    수연: (???)
    다솜: (가만히 있어..)
    TO: 그럼 12살일 거야. 한국은 한 살 더 높이거든.
    AJ: 역시 어린애 눈이 정확하지. (수연에게) 얘야, 나오렴.
    VI: 뭐 하는 겁니까?
    TO: 놔둬. 아동복지의 나라에서 온 놈이라 그래.
    수연: (쭈뼛쭈뼛 나간다)
    AJ: (의자를 갖다 주고 수갑으로 한쪽 손을 철창에 채우며) 미안하다. 돈만 받으면 무사히 집에 보내 줄게. (캔 음료를 하나 준다) 영어 할 수 있어?
    수연: (영어) 조금요.. (캔을 못 딴다)
    AJ: (따 주며 삼촌 미소)
    수연: 땡큐..
    VI: (WTF..)



    #26. 청와대

    바쁘게 걸어가고 있는 행정실무관과 비서.

    실무관: 외교부 연락하고 비대위 소집해 달라고 해. 그 친구들 부모랑 회사에 연락 하고.
    비서: 네.

    점프- 뮤지션들의 주변인들에게 전화하는 비서. 분할화면으로 진행된다.

    엄마: 여보세요
    비서: 네 안녕하세요. 기학철씨 어머님 맞으십니까?
    엄마: 네 맞는데요.
    비서: 기학철씨가 소속된 사적인 발차기..
    엄마: 그 이야기는 하고 싶지 않습니다.
    비서: 아니, 그게 아니라요,
    엄마: 끊겠습니다. (끊어짐)
    비서: ??? (다음 전화를 건다)

    아빠: 여보세요
    비서: 안녕하세요, 안재영씨 아버님 맞으십니까?
    아빠: (단호) 그런 자식 없습니다. (끊어짐)
    비서: ???? (다음 전화를 건다)

    엄마: 여보세요
    비서: 안녕하세요지금신지훈씨가납치되어있습니다!
    엄마: (...피식)
    비서: 어머님 맞으시죠?
    엄마: 아~ 지훈이가 납치가 됐다고요?
    비서: 네, 어머님. 지금 카자흐스탄에서 국제 테러리스트들에게 억류당한 걸로 확인이 되었습니다.
    엄마: 그노무자식 지금 고시원에서 키타끌어안고 디비 자고 있어요.
    비서: 네? 아니, 어머님, 정말로 신지훈씨가 납치를 당했습니다.
    엄마: 아~ 네~ 그러세요~ 그럼 잘~ 키워주세요~ 치워줘서 감~사합니다~ (끊어짐)
    비서: ???????



    #27. 재범의 집

    재범: (전화를 받고 있다) 네?? 납치요???



    #28. 폐건물

    핸드폰을 보고 있는 TO.

    TO: 뭐야, 왜 이렇게 기사가 안 나? 스무 개도 안 났어.
    VI: SNS도 조용한데요.
    AJ: 아직 팬들이 모르는 거 아니야?
    TO: 기사가 났는데 어떻게 몰라. 일 초에 수천 번씩 검색될 텐데.
    VI: 근데 그럼 팬들한테는 돈 어떻게 받아요?
    AJ: 자기들이 알아서 하겠지.
    수연: (음료수를 먹으며 ??? 표정을 나머지들에게 보낸다)
    재영: (주헌에게 속닥속닥) 왜 쳐다봐?
    주헌: (속닥속닥) 저 사람들 우리가 인기 엄청 많은 줄 아나봐요. 그래서 납치했나본데요.
    재영: (속닥속닥) 그럼 인기 없는 거 알면 풀어주나?
    주헌: (속닥) 그럴 수도 있고 반대일 수도 있고..
    재영: (속닥) 반대?
    주헌: (속닥) 쓸모없으니까 죽인다던가..
    수연: (해 봐)
    주헌: (영어) 저..
    악당들: (돌아봄)
    주헌: (영어) 오해가 있는 것 같은데요.. 저희는 팬도 별로 없고 기사가 20개 난 게 이상한 것도 아닙니다. K-pop 가수랑 혼동한 것 같네요.
    악당들: (시발?)
    주헌: (영어) 우리는 인디뮤지션입니다. 한국에서 우리를 아는 사람은 거의 없어요.
    VI: (속닥속닥) 시발 뭡니까! 진짜일까요?
    AJ: (속닥속닥) 인터넷 보면 맞는 거 같은데.
    TO: 됐어. 어차피 정부에 요구하는 건 마찬가지다. 영상을 촬영 할 거다. 누가 할 거냐? (주헌에게) 번역해.
    주헌: 돈 달라는 영상 누가 찍을 거냐고 해요.

    아무도 나서지 않는 뮤지션들.

    학철: 우리한테 누가 돈 줘.. 아이돌은 진짜 팬들이 줄까?
    재영: 우리 판은 팬보다 뮤지션이 더 많을걸..
    주헌: (영어) 아무도 우리를 구하기 위해 돈을 내지 않을 것입니다.
    욱영: 샘물교회라도 다닐걸 그랬어.
    뮤지션들: (푸흡)
    TO: (욱영에게 총을 쏜다. 정강이를 스치는 총알)
    욱영: (쓰러진다)

    순식간에 얼어붙는 분위기. TO가 뚜벅뚜벅 욱영에게 다가온다.

    TO: 아직도 놀러 온 줄 아는가. (발로 욱영의 상처를 꾸욱 누른다)
    욱영: 윽.. (소리 내지 않는다)
    TO: 고통에 익숙한 것 같군.
    욱영: (영어) 인디밴드거든.
    TO: (웃음)
    욱영: (영어) 십 년이나.
    TO: 이런!
    주헌, 다솜: (웃음을 참는다)
    TO: 그 고통을 내가 끝내 줄 수도 있겠어. (나가며) 영상은 다음에 찍는다. 이틀쯤 굶기면 비쩍 곯아서 찍기 좋을 거야.
    VI: (따라 나가며) 지금도 이미..

    점프- 늦은 밤. 뮤지션들을 지키는 AJ는 의자에 앉아 꾸벅꾸벅 졸고 있다. 역시나 졸고 있는 욱영과 승우. 지훈과 다솜은 골똘히 생각에 잠겨 있으며 학철과 재영은 속닥거리며 킥킥대고 있다. 그리고 그들을 바라보는 주헌.

    주헌: 형들은 안 무서워요?
    학철: ? 내 인생이 더 무서워.
    재영: (킥킥)
    욱영: 철이 없어서 그래. 탈출 방법이나 생각해 봐.
    학철: 여기가 어딘지도 모르는데 사막 한가운데에서 GPS도 차도 없이 어떻게 탈출해. 철이 없는 게 아니라 상황파악이 빠른 거지.
    다솜: 차 우리 타고 온 거 있잖아.
    학철: 차 키가 없잖아.
    수연: 여기 있어.
    모두들: (돌아본다)
    수연: (자고 있는 AJ 앞 테이블 위의 열쇠꾸러미를 가리킨다)

    점프- 한쪽 손이 철창에 채워진 채 다른 쪽 손으로는 열쇠꾸러미를 잡기 위해 애쓰는 수연. 하지만 대각선 반대 방향이라 한참 모자라다. 발도 뻗어 보지만 역시 약간 모자라다.

    수연: 아이씨. 저쪽에 묶였으면 잡을 수 있는데. (AJ쪽에 묶여 있는 학철에게) 오빠가 해봐요.
    학철: 당연히 안 닿지. (손을 뻗어 보는 학철. 택도 없다. 힘을 줘서 뻗어 보는데 어깨가 쑥 빠져버린다) 헉?
    수연: 미친 뭐야?
    다솜: 오빠 나가 봐요.
    학철: 되겠냐? (몸을 밀어 본다. 좀 끼이지만 힘을 주니 철창 밖으로 전부 빠져나간 몸. 머리만 감옥 안에 있게 되었다) 억??
    지훈, 승우: (나가려고 해 보지만 몸에 걸려 어림도 없다)
    재영: 어좁멸치도 쓸모가 있네.
    학철: (머리가 창살에 끼인 채 손을 뻗어 보다 약간 모자라 발을 뻗는다. 넉넉한 거리. 재빨리 신발과 양말을 벗고 다시 발을 뻗는다. 발가락 끝에 닿는 열쇠꾸러미)
    수연: (손을 내밀며) 나한테 줘 나한테!
    학철: (조심스럽게 열쇠꾸러미를 발가락으로 잡아 올리다가 철거럭 소리가 난다)
    모두들: (얼어붙음)
    AJ: (잠이 깨려고 한다) 으으음..
    수연: (들어가! 들어가!)
    학철: (열쇠를 놓고 재빨리 철창 안으로 다시 들어가려 한다. 꾸역꾸역 상체가 들어가고 하체가 들어가려는데 중요부위에 부딪혀 그대로 주저앉는다) 악..
    수연: (학철의 신발과 양말을 철창 안으로 던져 넣는다)
    AJ: (눈을 뜨고 소란스러운 쪽으로 고개를 돌린다)
    수연: (빨리 들어가! 빨리!)
    학철: (주저앉은 채로 철창 안으로 들어가려고 꿈틀댄다)
    AJ: (어이가 없다) 이자식이 (학철에게 다가온다)
    학철: (애쓴 끝에 간신히 들어간다)
    AJ: (자물쇠를 풀고 문을 확 연다. 마침 문 닫히는 부분에 걸려있던 수연의 수갑이 끊어진다)
    수연: !
    AJ: (학철의 멱살을 잡고 주먹으로 얼굴을 날리려 한다)
    수연: (뛰어와 바짓가랑이를 붙잡고 엉엉 울며/ 영어) 아아악! 안 돼요!! 아니아니 대신 맞겠다는 건 아니고 왜냐면 내가 맞으면 진짜 부서져 (다시 때리려 하자) 아!! 제발 얼굴은 때리지 마세요!! 부러지면 소리 달라져요!! (배를 때리려 하자) 아아악! 배 안 돼요! 차라리 목 없으면 목 없었지 배 없으면 노래 못해요! (못마땅해 하며 바닥에 있는 학철의 손을 밟자) 아아악! 손도 안 돼요!! 기타 쳐야 된단 말이에요! (다리를 밟으려 하자) 아아악! 안 돼요! 팀 이름이 발차긴데 발 못쓰면 안 돼요! 아 어떡하지 아 그래 엉덩이다 엉덩이! 엉덩이 때려 주세요 제발!! (엉엉 울며 학철을 뒤집어 엉덩이를 내밀게 한다) 오빠 엉덩이 대! 빨리 엉덩이 대!!
    AJ: 하.. (학철을 던져버린다) 얘야 나오렴.
    수연: (흑흑거리며 감옥 밖으로 나간다)
    AJ: (문을 닫고 자물쇠를 잠그며) 어휴 시발..
    모두들: (갑자기 경악하는 표정)
    AJ: (표정을 발견하고는 이상한 느낌에 뒤를 돈다)
    수연: 이야아악! (도끼를 내리친다)
    AJ: (자신도 모르게 도끼날을 잡고 깜짝 놀란다) 이거 내가 무슨 괴물 같잖아? (도끼를 저 멀리 던진다)
    수연: (허망하게 도끼를 바라본다)
    AJ: 얘야, (수연의 어깨를 잡으려는데 잽싸게 빠져나간다)
    수연: (자세를 낮추어 땅을 짚고 한 다리를 축으로 다른 한 다리를 돌려차 AJ의 정강이를 멋있게 태클한다. 그러나 미동도 없는 AJ)
    AJ: (어이가 없어 픽 웃는다)
    모두들: (왜저래..)

    그 때, 계단 복도가 울리는 소리와 함께 TO와 VI가 들어온다. 재빨리 수연을 일으켜 수갑을 채우는 AJ. VI는 카메라 장비를 잔뜩 가져왔다.

