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신춘문예

구제, 빈티지 혹은 구원

by  이서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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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심사평
  • 당선소감
  • P가 그 빈티지 옷가게에 대한 말을 꺼냈을 때 우리는 트래비스의 앨범을 듣고 있었다. 출시된 지 족히 십오 년은 되었을 S시리즈 모델의 차는 스피커 상태가 매우 조악했고 에어컨은 시원찮게 작동했으며 창문을 닫아도 외풍이 있었다. 스튜디오에선 녹음되지 않았을 각종 잡음을 스피커는 산발적으로 섞어서 들려주었다. 그런 탓에 최신 앨범조차 퇴락해버린 느낌을 풍기기 십상이었다. 가만히 듣고 있노라면 화산재로 뒤덮인 선율이 연상될 정도였다. 치르르 떨리는 드럼에서 잿개비가 우수수 떨어졌을 때, P가 그 엉뚱한 말을 꺼냈다.

    P는 빈티지 옷만 입었고 새 옷은 절대로 입지 않았다. 새 옷을 입은 사람은 어쩐지 우스꽝스러워 보인다는 게 그가 말한 이유였고 새 옷에서 풍기는 염료 냄새를 싫어했던 까닭도 있다. 무엇보다도 P는 어린 시절부터 새 옷을 입을 때마다 접촉 부위에 작은 발진이 돋아나는 증상을 앓고 있었다. 세탁 후에 입으면 그런 증상은 확연히 줄어들곤 했지만 새 옷의 느낌이 다 빠져나가기 전까진 발진이 사라지는 법은 없었다. 그런 이유 때문인진 몰라도 P는 새 것이라면 무조건 기피했다. 새 차와 새 직장과 새 여자 친구와 새 엄마까지도. 그런 탓에 나는 P의 오래된 여자 친구이고, 뒷좌석에 앉아있는 머저리 같은 놈들도 P의 오랜 친구들이며, P는 지난주에 새 엄마를 폭행했다.

    빈티지 옷가게를 털자는 P의 말에 나는 차창 밖에서 흐르고 있는 빗물을 손가락으로 쓸어내리다가 어깨를 들썩이며 웃었고, 뒷자리의 멍청이들은 들은 척도 하지 않았다. P가 재차 말하자 여자 친구로서의 의무감으로 내가 물었다.

    고작 옷가게를 털어서 뭐하게?

    가게가 아니야. 창고라고. 거대한 창고야.

    P는 두 손으로 내 얼굴을 잡아당긴 뒤 자신의 얼굴을 똑바로 보게 했다. 도로는 텅 비어 있었고 P의 양 무릎은 운전대에 바싹 붙어있었다. 나는 P가 무릎으로 운전할 때마다 조바심이 났다. P는 항상 이대로 달리다가 죽더라도 아쉬울 거 하나 없다고 말하곤 했으나 나는 아니었다. P는 다시 한 손을 운전대에 되돌려 놓고 백미러를 힐끗거리며 말했다.

    거긴 감시 카메라도 없어. 찾아오는 사람도 아무도 없고.

    주말인데?

    K의 물음에 P는 고개를 반쯤 돌린 채로 말했다. 나는 P대신 전방을 주시했다.

    그래도 없어. 알려지지 않은 곳이거든.

    그럼 무슨 돈으로 먹고 살지?

    L이 묻자, P가 다시 앞을 보며 말했다.

    거긴 원래 인터넷 쇼핑몰이라고. 그러니까 이런 구석에 처박혀 있지.

    우리는 의왕의 어느 저수지로 향하던 길이었다. K가 어린 시절에 가족과 자주 갔었던 오리고기 집을 찾아가던 중이었다. K는 그곳 마당 한구석에 타임캡슐을 묻고 왔는데 그걸 다시 되찾고 싶어 했다. 가출한 그의 아버지가 어떤 생각으로 돌아오지 않는 것인지, 그는 그 타임캡슐 속에 답이 있을 거라 생각했다. K는 남자답지 않게 눈물이 많았고 바람난 그의 아버지가 가출한 것을 두고 전혀 다른 식으로 말하곤 했다.

    정말이야?

    정말이야.

    L과 P는 동시에 웃었다. 큰 소리로, 어깨까지 들썩이며. 그들의 과장된 동작과 웃음이 지겨워서 나는 옆 창으로 고개를 돌려버렸다. L과 P는 놀랍도록 닮았다.


