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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년대 이후 대중음악분석의 현단계와 그 유효성

by  김현수

  • 작품전문
  • 심사평
  • 당선소감
  • 1. 들어가며
    2. 80년 이후 노래운동론과 관련한 대중음악 분석의 전개
    2-1. 대중가요의 원류와 역사연구에 관련된 음악재료를 중심으로 한 분석
    2-2. 곡 비평을 위한 분석
    2-3. 곡의 완결성과 관련된 노랫말과 악곡 분석
    3. 노래동인을 중심으로 전개된 대중음악 분석의 성과와 의미
    4. 90년대, 대중음악 분석의 경향
    4-1. 강헌의 대중음악관련 언급
    4-2. 분산적인 대중음악 관련 글 및 저서에서 나타나는 분석
    5. 90년대 대중음악 분석의 한계 및 음악 내적 분석의 필요성
    6. 맺으며


    1. 들어가며

    지난 시대에는 관찰과 분석의 대상이 되지 못했던 제재들이 오늘날에 와서는 현대사회를 해독하는 필수적인 기제로 대접받는 것을 볼 수 있다. 대중문화의 중요성과 관심이 그 어느 때보다 높아진 까닭이다. 김포공항, 롯데 월드, 화장, 압구정동, 광고 등과 같은, 현대문명 속에서 탄생된 인간 생존의 부수물들이 다각도로 탐색되는 것도 이러한 맥락에서이다.1 이렇듯 문명의 발달 속에서 새롭게 파생된 문화 양식들이 연구거리로 대접 받는 상황에서 인간 역사의 시작부터 함께 해온 음악이 중요한 문화 양식으로 관찰되는 것은 전혀 이상한 일이 아니다. 그리고 지금까지 음악은 이에 마땅한 위치를 확보해 왔다. 그러나 음악이라는 이름을 가진 모든 장르가 이러한 대접을 받아온 것은 아니다. 우리의 현실에서 음악은 예술음악과 대중음악의 두 형태로 존재하고 있다. 이 중 예술음악은 늘 앞자리를 차지한 채 경의의 대상이었던 반면, 한국의 대중음악은 많은 경우 뒷전이었고 경시의 대상이었다.

    하지만 다행히도 늘 이러했던 것은 아니다. 한국의 대중음악이 `노래'의 맥락 속에서 진지한 관찰의 대상이 되었던 적이 있다. 80년대 노래운동의 진행속에서 이루어졌던 노래동인의 작업이 그것이다. 노래동인의 연구와 대중음악 자체가 가진 영향력(대중을 대상으로 하는 데서 비롯하는 파급력과 인간의 정서와 관련된 음악적 영향력)으로부터 한국 대중음악에 관한 논의는 80년대 상당히 구체화하였다.

    21세기를 눈앞에 둔 지금의 상황은 어떠한가. 현재 한국 대중가요(또는 대중음악)에 대한 관심은 그 어느 장르보다도 높다. 그 영향력과 중요성도 수없이 강조된다. 그러나 그에 대한 `연구'는 다양하고도 구체적으로 이루어졌던 지난 시대의 것에서 그리 나아가지 못하고 있는 듯하다.

    80년대 대중가요에 가해졌던 비판과 분석은 그 시대 노래운동에서 큰 힘을 얻은 것이었다. 노래의 본래적 의미를 계승하고자 했던 노래운동론이 대중가요에 대한 분석에까지 가 닿았던 것이다. 그리하여 당시의 연구는 사변적 서술이 아닌 사회적, 역사적 서술일 수 있었다. 그렇다면 노래운동이 약화되고 상당 부분의 민중가요가 대중음악권에 편입된 90년대에는 대중음악에 관한 의미있는 연구는 불가능한가? 그렇지 않다고 본다. 80년대 확인된 노래의 의미, 대중가요의 의미, 대중음악의 의미는 현재에도 변함없이 유효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거대 자본과 대중매체를 통해 그 위력이 더욱 막강해진 현재의 대중음악 연구는 훨씬 더 시급하며 중대하다.

    문제는 현재의 대중음악이 `음악'이라는 용어에 걸맞는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가, 또 진정 그만큼의 대접을 받고 있는가 하는 점이다. 이 두 부분 모두 회의적이다. 대중음악의 대세는 변함없이 상업성에 있으며, 대중음악에 대한 관심과 언급은 가수나 노랫말과 같은 표피적인 것에서 크게 벗어나고 있지 않다고 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90년대 대중음악 연구는 어떻게 이루어져야 하는가. 우선 80년대 연구에서 보여준 음악 외적(역사적, 사회적) 연구과 음악 내적(음악 자체의 형상과 관련된) 연구가 동등하게 이루어져야 한다고 본다. 역사적 연구와 양식적 연구 어느 하나도 덜 중요하지 않다. 음악은 역사적 산물임과 동시에 일정한 양식으로 형상화하여 존재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사회사적 맥락과 관련된 관찰과 분석은 80년대의 논의에 힘입어 현재에도 간헐적으로나마 이루어지고 있는 듯하나 90년대 후반으로 올수록 악곡과 관련한 음악 자체에 대한 분석은 찾아보기 힘들다. 대중음악이 `음악'인 이상 음악관련 분석과 논의가 있어야 하는 것은 당연한데도 현재의 분분한 논의 속에서 그 당연한 부분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와 같은 문제의식을 토대로 이 글에서는 대중음악 논의에서 제외되고 있는 음악적 분석을 중심으로 논하려 한다. 먼저 이 부분에서 실질적인 성과를 낳았다고 보는 80년대의 연구들을 검토한 후 그것을 90년대의 것과 비교함으로써 앞으로 대중음악 분석과 연구가 어떠한 방식, 어떠한 방향으로 전개해 가야 하는가를 짚어볼 것이다.


    2. 80년 이후 노래운동론과 관련한 대중음악 분석의 전개

    한국 대중음악을 야사 차원이 아닌 사회사적, 구조적 의미에서 본격적으로 깊이 있게 연구하기 시작한 것은 1980년대부터라고 보아야 할 것이다. 그 이유는 이 부분에 두드러지는 공헌을 한 부정기 간행물 노래 1집이 1984년에 출간되기 때문이다.2 김창남, 이영미를 중심으로 한 노래 동인의3 활동은 민중가요, 노래운동이라는 말들이 부각되던 80년대의 시대 상황 속에서 이루어졌다. 그러므로 이들의 노래·대중가요·대중음악에 관한 논의는 노래운동의 과정 속에서 그 폭을 넓혀갔으며 자연스럽게 역사적, 사회적, 구조적 차원으로 나아갈 수 있었다.