    TO: 왜 시끄러워?
    AJ: 아니, 배가 고프다고 해서.
    TO: 그래, 이제 좀 찍을 마음이 생겼나?
    뮤지션들: (잠잠..)
    VI: (카메라 설치중)
    TO: (감옥을 열고 들어간다) 언제까지 기다려 줄 거 같아? (옷으로 대충 묶어 놓은 욱영의 총상을 발로 퍽 찬다)
    욱영: 윽
    TO: (뮤지션 사이를 천천히 걸으며 공포스러운 분위기를 조성한다)
    뮤지션들: (눈을 깔고 조용히 있는다)
    TO: (재영의 기타를 발로 툭툭 치고는) 연주나 한 번 해봐. 너희의 마지막 곡이 될 수도 있으니.
    욱영: (고통의 숨을 몰아쉰다)
    지훈: 괜찮아?
    욱영: 연주하래.
    지훈: 뭐?
    욱영: 죽기 전에 마지막 연주 할 기회를 주겠대.
    학철: 시발 뭐라는 거야?
    욱영: (옆에 있는 재영의 하드케이스에서 기타를 꺼내 건넨다)
    재영: 하게??
    욱영: 안 할 이유 없잖아? (자세를 고쳐 앉아 드럼 스틱을 꺼낸다. 손이 묶인 속이 빈 파이프를 하이햇으로, 빈 하드케이스를 스네어로, 바닥의 마루가 남아있는 부분을 킥으로 두드려보더니 승우에게) 시작하면 박자 맞춰서 바닥 차줘.
    승우: 네? 네..
    학철: (욱영을 바라보다가 한숨을 쉬고) 아.. 시발.. (기타를 꺼내고 이펙터-앰프-발전기에 연결한다)
    지훈: (베이스를 꺼내 세팅한다)
    재영: 어휴..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마찬가지로 세팅을 한다)
    학철: (튜닝하며) 뭐 할까?
    재영: (튜닝하며) 시발 진짜 마지막 곡이야? 우리 죽어?
    지훈: (튜닝하며) 모르지 뭐.
    욱영: 생각보다 멋있게 죽지 않냐?
    학철: (못마땅) 아까 못 한 거 할까?
    재영: 000?
    지훈: 좋아.
    욱영: 한다. (킥을 구른다)

    약간 느린 박에 얹히는 음산한 기타리프(참고곡: 국카스텐 <라플레시아>). 다들 쭈뼛거리며 연주를 시작한다. 그들을 바라보는 불안한 눈빛의 수연, 다솜, 승우, 주헌. 마이크 없이 노래를 이어가는 학철. 곡이 진행됨에 따라 점차 몰입하는 사적인 발차기. 음악은 점차 고조되고 클라이막스에 다다르자 폭발하는 연주. 펜스에 손이 묶인 채로 매달리고 구르고 오만가지 퍼포먼스까지 한다. 우스꽝스럽지만 왠지 멋있다.

    학철: (흥분) ROCK WILL NEVER DIE!!!
    관객들: (경악)

    학철의 발차기와 함께 음악은 끝나고, 넷은 잠시 숨을 고른다. 복잡미묘한 감정이 든다.

    학철: 하.. 시발 음악새끼는 이래서 안 돼.
    재영: 이 맛에 록밴드하지.
    욱영, 지훈: (큭큭)
    VI: (혼잣말) 존나 멋있다..
    TO: (짝짝짝 박수를 치며 다가온다) 마지막이긴 아깝네. 아무도 안 찍는다면 별 수 없지만. 여전히 할 사람은 없나?

    그 때, 승우의 손가락을 기어오르는 호박점 긴다리 무당벌레. 간지러운지 손가락을 살피던 승우는 호박점 긴다리 무당벌레를 보고 눈이 휘둥그레진다. 얼른 주변을 살피는 승우. 악당들은 사적인 발차기에게 정신이 팔려 있다. 얼른 눈짓으로 수연을 부르는 승우. 수연이 알아채자 무당벌레를 보여준다.

    수연: (???)
    승우: (무당벌레!!)
    수연: (뭐)
    승우: (무당벌레!!!)
    수연: (시발 벌레 뭐!!)
    승우: (여기 데프캄!!!)
    수연: (???........!!!!!) (영어) 저요!!
    모두: (뒤돌아본다)
    수연: (영어) 제가 찍을게요.

    점프- 의자에 앉아 영상을 찍고 있는 수연.

    수연: (영어) 친구들이 많이 다치고 지쳤습니다. 부디 저희를 기억해 주세요.. (악당들에게) 저.. 노래 하나 불러도 될까요?
    TO: 뭐?
    수연: (영어) 미발표 곡이 있는데 악보를 남겨 놓지 않았어요. 죽을 수도 있으니까..
    VI: 노래인 척 메시지 전달하려고 그러는 겁니다.
    TO: 그럼 영어로 불러.
    수연: (영어) 가사는 아직 없어요. 멜로디만 부를게요.. (노래를 시작한다)
    다솜: (속닥) 구린데?
    승우: (속닥) 개구린데? 유작을 뭐 저딴 걸로..
    수연: (꿋꿋하게 노래를 끝내고/ 영어) 다 했어요..

    영상 촬영을 마친다. 정리하고 돌아가는 셋.

    TO: 감시카메라 설치해 뒀으니까 허튼 짓은 안 하는 게 좋아.



    #29. 한국, 비대위 사무실

    행정관 몇 명과 재범, 관계자 몇 명이 협박영상을 보고 있다.

    관계자1(부산사투리): 구조대 같은 거 보내야 되는 거 아닙니꺼?
    행정관1: 그렇게 간단한 문제가 아닙니다.
    관계자2: 애들 위험한 거 아닌가요? 어떻게 좀 해 주세요.
    행정관1: 소재가 파악이 되지 않았습니다.

    그때 영상에서는 수연의 노래가 시작된다. 내내 영상만 보고 있던 재범은 노래를 들으며 점점 눈이 커진다.

    재범: ..어? ..어?? 어...???
    모두들: (재범을 바라본다)
    관계자1: 와그라노?
    재범: 어딘지 알아요! (펜과 종이를 꺼내어 바쁘게 무언가 적는다)



    #30. 폐건물

    컴컴한 가운데 각자 쓰러져 잠이 든 뮤지션들. 무릎에 얼굴을 묻고 있던 수연이 갑자기 고개를 든다.

    수연: 꺼졌어.
    다솜: (부스럭대며 일어난다) 으응..?
    수연: 다 꺼졌어!
    욱영: (눈을 비비며) 뭐가 꺼져?
    수연: 전자기기요. 정전됐나 봐요. 아무 소리도 안 나요.
    승우: 감시카메라도?
    수연: 응!
    학철: 그걸 니가 어떻게 알아?
    재영: 수연이는 알아. 내가 어제 봤어.
    학철: (??)
    수연: 지금 나가야 돼요!
    모두들: (부산스러워진다)
    학철: 어떻게 나가?
    수연: (수갑을 풀고 이쪽저쪽 창문 밖을 살펴본다)
    욱영: 뭐야?
    수연: 아 아까 풀리면서 고장 났나 봐요.
    학철: 진작 말하지?!
    수연: 동요하는 거 찍힐까봐.
    재영: (감탄)
    수연: 출입문이 이쪽(동쪽)이고 두 명 있는데 총 들었어요. (서랍을 뒤진다) 열쇠는 하나도 없어요.
    재영: 그럼 어떻게 나가? 수갑은?
    주헌: 저 톱 있어요.
    학철: 엑? 톱이 왜있어?
    주헌: 가끔 상현주 조절한다고..
    승우: 오 역시 클래식기타 유저.

    톱질로 수갑줄을 잘라내는 뮤지션들.

    지훈: (감옥문의 창살을 흔들며) 이건 어떡하지? 톱으로 몇 시간은 걸리겠는데?
    욱영: 근데 열어도 어떻게 탈출해? 총 든 사람이랑 싸워?
    재영: 가다가 밑에 층에 사람 더 있으면 어떡해?
    학철: (수연에게) 야, 사람 있나 들어봐.
    수연: 제가 무슨 초능력자예요?
    학철: 아니었어??
    재영: 고주파를 듣는대. 전자기기 소리.
    학철: 초능력자 맞네.
    승우: 그럼 창문으로 탈출해야 되지 않을까요?
    수연: 여기 5층인데?? 줄도 없잖아?
    재영: ..있어. 우리 50미터짜리.
    학철: 기타선? 그게 견딜까?
    욱영: 저번에 70키로짜리 앰프도 달았잖아.
    다솜: 근데 이 안에는 창문이 없어요.
    지훈: (감옥 벽면을 돌아다니면서 두드리고 다니다가 한 군데에 멈춰선다)
    욱영: 뭐해?
    지훈: 여기 와봐.
    욱영: (다가간다)
    지훈: (벽을 두드리며) 이거 무슨 소린지 알겠지?
    욱영: 모르겠는데?
    지훈: 폐자재 채워 넣은 소리잖아.
    욱영: ..!!
    지훈: 얘들아 여기 얇은 벽만 부수면 구멍 뚫릴 거야. 뭘로 뚫지?
    학철: 이펙터 있잖아! (자신의 쇳덩어리 기타이펙터로 벽을 부수려는데)
    수연: 잠깐만요! (자신의 보컬이펙터를 건네며) 이걸로 하세요. 그건 쓸 데가 있어요.
    학철: ??
    수연: 내려가도 보초를 따돌려야 차를 탈취할 거 아니에요. 지금 차랑 보초가 이쪽(동쪽 창문을 가리키며)에 있고 우리는 이쪽(감옥의 남쪽 벽면을 가리키며)으로 나갈 거니까 저쪽(북쪽 창문을 가리키며)에 페이크를 쳐야 되지 않을까요?
    승우: 어떻게?
    수연: thr을 저쪽으로 내리고 이펙터 연결해서 트레몰로(한 번만 쳐도 여러 번 치는 듯 메아리처럼 울리는 효과)랑 레이턴시(반응속도. 클수록 실제 스트로크와 앰프로 출력되는 소리 사이의 간격이 길다) 최대로 걸면 기타 치고 나서 시간 좀 벌 수 있을 거 같은데?
    학철: 얘네 뭐야 무서워.. 탈출전문가들 아녀..
    재영: 차를 뺏어도 시동을 못 걸잖아?
    다솜: (..!!) 걸 수 있어요.

    점프- 감옥 안에 어지럽게 널려진 콘크리트 조각과 폐자재들. 수연과 다솜이 악기를 메고 허리에 줄을 묶고 하강 준비를 하고 있다. 둘의 줄을 잡은 나머지들. 밖은 어느새 동이 터 오고 있다.

    수연: 끊어지면 어떡해.
    재영: 너네는 괜찮아. 신지훈이랑 차욱영은 끊어질 수도 있지만.
    욱영: 듣기 좋네.
    지훈: 꽉 잡아. 내리자.

    남자들이 줄을 내려 주면 조심조심 내려가는 둘. 바닥에 닿아 허리의 매듭을 풀고 줄을 다시 올려 보내면 다음으로 승우와 주헌이 내려온다. 주헌의 발이 잠깐 미끄러진다.

    주헌: (작게) 억!
    승우: 괜찮아?
    주헌: 네.
    승우: 미필 힘내!

    무사히 내려오고 다시 줄을 올려 보낸다. 하강 준비를 하는 학철과 재영.

    학철: 내가 신지훈 줄 탈래.
    욱영: 다리에 총 맞았다고 너 같은 멸치 한 마리 못 들 거 같냐.
    재영: 하 밍키야 잘 있어.
    학철: 역겨워.
    욱영: 밍키가 누군데?
    지훈: 놓고 가는 이펙터.
    욱영: 역겨워. (줄을 내린다)

    무사히 내려오고 다시 줄을 올려 보낸다. 본인들 허리에 줄을 묶고 감옥의 창살에 걸친 뒤 밖으로 내려 보낸다. 하강 준비를 마친 둘.

    욱영: 떨린다.
    지훈: 앰프가 한계가 아니었길 바라자. (아래로 신호를 보낸다)

    도르레의 원리를 이용하여 밑에서 줄을 조금씩 내보내 하강하는 둘. 무거워서 한 명당 세 명씩 줄을 붙잡고 있다. 무사히 도착한 모두.

    수연: 미친 진짜 됐어.
    다솜: 이제부터 시작이지. 오빠 됐어요?
    재영, 학철: (기타를 바로잡고) 응.
    학철: (욱영에게) 야 제일 까만 애 망 봐.
    욱영: (보초를 훔쳐본다) 준비하시고
    수연: (재영에게) 출력 최대 맞죠?
    재영: 응.
    욱영: 쳐!

    와장창 기타를 치는 재영. 카메라 워킹이 따라가는 소리는 재영의 기타에 연결된 줄을 타고 5층 외벽을 올라간다. 부서진 벽 안으로 들어가 이펙터에 닿은 뒤 바뀐 소리를 머금고 이펙터에 연결된 북쪽 창문의 전선으로 나간다. 창문을 넘어 다시 외벽을 타고 내려가 thr앰프에 닿으면 디스토션(소리가 과격해지고 커지는 효과)과 트레몰로가 최대치로 걸린 천둥 같은 소리가 내리친다. 깜짝 놀라 소리가 나는 쪽으로 뛰어가는 보초 둘.

    욱영: (손짓과 함께) 가자! (다시 모퉁이로 뛰어가 자세를 낮추고 보초들을 살핀다)
    모두들: (군인 운송용 차량 뒤로 뛰어 들어간다)
    다솜: (베이스 하드케이스로 운전석 창문을 깨고 베이스를 던져 넣는다)
    지훈: (옷을 벗어 남은 유리 위에 덮고 다솜을 들어 창문으로 넣어 주고 조수석으로 달린다)
    다솜: (차량 내부로 들어가 잠금을 풀고 운전석 아래를 뜯어 전선을 연결해 시동을 건다)
    지훈: (운전석에 올라탄다)

    보초 둘이 이펙터에 연결된 선을 당긴다. 뽑혀 내려오는 선.