    P는 그곳을 찾지 못해 근방에서 한참이나 헤맸다. 이미 지나갔던 곳을 반복해서 오가고 나서야 우리는 비로소 남루한 현수막 한 장을 발견했다. 현수막은 한쪽 귀퉁이의 줄이 떨어져 나가 반쯤 접혀 있었다. ‘창고형 빈티지’까지는 읽었으나 그 뒤에 적혀 있을 가게 이름은 알 수 없었다. 아무리 봐도 지하 주차장으로밖엔 보이지 않는 공간이었는데 입구엔 문 대신 철제 셔터가 끝까지 말려 올라가 있었다. P가 입구 근처에 아무렇게나 차를 댔고 우리는 모두 내렸다. 가게 앞에 칠이 벗겨진 붉은색 자전거가 놓여 있었다. 바구니에 담긴 피에로 인형은 입이 떨어져 나가고 없었다. 두 눈을 홉뜨고 고깔모자를 쓴 채로 널브러지듯 비스듬히 누워있는 인형을 L이 주워들었다가 불에 덴 듯 내팽개쳤다. L은 조그맣게 ‘나이트메어’ 라고 중얼거렸다.

    안으로 들어서자 서늘하고 습한 공기에 섞여 있는 배리착지근한 냄새가 코를 찔렀다. 나는 입구의 행거에 걸린 옷들을 뒤적이면서 가게 안을 살폈다. 오십 평은 족히 됨직한 넓이에 일단 혹은 이단 행거가 띄엄띄엄 놓여 있었다. 행거에 걸린 옷들도 빽빽하게 붙어 있지 않고 뜨문뜨문 걸려 있었다. 지하 주차장치곤 천장이 높은 편이었고 조명은 주황빛이 살짝 감돌았다. 그 탓에 우리의 얼굴은 달뜬 사람들처럼 불그스름했다.

    P가 주인 여자를 발견하곤 먼저 인사를 건넸다. 여자는 우리보다 고작 서너 살 정도 많아 보였는데 거대한 자루에 담긴 옷을 한 벌씩 꺼내어 행거에 걸고 있었다. 머리에는 연두색 비니를 쓰고 치렁치렁하게 늘어진 패치워크 스커트를 입고 니트 위에 색색의 실로 짠 조끼를 덧입고 있었다. 손목과 목에는 실이나 구슬로 만든 액세서리를 잔뜩 걸치고 있었다. 얼핏 보면 재활용 수거함에서 꺼냈음직한 옷들을 여자는 제법 맵시 있게 걸쳐 입었다.

    P가 여자와 시답지 않은 대화를 하는 동안 L이 슬며시 곁으로 다가왔다. L의 손에는 L의 비쩍 마른 몸통을 두 개 정도는 구겨 넣을 수 있음직한 셔츠가 들려있었다. L이 셔츠의 앞면을 보여주었다. 화려하게 치장한 두 명의 여자가 보였다. 손에는 칵테일 잔을 들고 귓불이 찢어질 정도로 기다란 귀걸이를 하고서. 그 아래에 영문으로 크게 ‘LOVE & DIAMOND' 라고 적혀 있었다. L이 그것을 가리키며 말했다.

    기막히지?

    러브 앤 다이아몬드라니.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K가 한 눈에 보기에도 좀이 슬었을 것 같은 모직 재킷을 들고 왔다. 그의 몸엔 지나치게 클 것 같았고 디자인도 구식이었다. K는 진지한 표정으로 거울 앞에 서서 재킷을 걸쳐보더니 근처에 있던 보라색 중절모를 썼다. 호피 무늬 깃털이 달려 있는 중절모는 제법 어울렸으나 재킷과 매치하니 자석의 양극이 서로 밀어내려 안간힘을 쓰는 광경처럼 보였다. L은 혀를 차면서 내게로 고개를 돌렸다. 우리는 K가 일부러 이상한 옷만 골라 입고 다니는 게 틀림없다고 진즉에 결론을 내렸다. K가 입고 다니는 옷들의 거반은 가출한 아버지가 남기고 간 옷들이었다. 우리는 K가 정신과 치료가 필요하다고 생각했으나 한편으론 지극히 자연스러운 행동처럼 보이기도 해서 그냥 내버려두고 있었다. K의 아버지는 부동산 업자였고 사계절 내내 질감과 디자인만 조금씩 다른 남색 재킷을 입었다. K는 그런 아버지의 옷을 입어도 결코 부동산 업자처럼 보이지 않았다. 그저 멍청해 보였을 뿐이다.