    이들은 노래 1집 부터 노래 4집 에 이르기까지 `노래는 우리에게 무엇이며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와 같은 노래의 본질적 성격을 끊임없이 재확인 하였다. 또한 노래의 역사, 노래문화에 대한 문제제기, 노래운동, 민족음악운동, 대중음악의 계보, 민중가요·대중가요에 대한 구체적 비평 등 노래와 연관된 다양한 주제들을 그들의 그물망 속에 건져내고 있다. 노래동인과 노래 집의 의의는 여기에만 있지 않다. 그들이 노래 1집 의 서문에서 밝혔듯이 `너무도 우리의 일상과 밀착해 있어 하나의 인식대상으로 객관화시키기 어려웠던' 대중의 노래를 사회사적 맥락 속에서 구체적으로 연구하여 이후 대중음악 논의의 토대를 제공하였다는 사실이 더욱 중요하게 평가되어야 할 점이다.

    뿐만 아니라, 이들의 연구에는 악곡관련 논의 즉, 음악 내적 분석이 상당부분 포함되어 있다. 이는 노래를 `민중의 정서를 담아내는 그릇이자 민중의 역동성과 함께 진보하는 것'으로 파악한 데서 비롯한다. 그러므로 이들에게 악곡 관련 논의는 그릇의 형상을 살피는 인식적 접근임과 동시에 민중의 역동성을 어떻게 현실화 할것인가에 관한 실천적 접근이었다. 이러한 인식과 실천의 동시적 접근이 노래 문화 비판과 더불어 악곡의 전개와 완결성 등에 관한 실질적이면서도 의미있는 언급들을 이끌어 낼 수 있었던 것이다.

    그러면 노래동인을 중심으로 이루어진 80년대 대중음악 분석이 어떤 형태로 시도되었으며 어떠한 성과를 내었는가에 대해 살펴보기로 한다. 분석은 대략 한국 초창기 가요의 원류와 역사를 밝히는 부분과 다양한 분석틀을 사용하여 당대 대중가요를 비평하는 부분, 그리고 노랫말과 악곡 모두의 분석을 토대로 양식의 완성도를 평가하는 부분에서 사용되고 있다.


    2-1. 대중가요의 원류와 역사연구에 관련된 음악재료를 중심으로 한 분석

    우선, 가요의 원류와 역사를 밝히는 지점에서 나타나는 악곡 분석은 증명을 위한 하나의 도구로 사용된다. 노래 1집 의 특집 `한국 대중가요 변천사'에 담긴 세 편의 글 유행가의 성립과정과 그 문화적 성격 (김창남), 일제시대의 대중가요 (이영미)가 그 예이다.

    김창남은 유행가의 성립과정과 그 문화적 성격 에서 19세기 말 찬송가와 애국·독립가류 창가, 계몽지 창가, 학교 창가, 후기 유행 창가 각각의 음악적 측면을 살피고 있다. 그는 음악적 측면을 특화하여 다룸으로써 초창기 찬송가와 애국·독립가류 창가에는 노래 자체에 민요적 특성이 반영되고 있다는 것,4 계몽지 창가들은 일본의 <철도가>의 악곡을 따라 작곡되어 곡조의 리듬에 따라 창가 가사에서 7.5조 율격이 흔하게 나타나는 것,5 합방 후 일제에 의해 편찬된 교육용 창가들은 일본곡을 개작·전재하거나 찬송가를 비롯하여 외국곡에 가사를 붙여 만들어 졌다는 것,6 후기 유행창가는 모두 일본음계로 만들어졌다는 것7 등을 이야기한다. 민요적 특성이 반영되어 있다고 본 부분에서는 당시 음악에 관한 구체적 예와 분석이 없지만, 계몽지 창가의 부분에서는 <철도가>의 리듬을 제시함으로써 그 리듬이 당시 창가 가사들의 7.5조 율격과 어떤 관계에 있는가를 보여준다. 그리고 교육용 창가와 후기 유행창가는 음계를 분석함으로써 그 원류가 어디인가를 서술한다.

    한편, 이영미의 글에서는 일제시대 대중가요의 음계, 리듬, 박자 등을 통해 뽕짝의 기원을 밝히고 신민요와 군가조 노래의 특징과 의미를 논하는 지점에서 악곡 분석이 사용된다. 대중가요의 역사적 측면을 다루는데 악곡 구성을 논의 대상으로 삼은 것이 물론 노래동인만은 아니다. 노래운동론과 함께 80년대 후반 주요한 음악 논의의 흐름이었던 민족음악론의 전개 속에서도 이와 같은 시도는 발견되는데, 그 부분의 중심 인물은 한국 근·현대 음악사를 연구하는 노동은이다. 일제시대의 음악체계와 관련한 노동은의 연구는8 노래동인의 작업과 맥을 같이할 뿐아니라 한국의 전체 음악사와 대중음악사가 어떤 관련을 갖는가 또한 알게 해준다.9 노동은의 연구에서도 음계, 리듬, 박자, 악곡 분석이 시도되는 것은 물론이다. 이처럼 원류와 역사를 밝히는 부분에서 악곡 분석은 하나의 도구로 사용되 없어서는 안될 필수적인 부분이 되고 있다.


    2-2. 곡 비평을 위한 분석

    노래 1집 에 실린 네 편의 노래 시평은 다양한 분석 틀거리를 사용하여 대중가요를 비평하는 글이다.10 이 중 단말마적 메시지의 대중가요 는 특히 주목할만하다. 나그네 의식과 소외의식 , 건전가요는 과연 건전한가 , 대학가요제의 반대학성 이 노랫말과 사회적 맥락을 분석함으로써 대중가요와 대중가요 사회를 비평하고 있다면, 이 글은 대중가요의 사회적 의미뿐만 아니라 곡 자체(노랫말과 악곡이 통일된)가 뿜어내는 영향력을 재음미하고 세심하게 관찰하기 때문이다.

    단말마적 메시지의 대중가요 에서는 대중가요가 전달하는 메시지를 가사에서 연유하는 논리적 메시지와 곡조에서 연유하는 정서적 메시지로 나누고 또 각각을 내용과 형식으로 분류하여 가사의 내용과 형식에서 드러나는 메시지, 곡조의 내용과 형식에서 드러나는 메시지를 분석하고 있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음악 내적 분석에서 노랫말과 악곡(음곡)이 동등한 중요성을 가진다는 인식아래 분석을 시도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 글에서 가사는 문학적 형식으로 논리적 메시지를 구성하며 음곡은 음악적 형식으로 정서적 메시지를 구성하는 것으로 구분된다. 또한 대중가요의 어떤 면은 악곡이 노랫말보다 더 중요하게 다루어지고 분석되어야 할 부분이 있다는 것을 강조하기도 한다. 논리적 메시지보다 정서적 메시지가 더 큰 호소력을 갖는다는 생각 아래 대중가요에서 악곡이 갖는 중요성을 인식하고 있다는 점에서도 이 글은 연구거리를 제공하고 있다.