    욱영: (학철에게 손짓) 쳐!
    학철: (지기지기 자가자가 스트로크를 해 댄다)

    카메라 워킹은 다시 소리를 따라 학철의 기타에서 건물 외벽, 5층의 이펙터, 서쪽의 창문을 통해 내려가 다른 thr앰프로 들어가 천둥 같은 소리를 낸다. 다시 소리가 나는 쪽으로 달려가는 보초 둘.

    욱영: (확인하고 재빨리 차량 뒤로 올라탄다)
    지훈: (욱영이 탄 것을 확인하고) 출발! 출발!!

    재빨리 출발하는 다솜. 학철과 재영은 기타를 던져버린다. 바닥에 부딪히며 더 크게 울리는 기타소리. 보초 둘이 아차 하고 뛰어온다. 하지만 이미 출발한 차량. 보초들은 차량 엉덩이로 기관총을 난사한다. 재빨리 자신의 방탄 하드케이스를 펼치는 승우. 두어 발 정도가 하드케이스에 맞는다.

    승우: 오 시발! 진짜 막았어!
    수연: (환호) 탈출했어!! 성공!!
    다같이: (환호하며 기뻐한다)
    지훈: 근데 우리 어디로 가?
    수연: 안전한 데 숨어서 구하러 오기를 기다려야죠.
    학철: 우리가 어디 있는지 알고 구하러 와?
    수연: 알 거예요.



    #31. 한국, 비대위 사무실

    수연의 노래가 이어지는 영상을 들으며 무언가 쓰고 있는 재범.

    재범: 이상한 게, 곡이 너무 구린 것도 구린 건데 정수연은 반복되는 코드를 절대 안 써요. 어떻게든지 변주를 줘요. 보통 코드가 반복되는 게 있어도 2마디나 4마디가 기준이죠. 그런데 지금 부르는 노래는 계속 5개 코드를 반복해요. (노래에 따라) 이거는 D코드 (D를 적는다) 여기는 E (E를 적는다) 여기는 F (F를 적는다) 여기는 C코드 (C를 적는다) 그리고 여기는 Am. (완성된 DEFCAm)
    행정관3(카자흐스탄 외교관): 데프캄.. 다할 사막의 작은 마을입니다.
    관계자1: 수연이 가시나 저 순간에 이걸 작곡한 거가?
    관계자2: (관계자 1에게) 그레이포카리 계약 언제 끝나요?
    관계자1: 재계약 할겁니더!



    #32. 폐건물 앞

    헐레벌떡 뛰어 오는 TO, AJ, VI. 차량의 바퀴자국과 기타 두 대만 덩그러니 놓여 있다.

    VI: 기타만 남았는데요.

    #33. 사막

    드넓은 사막을 홀로 달리는 뮤지션들의 차. 뒤에는 긴장이 풀린 뮤지션들이 서로서로 기대어 앉아 있다.

    지훈: 피곤하지? 이제 내가 할게.
    다솜: (웃음) 뭐가 피곤해요. 평소에는 열 시간씩 하는 건데.
    지훈: 잠을 못 잤잖아.
    다솜: 저보다 운전 못하는 사람한테 맡기고 싶지 않아요.
    지훈: (웃음)
    주헌: 어, 저기 마을 아니에요?
    모두들: (그쪽을 본다)
    학철: 맞네. 저기로 갈까?
    욱영: 테러범들 마을이면 어떡해.
    재영: 드론 띄워 볼 수 있어?
    승우: 오! 역시 천재시네요.

    점프- 드론이 찍어 온 사진을 돌려 보고 있는 뮤지션들.

    재영: 마을이 왜 이렇게 부서졌어?
    승우: 사람이 안 보이기는 한데..
    다솜: (주유 경고등이 들어온 걸 본다) 선택지가 없어요. 기름이 없어요.
    지훈: 그럼 최대한 외곽으로 가자.

    부감. 멀리 보이는 마을과 사막을 가로지르는 차 한 대.



    #34. 한 건물 내부.

    낡은 전화기 앞에 모여 있는 뮤지션들. 지훈과 다솜은 보이지 않는다.

    학철: 전화가 되면 뭐해. 어디로 걸어야 되는지를 모르는데.
    수연: 어떻게 대사관 번호 하나를 몰라요?
    학철: 너도 모르잖아.
    주헌: (안절부절 못한다)

    그때, 들어오는 지훈과 다솜.

    재영: 기름 구했어?
    다솜: 네, 약간? 우리 차에 넣어 놨어요.
    욱영: 차는?
    다솜: 우리 들어온 쪽에 세워 뒀어요. 도망가야 될 때 편하라고.
    지훈: (전화기를 발견한다) 뭐야, 전화 돼?
    재영: 전화는 되는데 걸 데가 있어야지.
    지훈: 대사관에 해야지?!
    학철: 대사관 번호를 모르잖아.
    지훈: 나 알아.
    모두들: 엥?

    전화기를 드는 지훈. 인서트- #18.의 처음 카자흐스탄의 숙소에 도착했을 때 짐을 내리는 지훈 옆에서 현지 가이드가 대사관에 전화를 걸어 그들의 도착을 알리는 모습. 번호를 누르는 소리가 다시 들리며 가이드의 핸드폰 화면이 줌인된다. 그대로 번호를 누르는 지훈.

    수연: 와씨 죽인다.
    승우: 형은 한 번 들은 소리 다 기억한대.
    지훈: 이야기가 왜곡되고 있는 거 같다.
    대사관 데스크: (F) 대한민국 대사관입니다.
    모두들: (환호)
    지훈: 네, 안녕하세요. 저희는 오늘 문화교류 행사에서 공연을 한 밴드들입니다.



    #35. 한국, 비대위 사무실.

    재범: 맞다니까요?
    행정관2: 그건 자네 생각이지.
    재범: 제 생각이 아니라 진짜라고요. 제가 걔랑 하루 이틀 팀 한 거 아니잖아요!
    행정관1: 그런 불확실한 정보로 결정할 수는 없습니다.
    재범: 안 불확실하다고요! 어디에 있는지만 알면 된다고 하셨잖아요?
    행정관1: 그런 의도의 발언을 한 적은 없습니다.
    재범: (답답해 하다가 문득 깨닫는다) ..확실하지 않아서 아니죠?
    행정관들: ...
    관계자1: 그게 뭔소리고?
    재범: 몰라서 못 가는 게 아니라고요.
    관계자1: 그럼 아덜 죽게 내버려 둔다는 겁니꺼?
    행정관1: 사방이 모두 사막이기 때문에 테러범들 몰래 접근하는 게 불가능합니다.
    관계자1: 지금 총 맞았습니더!
    관계자2: 대표님 진정하세요.
    관계자1: 구출을 못 하면 돈이라도 주고 데려와야 되는 거 아닙니꺼?
    행정관1: 테러범들의 요구를 들어 줄 수는 없습니다.
    관계자1: 뭔 개소립니꺼? 누구는 가지 말라는 데 죽겠다고 간 것도 돈 몇 백억씩 주면서 데려오더니 우리 아덜은 정부에서 보내 놓고도 못 데려온다구예?
    행정관1: 그러한 전철이 있었기 때문에 더더욱 안 되는 겁니다.
    관계자1: (벌떡 일어나서) 싸는 놈 따로 있고 치우는 놈 따로 있습니꺼! (문을 쾅 닫고 나간다)



    #36. 한 건물 내부

    지훈: ..네 알겠습니다. (전화를 끊는다)

    잠시 모두가 말을 잃었다.

    수연: 말 좆같이 하시네.
    욱영: 안 온다는 소리지?
    다솜: 아마도요.
    수연: 우리 이제 진짜 죽는 거야?
    학철: (털썩 주저앉으며) 아! 배고파!
    욱영: 나도 배고파 죽겠어. 우리 지금 하루 넘게 아무것도 못 먹은 거지?
    지훈: (약을 먹는다)
    다솜: 빈속에 먹어도 돼요?
    지훈: 별 수 없지 뭐. 아까 뛰는데 어지럽더라고.
    학철: (벌러덩 눕는다. 옆에 앉은 승우의 자켓이 눈에 들어온다. 번뜩 떠오르는 생각. 바로앉아 승우의 자켓을 붙잡고) 야, 이거 먹을 수 있지 않을까?
    승우: 네??
    학철: 소가죽이잖아. 돼지껍데기도 먹는데 소 껍데기라고 못 먹을 게 뭐야. 화학약품도 무첨가라며?
    승우: 그렇긴 한데..
    다솜: 어, 들어 봤어요. 전쟁 때 고립되면 가죽구두 같은 거 삶아 먹기도 했다고.
    수연: 겨드랑이 쪽은 안 먹을래.
    학철: 간 돼서 더 맛있을 수도 있어.
    수연: (혐오)
    재영: 불은 있어?
    모두들: ...
    재영: 그럼 만들어 보자.

    점프- 벽난로에 장작과 볏짚이 쌓여 있고 그 위에는 기타줄을 얼기설기 엮어 그릴을 만들어 놓았다. 땔감의 잘게 찢은 종이 뭉치 위에는 절연테이프를 다시 푼 속이 다 보이는 기타 선과 그 부분에 합선을 위해 장치해 놓은 기타 케이블의 커넥터. 기타 선의 젠더 끝에는 기타줄을 칭칭 감아 끝을 뾰족하게 만들어 놓았다. 한쪽에서는 가죽자켓에 물을 뿌리며 씻고 있는 수연과 승우.

    승우: (떨어지는 물줄기를 보며) 내 눈물이 흘러내리고 있어..
    수연: (킥킥)
    재영: (콘센트 앞에서 기타 선의 고무부분을 잡고) 이제 한다.
    학철: (피복이 벗겨진 부분에 다른 기타 선의 커넥터를 대기시키고) 하루 만에 죽을 고비가 몇 번 지나가는 거지.
    욱영: 고비가 아닐 수도 있어.

    콘센트에 기타줄을 쑤셔 넣는 재영. 파박 불꽃이 튄다. 학철 역시 벗겨진 부분에 다른 젠더를 갖다 댄다. 불꽃이 몇 번 튀더니 종이에 옮겨 붙는다.

    모두들: (환호)
    학철: (불을 살리려고 훅훅 바람을 분다)
    수연: (기뻐하며 칼로 자켓을 북북 찢는다)
    승우: (고통스러워한다)

    점프- 구워진 자켓을 먹는 뮤지션들.

    다솜: 너무 질겨.
    재영: 더 구워. 약간 쥐포 바싹 구운 거 같은 식감이야.
    학철: 허브솔트 있는 사람?
    주헌: (영 먹지 못한다)
    수연: 우리 막내 왜 그래? 맛이 없어? (자신의 것을 내밀며) 이거 먹어. (주헌의 것을 가져오며) 덜 구워서 그래. 더 구워 줄게.
    주헌: (고민하다가 결심한 듯) 저..
    수연: ??
    주헌: 전화할 데 있어요.

    점프- 신호음이 가는 전화기를 들고 있는 주헌.

    대사관 데스크: (F) (중국어) 중화인민공화국 대사관입니다.

    주헌이 중국어로 대화하는 사이에 쑥덕대는 나머지들.

    학철: 근데 중국에서 우리도 구해 주나?
    다솜: 설마 버리겠어요?
    승우: 구할 이유도 없잖아.
    수연: 중국인인척 하자. 나 10까지 셀 줄 알아.
    주헌: (중국어) 엄마, 저예요.
    수연: 방금 엄마라고 한 거 아니야?
    다솜: 맞는 거 같은데? 엄마가 어떻게 받지?
    주헌: (중국어) 네, 알고 있어요. 돌아갈게요. 제 친구들 구해 주세요.

    자글자글 익고 있는 가죽 자켓. 연기는 굴뚝으로 빠져나간다.



    #37. 사막, 차 안.

    굴뚝에서 나오는 연기가 줌아웃 되면 망원경의 렌즈 안이다. 망원경을 보고 있던 VI가 보고한다.

    VI: 3시 방향 연기가 보입니다!
    TO: 3시 방향으로.

    TO, AJ, VI가 탄 자동차가 3시 방향으로 사막을 가로지른다.

    #38. 폐건물 안.