    여자가 P를 안쪽의 행거로 안내하더니 아래 위가 붙은 점프 슈트를 꺼내어 보여주었다. 주황색 바탕에 다양한 색의 페인트를 흩뿌리듯 바른 것으로 결코 옷으로는 보이지 않았고 사회에 불만이 많은 전위예술가가 애꿎은 옷에 화풀이를 한 걸로 보였다. P는 잇몸까지 드러나게 웃으며 점프 슈트를 몸에 대어 보았다. P의 짧은 다리 때문에 바지의 삼분의 일 가량이 땅 바닥에 질질 끌렸다. 주인 여자는 그 모습을 처량한 듯 바라보았으나 입가에 걸친 미소를 지우지는 않았다.

    도대체 어쩌겠다는 거야.

    내 말에 L이 한쪽 눈을 찡긋거리더니 품속에서 장도리를 슬쩍 꺼내었다가 다시 집어넣었다. 우리는 원래 농부의 집인지 농군의 집인지, 하는 오리고기 집에 가려고 만난 것인데 장도리를 가져온 L을 이해할 수 없었다.

    못을 박아달라는데 망치가 없대.

    L의 외조모는 폐지를 주우면서 혼자 살았다. L은 그의 부모도 들여다보지 않는 그 낡고 좁고 더러운 집에 가끔씩 들렸다.

    못이나 박을 일이지. 어쩌게?

    L이 어깨를 으쓱해 보이더니 ‘해머 앤 머니’라고 조그맣게 말했다. K가 우리를 뒤따라오면서 중얼거렸다.

    나이프 앤 머니.

    크라임 앤 머니.

    휴먼 앤 머니.


    우리는 여자를 에워쌌다. 여자는 우리를 경계하는 기색이 없었다. 가까이서 보니 낯빛이 창백했고 어쩌면 우리보다 더 어릴 수도 있을 것 같았다. 어쩌다 이런 곳에 처박혀서 버려진 옷들에 둘러싸여 하루하루를 보내게 되었는지 새삼 궁금했다. 여자는 나를 돌아보더니 입술을 조그맣게 오므려서 아, 하고 탄성을 내질렀으나 무슨 이유로 그런 건지는 알 수 없었다. 백색에 가깝게 탈색한 나의 머리카락을 보고 그런 건지, 절반만 남기고 짧게 밀어버린 커트 스타일을 보고 그런 건지, 아니면 징이 박힌 핏빛 구제 가죽 재킷이 탐이 나서 그런 건지. 내가 씩 웃어보이자 여자는 한 박자 늦게 미소 지었다.

    K가 손에 들고 있던 재킷을 여자 앞으로 내밀며 가격을 물었다. 여자는 재킷을 받아들고 이리 저리 들춰보더니 확신 없는 어조로 만 원이라고 답했다. K는 어깨를 으쓱하며 나를 돌아보았으나 생각보다 싸다는 의미인지, 말도 안 되게 비싸다는 의미인지는 알 수 없었다. L은 P가 여전히 손에 들고 있던 점프 슈트를 낚아채더니 자신의 몸에 대어보았다. 여자가 안쪽의 스탠드 거울 앞으로 우리를 안내했다. 우리는 그 앞으로 우르르 몰려갔다.

    비스듬히 세워진 거울의 양편에 수납장이 놓여 있고 그 안에 때가 잔뜩 끼고 주름이 잡힌 핸드백이나 인형, 모자 등이 진열되어 있었다. 문은 없었다. 나는 마돈나의 얼굴이 크게 프린팅 된 핸드백을 어깨에 걸쳐 보았다. 어찌나 낡았는지 귀퉁이마다 실밥이 너덜거렸다. P가 멋지다고 말해주었다. L은 점프 슈트에 정신이 팔려 있었다. 여자가 L에게 무척 잘 어울린다고 말했다. L은 P보다 다리가 훨씬 길었다. 바짓단이 끌릴 일도 없었다. L은 기분이 좋아졌는지 가격을 물었다. 이만 오천 원. 생각보다 비쌌다. L은 조금 깎아 달라 했고 여자는 콧잔등에 주름을 만들더니 삼천 원을 빼주겠다고 했다. L은 다시 거울로 몸을 돌리더니 입어볼 수는 없겠냐고 물었다. 여자는 구석의 커튼 처진 곳을 가리켰다. L은 점프 슈트를 들고 그곳으로 들어갔다.