    2-3. 곡의 완결성과 관련된 노랫말과 악곡 분석

    곡의 완성도와 관련하여 노래를 분석한 글은 류형선의 노래분석-<파업가>, <반전반핵가> 와11 민중노래의 대중적 양식과 전형 을12 들 수 있다. 류형선은 노래분석… 에서 우선 노랫말의 전체 구조와 악곡 구조의 통일성, 악곡의 형식적 완결 및 주제적 요소의 통일성과 다양성의 올바른 배합, 가사의 형상화와 내용성, 기타 음운법과 수사법의 네 가지를 분석틀로 제시한다. 그리고 이 네 요소의 통일적 구현을 중심으로 두 노래를 분석, 평가한다. 그는 노래의 2차적 영향력(역사적, 사회적 효과 및 의미)보다는 1차적 영향력(노래 자체의 완성도로부터 뻗어나오는 효과 및 의미)을 중심으로 논하고 있다.

    노랫말 분석에서도 2차적 영향력과 관련한 분석과는 다르게 시도된다. 노랫말의 구성과 서술방식의 차이가 어떤 효과를 내는가가 중요한 분석 대상이 된다.13 악곡 분석 또한 가요의 원류와 역사를 위해 도입된 경우와는 좀 다르다. 음계의 구성, 리듬의 구성, 박자 체계 등을 독립적으로 다루는 것이 아니라 재료 모두를 통일성과 다양성에 입각하여 분석하고 그것의 결과를 중시 한다.14 이를 위해 다양한 리듬 분석, 선율 분석이 사용된다.15 류형선의 구체적인 악곡 분석은 악곡 완결성의 의미와 중요성을 되새기는데 주효하게 작용한다. 이것은 대중의 무의식적인 `역동적 정서'를 끊임없이 담보할 `역동적 내용과 형식'의 악곡이 필요하다는 그의 인식에서 기인하고 있다.

    위의 글에서 전개된 그의 생각이 좀 더 정리된 것이 민중노래의 대중적 양식과 전형 이다. 그는 이 글에서 기악곡과 달리 노래 분석 시 고려해야 할 점 세 가지를 제시한다. 노랫말이 갖는 고유한 특성, 불려지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는 것, 그리고 간결성이 그것이다. 노랫말 분석과 악곡 분석은 노래가 갖는 고유한 성격 속에서 이루어진다. 그는 악곡 분석에 앞서 `제시→연결→응축'이라는 악곡 구성의 원리를 제시한다. 이러한 원리를 근간으로 하여 노래에서 나타나는 악곡 구성의 산만함, 노랫말과 악곡의 결합, 질서·응축·매듭의 문제, 주요리듬·화성체계·선율구조·음역의 문제, 노랫말에서 음운의 문제 등과 같은 세밀한 부분에 대해서까지 논하고 있다.

    노랫말과 시의 차이를 설명하면서 노랫말과 악곡과의 관계에 대해 설명하는 주목할 만한 또다른 글은 이건용의 시, 노랫말, 노래 이다.16 이건용의 글은 시와 노랫말의 차이를 밝힘으로써 노랫말의 고유성을 인식시키며 그것이 노래에 어떻게 적용되어야 하는가에 대해 이야기 하고 있다. 그의 글은 이후 예술가곡, 민중가요, 대중가요에 관계없이 한국어로 된 노래에는 공통적으로 적용되는 노랫말과 악곡의 결합 문제에 평가의 근거를 제공한다.

    류형선과 이건용의 글은 대중적으로 불리는 또는 대중적으로 들려지는 노래가 구체적으로 어떻게 구성되는가를 실제적인 예로써 보여주고 있다. 악곡 자체의 성격과 내용이 구현된 방식과 완결된 모양에 따라 달라진다는 사실을 확인시키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이것이 음악이란 문화양식이 갖는 외적 성격과 내적 성격의 독립적 이해가 아닌 총체적 이해를 위한 논의였다는 사실을 한번 더 떠올려 보아야 한다. 즉, 이들이 기울였던 악곡 관련 논의는 `이론'이 아닌 `실제'로서 기능하였다는 것이다.

    3. 노래동인을 중심으로 전개된 대중음악 분석의 성과와 의미

    한국의 노래·대중가요·대중음악을 이야기거리가 아닌 연구의 대상으로 삼았을 때, 그 역사에 대한 연구와 기존 노래(또는 대중가요, 대중음악)문화에 대한 비판적 검토가 따라야 한다는 것은 상식적으로도 이해가 가는 부분이다. 노래동인의 작업에서 어려웠던 것은 분명 이 연구의 `시작'을 마음먹는 일이었을 것이다. 그리고 이 어려운 지점을 극복하게 한 것은 80년대 노래운동이었을 것이다.

    어찌 했건, 노래동인의 노래연구, 대중음악 연구에서 악곡 분석은 역사적·사회적 연구를 위한 증명의 도구로 또는 곡 자체의 설명과 평가를 목적으로 사용되었다. 여기서 첫 번째 연구는 대중의 노래가 역사적 산물이자 사회적 산물이라는 인식에 근거하며 두 번째 연구는 그것이 `음악'이라는 인식에 근거하는 것이다. 역사적·사회적 연구에서 쓰이는 분석은 음악 자체를 다루는 것이라기보다는 그것의 일부분 즉, 음계, 리듬, 박자, 노랫말의 내용과 구성 등이 과거의 것과 어떤 관계에 있으며 사회적으로 어떤 뜻을 담고 있는가를 다룬다. 반면, 악곡에 대한 설명과 평가는 음악 자체에 대한 관심이다. 음악 자체의 형상이 구체적으로 어떻게 되어 있는가를 구석구석 따져봄으로써 이 곡과 저 곡의 차이를 가려낼 수 있으며 이 곡과 저 곡에 대한 평가를 해 낼 수 있다. 그러므로 이 연구에는 분석이 필수적이다. 분석의 대상도 일부에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음악'을 이루고 있는 모든 요소가 되며 그 요소 전체의 통일성과 같은 점들이 중요하게 다뤄진다. 이 글의 앞에서 보았던 것처럼, 노래동인의 노래·대중가요 연구에는 이 두 지점의 연구 예가 함께 담겨 있다. 이들은 대중의 노래가 연구 대상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에서 한 발 더 나아가 어떻게 연구해야 하는가에 대해서도 살아있는 답을 제시해 준다. 뿐만 아니라 노래동인의 연구가 또한 의미 있는 것은 말했듯이, 이 두 부분의 중요성을 이해하고 이에 대한 연구가 가능한 한 동일선상에서 이루어져야 한다고 인식하였으며 동시에 그것을 실천하려 노력했다는 점이다.