    주헌: (중국어) 네, 노력해 볼게요. (전화를 끊는다)
    학철: 어떻게 됐어?
    주헌: 문제가 조금 있어요.
    욱영: 조금이면 반갑지.
    주헌: 헬기를 보내 주신다는데..
    모두들: (환호)
    수연: (배를 움켜쥐고 있다) 너 전화 한 통이면 중국에서 헬기가 날아오는 거야? (화장실로 가며) 아 안 되겠다. 너무 배 아파.
    학철: 친하게 지내자.
    주헌: 아직은 아니고.. 지금 저희 위치에서 북북서로 12km 정도 가면 레이더 사이트가 있는데 거기에 가서 레이더 탐지기를 꺼야 돼요. 못 끄면 어차피 격추된대요.
    학철: 그걸 우리가 해야 된다고?
    욱영: 그럼 테러범들이 해 주겠냐.
    지훈: 갑자기 미션 스케일 뭐야.
    학철: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맞아?
    재영: 못 하면 죽는 거지 뭐.
    다솜: 북북서가 어디인지 알고 가요? 별 볼 줄 아시는 분?
    재영: 나침반 만들 수 있어.
    승우: 또 만들 수 있어요??
    재영: 니네도 다 초등학교 때 해 본 거야. 안 내면 진 거 가위바위 보!
    학철, 지훈: (얼떨결에 가위바위보를 한다. 학철의 패배)
    재영: 자석이랑 철사가 있으면 되는데 (학철의 기타를 꺼낸다) 일렉기타에 자석이 들어가잖아.
    학철: 아 시발..
    재영: (기타를 분해해 자석을 꺼내고 기타줄을 적당한 길이로 잘라 한 쪽 끝을 화살표 모양으로 구부린다) 철사에 자석을 일정한 방향으로 문지른 다음
    학철: 존나 사랑했는데..
    재영: (기타케이스의 스펀지를 적당한 크기로 잘라 철사를 끼우고 물이 든 페트병을 반으로 잘라 물 위에 스펀지를 띄운다) 물 위에 띄우면 (물 위에서 빙글빙글 돌던 스펀지가 멈추어 서고 화살표의 끝이 한 방향을 가리킨다)
    승우: 쩌네요..
    다솜: 또 만들 수 있는 거 있으면 미리 말씀해 주세요. 텔레포터라든가.
    지훈: 됐으면 빨리 출발하자.
    욱영: 잠깐만 나 화장실 좀 갔다 올게.
    학철: 나도 나도.
    수연: (힘없는 표정으로 화장실에서 나오며) 여러분 죄송하지만 물이 안 내려갑니다.
    욱영: 나가서 싸지 뭐.
    다솜: 우리는 오른쪽으로 갈게요. 남자들은 왼쪽으로 가요.
    승우: 넵.

    짐을 챙겨서 나가는 뮤지션들.



    #39. 건물 밖

    현관에서 양쪽으로 찢어지는 뮤지션들. 그리고 숨어서 그들을 지켜보고 있는 TO, AJ, VI.

    TO: 나랑 VI가 남자들, AJ가 여자들 쪽으로 가서 건물 뒤로 몰아넣는다. 가자.

    낮은 자세로 조용히 뮤지션들의 뒤를 쫓는 셋.

    #40. 남자들 쪽

    일렬로 서서 볼일을 보고 있다. 학철은 건물 뒤에서 큰일을 보고 있다.

    재영: 아 기학철 풍향을 보고 자리를 깔아야지. 냄새 넘어오잖아.
    승우: (주헌에게) 니 덕분에 살았다 진짜.
    주헌: 아니에요. 아직 된 것도 아닌데요.

    그 때 빠르게 달려와 자세를 잡는 TO와 VI.

    TO: (총을 겨누고) 손들어!
    뮤지션들: (그대로 손을 든다)
    승우: 아 개오바지..
    욱영: (영어) 저.. 죄송하지만 좀 집어넣어도 될까요..
    TO: 빨리 넣어!
    욱영: (바지춤을 정리하며) 내가 지퍼 다 올리면 뒤로 뛰는 거야.
    나머지: (끄덕)
    욱영: (심호흡. 이어서 지퍼를 올리는 손 3단 줌인) 가자!

    후다닥 도망치는 뮤지션들, 발포하는 TO, AJ.



    #41. 건물 뒤

    난사되는 총기소리를 배경으로 학철이 있는 곳으로 달려오는 남자들.

    학철: (재빨리 바지춤을 올리며) 아이 씨발 뭐야! 똥싸는데 공격 안 하는 건 존나 불문율 아니냐?? 시발 어떤 전쟁영화에서도 똥싸다 총맞는 건 본 적 없다고!
    욱영: (학철의 기타를 메고 들고) 빨리 와!

    그때 반대편에서도 건물 모퉁이를 돌아 달려오는 수연과 다솜.

    수연: (달려오며) 짜증나!!!!!!!!!!!!!!

    건물 중앙으로 몰린 뮤지션들. 옆에 있는 건물 외부 간이계단으로 오른다. 따라오며 총을 쏘는 악당들.

    재영: 기타 뒤로 메!! 총알 대충 막을 거야!
    학철: 올라가서 어쩌게!
    수연: 가는 동안 총알 떨어질 수도 있잖아요!
    학철: 너는 시발 존나 긍정적이야!

    제일 뒤에서 계단을 오르고 있던 욱영의 귀에 앞에서 철제 계단을 우당탕탕 뛰어 올라가는 잘게 나누어진 박자와 6발씩 규칙적인 간격으로 발사되는 총소리, 그 사이에 간헐적으로 들려오는 손바닥으로 난간을 내리치는 소리가 합쳐져 리듬을 만든다. 악상이 마구 떠오르는 욱영. 정신을 차리려고 애쓰지만 눈이 돌아간다. 머릿속에서 마구 쓰여지는 악보. 앞서 올라가던 학철이 욱영의 맛이 간 모습을 발견한다. 뺨을 세차게 내리친다. 정신이 번쩍 드는 욱영.

    학철: 음악마귀 물러가라!

    기타에 총알 몇 방 맞으며 어느덧 3층 옥상에 올라온 뮤지션들. 재영과 학철은 힘을 합쳐 기타를 악당들에게 던진다. 첫 번째 던진 기타를 정통으로 맞은 AJ는 한 층을 굴러 떨어지고, 두 번째 던진 기타는 VI를 맞추고 뒤로 떨어지는 VI를 피하지 못한 TO까지 함께 아래층으로 굴러 떨어진다. 마지막으로 오른 욱영이 승우의 방탄케이스로 계단의 마지막 층을 부숴 끊어버린다. 뮤지션들은 막다른 곳에 다다랐다.

    학철: 시발 내 기타 총 맞았어.
    지훈: 나도.
    다솜: 저도요.
    승우: 그러게 방탄케이스를 가져오셨어야죠.
    재영: (총 맞은 기타를 보며) 기타에 맞아서 다행이지 뭐.

    올라온 쪽에서는 악당들이 다시 계단을 이으려는 듯 덜그럭 거리는 소리가 들려온다.

    수연: 이제 우리가 맞을 차례인 거 같아요.
    다솜: 저기로 도망칠 수 있지 않을까요?
    모두들: (다솜의 시선을 따라간다. 옆 건물과 이어진 다리의 흔적이 남아 있다. 기둥들은 남아 있지만 상부구조는 거의 무너진 상태. 기둥 간의 거리는 1.2m 남짓으로 대여섯 개 정도가 연속되어 있다)
    승우: 여기를 건너가자고?
    다솜: 뛰어서 갈 수 있지 않을까?
    수연: 서너 명은.
    학철: 나머지는?
    수연: 떨어져 죽겠죠.
    지훈: (무언가 떠오른다. 자신의 베이스를 하나 놓아 본다. 다음 기둥에 아슬아슬하게 가 닿는다) 갈 수 있겠다. (양 손에 나머지 베이스 두 대를 들고) 다솜아 네 거 들고 와봐. (자신의 베이스를 밟고 건너가 다음 기둥과 그 다음 기둥에 또 다른 베이스를 놓는다)
    수연: 아 이렇게까지 살아야 되나.
    재영: 괜찮을 거 같은데?
    승우: 가서 줄 달아 줄게. (다솜과 지훈의 뒤를 따른다)

    그 사이 베이스 네 대로 다리를 만든 지훈. 이제 기둥은 단 하나가 남았다. 승우에게서 기타를 전달받은 다솜이 다시 지훈에게 기타를 건넨다. 기타를 다리에 놓아 보려는 지훈. 그러나 약간 짧다. 기타의 무게 때문에 휘청거리는 지훈. 시야에서 바닥이 아찔하게 가까워졌다가 멀어진다.

    지훈: (기타를 건너편으로 던지고) 안 돼! 기타는 짧아! 마지막은 그냥 뛰어서 건너!

    건너편 건물로 무사히 뛰어오르는 지훈, 다솜, 승우와 베이스 다리를 건너는 학철, 주헌, 욱영. 계단 쪽에서는 악당들이 올라오고 있다.

    재영: 수연아, 먼저 가.
    수연: 못 갈 것 같아요. 저기 못 뛰어요.
    재영: (건너편에) 줄 보내 줘!

    계단에서 제일 먼저 AJ가 뛰어 오른다.

    AJ: 뭐 하는 거야?
    재영, 수연: (뒤를 돌아본다)
    재영: 시간 없어, 그냥 가자.
    수연: 못 가요!
    재영: 갈 수 있어. 잡아 줄게.
    수연: 다리가 짧아서 안 된다고요!!
    주헌: (다리 중간에 서 있다) 누나! 제가 갈게요!
    수연: 아니야! 됐어 오지 마!
    주헌: (되돌아온다)
    수연: 알겠어! 갈게! 오지 마! (벌벌 떨며 건너가기 시작한다)
    재영: (뒤에서 수연의 손을 잡아 주며 함께 건너온다)

    그 사이 셋 다 올라온 악당들.

    VI: 건너려는 것 같은 데요.
    AJ: 몰라서 물었겠냐.
    TO: AJ는 쫓아가. 우리는 건물 현관으로 간다.

    다리로 총을 쏘며 뛰어 가는 AJ. 재영은 자신이 건너고 난 베이스를 차례차례 발로 차 떨어뜨린다. 마지막 기둥에서 수연을 건네받은 주헌은 건물로 수연을 던져 주고 자신도 이어 뛴다. AJ 역시 다리를 뛰어 건너오기 시작한다. 재영까지 무사히 건너오는데 기둥만 남은 다리를 잘도 뛰어 건너오는 AJ. 경악하는 뮤지션들. 단 하나를 남겨뒀을 때 주헌이 자신의 기타를 AJ에게 힘껏 던지고 (슬로우모션)기타를 맞은 AJ는 중심을 지키지 못하고 떨어져 버린다.

    재영: (떨어지는 기타를 보며) 안돼!!!!
    학철: 너 왜 주헌이 기타만 아까워하냐?
    재영: 저거 800 넘어.
    모두들: (경악)
    주헌: 괜찮아요. 빨리 가요. (계단으로 뛰어간다)
    욱영: (뛰며) 우리 팀 기타 9대 전부 합쳐도 안 되네.
    학철: (뛰며) 가출한 중국 대부호 막내아들 맞다니까.

    서둘러 내려가는 뮤지션들.



    #42. 다리 아래

    쓰러진 AJ에게 뛰어오는 TO와 VI. 베이스 네 대와 클래식 기타가 널부러져 있다.

    VI: 기타만 남았는데요.
    AJ: 닥치고 빨리 쫓아가!

    (E) 거대한 폭발음

    AJ: SHIT!!!



    #43. 사막

    악당들의 차량이 불타오르는 것을 보며 달리고 있는 뮤지션들의 차.

    욱영: 크.. 펜스 넘기던 실력 어디 안가네.
    학철: 미친놈 그게 자랑이냐?
    승우: 펜스를 넘겼다고요? 수류탄 던지기 할 때요?
    욱영: 그래 임마 형이 1등이었어.
    학철: 그런 건 낙(落)이라고 하는 거야.
    승우: 와 대박. 그걸 어떻게 넘겨요?
    욱영: 그게 잡는 방법에 따라서 힘이 더 들어갈 수가 있어. 수류탄을 보통 이렇게 잡잖아? (손 모양을 하다가 주헌의 손에서 뭔가 발견한다) 야.. 너 손..?
    주헌: 괜찮아요. (손을 숨긴다)
    욱영: 피 나는 거 아니야? 봐봐.
    주헌: 약간 스쳤어요.
    욱영: (주헌의 손을 빼앗는다)
    주헌: 윽.. (왼손 중지 마지막 마디가 날아갔다. 피를 철철 흘리고 있다)
    모두들: (할 말을 잃었다)
    수연: (눈물을 줄줄 흘린다)
    재영: 너..
    주헌: 진짜 괜찮아요.
    수연: (엉엉 운다) 뭐가 괜찮아.. (주헌의 손을 붙잡고 엉엉 운다) 어떡해..
    주헌: (웃음) 엄마가 좋아하시겠네요.
    지훈: (말없이 응급처치를 한다)



    #44. 한국, 흡연구역

    줄담배를 피우고 있는 관계자1에게 행정관1이 다가온다.