    짜잔, 하는 말소리와 함께 L이 커튼을 휙 걷었다. K는 박수를 쳤고 P는 입술을 비죽거렸으며 나는 손톱을 깨물었다. 기막히게 잘 어울렸다. L의 얼굴에 있는 흉터가 저절로 가려질 정도로 난잡하고 난해한 옷이었다. L은 마치 제 옷인 양 주머니에 두 손을 넣은 채로 건들거리며 커튼 레인이 둘러쳐진 동그란 공간 밖으로 걸어 나왔다.

    얼마라고 했죠?

    이만 이천 원에 줄게요.

    이 흉터, 뭘 닮지 않았어요?

    P가 끼어들어 여자에게 물었다. 여자는 L의 얼굴에 난 흉터를 똑바로 쳐다보았다.

    닮았잖아요. 어떤 마크랑.

    여자는 L의 눈치를 살피다가 조심스럽게 나이키, 라고 말했다.

    빙고.

    P는 L을 보고 씩 웃어보였고 L은 가운데 손가락을 펼쳤다.

    칼로 도려냈어요. 쟤네 아빠가.

    P가 여자에게 말했다. 여자는 어색한 웃음을 짓다가 이내 거두었다. 여자의 얼굴이 점점 더 창백해져갔다.

    이만 원에 줄게요.

    여자는 황급히 덧붙였다.

    잘 어울리니까요.

    L은 자신을 보고 처량한 개의 얼굴과 닮은 표정을 짓는 여자를 무심히 쳐다보다가 품안에서 무언가를 꺼내들었다. 주황색 점프 슈트 속에서 나온 장도리는 그 등장이 무척 자연스러워보였다. L은 주위를 둘러보며 여자에게 물었다.

    어디 못 칠 데 없나요? 못이요?

    여자는 당황한 얼굴이었지만 L을 따라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글쎄요. 못을 칠 일은 없는데.

    L은 다시 품속에 장도리를 넣더니 진열장에 놓여 있던 낡은 가방을 꺼내었다. 먼지가 안개처럼 퍼지다가 바닥으로 천천히 가라앉았다.

    구찌네. 진짜 구찌? 여자는 고개를 끄덕였다.

    얼마죠?

    여자는 인상을 찡그렸다.

    글쎄요. 기억이 나지 않네요.

    L은 가방을 다시 진열장 안에 넣어두었다. 여자는 그 가방을 한참동안 쳐다보았다. 그 사이 K는 재킷을 다시 걸친 뒤 양쪽 주머니를 꼼꼼히 뒤져보고 있었다.

    모두들, 차 한 잔 어때요?

    갑작스러운 여자의 말에 우리는 서로의 얼굴을 쳐다보았다.

    차라고요? P가 묻자 여자는 고개를 끄덕였다.



    여자는 카운터 뒤편에 놓여있는 작은 테이블로 걸어가더니 전기 주전자를 들어 올려 뚜껑을 열고 안을 들여다보았다.

    물을 받아올게요.

    우리는 서로의 눈치만 살폈을 뿐 밖으로 나가는 여자를 말리지는 않았다. K와 L은 여전히 재킷과 점프 슈트를 걸친 채였다. L은 다시 장도리를 꺼내더니 벽면을 살피면서 어슬렁거렸다. 나 역시 L의 시선을 따라 벽면을 훑어보았다. 자세히 보니 여기저기 금이 가 있었다. 확실히 못을 칠만한 상태는 아니었다. L역시 그것을 느꼈는지 커다랗게 금이 간 자리를 손가락으로 더듬다가 어깨를 흠칫 떨었다. 집게손가락만한 그리마 한 마리가 빠르게 그의 눈앞으로 지나가고 있었다. L은 망설임 없이 장도리로 내리쳤다. 그리마는 이미 높은 곳으로 도망쳤다. L은 다시 몇 군데를 내리치다가 여자가 들어오자 멈추었다.

    벌레가 있어서요. 바퀴 벌레. 엄청 커요.

    L의 말에 여자는 아무 대꾸도 하지 않았다. 전기 주전자의 버튼을 누르자 얼마 후 물이 자글자글 끓어오르는 소리가 났다. 여자는 카운터에 기대어 서서 우리 쪽으로 고개를 돌리고 말했다.

    바퀴 벌레는 사방에서 튀어나와요. 저 자루에서도.