    80년대 노래운동론의 전개과정 속에서 활발히 이루어진 노래동인의 노래 및 대중가요 연구는 이후 한국 대중음악사를 정리하고 대중음악가를 역사적으로 조명하는 데에도 커다란 영향을 미친다. 이들의 연구 과정 속에서 나오는 글들을 연도 순으로 보면, 저서로 김민기 (김창남, 1986),17 정태춘 (이영미, 1989),18 노래 이야기주머니 (이영미, 1993),19 정태춘 2 (이영미, 1994)와, 비평 김민기의 노래를 풀이한다 (이장직,20 1988)21, 연재물 이영미의 가요읽기 (1994-95)22와 김민기에서 서태지까지 (강헌, 1995-96)23 등이 있다.

    우선, 이 글들 모두는 노래동인이 노래 를 중심으로 펼쳤던 한국 대중음악의 역사적, 사회적 연구와 그 관점을 공유하고 있다. 그간의 연구가 김민기, 정태춘과 같은 대중음악가를 평가하고 한국 대중음악사를 읽는데 중요한 근거가 되고 있는 것이다. 한국 대중음악사에 대한 역사적인 기초 연구가 없었다면 대중음악가 개개인에 대한 역사적, 사회적 의의는 제대로 정리될 수 없었을 것이다. 음악 자체에 대한 분석 또한 한 대중음악가를 의미 있는 인물로 평가하는 데 필수적인 잣대가 되고 있다. 위에 제시한 저서와 글들은 역사적 연구와 음악적 연구가 왜 반드시 병행되어야 하는 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한 예로 김민기의 경우를 보자. 김민기는 한국 대중음악사에 한 획을 그은 인물로서 주저 없이 선택되는 인물이다.24 아마도 이에 반기를 들 이는 없을 듯하다. 어떻게 그럴 수 있었는가.

    김창남은 김민기 를 통해 개인의 역사와 한국 대중음악의 역사를 꿰뚫어 바라봄으로써 김민기라는 한 대중음악가의 대표적인 노래들을 정리하고 그를 역사적 인물로 부각시켰다. 이것이 두말할 필요 없이 당시까지의 연구를 토대로 이루어진 것이다. 이렇게 드러난 김민기의 노래들과 그에 대한 역사적 평가는 음악 내적 연구를 통해 이루어지는 음악적 평가를 만나 비로서 완전해진다. 김민기 음악을 분석, 평가하는 한 예가 이장직의 김민기의 노래를 풀이한다 이다. 이장직의 분석은 김민기의 노래가 과거의 어떤 노래, 당대 다른 이의 어떤 노래와 어떻게 다른지를 보여주고 있다. 이러한 노래 외적·내적 고찰과 분석이 김민기라는 한 대중음악가를 한국 대중음악사상 독보적인 인물로 동의하게 만드는 것이다.

    이와 같은 작업은 분명 90년대에도 유효하다. 90년대 들어 대중음악과 관련한 저서의 출판과 언급은 더욱 대중적인 형태로 증대되었다. 이는 문화에 대한 관심이 증대된 것에도 이유가 있겠으나 다각적인 관찰과 분석 면에서는 특히 80년대의 연구가 커다란 힘이 되었음이 분명하다.


    4. 90년대, 대중음악 분석의 경향

    90년대에 들어서면서 대중음악은 당당히 현대 사회를 이해하는 중요한 연구 대상이자 논의 대상으로 자리를 차지하게 되었다. 이에 따라 대중의 음악에 관한 논의와 분석도 민중가요로부터 대중가요·대중음악으로 그 중심이 옮겨갔다. 또한 80년대 노래동인의 대중음악 분석이 노래운동의 전망 속에서 공동연구의 형태로 시도된 것이었다면, 90년대 대중음악 분석은 발언의 형태와 내용 모두에서 개별적이고 독자적인 형태로 이루어지고 있다. 이는 80년대와 90년대의 대중음악 관련 언급 및 분석을 구별짓게 하는 점이기도 하다.

    4-1. 강헌의 대중음악관련 언급

    90년대 들어 한국 대중음악과 관련한 논의 선상에서 즉자적인 판단을 역사적 평가로 연결 짓는 뛰어난 감각을 보이는 강헌은 단연 독보적이다. 그러나 강헌의 뿌리는 80년대에 있다. 그는 노래 3집 에 한국 근대음악운동의 전개 과정 을 노래 4집 에 한국 언더그라운드 대중음악의 계보학 을 쓴 바 있다. 이에 근거하여 강헌은 한국 대중음악의 통시적 연구에서 80년대 노래동인의 관점을 공유하고 있다고 본다. 강헌의 언급은 한국 음악사에 대한 대자적 인식과 더불어 오랜 세월동안 체질화한 한국 대중음악에 대한 관심을 기반으로 나온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그는 한국 음악사(대중음악사를 포함)의 역사적 전개를 근거로 하여 한국 대중음악사를 꿰뚫으며, 그 구체적 언급 대상은 그의 통시적 관점과 본능적 판단을 기반으로 추려진다.25

    그러나 노래 를 통해 대중음악의 계보학을 다룬 이래, 현재까지 한국 대중음악에 관한 다양한 글을 내놓고 있지만26 구체적이고 면밀한 악곡분석과 관련된 것은 보이지 않는다. 그렇다고 해서 그의 글에 분석과 평가가 없다거나 그가 정리해 내는 한국 록음악의 계보라든가 한국 대중음악사에서 발견되는 각각의 노래들에 대한 언급이 의미가 없다는 뜻은 결코 아니다. 그의 글에는 나름대로의 분석이 분명 존재하며, 그것은 또 놀라울 만큼 날카롭다. 다음과 같은 예를 보면 알 수 있다.

    "라-솔-미-레-도로 하강하는 <미인>의 5음계의 전주 속에 숨은 일렉트릭 기타의 가야금화,…(생략)"27

    "한대수의 음악적 수사학은 서구적이며 위악적이고, 더러는 논리적 모순으로 엉켜 있다. 정연한 김민기의 언어에 비해 그의 노래는 미궁의 혼돈으로 가득 차 있는 것이다.…(생략)"28

    그의 분석과 평가는 대체로 이런 식이다. 위의 두 예는 부분적이나마 악곡 분석이 전제되어 있다는 것을 증명한다. 하지만 이유는 정확히 알 수 없으나29 현재까지 악곡에 대한 철저한 분석에 매달린 그의 글은 찾아볼 수 없으며, 대중음악에 대한 그의 연구 방식도 개별적인 인터뷰, 음반 리뷰 등에서 나타나듯이 독자적인 성격이 강하다.


