콕콕 마음이 찔려
왜 나쁜 장난은 더 하고 싶은 거지
할머니 말씀처럼 오줌싸면 어쩌지
밤새 눈을 뜨고 있을까.
물도 먹지 말까
어쩌면 불장난하는 꿈을 꿀지도 몰라
성냥불이 성난 엄마처럼 내 몸에 옮겨 붙을지도 몰라
아이,뜨거워
왜 이렇게 가슴이 뜨겁지
소방관처럼 오줌줄기를 세게 뿜어 불을 꺼야 할지도 몰라
왜 이렇게 눈이 말똥말똥 하지
혹시 내일 소금 맛을 보는 건 아닐까.
이혜용
1976년 경기 김포 출생
추계예대 문예창작과 4년 재학
노원호
예년과 응모편수는 비슷했으나 작품수준이 그에 미치지 못했다.그러나 조금 특이한 현상을 발견할 수 있었다.작품의 제목이 성인시처럼 길어진 것이 많은 것과 쉽게 씌어진 작품이 예 년에 비해 상당히 줄어들었다는 것이다.그러나 아직도 낡은 소재로 피상적이고 상투적인 말 만 늘어놓아 현실감각을 잃어버린 작품이 많았다.또한 사물을 추상적이고 설명적으로 이끌 어나가 시적감흥과 참신함을 담지 못한 것도 상당수에 달했다.
따라서 최종심에 오른 작품은 '호주머니 속의 패랭이꽃(이우식)''별(유동숙)''팽이(박형민)''울 어본 적 있니?(정동현)''길(임경애)''다 초록인 것 같아도(신수산)''불장난 한 날(이혜용)등 7편 이었다.
유동숙씨와 정동현씨의 작품은 완성도에서는 단연 앞섰으나 너무 교훈적이어서 문학성을 잃 고 있었다.임경애씨와 박형민씨의 작품은 명확한 이미지와 개성있는 주제선정은 돋보였으나 생각을 응축시키지 못하여 호흡이 필요없이 길어지고 있었다.이우식씨의 작품은 참신한 소 재와 시적 감각이 새롭게 보였으나 내용이 빈약하였다.
마지막까지 남은 작품은 신수산씨와 이혜용씨의 작품이었다.신수산씨의 작품은 섬세한 관찰 력과 적당한 운율을 살린 것이 돋보였으나 너무 상황묘사에만 치중해 무게를 실어주지 못한 것이 흠이 되었다.
결국 이혜용씨의 '불장난 한 날'을 당선작으로 올렸다.심리적 상황만을 그려놓아 생각의 공 간을 마련해 두지 못한 아쉬움도 있었지만,불장난하고 난 뒤의 갈등심리를 세밀하게 묘사한 점이나 상황의 구체성,표현의 사실성이 높이 인정되어 당선작으로 결정하였다.앞으로 개성있 는 동시를 쓸 것으로 기대해본다.
이혜용
1976년 경기 김포 출생
추계예대 문예창작과 4년 재학
가을 운동회가 생각난다.
달리기 시합을 하기 위해 아이들이 길게 줄을 섰다. 설레임속에 재잘거린다.
출발선에 서서 신호를 기다리는 아이들,'땅'소리에 운동장을 돌기 시작한다. 제일 먼저 뛰어나간 아이가 따라오던 아이의 발에 걸려 넘어진다. 또 다른 아이는 자꾸 주위를 둘러본다. 코너를 돌며 몸싸움도 있었다.
차례대로 골인을 했다. 일등을 한 아이는 그다지 빠른 아이가 아니다.
달리기 시합에서 일등을 하는 아이들이 부러웠다.
나는 늘상 등외를 하거나 가끔씩 삼등을 해서 공책 한 권을 상으로 받아오곤 했다. 팔뚝에 선생님이 찍어주신 삼등도장을 운동회가 끝난 다음 날까지 지우지 않았던 아이,당선소식을 들은 날 나는 팔뚝에 일등도장을 받아 기뻐하는 아이처럼 보였다. 나는 또다시 운동회가 끝난 후처럼 도장자국을 지우지 못할 것이다.
내가 처음 아동문학회에서 동시를 썼을 때에는 아이들을 위해서 뭔가를 하겠다라는 큰 뜻은 없었다. 왠지 동시를 짓고 나면 시원한 청량음료를 마신 기분이었다. 단지 이제는 동시를 쓰는 것이 내 갈증을 달래기 위한 것만은 아니다. 그래서인지 설레임 보다는 무거움이 더 크다. 그러나 움츠러들지는 않을 것이다.
아이들의 선생님이 될 생각은 없다. 단지 또래로서 같이 달릴 것이다. 두리번거리지 않고 열심히 뛰어 다시 한번 골인하고 싶다.
끝으로 나에게 길을 열어주신 하나님께 감사드리고,함께 뛰었던 팔랑개비 아동문학회 회원들과 이준관 선생님께 감사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