    여자는 구제 옷이 한가득 들어있는 자루를 가리키며 말했다.

    주머니에서 나올 때도 있고.

    여자의 말에 K가 다시 재킷 주머니를 뒤지더니 안감을 바깥으로 꺼내어 탁탁 털었다.

    그런데 그게 정말이에요?

    내 말에 모두의 시선이 내게로 쏠렸다.

    응급실에 실려 간 사람들의 피 묻은 옷도 이런 데서 팔린다는 게.

    여자는 처음 듣는 말이라는 표정을 지어보였다. 별로 놀라는 기색은 없었다. L은 점프 슈트의 붉은 페인트 자국을 유심히 들여다보았다.

    글쎄요. 검은색 옷이라면 티가 나지는 않겠죠.

    여자는 아무렇지 않게 대답하더니 몸을 일으켰다. 주전자의 물이 점점 끓는점으로 도달해가는 격렬한 소리가 들렸다. 끓어오르다가 달리다가 이내 폭발해버리는 소리.

    시끄럽군.

    P가 귀를 파면서 말했다. 여자는 여러 개의 잔을 테이블 아래쪽에서 꺼내더니 티백을 넣고 뜨거운 물을 부었다. 잠시 후 쟁반에 담아 우리에게로 잔을 날랐다. 우리는 고분고분하게 잔을 받아들고 지나치게 뜨거운 차를 후후 불어가면서 마셨다. 독특한 향이 있는 차였으나 무슨 종류인지는 알 수 없었다. 나뿐만 아니라 세 명의 머저리들 역시 몰랐을 게 틀림없지만 아무도 무슨 차인지 묻지 않았다. 호로록, 꿀꺽, 후후, 소리만 냈다.

    K가 차를 마시다가 작게 소리를 내질렀다. 그의 발밑으로 그리마가 빠르게 기어가고 있었다. L이 곁에 내려놓은 장도리를 들어올리기도 전에 그리마는 자루 속으로 들어가 몸을 감췄다. L이 재빨리 달려가 자루의 입구를 발로 밟아 봉하더니 자루 위로 장도리를 내리치기 시작했다. 그런다고 옷 속으로 숨어들었을 벌레를 죽일 수는 없을 것 같았으나 말리지는 않았다. 여자 역시 L을 물끄러미 쳐다보기만 했다. 마침내 L이 붉어진 얼굴로 고개를 들더니 자루를 발로 툭툭 찼다. 포기하고 돌아서는 L의 등 뒤로 그리마가 빠르게 지나갔으나 우리는 모두 입을 다물었다.

    저건 누구 거죠?

    K가 테이블 위를 가리키며 물었다. 그곳에는 한 개의 잔이 덩그러니 남아 있었다.

    아, 남편 거예요.

    여자의 말에 우리는 서로의 얼굴을 쳐다보았다. 여자는 한 손을 들어 카운터 왼편을 가리켰다. 불이 꺼져있던 무대에 일순 불이 켜진 듯, 지면보다 일 미터 가까이 높은 곳에 유리로 막힌 공간이 드러났다. 머리를 길게 기른 남자가 그곳에서 부지런히 자루에 담긴 옷을 꺼내고 있었다. 무대 위의 배우처럼 그는 반복된 동작으로 옷을 꺼내고 털고 옷걸이에 걸었다. 여자가 한 손을 들어 판유리를 두들기자 남자가 고개를 돌렸다. 그는 우리를 쳐다보더니 오른편으로 걸어가 무대 밖으로 나왔다.


    남자의 기다란 흑발 머리는 하나로 질끈 묶여 있었다. 낡은 면 티셔츠에 무릎이 툭 불거져 나온 청바지를 입고 허리에 체크무늬 셔츠를 둘렀다. 그는 무대 밖으로 나와 우리에게 눈길을 주다가 찻잔을 받아들고 호로록, 차를 마셨다. 두어 모금 더 마신 후에야 비로소 우리의 얼굴을 찬찬히 살폈다. 처음부터 이곳에 있었을 테지만 우리 중 누구도 그의 존재를 눈치 챈 사람은 없었다. 만일 우리가 여자를 위협했다면 그는 즉시 조치를 취했을 것이다.

    잘 어울리네요.

    남자는 점프 슈트를 입고 있는 L을 가리키며 말했다. L은 멋쩍은 웃음을 지어보였다. L은 아마도 옷값을 지불할 생각이 없었을 것이다. 남자가 나타나기 전까진. 남자는 우리 중 그나마 근육질이라고 할 수 있는 P보다도 더 단단해 보이는 몸을 갖고 있었다. 그 역시 우리보다 고작 서너 살 많아보였다.