    4-2. 분산적인 대중음악 관련 글 및 저서에서 나타나는 분석

    서태지와 아이들과 관련해서는 특히 상대적으로 많은 저서와 언급들이 쏟아져 나왔다. 그 예로 나는 서태지와 아이들을 듣는다 (권오홍),30 서태지와 아이들 그리고 아무도 없는가?! (강명석·김진성),31 서태지와 꽃다지 (이영미)32를 들 수 있다. 서태지와 아이들과 관련한 글과 평가가 많은 것은 분명 이들에게 뭔가 주목할 만한 요소가 있기 때문일 것이다. 이 세 권의 저서 역시 그 요소와 원인을 밝히는데 많은 부분을 할애하고 있다. 예컨대, 대부분 서태지와 아이들의 등장과 은퇴, 그들의 사회적 영향력의 발원지와 그 의미, 음악에서 나타나는 새로운 요소 등이 관찰의 중심 대상이 되고 있다.

    그러나 일견 다양해 보이는 서태지와 아이들에 대한 언급은 그들의 역사적 위치나 영향력에 대해서는 새삼 확인하게 하지만 대중음악사상 전무후무하게 다각도에서 관찰되고 분석되는 그들에 관한 논의가 어느 순간 결론 없는 소모적인 논쟁처럼 느껴진다. 이에 대해서는 서태지와 아이들… 의 저자 강명석도 공감하고 있는 듯하다.33 그리고 그 이유를 음악 내적 분석의 부재에서 찾는다.

    "황당한 것은, 그 수많은 글들 속에서 정작 태지들의 `음악' 자체에 대해서 어떠어떠하다고 평가한 것은 거의 없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는 점이다.…(중략), 모든 것을 다 뒤로 제쳐두고라도 음악 자체에 대해 자세하고 철저한 감상과 분석이 선행되어야 이 앨범을 이해할 수 있다는 의미이고, 이런 시도가 없었기 때문에 지금까지 쏟아져나온 4집에 나온 평가가 전무했던 것이다.…(생략)"34

    강명석은 이어 4집에 대한 시대사적 음악적 분석과 평가에 들어간다. 그의 관찰은 4집 음반에 실린 곡들에 대한 장르 분석, 노랫말 분석, 음악 분석으로 이어지는데, 장르와 노랫말은 얼마간 구체적인 반면, 음악 분석에서 악곡 관련 언급은 피상적으로 간단히 다룬 후 음악적 효과와 사운드, 녹음 상태 등에 관한 분석으로 넘어간다. 악곡 관련 언급은 대체로 다음과 같은 것들이다.

    "먼저 상당히 부드러운 어쿠스틱 기타와 더불어 아름다운 멜로디가 나온다. 여기까지는 일반 발라드와 크게 차이가 있어 보이지 않는다.…(생략)"35

    이 글을 읽은 후에는 또다시 도대체 어떤 부분을 왜 `아름다운 멜로디'라고 부르는 것이며, `일반 발라드'와 왜 다르지 않다는 것인가, 일반 발라드의 멜로디는 무엇이고 그렇지 않은 것은 무엇인가 같은 의문을 가지게 된다. 그러나 이에 대한 대답은 물론이고 서태지의 선율에 대한 속시원한 답도 제시되어 있지 않다.

    서태지와 아이들과 이들의 음악에 관한 언급은 다른 대중음악가와 음악에 비해 상대적으로 많으나 어느 곳에서도 강명석의 말처럼 음악에 대한 체계적이고 구체적이며 통일적인 분석은 없다. 단편적이고 피상적이며 부분적인 분석만이 넘치고 있을 뿐이다. 작가의 의도가 반영된 작품으로서의 대접이 보이지 않는다. 즉, 곡의 완결성에 대해 초점이 맞춰지고 분석된 예가 보이지 않는다는 말이다.

    위와 같은 경향은 신중현의 삶과 음악을 다루고 있는 신중현과 아름다운 강산 도36 마찬가지이다. 아니, 이 글이 주로 다루는 것은 신중현의 삶과 신중현 관련 자료들이다.

    음악과 관련된 분석 가운데 상대적으로 주목할 만한 글은 조원희의 노이즈가든에 대한 글이다.37 그는 노이즈가든이 다른 록밴드와 구별되는 이유를 그들 활동의 특이성, 활동 경력, 음악, 노랫말의 메시지 등으로 나누어 이야기한다. 비록 음악에서 악곡을 구체적으로 제시, 분석하여 보여주지는 않으나, 그들의 음악에서 나타나는 사운드에 관련해서는 `오버더빙이 절제된다'든가 `기타의 톤 변화는 풋 이펙터의 전환에 맞추어 이루어진다'든가 `중저음이 강조'되고 `다양한 코드'가 사용된다는 등의 구체적인 언급을 하고 있다.38 곡 구성을 평하는 부분과 노랫말을 분석하는 부분에서도 그러하다. 조원희는 결코 길지 않은 그의 글을 통해 노이즈가든만의 고유한 특성을 꽤 체계적이며 구체적으로 보여주려 노력하고 있다. 즉, 노이즈가든을 `느낌'으로가 아닌 `인식'으로 평가하려는 시도가 엿보인다.

    5. 90년대 대중음악 분석의 한계 및 음악 내적 분석의 필요성

    앞에서 말했듯이, 90년대 대중음악 분석에서 드러나는 특징은 무엇보다 개별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는 점일 것이다. 그것은 80년대 노래동인과 같은 공동의 작업을 통해서가 아니라 대체로 독자적으로(간혹 생각을 함께 하는 2인) 이루어지고 있다는 뜻이며, 동시에 사회사적 분석, 노랫말의 의미 분석, 악곡 분석과 90년대 대중음악에서 주요하게 여겨지게 된 기획, 이미지, 사운드, 음향 효과, 창법 등등이 총체적으로 분석되기보다는 개별적으로 또는 부분만 묶여서 분석되는 경향이 보인다는 뜻도 된다.

    노래동인의 연구에 힘입어 이제 한국 대중가요의 뿌리나 맥에 관한 설명은 생략할 수 있게 되었다. 그렇다면 시대사적 분석과 음악적 분석 면에서는 어떠한가. 이 또한 이 글의 2장과 3장을 통해 살펴보았듯이 우리는 노래동인이 진전시킨 대중음악에 관한 사회사적 분석과 음악적 분석의 실예들을 가지고 있다. 그것은 충분히 현재에 또 미래에까지 이어질 수 있는 것들이라고 본다. 그러나 실제로 90년대 대중음악 분석은 80년대의 치열한 논의를 이어가지 못하였다. 대중음악은 헤아릴 수 없을 만큼 수많은 문화 담론의 대상 중 하나,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상태로 다뤄지는데 머물러 있는 듯한 느낌이다. 이러한 현상에는 개별적 분석 경향이라는 원인이 존재하고 있기 때문이며, 그 중 음악에 대한 총체적인 분석의 미약함도 주요한 이유라고 본다.