    행정관1: (담배에 불을 붙이고 한 대 빤다) 현실적으로 어려운 부분이 있습니다.
    관계자1: (대답하지 않는다)
    행정관1: (다시 한 번 빨고는) 터무니없는 액수입니다. 협상을 시도하면 한 명씩 죽이기 시작하죠. 얼마를 주든 모두가 돌아올 수는 없습니다.
    관계자1: (대답하지 않는다)
    행정관1: 유출하지 않아 주신다면 위로금은 성의껏 준비하겠습니다.
    관계자1: (화를 간신히 참으며 연기를 크게 내뿜는다) 하.. 돈에 환장했으면 인디레이블 차렸겠습니꺼?
    행정관1: 목숨 값을 받으시는 것이 내키지 않으신다면 인디문화 지원은 어떠십니까. 심정은 충분히 이해가 됩니다만 합리적으로 생각하셔야 합니다. 그들의 죽음이 헛되지 않도록 후배 뮤지션들의 길을 열어 줄 것입니다.
    관계자1: (터지는 실소) 뭐라능교, 저희가 돈에 목 안 매고 음악 만들고 공연 하고 하니까 뭐 대단한 사명의식을 가지고 이거 하는 거 같습니꺼? 이 판의 사활과 부흥을 위해 목숨이라도 걸 위인인 것 같습니꺼? 관심 없거든예? 저희는 그냥 이게 재밌어서 하는 겁니더. 후배 지원이예? 물론 중요하지요. 재미있을 수도 있겠지요. 하지만 지금은 우리 애들이 제일 재밌습니더. (담배를 비벼 끄고) 유출도 재밌겠네예. (가버린다)
    행정관1: ...



    #45. 사막. 차 안

    수연이 주헌의 다친 손을 양 손으로 꼭 잡고 주헌에게 기대 있다. 참혹한 분위기이다. 한참을 가다가 멈추어 선 차량.

    다솜: 여기서부터는 걸어가야 될 거 같아.

    주섬주섬 채비를 하고 내리는 뮤지션들. 마지막으로 나오던 수연이 차량 끝에 걸터앉는다.

    수연: 나는 안 갈래.
    나머지: (돌아본다)
    수연: 나 그냥 죽을래. 안 도망갈래.
    학철: 뭐?
    수연: 이렇게 구할 필요 없는 인생이야. 돌아가 봤자 죽지 못해 사는데 죽을 수 있을 때 죽을래요.
    다솜, 승우: (둘이 눈을 마주치고 얕은 한숨)
    재영: 여기까지 와서 무슨 소리야?
    다솜: (수연에게 다가와 손을 잡아끌며) 야 니가 이러면 사람들이 어떻게 가? 죽고 싶었으면 총 훔쳐서 헤드샷이라도 날렸어야지 여기서 이러면 민폐만 끼치는 거잖아.
    수연: (뿌리치며) 이제 그만 좀 해, 지긋지긋해.
    다솜: (당황)
    수연: 맨날 붙잡아줘서 위로는 되는데 고맙진 않고, 붙잡혀서 사는 인생 지겨워.
    다솜: ...
    수연: 다들 죄송해요.
    학철: (눈치)

    어색한 침묵이 감돈다.

    주헌: (다가와서 걸터앉는다) 누나.
    수연: (쳐다보지 않는다)
    주헌: 제가 앞으로 음악을 계속 할 수도 있고 안 할 수도 있어요.
    수연: ...
    주헌: 이제 음악 안 하겠다는 조건으로 구해달라고 한 거 맞아요.
    몇몇: (놀란다)
    주헌: 음악 안 해도 잘 살 수 있어요. 뭐 어쨌든 부모님이 부자니까요.
    학철: (부럽..)
    주헌: 음악 다시 해도 잘 살 수 있어요. 손가락 조금 짧아 진 거니까요. 세상에 제 잘린 손가락보다 손가락 더 짧은 사람도 기타 잘만 쳐요.
    재영: ...
    주헌: 근데 여기서 못 나가면 잘 못 살 거예요.
    수연: ...
    주헌: 누나가 더 험한 꼴 볼까봐 겁내는 거 알아요. 그래도 누나 없으면 못 가요.
    수연: (눈물을 뚝뚝 흘린다) ..너 때문에 그런 거 아니야.
    주헌: (미소) 알아요.
    학철: (재영을 어깨로 툭 치며) 분발해라.



    #46. 레이더사이트

    어둑해진 저녁, 오아시스지대. 원래 마을의 주거지였던 것으로 보이는 건물들은 대부분 다 파괴되었다. 중앙에 유일하게 멀쩡한 모습으로 우뚝 솟은 크고 넓은 현대식 건물이 보이고 그 주위로는 얼기설기 쳐진 울타리에 지뢰주의 표지가 있다. 유일한 출입구인 정문에 무장 보초 2명. 근처에는 전차와 군용차량, 포크레인 등과 함께 곳곳에 참호가 있다. 그 중에 한 곳에 숨어서 바깥을 살피고 있는 뮤지션들.

    학철: 방금 전쟁 끝났나봐.
    승우: K-1A1을 여기서 보네.
    지훈: 전차병이었어?
    욱영: 몰 줄 알아?
    승우: 어.. 네.. 뭐.. 대충?
    수연: 탄약수였대요.
    승우: 미필 나대지 마라.
    재영: 어떻게 들어가지?
    수연: 탱크 운전할 수 있으면 탱크로 다 부시고 가면 되는 거 아니에요?
    학철: 누가 데려왔냐?
    다솜: 생각보다 경계가 삼엄하진 않네요.
    지훈: 그러게. 잠입하는 게 어렵지는 않겠어.
    수연: 어딜 봐서요?
    지훈: 지뢰밭으로 가면 돼. 지뢰가 많을수록 감시가 적어.
    학철: 오 역시 DMZ 짬바.
    수연: 지뢰밭으로 가면 되면 지뢰는 뭐하러 깔아놨어요?

    점프- 구석의 지뢰주의 표지 아래에 웅크리고 모여 앉아 있는 뮤지션들. 그 가운데에는 기타 보호용 스펀지를 몸에 둘둘 말고 기타줄로 풀리지 않게 묶은 채 누워 있는 수연이 있다.

    재영: 그냥 내가 한다니까.
    수연: 이러려고 같이 오자고 했죠?
    지훈: (웃음) 미안해. 니가 하는 게 제일 안전해. 대인지뢰는 보통 15kg 이상 압력이 가해지면 터지는 데 이렇게 하면 10kg을 안 넘을 거야.
    욱영: 안전한 거 맞아?
    지훈: 응. 이거 해서 죽은 사람 한 명밖에 없었어.
    학철: 이걸 한 사람이 있어?
    지훈: (끄덕 끄덕) 두 명.
    수연: 내가 살 찌고 만다.
    재영: (한숨) 조심해. 차단기 내리면 그쪽으로 보초가 갈 거니까 너는 반대 방향으로 돌아서 정문으로 와.
    수연: 껌이네요.
    주헌: 누나 조심해요.
    승우: 살아 돌아오면 군필로 인정해줄게.
    지훈: 조심히 갔다 와. 우리도 가자. (지훈에게) 전기 내려가면 너 저기서 노래 불러.
    학철: ?? 내 노래로 적군을 감동시키게?
    지훈: 개소리야. (간다)

    살금살금 달려가는 뮤지션들과 한숨을 내쉬고 지뢰밭으로 굴러가는 수연.

    수연: 아 시발 이게 뭐 하는 짓이야.



    #47. 정문 앞

    보초 두 명. 갑자기 정전이 된다.

    보초1: 또 정전 됐나 본데?
    보초2: 내가 가서 보고 올게. (모퉁이를 따라 걸어간다)

    혼자 보초를 서는 1. 그때 멀리서 어렴풋이 노랫소리가 들린다. 지금 자신의 귀에 들리는 게 노랫소리가 맞나 갸웃거리며 소리의 발원지를 향해 가는 1. 점차 뮤지션들의 참호에 가까워지고 노래와 기타소리도 점점 커진다. 총을 쏠 준비를 하고 서서히 다가가다 재빨리 참호 안으로 총을 겨누는 1. 그러나 참호 안에는 학철뿐이다. 양 손바닥을 드는 학철. 그때 1의 뒤에서 튀어나오는 나머지들. 재영은 1의 총을 빼앗고 욱영은 기타 6번 줄로 1의 목을 조르고 지훈과 승우는 1의 팔다리를 제압하려 한다. 그러나 좀처럼 쉽지 않아 곧 빠져나갈 것만 같은 1. 그 때 갑자기 베이스의 바디가 1의 뒤통수를 세게 후려치고 1은 기절한다. 카메라 비추면 베이스를 들고 있는 다솜.

    다솜: 빨리 가요. (정문으로 달린다)
    승우: 전설의 뒤통수 브레이커 어디 안 가죠.

    모두들 정문으로 달린다. 기다리고 있는 수연.

    수연: 빨리 와요 빨리! (정문을 열려고 한다)
    재영: 뭐 하는 거야? 이리 와. (벽을 따라 돌아간다)
    수연: 엥? 어디 가요?
    재영: 정문 열고 당당히 들어가게?
    학철: 존나 멋있다.
    재영: (환풍구 통로를 찾아 내 뚜껑을 연다) 들어가.
    수연: 이럴 거면 보초는 뭐하러 따돌려요?
    재영: (한 명씩 들여보내며) 우리는 지뢰밭 못 건너니까.
    수연: (못마땅한 표정으로 들어간다)
    욱영: (들어가며) 아 좁다 좁아.

    #48. 건물 내부. 환풍구

    재영의 기타를 멘 다솜, 승우의 기타를 멘 수연을 필두로 환풍구 통로를 기어가고 있는 뮤지션들.

    학철: 언제 나오는 거야? 힘들어 죽겠네.
    욱영: (근육질의 몸 때문에 꽉 끼어 꿈틀거리며 기고 있다) 멸치가 말이 많다.
    수연: (오른쪽으로 뻗어 있는 현재의 환풍구 통로보다 크기가 작은 환풍구) 여기는 왜 갑자기 좁지?
    다솜: 수상하지?
    수연: 수상하네.
    학철: 들어갈 수 있어?
    다솜: (기타를 내려놓고 들어가는데 골반이 걸린다) 아 안 돼요.
    수연: (기타를 내려놓고 들어가는데 아슬아슬하게 갈 수 있다) 아이씨. 성공했지만 실패했다.

    점프- 통로를 기어 방에 다다른 수연. 살펴본다. 레이더 감지 장치 통제실. 사람은 아무도 없고 바닥에는 그물같이 레이저가 퍼져 있다.

    재영: (off) 어때?
    수연: 음.. 맞는 거 같아요. 아무도 없어요.
    학철: (off) 대박, 아무도 없대!
    수연: 근데 바닥에 레이저가 엄청 많은데 이거 혹시 제가 생각하는 그거 맞나요?
    욱영: 그럼 그렇지.
    학철: (재영에게) 세콤, 어떻게 좀 해봐.
    재영: 갈 수가 있어야 어떻게 하지.
    지훈: 정전시키면 꺼지지 않을까?
    재영: 그러면 우리 쪽도 안 보이잖아.
    수연: (off) 뭐예요! 어떻게 해요!
    승우: 바닥에 안 닿고 기계에 갈 수 있어?
    수연: (off) 미친놈아 생각 하고 말해!
    다솜: (번뜩) 야, 너 드론 몇키로까지 들 수 있어?
    승우: (설마..) 40kg이긴 한데..

    점프- 환풍구 뚜껑을 열어 놓고 천장과 기계까지 뛸 수 있나 각을 재 보는 수연 뒤로 드론이 날아온다. 소리에 깜짝 놀라 뒤를 돌아보는 수연. 드론의 프로펠러가 열심히 돌아가고 있다.