    여기는 어떻게 알고 왔죠? 남자의 물음에 P가 머뭇거리며 답했다. 인터넷 쇼핑몰에 적힌 주소를 보고 찾아왔노라고.

    그렇다면 찾는 옷이 있다는 건데?

    남자가 다시 묻자 P는 고개를 돌려 나를 쳐다보았다. 모두가 나를 주목했다.

    그게, 청바지를 사려고요. 트루릴리젼.

    아, 그거라면!

    남자는 다시 무대 위로 올라가더니 정리 중인 행거를 뒤져서 청바지 한 벌을 들고 뛰듯이 밖으로 나와 내게 허리 사이즈를 물었다.

    26이요.

    이건 좀 크겠는데요.

    트루릴리젼인가요, 그게?

    남자는 상표를 들여다보더니 고개를 저었다.

    아니군요.

    남자는 청바지를 옆으로 휙 던져놓고 다시 찻잔을 들었다.

    청바지라면 저쪽에 많아요.

    여자가 왼편 행거를 가리키며 말했다. 나는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 남자가 던져 놓은 청바지의 엉덩이 부근에 시커먼 게 묻어있었고 자꾸만 그리로 시선이 갔다.

    당신들은 히피?

    남자가 우리를 골고루 쳐다보며 물었다.

    히피요?

    K가 되물으며 웃음을 터뜨렸다. K를 따라 L이 웃었고, L을 따라 P가 웃었고, P를 따라 웃지는 않았다, 나는.

    웃긴 말인가, 그게?

    남자가 엄숙한 말투로 물었다. K가 웃음을 뚝 그쳤고, L은 입술을 일그러뜨렸으며 P역시 미간을 찌푸렸다.

    이제는 웃긴 말이죠.

    K가 팔짱을 끼면서 연달아 말했다.

    이제는 아주 웃긴 말이라고요.

    남자는 다시 호로록, 차를 마셨다. 여자는 찻잔을 내려놓고 바닥에 널브러진 자루의 입구를 벌려서 안에 든 옷을 한 벌 씩 꺼냈다. 더러운 걸레 뭉치처럼 냄새를 풀풀 풍기면서 누군가의 체취가 가득 밴 옷들이 쏟아져 나왔다.

    세탁을 안 하는군요.

    K의 물음에 여자는 돌아보지도 않고 답했다.

    한 거예요.

    냄새가 이상한데요.

    P가 묻자 여자는 이번엔 P를 돌아보며 말했다.

    헌옷은 냄새가 완전히 빠지지 않아요.

    놀랍네요.

    P가 전혀 놀라지 않은 말투로 말했다. 오히려 비꼬는 것처럼 들렸다.

    구제 옷을 좋아하나 봐요?

    남자가 물었다.

    얘는 구제 아니면 피부가 뒤집어지거든요.

    L이 P를 가리키며 말했다. P는 적수에게 약점을 들킨 사람처럼 복잡한 표정의 얼굴이었다.

    새 옷은 몸에 좋지 않죠. 특히 염료 말입니다. 아주 독하죠.

    남자는 넌덜머리가 난다는 듯 고개를 젓고 몸을 떨었다. 남자의 기다란 흑발 머리가 좌우로 흔들렸다. 말총처럼 가는 직모에 윤기가 없었다.

    다들 오염되어 죽고 말겁니다.

    남자는 저 혼자 말을 이어나갔다.

    생산은 더 이상 필요 없습니다. 이미 너무 많이 만들었으니까요. 이곳만 하더라도, 헌옷 자루가 넘쳐나죠. 정리하고, 또 정리해도, 넘치고 또 넘쳐요. 당신들 같은 사람이 없었더라면 우리는 지금쯤 헌옷에 파묻혀서 질식했을 겁니다. 질식사죠. 익사죠.

    남자는 연극적인 말투와 몸짓을 구사했다. 그는 판유리로 막힌 무대 밖으로 나와도 여전히 무대 위에 있는 것처럼 말하고 행동했다. 여자는 마침내 자루 속의 옷을 모조리 끄집어냈다. 더러운 내장 같은 그것들은 꼬물거리며 테이블 위에 쌓였다.

    이참에 말입니다. 히피가 되어 보는 게 어떨까요.