    우선, 90년대 대중음악 분석에는 80년대의 그것들에 비해서도 음악 자체에 대한 분석이 턱없이 부족하다. 왜인가. 의미 있는 작품이 없기 때문인가? 산울림과 서태지와 아이들의 곡들에 대한 분석의 예는 보이지 않으나 그에 대한 평가와 의미부여는 넘쳐나고 있지 않은가. 그렇다면 복잡하기 때문인가? 컴퓨터와 전자악기의 사용이 일상화한 근래의 대중음악들은 일견 분석에 어려움이 많아 보인다. 그러나 조원희의 노이즈가든 음악에 대한 분석을 보면 충분히 가능할 것 같다. 그렇다면 악곡 분석에 문제가 있기 때문에? 하지만 복잡한 요소들이 빈번하게 결합되는 주된 장르인 댄스곡들을 뜯어 보면 오히려 기본 리듬을 깔고 색깔내기로 전자음을 효과음으로 사용하였을 뿐(대부분 믹싱기법으로) 노래가 시작되면 그 선율과 가사는 트로트나 발라드의 상투적인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은 경우가 많다.39 결국 분석이 불가능한 것은 아닐 것이라는 말이다.

    그렇다면 음악자체의 분석 즉, 악곡 분석 및 악곡과 노랫말의 관계와 어울림, 음악 효과와 구성 등의 통일적 분석이 왜 필요한가를 생각해 보기로 하자. 김민기라는 가수와 그의 노래들에 대한 사적 관찰과 분석만 있을 때와 김민기 노래 자체에 대한 이장직의 분석을40 만났을 때, 문승현이라는 인물과 그의 작품에 대한 시대사적 의의와 부분적 평가가41 허영한의 분석을42 만났을 때 어떠 했는가를 보는 것으로 설명을 대신 할 수 있을 것이다. 음악 외적 분석과 음악 내적 분석의 결합은 그 음악의 가치를 올바로 판단해 내는데 결정적인 근거가 된다. 김민기의 노래와 문승현의 노래 중 <사계>에 관한 한 앞으로는 새로운 해석과 첨가되는 해석이 있을 뿐, 그들의 음악이 왜 과거와 현재, 미래의 다른 여러 곡들과 다른가에 의문을 제기할 일은 없지 않겠는가.

    서태지와 아이들에 관한 그들의 음악에 관한 논의가 분분해도 끝없이 `그들의 음악이 도대체 어떠하길래?'라는 질문이 이어지는 것은 그들의 음악에 관한 분석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것을 반증한다.43 그러므로 서태지와 아이들의 <교실 이데아>의 음악이 젝스키스의 <학원별곡>과 어떻게 다르며,44 또 그들의 노래가 지누션의 <가솔린>이나 <말해줘>와 어떻게 다른가에45 대해서 현재로선 어디에서고 속시원한 답을 찾을 수 없다.


    6. 맺으며

    80년대 노래운동이 진행되면서 이루어졌던 한국 대중가요에 관한 역사적 고찰과 구체적 분석은 주목할 만한 성과였다. 노래동인의 연구는 음악 외적, 내적 부분이 동등하게 또 동시에 접근된 예를 보여주고 있을 뿐 아니라 내용적으로도 현재의 대중음악 연구에서 이어가야 할 논의들을 상당 부분 담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성과는 90년대 후반으로 오면서 중단된 듯 하다. 90년대의 대중음악 관련 연구가 통일적, 체계적, 구체적 분석이 아닌 부분적, 단편적, 표피적 분석에 머무르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현상은 최근 대중음악계의 논쟁거리가 되고 있는 클럽밴드를 중심으로 한 록에 관한 담론과도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록에 관하여 말은 무성하되 현상에 대한 명확한 설명이나 뚜렷한 방향 제시 등의 가닥은 잡히지 않는다.46 현재 록에 대한 관심의 증가라는 현상을 두고도 이것이 일시적인 거품인지, 아니면 록이 대중음악 주류의 진정한 대안이기 때문인지를 놓고 왈가왈부하고 있을 뿐이다.47 이렇듯 언제나 의문에서 시작하여 의문으로 끝나버리는 근래의 대중음악 관련 논의는 소모적인 논쟁에 머무르기 십상이다. 여기에는 록이라는 장르나 록의 정신 등의 문제를 떠나서 그것이 한국 대중음악의 한 장르로 구체화한 형상이 어떠한가에 관한 진지한 검토가 없다. 즉, 말초적인 호기심으로 혹하게 하는 선정적인 기사와 같은 이야기만 있을 뿐, 대중음악의 현재적 중요성에 값하는 `음악에 관한' `연구'가 없다는 말이다. 실제로 요즈음의 록에 대한 관심도를 반영하는 이른바 인기있는 록계열의 노래들이 진정 어떠한 모습을 가지고 있는가에 대해서는 어디에서고 다루어지고 있지 않다.

    다음과 같은 질문들은 어떤가. 국내 록 음반 판매량으로는 경이적인 기록인 50만 여장이 팔렸다는48 김경호의 노래 <나를 슬프게 하는 사람들>은 진정 록이라는 장르가 가진 장점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는가. 만일 그렇지 않다면, 그것은 어떠한 점에서 그러하며 록의 한 형태로 구분되는 그의 노래에서 가치를 부여해야 할 점, 가치를 폄하해야 할 점은 무엇인가. 또, 클럽밴드 중에서 요즘 주목을 받고 있는 황신혜 밴드·어어부 밴드 등의 노래는 어떠한가. 70년대 데뷔하여 97년 13번째 음반을 내고 한국 대중음악사상 주목할 그룹으로 대접받고 있는 산울림은 또 무엇인가. 도대체 그들의 음악이 다른 이들의 음악과 어떻게 다르며 무엇 때문에 그들의 역사적 가치를 인정해야 하는가. 이러한 질문의 답은 결국 그들의 음악·노래에 대한 면밀한 분석 즉, 노랫말과 선율·이 둘의 결합 문제, 그리고 그 외 요소들이 분석되어야만 구해지지 않겠는가.

    어찌했건, 분명 대중음악은 흥밋거리로 잠시 요리되었다 찌꺼기로 버려져도 족한 그런 것은 아니다. 이러한 관점에서 노래동인의 노래1집 에 담겨 있는 다음과 같은 언급은 현재에도 앞으로도 유효해 보인다.