    다솜: 수연아 타자.
    수연: 미쳤어?
    다솜: 이거 밖에 없어. 가는 건 운 좋게 뛸 수 있어도 다시 돌아올 수가 없잖아.
    수연: 이걸 어떻게 타!
    승우: 이거 40kg 제한인데 너 이틀 굶어서 40kg 안 될 거야.
    수연: 개소리 하지마 돼지야. 마른사람은 이틀 굶는다고 2kg 안 빠져.
    승우: 딱 40kg 까지는 아닐 거야. LG꺼 거든.
    다솜: 빨리 타, 시간 없어!
    수연: (구멍 아래로 발을 내밀고 드론을 붙잡는다) 살 찌고 만다. (뛰어내리며) 시발!! (수연의 몸이 구멍에서 떨어지자 아래로 훅 꺼지는 드론) 위로! 위로!!! 올려!!!!
    승우: (리모컨을 위로 조작한다)
    수연: (발을 오무릴 대로 오므리고 발끝이 레이저에 거의 닿기 직전에 간신히 상승한다. 안도의 한숨을 내쉬자마자 천장에 부딪히려고 한다) 스돕!!!! 그만!!! 내려!!!
    승우: (리모컨을 아래로 조작한다)
    수연: (또 너무 내려가는 몸) 아니 좀!! 적당히!! 아 전진 전진!!!
    승우: (리모컨을 전진으로 조작한다)
    수연: (드론을 거꾸로 붙잡아 뒤로 가는 드론) 아니 시발 앞!! 앞으로!!
    승우: 앞인데??
    수연: 뒤!!! 뒤!!!



    #49. 레이더사이트 휴게실

    음악을 틀어 놓고 과자를 먹고 있는 보안1. 헤비메탈에 맞추어 머리를 흔들며 흥겹게 리듬을 타고 있다. 기타 리듬 사이사이로 작게 들리는 수연의 고함. 몇 번 반복되자 알아챈 듯 고개를 갸웃거린다. 다시 한 번 들리자 일어나 문을 열고 나간다.



    #50. 레이더 감지실

    무사히 기계 위에 착륙한 수연. 바지 뒤에 꽂아놓았던 다솜의 스틸레토힐을 꺼내 닥치는 대로 부수고 전선을 뜯어버린다.

    수연: 죽어!! 죽으라고!!

    힘이 빠지자 온갖 구멍마다 물을 콸콸 쏟아 붓는다. 여기 저기 불꽃이 튀는 기계.

    (E) 달려오는 발자국 소리

    재빨리 나머지 물을 다 부어버리고 책상 위에 있던 열쇠꾸러미를 챙긴 뒤 드론을 붙잡는다.

    수연: 올려!!!!!!!

    수연이 떠오름과 동시에 벌컥 열리는 문. 보안1이 뛰어 들어오다 레이저를 건드려 바닥 전체에 전류가 흐른다. 감전되어 쓰러진다. 뒤이어 뛰어오던 보안2가 레이저 전원을 찾아 끄고 3과 함께 방 안으로 진입한다.

    수연: 좀 더 앞으로!!!!!!! 됐어 올려!!!!

    수연이 환풍구로 도망치자 멋있게 점프해 환풍구에 매달린 보안2가 따라가려 하지만 구멍이 너무 작아 빵빵한 근육몸이 들어갈 수 없다.

    보안2: (뛰어내리며) SHIT!!! 목마 태워줘!

    보안3이 목마를 태우자 구멍 안으로 총을 난사하는 보안2. 거의 나머지가 있는 곳까지 기어간 수연의 뒤로 총알이 빗발치고 재영이 재빨리 수연을 잡아당기자 승우가 방탄케이스로 구멍을 막는다.

    수연: 아 시발!!! 존나무서워!!
    다솜: 잘 했어, 잘 했어.
    재영: 다친 데 없어?
    수연: 엄청많아요!! 다까졌어!!
    학철: (수연의 몸을 살펴보고 무사한 걸 확인하며) 이 열쇠 뭐야?
    수연: 몰라요 그냥 있길래 가져왔어요.
    승우: K-1A1 열쇤데??
    수연: 그게 뭔데?
    승우: 탱크!
    수연: 미친 그럼 탱크에 숨어있으면 되겠네!
    다솜: 가자, 가자!

    바쁘게 기어가는 뮤지션들.



    #51. 휴게실 옆 복도

    여전히 휴게실에서 울려 퍼지는 현지 헤비메탈을 배경음악으로 소리 지르며 바쁘게 움직이고 있는 악당들. 그리고 그 맞은 편 불 꺼진 방에서 휴게실을 보고 있는 뮤지션들.

    학철: 저기만 갈 수 있으면 바로 바깥인데.
    지훈: 8마디 뒤에 출발하자.
    학철: 뭐?
    지훈: 이제 곧 폭발해. (발로 박자를 구르며) 쾅쾅! 쾅쾅! 쾅쾅쾅쾅쾅쾅! 이니까 박자 맞춰서 뛰면 묻힐 거야.
    승우: 아 형 쩔어.
    지훈: (손으로 박자를 센다) 시작!

    폭발하는 듯 모든 악기가 한 번에 같은 리듬을 친다. 그 리듬에 맞춰 쿵쿵!(멈추고) 쿵쿵(멈추고)! 쿵쿵쿵쿵쿵쿵! 뛰어가는 뮤지션들. 우스꽝스럽지만 무사히 휴게실로 들어왔다. 재빨리 창문을 열고 나가 가장 가까운 참호로 뛰어든다.

    승우: (바깥을 살피고) 가자!

    다 함께 일어서는데 갑자기 정면에서 총알이 마구 날아온다. 다시 숨는 뮤지션들. 화면 전환되면 건너편 참호에서 조준을 하고 있는 TO, AJ, VI. 두 참호 사이의 거리는 직선으로 약 100m, 전차는 두 참호를 직선으로 이었을 때 뮤지션들의 참호에서 45도 방향으로 약 20m.

    TO: 죽지만 않게 다 쏴도 좋다. 가자.

    견착한 채로 뮤지션들의 참호를 향해 달려 나오는 셋.

    수연: 내가 그냥 죽는댔잖아!! 한 시간 더 살았네!!
    학철: 그냥 탱크로 뛰자!
    재영: 가는 길에 다 총맞아 죽어!
    승우: (방탄케이스를 펼치며) 제가 가서 탱크 끌고 올게요! 두 명 더 필요해요! 작은 사람!

    재빨리 재영과 학철이 옆에 붙는다. 재영은 승우의 방탄기타로 케이스의 헤드 사이 빈 부분을 메운다.

    승우: (둘과 눈빛 교환을 하고) 가자!!!!
    재영, 학철: 으아아아아아!!!

    방탄케이스 뒤에 몸을 숨기고 참호 밖으로 달려 나가는 셋. 악당들의 총기난사가 시작된다. 쓸데없이 웅장한 배경음악과 함께 총알이 빗발치는 이 험난한 세상을 기타 하나로 맞서 달려 나가는 뮤지션들의 모습 슬로우모션. 포효하는 표정들이 비장하다.

    그 때 휴게실의 창문에서 뮤지션들을 발견한 악당들을 발견한 수연.

    수연: (옆을 마구 치며) 저기!! 저기!!!

    모두가 뒤를 돌아보면 창문을 넘어오는 악당들. 다들 얼어붙어 있는데 갑자기 엄청난 굉음이 들린다. 돌아보면 전차에서 발포한 포탄. 전차는 뮤지션들 쪽으로 다가온다.

    TO: 왓더 뻐킹 코리안!!! (AJ에게) 가! 끌고 와!
    AJ, VI: (다른 전차 쪽으로 달려간다)

    포탄 소리에 엎드렸던 창문 뒤의 악당들이 다시 일어나서 창문을 넘어 참호로 달려온다. 마침 승우의 전차도 참호 앞에 멈춰 선다. 악당 한 명이 참호로 뛰어들고 그것을 본 지훈이 벌떡 일어선다. 그것을 본 TO가 총을 조준하고 마구 쏜다. 총을 맞고 악당과 함께 쓰러지는 지훈.

    수연: 오빠!!!
    욱영: 안돼!!!

    무성 슬로우모션으로 진행되는 장면. 지훈에게 달려드는 수연, 지훈 위로 쓰러진 악당을 치우고 지훈을 열심히 흔들어 보지만 깨어나지 않는다. 피로 젖어 있는 지훈의 배. 오열하는 수연과 수연을 떼어 내 탱크로 올려 보내는 주헌. 재영과 학철은 전차 내 총기로 엄호한다. 호흡을 확인하는 욱영과 지훈의 뺨을 찰싹찰싹 때리며 정신 차리라고 흔드는 다솜. 다솜 역시 주헌에게 끌려 탱크로 들어간다. 달려드는 악당들을 마지막 남은 기타를 휘두르며 막는 욱영, 그 사이에 지훈을 탱크로 옮기는 주헌. 마지막으로 욱영까지 무사히 탱크에 타고 뚜껑이 닫힌다.



    #52. 탱크 안

    오열하는 수연과 피가 흠뻑 젖어 있는 지훈의 배를 막고 있는 욱영.

    학철: (지훈을 마구 흔들며) 일어나! 일어나 이 새끼야!!
    수연: (엉엉 울며 학철을 말린다) 하지 마요!! 왜 그래요!! (지훈의 얼굴을 감싸 안고) 차라리 잘 됐어, 죽는 게 나아. (엉엉)
    학철: 그딴 소리는 속으로나 하라고!
    수연: (속으로 하며 엉엉)

    말을 잇지 못하는 모두. 수연의 오열소리만 울려 퍼진다. 그런데 수연의 품에 안겨 있는 지훈의 얼굴이 잠시 인상을 쓰더니 스르르 눈을 뜬다. 어리둥절한 지훈. 수연의 팔을 잡는다.

    수연: (깜짝 놀라 내팽개치며) 으아악!!
    지훈: 뭐, 뭐야.. (자신의 배를 잡고 있는 욱영의 손을 치우며) 뭐 해? (피를 발견하고) 억! 이거 뭔 피여!
    모두들: (어이가 없다)
    욱영: 너.. 총.. 맞은 거 아니야?
    지훈: (??? 옷을 들어 본다 깨끗한 배) 아닌데?
    수연: (눈물 그렁그렁) 총 맞고 쓰러졌잖아요?
    지훈: (???...!!) 아. 아까 갑자기 일어서니까 어지러워서.. 기절했나봐. 약 먹을 시간이 지났나.

    다들 입이 쩍 벌어진 가운데 갑자기 차체에 엄청난 충돌이 느껴진다. 비명과 쓰러지는 사람들로 아수라장.



    #53. 탱크 밖

    AJ의 탱크가 와서 승우의 탱크에 몸통박치기를 했다. VI가 몰고 온 포크레인은 버켓으로 승우 탱크의 뚜껑을 부수려고 하고 있다. 한 쪽 참호에서는 대포를 쏠 준비를 하고 있다.

    승우: (밖의 상황을 살피며) 존나 대형액션 뭐야?
    재영: (포탄을 들고) 넣을까?
    승우: 아니요, 이 거리에서 쏴봤자 맞지도 않아요. 일단 도망가죠?

    도망치는 승우의 탱크. 쫓아가는 탱크와 포크레인. 곧 대포가 발포된다. 근거리에 맞아 크게 흔들리는 승우의 탱크.

    뮤지션들: 으아악!
    승우: (밖의 상황을 보며) 하나 더 옵니다!!

    다들 귀를 막고 엎드렸는데 온 것은 거대한 대포 한 방 대신 우박이 거세게 쏟아지는 듯한 파열음과 진동.

    승우: ??? (밖을 살피다가) 대박..

    초고속으로 날아와 탱크들과 건물을 공격하는 중국 전투기 두 대. 헬기도 한 대 함께 왔다. 탱크의 뚜껑을 열고 넋이 나가 하늘을 보는 뮤지션들.

    학철: (주헌에게) ...너 시진핑 손자야?

    갑자기 승우의 탱크에 공격을 퍼붓는 전투기. 모두들 혼비백산해서 탱크 안으로 들어온다.

    학철: 우리 다 죽일 거 같은데?
    주헌: 여기 있는 줄 모르나 봐요.
    재영: 통신 못 해?
    승우: 그건 통신정비병이 하는 거라..
    수연: 모스부호같은 거라도 보내봐! 대포로 펑펑 하면 되지 않을까?
    승우: 아 개소리 좀! 차라리 소리를 질러라!
    수연: 아! (올라가 뚜껑을 연다)
    승우: 뭘 아야!
    수연: (호흡을 가다듬고 단전에 힘을 빡 준 다음 온 힘을 모아) HELP!!!!!!!!!

    너무 큰 목청에 다들 귀를 막는다. 손짓으로 학철을 부르는 수연.

    학철: (역시나 힘을 주고) HELP!!!!!!!!!!!!!!

    수연보다 더 큰 목청. 포탄 소리도 뚫는 성량이다.

    욱영: (너무 웃기다) 미친놈 진짜 소리 지르고 있엌ㅋㅋㅋㅋ

    공격소리가 잦아들 때마다 번갈아서 최대성량으로 소리를 지르는 둘. 소리가 크긴 크다.



    #54. 전투기 조종석

    희미한 HELP 소리가 들림을 알아챈다. 아래를 보는 조종사. 소리를 지르며 주헌의 얼굴을 하늘로 향하게 하고 격하게 손으로 가리키는 수연과 학철이 있다.



    #55. 탱크

    공격이 멎었다.