    남자가 나를 보며 물었다. 나는 P를 쳐다보았고, P는 L을 쳐다보았으며, L은 K를 보았다. 마침내 K가 팔짱을 다시 끼더니 남자에게 말했다.

    이봐요. 우리는 히피가 아니라니까요.

    선택하세요. 히피를 하든가, 쓰레기를 하든가.

    남자의 말에 L이 장도리를 들었다. 남자는 L의 행동에도 전혀 흔들림이 없었다.

    히피에게는 해머가 어울리지 않아요.

    남자는 집게손가락을 좌우로 흔들었다.

    그럼 뭐가 어울려요?

    내 질문에 남자는 나를 돌아보더니 한참 후 답했다.

    선물을 줄게요.

    남자는 유리방 안에 있던 옷을 몇 벌 들고 나와 우리에게 나눠주었다. 내게는 사이즈가 맞지 않는 예의 그 청바지를 주었다. 엉덩이 부분의 얼룩은 아무리 봐도 피로 보였다. 여자 청바지인 것으로 보아 생리 혈인지도 몰랐다. L은 입고 있던 점프 슈트의 값을 지불하고 목이 늘어진 리바이스 반팔 티셔츠를 선물로 받았다. 옆구리에 누런 얼룩이 묻어 있었다. K 역시 재킷 값을 지불하고 해골이 그려진 나일론 셔츠를 받았다. 해골의 콧구멍 부분이 찢겨 있었다. P는 한사코 거절했으나 결국 시커먼 기름 같은 것이 묻은 나이키 운동복 바지를 받았다.

    그들은 우리를 배웅하지 않았다. 우리가 탐탁지 않은 표정으로 선물을 손에 쥐고 출입문을 빠져나왔을 때, 그들은 여전히 카운터에 몸을 기대고 서서 헌옷으로 가득한 창고 안을 멍하니 쳐다보기만 했다. 그들 역시 버려진 옷가지처럼 보였다.

    L이 입구의 자전거 바구니에 놓여 있던 피에로 인형을 집더니 앞바퀴 아래로 쑤셔 넣었다. 우리는 동시에 차에 올라탔고 쾅 소리 나게 문을 닫았다. 아무도 입을 열지 않았다. P가 후진으로 차를 뺀 후, 도로에 진입하기 직전에 네 개의 창을 열었다. 창밖으로 튀어나온 것은 구제 옷도 아니었고 걸레도 아니었다. 히피가 되지 못한 쓰레기였을 뿐.


    농부의 집 혹은 농군의 집이라 불렸던 오리고기 집은 더 이상 오리고기 집이 아니었다. 그곳은 기와로 지붕을 올리고 값비싼 목재로 외관을 장식한 한정식 집으로 바뀌어 있었다. 카운터를 지키고 있던 여자는 K의 부탁에도 안마당으로 들어가는 것을 허락하지 않았다. K는 여전히 모자라 보이는 차림새였고, L은 옷 같지도 않은 옷을 입고 있었으며, P와 나는 원래부터 남들에게 호감을 주지는 못하는 부류의 사람이었다. 여자는 곤혹스러운 표정을 짓다가 우리가 계속 카운터 근처를 어슬렁거리자 노골적으로 나가달라고 말했다. L이 점프 슈트 안에 숨겨놓은 장도리를 꺼내려는 것을 내가 말렸다. 우리를 보는 눈이 많았다. 칸막이 안에 숨어 식사하던 사람들이 바퀴벌레처럼 은밀한 시선으로 우리를 훔쳐보고 있었다. 사태를 파악하기 위해 더듬이를 쉴 새 없이 움직이며.

    밖으로 나온 우리는 차에 올라타지 않고 근처를 배회했다. 우산을 쓰기에도 뭣하고 쓰지 않기도 뭣한 비가 끈덕지게 내리고 있었다. K가 가을비인지 겨울비인지 물었다. 나와 P는 겨울비라 답했고 L은 망설이다가 가을비라 답했다. 가을이라는 증거를 대보라고 하자 겨울이라는 증거를 대보라는 반박이 돌아왔다. 언제부턴가 우리가 보는 풍경 속에서 계절을 구분하기가 쉽지 않았다. 앙상한 나무 옆에 단풍이 든 나무가 나란히 서 있었고, 그 아래엔 이름을 모르는 들꽃들이 피어 있었다.

    L이 장도리로 들꽃을 내리치며 말했다.

    여자를 기다리자.