    "모든 사람들이 참여할 수 있는 `노래'라는 양식은 가장 민주적이고 보편적인, 그래서 더욱 가치있는 예술형태라 하겠습니다. 결국 노래운동도 떳떳한 예술운동이어야 하고, 그 내용은 바로 노래를 진정한 의미의 예술로 만드는 것이 되어야겠지요.49

    우리의 노래를 `진정한 의미의 예술'로 만들기 위해서는 `진정한 의미의 예술'로 대접하는 것 또한 필요하다. 이는 노래를 단물만 빼고는 뱉어버리는 껌과 같은 대상으로가 아니라 진지한 탐구를 요구하는 연구의 대상으로 대해야 한다는 말이다. 이것은 두말할 필요 없이 대중음악을 포함하는 이야기이다. 문제는 이제 이것을 오늘날 어떻게 현실화 할 것인가 하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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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김우창 외, 문화연구 어떻게 할 것인가 , 현실문화연구편, (서울: 현실문화연구), 1993 참고. 물론 이것은 단적인 예일 뿐이다.

    2) 노래 는 현재 4집까지 나와 있다. 김창남 외, 노래 1집 (서울: 실천문학사), 1984 ; 김창남 외, 노래 2집 (서울: 실천문학사), 1986 ; 노래동인 편, 노래 3집 (서울: 이론과 실천), 1988 ; 김창남 외, 노래 4집 (서울: 실천문학사), 1993. 그리고 여기에 김창남 외, 노래운동론 (서울: 공동체), 1986이 첨가된다. 노래운동론 을 첨가하는 이유는 이 책의 필자들과 편집의도가 노래동인의 활동 및 노래운동론과 직접 연관되어 있기 때문이다.

    3) 노래 는 제 4집까지 김창남과 이영미가 고정 필자로 활약하며, 그 외의 필자는 유동적이다. 이 유동적인 필자들은 노래, 대중가요, 대중음악을 진지한 연구대상으로서 바라보고 있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으므로, 부정기 간행물 노래 에 관여한 필자들을 통칭하여 편의상 이 글에서는 `노래동인'으로 부르기로 한다.

    4) 김창남, 유행가의 성립과정과 그 문화적 성격 , 노래1집 , 51-52쪽.

    5) 위의 글, 57쪽.

    6) 위의 글, 64-67쪽.

    7) 위의 글, 75-77쪽.

    8) 노동은·이건용 공저, 민족음악론 (서울: 한길사), 1991 참고.

    9) 특히, 위의 책, 209-229쪽.

    10) 노래편집동인, 단말마적 메시지의 대중가요 , 나그네 의식과 소외의식 , 건전가요는 과연 건전한가 , 대학가요제의 반대학성 .

    11) 류형선, 노래분석-<파업가>, <반전반핵가> , 민족음악 1집 , 민족음악연구회 (서울: 공동체), 1990.

    12) 류형선, 민중노래의 대중적 양식과 전형 , 노래 4집 , 1993.

    13) 류형선, 위의 글, 218-220쪽 참조.

    14) 위의 글, 220-224쪽 참조.

    15) 위의 글, 222쪽 참조.

    16) 이건용, 시, 노랫말, 노래 , 민족음악 1집 , 민족음악연구회 (서울: 공동체), 1990.

    17) 김창남, 김민기 (서울: 한울), 1986.

    18) 이영미, 정태춘 (서울: 한울), 1989.

    19) 이영미, 노래 이야기주머니 (서울: 녹두), 1993.

    20) 이장직은 노래운동론 (1986)에 라틴 아메리카의 `새로운 노래' 운동 이라는 글을 발표한 바 있다.

    21) 이장직, 김민기의 노래를 풀이한다 , 음악과 사회 (서울: 청·하), 1988.

    22) 이영미, 이영미의 가요 읽기 , 지성과 패기 (서울: 선경그룹), 1994년 통권24호 - 1995년 통권 31호.

    23) 강헌, 김민기에서 서태지까지(총35회) , 한겨레 신문 , 1995.9.15-1996.5.17.

    24) 한국 대중음악사와 관련된 90년대의 두 개의 주요한 글 이영미의 이영미의 가요읽기 (1994-95)와 강헌의 김민기에서 서태지까지 (1995-96) 참조.

    25) 이는 그의 대표적인 글들 몇 개만을 읽어보면 알 수 있다(각주 37 참고).

    26) 강헌은 현재 계간지 리뷰 의 편집위원으로 있으면서 대중음악가들과의 인터뷰, 대중음악관련 시평, 연재, 논문, 음반 리뷰 등의 글을 쏟아내고 있다. 그의 대중음악과 관련된 대표적인 글로는 한국 언더그라운드 대중음악의 계보학 , 노래4집 (서울: 실천문학사), 1993 ; 통키타에서 블루노트까지-김현식, 1980년대 한국 대중음악의 숨겨진 척도 , 문화연구 어떻게 할 것인가 , 현실문화연구회 편 (서울: 현실문화연구), 1993 ; 김민기에서 서태지까지(총35회) , 한겨레 신문 , 1995.9.15-1996.5.17 등이 있다.

    27) 강헌, 김민기에서 서태지까지 중 `신중현과 엽전들 1집', 1995.9.22.

    28) 위의 연재 중 `한대수 멀고 먼-길 ', 1995.9.29.

    29) 그 원인으로는 그의 글이 대체로 지면이 한정된 신문 연재용이라는 것과 그가 현재까지 내놓은 글들을 통해 그의 관심이 곡 하나 하나에 대한 관찰과 의미 파악에 있다기보다는 계보와 사적 흐름 속에서 보석을 추려내는 쪽이기 때문이 아닌가 하는 정도로만 추측할 뿐이다. 이 두 현상은 통하는 것이기도 하다.

    30) 권오홍, 나는 서태지와 아이들을 듣는다 (서울: 정보게이트), 1995.

    31) 강명석·김진성, 서태지와 아이들 그리고 아무도 없는가?! (서울: 프리미엄 북스), 1997.

    32) 이영미, 서태지와 꽃다지 (서울: 한울), 1995.

    33) 강명석·김진성, 위의 책, 제2장 참조.

    34) 위의 책, 63-64쪽.

    35) 위의 책, 77쪽.

    36) 노재명, 신중현과 아름다운 강산 (서울: 샛길), 1994.

    37) 조원희, 노이즈가든, 혹은 본토보다 더 큰 섬 , 리뷰 (서울: 리뷰앤리뷰), 97년 봄호.

    38) 조원희, 위의 글, 238-242쪽 참고.

    39) 영턱스 클럽의 <타인>의 선율과 지누션의 <말해줘> 도입부 선율(물론 노랫말과 함께 볼 때도)이 기존 트로트의 선율이나 발라드의 선율과 크게 다른가. 그리 다르지 않다고 본다.