    승우: 목소리 큰 게 짱이야.



    #56. 헬기

    욱영을 마지막으로 모두 사다리에 오른 뮤지션들. 조수석에 아주 우아하고 강해보이는 주헌의 엄마가 있다. 중국어로 대화를 나누는 모자.

    엄마: 오랜만이다.
    주헌: 전투기 뭐예요?
    엄마: 레이더 못 껐을까봐.
    주헌: 그럼 처음부터 안 시켜도 됐잖아요!
    엄마: 보자마자 타박이야?

    그때 헬기를 공격해오는 악당들. 헬기의 무장 대원들이 즉각 사살한다.

    주헌: 이렇게 막 쏴도 돼요?
    엄마: 원래 중국인은 그런 거 없잖니. (뮤지션들에게/ 영어) 반가워요. 다친 사람은 없나요?
    수연: (영어) 네. 구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각자 감사 인사를 하는 뮤지션들. 주헌의 엄마는 쿨하게 미소를 짓고 헬기들에게 귀환할 것을 지시한다.

    학철: 야 너 뭐야 진짜. 어머님 뭐 하시는 분이셔?
    주헌: 그냥 군수업 작게 하세요. (헬기용 헤드폰을 나누어 주는데 몇 개밖에 없다)
    재영: (헤드폰을 양보하며) 군수업이 작은 것도 있냐.
    지훈: (헤드폰을 양보하며) 이 정도 소리는 소리도 아니지.
    수연: (헤드폰을 양보하며) 나도 어차피 귀가 맛갔어.
    다솜: (헤드폰을 양보하며) 인이어 최대출력으로 두 시간 공연도 하는데 뭐.

    서로 양보하는 모습 줌아웃되면 창공을 가르는 비행체들.



    #57. 탱크 안

    뮤지션들의 탱크 내부를 수색하는 TO, AJ, VI. 덩그러니 남겨진 기타 한 대.

    VI: 기타만..
    TO: 셧! 떱!



    #58. 중국, 주헌의 본가

    엄청나게 넓고 모든 게 번쩍이는 집에서 관계자1과 통화를 하고 있는 승우. 전화하는 배경에서 뮤지션들의 부잣집 문물 체험이 계속된다.

    승우: 아 진짜 대박이라니까요 형? 저 그냥 여기서 주헌이 노예로 살래요. 그레이포카리는 해체예요 그런 줄 아세요.
    다솜: (씻고 나오다가 통화 중인 승우를 발견한다) 나도 바꿔줘. (전화를 받아서) 네. 저희는 다 괜찮아요. 수연이 타박상 좀 있기는 한데 크게 다친 건 아니에요. 네? 통화하셨어요? 그새 언제 했대? 걱정하실까봐 말 안 했나 봐요. (웃음) 그러게요. 한국 상황은 어떤 거예요?



    #59. 한국, 그레이포카리 레이블 사무실

    관계자1: 그냥 뭐 관심도 없고 지시도 없고 조용해. (그때 사원이 급하게 핸드폰을 가져다준다. 화면을 들여다보다가 경악한다) 정수연 이 가시나 미친 거 아이가!!!



    #60. 중국, 주헌의 집

    발만 보이는 뮤지션들. 어디론가 걸어가면서 조잘조잘 떠들고 있다.

    승우: (off) 아니, 하는 건 좋은데 상의를 좀 하라고 상의를. 우리가 언제 너 하자는 거 못하게 한 적 있어?
    수연: (off) 아니, 어차피 못하게 안 할 거면 상의 안 하고 해도 되는 거 아니야? 에너지 낭비잖아?
    다솜: (off) 아니, 우리도 마음의 준비를 좀 하고 싶다고..
    학철: (off) 근데 막 그렇게 뻥 쳐도 돼?
    지훈: (off) 뭐 사실 뻥은 아니지.

    발만 보이며 떠드는 동안 발들은 현관문을 넘어 정원을 지나고 연못 곁도 지나고 개와 고양이가 뛰어노는 마당도 지나 대문을 넘어선다. 점점 느려지다가 멈추는 발들. 한 명의 발이 뒤로 약간 물러선다.

    주헌: 공항까지 못 가서 죄송해요.
    욱영: 아니야. 내가 어머님이라도 안 보낼 거야.
    학철: 맞아. 백퍼 도망가지.
    주헌: (웃음)

    주헌의 엄마가 다가온다.

    엄마: (중국어) 잘 쉬었나 모르겠네요. 아들을 음악에게서 내게로 보내 줘서 고마워요.
    뮤지션들: (주헌의 통역을 기다린다)
    주헌: 조심해서 가래요.
    재영: (수연을 보고) 수연이 또 운다.
    수연: (주헌에게 안겨 엉엉 운다) 미안해 우리 때문에(엉엉)
    주헌: (토닥토닥) 아니라니까요. 재밌었어요. 이제 후계자 수업 받을 때 됐죠.
    수연: 재수없어~~~ (엉엉)

    웃으며 주헌에게 몰려들어 서로를 격려하고 때리고 우정을 나누는 뮤지션들.



    #61. 한국, 공항

    창공을 가르며 도착하는 비행기와 공항 전경. 활주로에 도착한 비행기, 내리는 사람들, 옮겨지는 짐.



    #62. 공항, 입국게이트 안

    모여 있는 뮤지션들.

    수연: 아시겠죠? 꼭 약속 지키셔야 돼요.
    재영: 뭐 어려운 것도 아니고.
    승우: (핸드폰을 보며) 기자 쫙 깔렸다는데?
    학철: 내한밴드 된 거 같아.
    수연: 그럼 갈까요? (선글라스를 낀다)



    #63. 입국게이트

    문이 열리면 멋이라는 게 폭발하는 록 음악의 전주와 함께 수연을 필두로 하나같이 선글라스를 끼고 슈퍼스타처럼 걸어 나오는 뮤지션들 슬로우모션. 기자들이 몰려들어 카메라의 플래시세례와 질문 공세가 쏟아지지만 그저 살짝 미소만을 지으며 입을 다물고 지나가는 뮤지션들.



    #64. 사적인 발차기 작업실

    멤버들을 모아 놓고 새로 작업한 곡을 들려주는 욱영. #41.의 비트를 사용한 곡이다. 온갖 신디사이저로 그 음향을 그대로 재현했다. 완전 짜증난 멤버들. 곡이 끝난다.

    학철: (마른세수) 하.. 시발.. 너는 트라우마라는 것도 모르냐?
    욱영: 그래도 좋지 않아?
    재영: 응 좋지 않아.
    지훈: 이거 그때 소리 그대로 내려고 한 거야?
    욱영: 응.
    지훈: 그럼 좀 고칠 데가 있는데,
    학철: 아 존나 짜증나 이 또라이들이랑 팀 못하겠다고!

    (E) 욱영의 전화벨 소리

    욱영: (발신번호를 보더니 그냥 뒤집는다) 어휴, 진짜 연락 많이 오네.
    지훈: 그러게 나처럼 친구가 없었어야지.
    재영: 수연이는 하루에 인터뷰 요청만 스무 개씩 온대.
    학철: 정수연도 또라이야. 왜 내 주변엔 다 또라이밖에 없는 거지.
    욱영: 왜겠냐?
    지훈: (웃으며 일어난다) 됐고 합주하러 가자. 진짜 얼마 안 남았어.
    학철: (따라가며) 아 시발 공연날 다가오는 게 이렇게 무서울 줄이야.
    욱영: 무섭긴 뭐가 무서워.
    학철: 드러머가 프론트맨의 고충에 대해 뭘 알겠냐.
    욱영: 프론트맨님 다음 앨범에 이 곡이 들어갈 수 있을까요?
    재영: 프론트맨님이 라이브하다 오줌을 쌀 것 같아서 안 됩니다.

    떠들며 사적인 발차기가 나가면 텅 빈 작업실.



    #65. 공연장 앞

    <사적인발차기X그레이포카리> 의 현수막이 걸린 공연장 주변에 사람들이 가득하다. 입장 줄을 서 있는 사람들, 굿즈를 사고 있는 사람들, 여기저기 기자로 보이는 사람들까지.



    #66. 공연장 안

    오백여 명 가까이가 모인 공연장. 그러나 백 명 정도는 기자들로 보인다. 연주를 하고 있는 그레이포카리. 곡이 끝나자 사적인 발차기 멤버들도 올라와 합동 공연 준비를 한다.

    수연: 감사합니다. (주변을 돌아보고) 그레이포카리가 준비한 무대는 여기까지고요, 이제부터는 사적인 발차기와 함께 라이브를 준비해 보았어요. 원래는 그렇게 친한 오빠들은 아니었는데, 아시다시피 저희가 그런 일이 좀 있었잖아요? 어쩔 수 없이 돈독해져 버려가지고.. (웃음)
    기자1: (관객석에서 고함) 올리신 글은 모두 사실입니까?

    웅성대는 공연장.

    학철: 네, 사실입니다.
    기자2: 카자흐스탄 사건에 대해 한 말씀 하신다면요!
    수연: 기자분들이 많이 오셨네요. 다 표 사서 오신 거죠(웃음)? 그래도 여기는 기자회견장 아니니까 자제해 주셨으면 좋겠어요. 오늘 공연은 저희와 함께 그 일에 휘말렸고 안타깝게 저희의 곁을 떠나게 된 한 훌륭한 뮤지션을 위해 열린 공연이니까요 공연에 집중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기자3: 이럴 줄 알고 글 올린 거 아닙니까?
    수연: 당연히 알았고요, 의도대로 많은 분들이 오셨어요. 돌아가셔서 어떤 기사를 쓰셔도 상관없습니다. 자극적인 거 잔뜩 써 주세요. 피디 폭행사건 때 처럼요. 사실은 성추행 사건이었지만. 관심 끌고 싶거든요(웃음). 제가 사람 얼굴 기억 진짜 잘 하는 편인데, 오늘 오랜만에 뵙는 분들이 많아요. 아마도 저희와 함께 즐거운 시간 보내시다가 바빠지고 다른 일들이 많아지고 하시면서 자연스럽게 저희를 잊으셨을 거예요. 우리는 신경 써야 될 게 너무 많잖아요. 하지만 언제든 다시 저희 음악을 들으시면 저희에게 빠지실 거라는 걸 알아요. 저희는 정말 쩌는 밴드거든요. 그리고 저희뿐만 아니라 인디씬에는 이 씬의 크기에 비해 이상할 정도로 실력자들이 많아요. 문제는 노출도라고 생각해요. 쩌는 사람도 많고 쩌는 거 알아볼 안목을 가진 사람도 많은데 그 쩌는 안목이 쩌는 걸 볼 기회가 별로 없죠. 왜냐면 우리는 너무 할 게 많거든요. 이건 이상한 거예요. (사이) 저희 모험의 상세내용은 제 sns를 통해 상당 기간 연재할 생각이니 지속적인 관심 부탁드립니다. (다음 곡을 준비한다)
    기자4: 여러분을 버린 정부에 대해 하실 말씀은요!
    수연: (흐음..) 홍대 월세나 잡아주세요. 다른 건 저희가 알아서 할게요.

    수연의 사인을 신호로 그레이포카리와 사적인발차기의 합주곡이 시작된다. 주헌의 음악을 두 락밴드의 편곡버전으로 준비했다.



    #67. 중국, 주헌의 집

    음악이 이어지고 국제택배를 뜯는 주헌. 열어 보면 #41.에서 자신이 던져버렸던 기타와 같은 기타가 들어 있다.



    #68. 에필로그

    악당들의 본진. 운동을 하고 있는 AJ를 지나 한 방으로 들어가는 VI. 그 방에는 뮤지션들이 놓고 간 기타, 베이스, 이펙터, 앰프들이 모여 있다. 메탈 음악을 틀어 놓고 기타를 연주하고 있는 TO.

    VI: 대장, 보스가 부르십니다.
    TO: 그래? 알겠다. (정리하고 나간다)

    TO가 나간 뒤 여전히 울리는 음악을 들으며 일렉기타를 빤히 쳐다보던 VI가 기타를 집어 든다. 스트랩을 어깨에 메고는 징징 기타 치는 흉내를 낸다. 거울에 비춰 보며 자아도취에 빠지는 VI. 점점 더 격정적으로 기타퍼포먼스를 하다가 학철처럼 발차기를 하고는

    VI: ROCK WILL NEVER DIE!!



    끝. 감사합니다.
    고지애

    고지애

    1988년 대전 출생

    서울시립대 국어국문학과 졸업

  • 시놉시스

    홍대의 한 라이브클럽. 채 반이 차지 않은 소규모 공연장의 막이 내리면 대기실에 모여 문체부 주최의 제3세계 문화교류 행사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인디밴드들. 3000만원이라는 거액의 출연료 때문에 공연지역의 테러 위험에도 불구하고 수많은 실력자들이 참가신청서를 제출한다.

    출국 당일, 카자흐스탄 분쟁지역으로 향하는 비행기에는 3팀의 뮤지션들이 올랐다. 우울증에 욕쟁이 보컬, 폐차 직전의 화물트럭에서 숙식하는 베이스, 곤충오타쿠인 기타, 나사 하나 빠진 드럼의 <그레이포카리>, 너무 작은 키와 너무 마른 몸으로 항상 놀림을 받는 보컬, 기계밖에 몰라 멀티이펙터를 직접 만들어 쓰는 기타, 저혈압이 심해 약을 먹으며 막노동을 하는 베이스, 시도 때도 없이 떠오르는 악상에 눈을 뒤집고 남들에게 두려움을 주는 드럼의 <사적인 발차기>, 말수가 적고 늘 어두운 클래식기타리스트 <박주헌>까지 어딘가 한두 군데 결핍이 있는 이들이다.

    열악한 현장의 환경에도 불구하고 공연을 이어나가지만 염려했던 대로 테러의 표적이 되었고 자기만 살겠다고 모두들 도망친 공연장에 남겨진 뮤지션들은 테러범들에게 납치되어 한국 정부에 몸값을 요구하는 인질이 된다.

    그러나 곤충오타쿠 기타리스트가 자신들이 억류된 장소에서 전 세계 단 한 군데에서만 사는 곤충을 발견해 납치된 곳이 어디인지 알아낸다. 이어 아무도 알아주지 않지만 천재작곡가인 보컬이 몸값을 요구하는 비디오를 찍는 찰나에 작곡을 해 음악의 코드로 자신들이 있는 지역을 알리자 덤벙대는 바람에 비행기를 못 탔던 드러머가 한국에서 해당 영상을 보고 메시지를 알아차린다. 이대로 순조롭게 구조가 이루어지나 했지만 뮤지션들의 위치가 확인되지 않아 구조대를 파견할 수 없다던 정부는 왜인지 정확한 장소를 알았음에도 여전히 액션을 취하지 않는다. 직접 탈출하는 수밖에 없다는 것을 깨달은 뮤지션들은 보잘것없었던 자신들의 능력을 한데 모으기 시작한다.

    먼저 평소에 발달이 덜 된 귀 때문에 남들에게는 들리지 않는 고주파로 늘 괴로워하던 그레이포카리의 보컬은 캄캄한 밤중에 자신들을 촬영하고 있는 감시카메라를 포함 모든 전자기기가 정전으로 인해 작동이 정지되었음을 알아채고, 사적인 발차기의 보컬이 기아 같은 몸으로 근육질 성인남성의 탈출을 막기 위해 설계된 강하고 튼튼한 감옥의 창살 사이로 몸통만 빠져나와 열쇠를 탈취한다. 이어 부실건축공사 현장에서 막노동을 하던 사적인발차기의 베이시스트가 자신들이 갇힌 건물의 약한 부분을 찾아내고, 강철로 만들어진 크고 무겁고 단단한 쇳덩어리 구식 이펙터로 벽을 파괴한다. 쓸데없이 걱정과 대비가 많은 기타리스트는 보통 밴드들은 구입조차 하지 않는 50M짜리 기타 선을 여러 개 챙겨 왔고, 모두는 기타 선을 몸에 묶고 무사히 5층 건물에서 하강한다. 자신들의 탈출 루트와 반대 방향에 앰프를 설치하고 연결한 기타를 마구 치자 보초들은 소리가 들리는 쪽으로 달려가고, 그 사이 악당들의 차량에 올라탄 뮤지션들은 평소에 오늘내일하던 화물차를 운전하느라 안 걸리는 시동에는 도가 튼 그레이포카리의 베이시스트가 장치를 조작해 차키 없이 무사히 출발한다.

    파괴된 마을에 도착해 간신히 아직 연결이 가능한 전화기를 발견하고, 지나가며 들었던 다이얼 소리로 번호를 기억한 사적인발차기의 베이시스트가 대사관에 전화를 걸지만, 사실상 구조를 거부당한다. 망연자실한 채로 그레이포카리 기타리스트의 천연 소가죽재킷을 구워 먹는 뮤지션들, 그리고 그 가운데 고민에 빠져 있던 주헌이 결심을 한 듯 중국 대사관에 전화를 건다. 그러자 어쩐지 엄마와 통화를 하는 주헌. 다들 놀라는 와중에 미션이 내려진다. 구조 헬기가 격추되지 않도록 레이더사이트의 감시용 레이더를 꺼야 한다.

    고민할 틈도 없이 악당들에게 따라잡힌 뮤지션들, 빗발치는 총소리에 악상이 떠올라 눈이 뒤집혀 가는 드러머를 달래며 도망치지만, 옥상 코너에 몰리고 만다. 앞에는 다가오는 악당들, 뒤는 부서져 기둥만 남은 다리. 뮤지션들은 베이스의 하드케이스를 기둥 사이마다 연결해 다리를 만들어 건너고, 쫓아오던 악당들은 고가의 악기들과 함께 다리 아래로 떨어진다.

    무사히 레이더사이트로 출발한 뮤지션들, 그러나 도망치던 와중에 기타리스트인 주헌이 총에 맞아 손가락 한 마디가 날아간 것을 발견한다. 충격에 휩싸인 모두. 그리고 그것을 트리거로 그레이포카리 보컬의 우울증이 급격히 발현되고, 자신은 이 탈출 계획에 더 이상 동참하지 않을 것을 선언한다. 뮤지션들은 무사히 이곳을 탈출할 수 있을까.

    인물소개

    <그레이포카리>
    4인조 사이키델릭 록밴드. 데뷔하자마자 독특한 분위기와 뛰어난 실력으로 인디밴드로는 흔치않게 방송에도 자주 등장하며 순식간에 세간의 주목을 받지만 피디폭행사건에 연루된 이후로 방송출연정지를 당하고 작은 클럽을 전전하고 있다.

    보컬-정수연(여/30)
    156cm/41kg의 유아적 체격이나 괴물같은 보컬 파워를 자랑한다. 팀의 작사작곡을 맡고 있으며 세계의 참상과 어두운 자아에 대한 무력함이 곡의 주를 이룬다. 예민하고 잘 웃고 잘 울고 감정기복이 심하며 욕쟁이이다. 엄청난 동안에 작고 왜소한 몸매, 화장을 거의 하지 않는 맨 얼굴에 평소 즐기는 옷차림은 농구나시-짧은 반바지 조합으로 얼핏 보면 어린아이 같다.

    베이스-김다솜(여/32)
    악기에 어울리는 크고 늘씬한 몸매. 평소 즐기는 비주얼은 위아래로 트레이닝복 세트에 스틸레토힐, 힘준 화장에 컬러 선글라스, 히피펌, 허스키한 목소리로 와일드할 것 같지만 다정하고 팀원들을 잘 챙기는 꼼꼼한 성격이다.

    기타-한승우(남/32)
    부자. 잘 먹고 잘 살아 듬직한 체형. 전원주택에서 수집하는 곤충들과 함께 살고 있다. 말이 많고 가벼워 보이지만 성품은 착하고 유쾌하다. 걸치는 모든 것이 비싸 보이는 것뿐이다.

    드럼-황재범(남/31)
    덤벙대지만 눈치가 빠르고 음악적 센스가 대단하다.

    <사적인 발차기>
    하드한 메탈록밴드. 가진 건 음악에 대한 열정뿐인 거친 청춘들. 라이브의 역동적인 퍼포먼스, 특히 보컬의 발차기가 트레이드 마크이다.

    보컬/기타-기학철(남/33)
    166cm/51kg으로 금방이라도 쓰러질 것 같이 왜소해 보이지만 엄청난 음역대와 천둥같은 성량으로 유명하다. 까칠하지만 유머있다.

    기타-안재영(남/33)
    학철보다 조금 크다. 사설 보안업체에 근무하고 있으며 기계에 관심이 많고 잘 만진다. 그나마 중립적인 성격.

    베이스-신지훈(남/33)
    걸어다니는 음악사전. 욱영과 함께 팀의 작곡을 맡고 있다. 키는 크지만 몸은 약하다. 사적인 발차기 치고 조용한 편.

    드럼-차욱영(남/33)
    유일하게 태닝에 근육질 몸매로 약해 보이지 않는다. 잘생기고 키도 크고 몸도 좋고 명문대를 나왔지만 현재는 음악을 하며 스케쥴 관리에 어려움이 있어 막노동판을 전전하고 있다. 시도 때도 없이 악상이 떠오른다.

    <박주헌-기타/보컬(남/27)>
    클래식 기타리스트. 아버지가 한국인 어머니가 중국인인 혼혈이다. 시끄럽고 정신없고 과격한 록밴드들 사이에서 막내로 말수가 거의 없지만 상황판단이 빠르고 배려심이 깊다. 영어, 중국어, 한국어를 한다.
    고지애

    고지애

    1988년 대전 출생

    서울시립대 국어국문학과 졸업

  • 이정향 영화감독 . 주필호 주피터필름 대표

    올해 심사는 예년에 비해 몹시 힘들었다. 좋은 작품을 만나면 읽을 때에 몰입이 잘 되고 힘든 줄을 모른다. 그 반대의 경우엔 진도도 안 나가고 피로가 가중되며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정독한 자신에게 화가 난다.

    인디 밴드의 애환과 자긍심을 기상천외한 방법으로 풀어낸 '알아서 할게요'가 없었다면 우울한 연말을 보낼 뻔 했다. '알아서 할게요'가 당선작이 된 이유는, 기존의 영화들을 답습하지 않은 배짱과 새로움이다. 당당함이 황당함을 기발함으로 승화시켰다.

    해가 갈수록 진부한 소재와 상투적인 화법으로 하향평준화 되는 응모작들을 보노라면, 작금의 한국 영화계를 고스란히 비추는 거울임이 느껴져 영화인의 일원으로서 면목이 없다. 수많은 영화와 드라마가 쏟아져 나오는 이 시대에 참신한 소재와 새로운 화법을 요구한다면 가혹한 기대일 수도 있다. 이제는 '하늘 아래 새로운 것이 없다'는 표현이 무색하지 않은, 미디어의 홍수 속에서 살고 있는 우리다. '무엇을' 말하기보다 '어떻게' 말하는 가가 그 어느 때보다 소중한 시대가 되었다. 나만의 개성, 나만의 화법을 치열하게 추구하길 바란다.

    시나리오라는 건 영화화가 되지 않으면 태어나지 않은 것과 마찬가지다. 내 글이 타인과의 공감대를 형성하는지 매 순간 의심하고 따져보자. 알렉스 오스본(Alex Osborn)의 '창작이란 새로운 것을 창조하는 게 아니라 기존의 생각을 새로운 방식으로 조합하는 것이다'는 말을 응모자 여러분께 선물로 바친다.
  • 고지애

    고지애

    1988년 대전 출생

    서울시립대 국어국문학과 졸업

    내가 읽고 싶은 것은 이미 나보다 잘 쓰는 사람들이 다 써 놓았다고 생각할 때가 많습니다. 부족한 작품에 용기를 주신 심사위원 여러분께 가장 먼저 감사드립니다.

    가르침을 주신 서울시립대학교 국어국문학과 스승님, 학우 분들께 감사합니다. 곧 죽을 거라고 생각해서 학교도 가고 싶은 날만 가고 과제도 하고 싶은 것만 하고 말도 하고 싶은 날만 하고 막 다녔는데, 그 와중에 많이 빨아 먹었어요. 뻔뻔하게도 아직까지 살아남아 그 양분으로 글을 씁니다. 하고 싶은 것만 하고 사는 못 된 인생 크게 구박하지 않는 가족들, 그래도 약간은 구박하니까 약간만 감사합니다. 매번 저의 글을 읽어주고 갖가지 한탄을 들어주는 할토, 고맙습니다. 앞으로도 잘 부탁해. 막무가내인 상상을 전문가의 입장에서 자문해주신 기타리스트 윤재명 선생님 감사드립니다. 앞으로 기타 열심히 칠게요. 

    마지막으로 나갈 시도도 하지 않았던 어둠에서 저를 끌어내 음악이라는 매개체의 본때를 보여주고 제가 스스로를 외면하지 않게 해 준 이 글의 처음이자 끝, 나의 사랑 너의 사랑 국카스텐에게 이 영광을 바칩니다. 삶은 망각이고 글쓰기는 기억이라 둘 중 하나는 포기해야 되는 줄 알았는데 그러지 않아도 되는 걸 알려주셔서 감사합니다. 앞으로도 열심히 벌어서 갖다드리겠습니다. 평생 음악 해 주세요. 고맙습니다.
  • 작품전문
  • 시놉시스
  • 심사평
  • 당선소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