    40) 이장직, 김민기의 노래를 풀이한다 , 음악과 사회 .

    41) 이영미, 세계에 대한 치열하고 화려한 대응-문승현론 , 노래4집 .

    42) 허영한, 사계절의 빠르기: 문승현의 <사계> 분석 , 낭만음악 (서울: 낭만음악사), 1996년 봄호 참고. 여기서 허영한은 음악 자체에 중심을 두고 문승현의 <사계>를 다양한 방법으로 분석하며, 이 노래가 하나의 감상 대상 즉, 작품으로서 손색이 없다는 것을 증명한다.

    43) 서태지의 노래에는 그의 독특한 체취를 느끼게 하는 무언가가 있다고 이구동성으로 이야기한다. 이는 노랫말이나 음악적 실험에 대한 말은 아니다. 오히려 악곡의 흐름과 관련된 것이 아닌가 한다. 하지만 그것이 구체적으로 어떤 모습인가와 관련해서는 즉, 그의 선율들은 제대로 분석된 적이 없다.

    44) 노랫말로 보면 신세대가 느끼는 제도교육의 문제점을 주제로 했다는 점에서 두 곡이 비슷하다. 그렇다고 해서 서태지와 아이들의 <교실 이데아>와 젝스키스의 <학원별곡>을 동등하게 평가할 수 있겠는가? 없다면 그 이유는 무엇인가? <교실 이데아>와 <학원별곡>의 곡 자체의 완성도에서는 차이가 없는가?

    45) 이들의 데뷔곡 <가솔린>은 서태지의 분위기를 쉽게 떠오르게 한다. <말해줘> 역시 랩의 구사 방식이 서태지의 그것과 유사하다. 그러나 구체적으로 무엇이? 그리고 유사하다는 것은 분명 똑같다는 것과는 다르다. 그렇다면 서태지와 이들이 구별되는 지점은? 서태지와 아이들과 지누션은 어떻게 평가될 수 있는가?

    46) 근래 들어 록의 현재적 의미를 다룬 기사들이 자주 눈에 띈다. 록, 그 혁명적 소음 , 한겨레 21 , 1997.9.4. 173호 ; 한국 언더그라운드 락의 세계 , NETOP , http://home.netsgo.com/basic/netop/rock/index1.html, 1997.11. ; 록의 시대는 가는가 , 한겨레 신문 , 1997.11.14.

    47) 위의 기사들 참조.

    48) 한국 언더그라운드 락의 세계 , NETOP , http://home.netsgo.com/basic/netop/rock/index1.html 참고.

    49) 좌담, 보다 창조적인 노래운동을 위하여 , 노래1집 , 12쪽.
    김현수

    김현수

    1969년 서울 출생

    한양대 음대 피아노과 졸업, 동 대학원 음악학과 졸

    현 대전 목원대 한국음악과 출강, 민족음악연구회 회원

  • 김춘미

    올해 음악평론 부문에 들어온 글들의 전체적인 흐름은 음악학적 논문 성격이 강했다는 것이다. 물론 음악적 현상과 작업의 원리를 간파하는데 학적 지식이 기초가 되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평론은 살아 있는 지식으로서,직관을 통한 음악적 가치의 파악 및 현재 문제가 되고 있는 쟁점을 꿰뚫는 시각과 논리,그리고 그에 따른 논쟁이 있어야 한다. 글들을 다 읽고 난 후,평론 심사를 한 것인지,논문 심사를 한 것인지 알 수 없었던 것이 솔직한 심정이었다. 따라서 올해 당선작이 될 만한 평론을 찾을 수 없었다.

    그러나 김현수의 글,‘80년대 이후 대중음악의 현단계와 그 유효성’을 가작 으로 뽑기로 했다. 김현수의 글도 직접 대중음악이 있는 현장에서 끌어낸 쟁점 을 바탕으로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책상에서 문헌을 통한 연구의 문제점을 지적 하는 학문비평적 둔중함을 가지고 있었다. 한편 그런 성격의 글이라도 쟁점과 비판 및 자신의 견해가 좀 더 뚜렷이 부각될 수 있었을텐데,그 점이 구체적으 로 무르익지 못했다. 그러나 이 시대에 한국의 대중음악이 더욱 본격적인 연구의 대상이 되어야 한다는 문제의식,그동안 있어 왔던 대중음악에 대한 관심이 주로 음악외적 관심이었다는 비판,그리고 음악내적 관심으로의 전환의 필요성을 강조하면서 대중음악을 넓은 의미의 예술의 범주로 확대해 보려는 노력 등이 앞 으로 현장과의 접목을 통한 발전 가능성을 드러내고 있었기 때문에 김현수의 글을 가작으로 뽑는다.
  • 김현수

    김현수

    1969년 서울 출생

    한양대 음대 피아노과 졸업, 동 대학원 음악학과 졸

    현 대전 목원대 한국음악과 출강, 민족음악연구회 회원

    부끄럽다. 나의 글이 부족하다는 것을 너무나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사실 글을 쓰는 행위 자체가 나에겐 치열한 싸움이었다. 9개월이 채 못된 사랑스 런 우리 하늘이는 함께 있을 때나 떨어져 있을 때나 끊임없이 나의 집중력 과 의지력을 시험에 들게하는 최대의 적이었다.
    나는 눈에 보이는 것 주어진 것 이미 있는 것을, 의심하고 거부하고 비판케 하는 비평을 흠모한다. 비평은 나의 삶을, 우리의 삶을 능동적이고 주체적으 로 만드는 동력이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 점에서는 대중음악 비평도 예외 가 아님을 나의 글 속에서 밝혔다.
    내가 흠모하는 대상에 한 발 더 가까이 다가설 수 있는 기회를 주신 심사위 원님께 감사드린다. 오늘의 부끄러움을 가슴 깊이 새기고 앞으로 더욱 노력 하라는 뜻이라는 것을 안다. 언제나 나의 모범인 수현언니, 두 분 선생님을 포함한 민음연의 모든 식구들, 제멋대로인 며느리를 묵묵히 지켜봐 주시는 시부모님, 늘 나를 걱정해주는 언니와 형부, 그리고 오빠, 이들은 진정한 나 의 후원자들이다. 내 삶의 의미이자 나의 최고의 지지자는 단연 남편이다. 원고를 쓰는 동안 나의 남편은 외조가 무엇인가를 보여주었으며, 내가 포기 하려 할 때마다 특유의 낙천성으로 나를 일으켜 세웠다. 그리고 나의 어머니 와 아버지, 두 분은 생각만으로도 내 가슴을 울컥하게 만드는 분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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