    퇴근 할 때까지? K의 물음에 L이 고개를 끄덕였다.

    어쩌려고?

    L이 나를 돌아보며 말했다.

    이걸 꺼내들고, 못 칠 데가 없는 지 묻는 거야.

    나는 웃었다. P도 바람 빠지는 소리를 내며 웃었다. 피시식.

    어차피 없을 거야. 설마 아직까지 남아있겠냐.

    P가 K에게 말했다. K는 그 말을 믿지 않는 눈치였다.

    도대체 안에 뭐가 들었는데?

    K는 타임캡슐 안에 뭐가 들었는지 말해주지 않았다.

    너희 아버지가 그때부터 바람을 피웠을 거라 생각하는 거야?

    연이은 내 질문에는 답하지 않고 K는 근처 뭉우리돌에 걸터앉아 머리를 박박 긁었다.

    안 알려줄 거야? P가 묻자, K가 손톱에 낀 살비듬을 빼내며 말했다.

    궁금해? 어.

    우리는 동시에 짧게 답했다. K는 짓다만 비닐하우스를 보며 말했다.

    아버지는 껌 종이를 네 조각으로 자르더니 한 개씩 나눠주면서 단어 한 개만 적으랬어. 어차피 그 이상은 쓸 자리도 없었지. 나는 당연히 아버지가 집, 이라고 적을 줄 알았어. 근데 아니었어.

    그럼 뭐라고 적었는데?

    내 물음에 K는 고개를 가로젓기만 했다.

    사랑?

    P는 말해놓고 얼굴이 시뻘게졌다. 그런 단어를 내뱉다니 부끄러워할 만도 했다.

    돈?

    L이 장도리로 나무 둥치를 두드리며 말했다. K는 고개를 젓더니 천천히 말했다.

    젊음.


    우리는 차에 올라탔다. K는 이미 타임캡슐 속에 무엇이 들어있는지 알고 있었다. K의 아버지가 적은 단어를 그는 정확히 기억했다. 하지만 그 단어의 의미를 이해하지는 못했다. 우리는 모두 K와 같은 나이였으므로 그 단어의 의미를 설명해줄 수 없었다. 우리에게 그 단어는 가장 불가해한 것이었다.

    와이퍼는 느릿하게 움직였다. 빗물로 얼룩진 세상이 훨씬 더 볼만 했다. 라디오에서 존 레논의 노래가 흘러나왔으나 누구도 제목을 말하지는 않았다. 알파벳 네 글자의 그 제목을 우린 모두 알고 있었다.

    P가 길을 잘못 들어 우리는 다시 빈티지 옷가게 앞을 지나갔다. 우리가 내던진 옷가지들이 그새 굵어진 빗줄기에 젖어 차에 짓밟힌 동물의 사체처럼 나뒹굴고 있었다. L이 창문을 내리고 고개를 쭉 빼더니 자전거 앞바퀴에 깔린 피에로 인형을 가리키며 웃기 시작했다. P는 그쪽을 돌아보지 않고 가속페달을 밟았다.
    이서수

    이서수

    1983년 서울 출생

    단국대 법학과 졸업

  • 오정희 소설가, 성석제(글) 소설가

    본심에 올라온 10여 편의 작품은 문학, 특히 소설이 당대의 언어습관과 가치관을 즉각적으로 반영하는 ‘생물’이라는 점을 뚜렷하게 보여줬다. 하지만 소설은 문장의 예술이므로 기본적 문법에 철저히 따라야 할 것을 요구한다. 아무리 자유분방하고 ‘뜨거운 에너지’를 담은 생물이라 할지라도 ‘차가운 질서’의 담금질을 거쳐야만 생명이 건강하고 오래도록 지속하게 된다.

    김영수의 ‘레바논의 밤’은 난해한 작품이다. 쉽게 이해하기 어려운 전제 위에서 살인과 사체유기라는 낯설고 간단치 않은 사건이 벌어진다. 그럼에도 난해함과 낯선 길을 지나가 수수께끼를 풀게 만드는 동력이 약하다는 게 문제이다.

    유효진의 ‘스마트 산조’는 간명하다. 스마트폰에 넋이 나간 사람의 모습은 일상에서 가장 흔한 풍경이 됐다. 누구나 아는 사실이지만 실제로 이를 전면적으로 소설로 담아낸 경우는 많지 않다. 이처럼 익숙하면서도 참신하고, 이야기가 잘 짜여져 있다는 점이 이 작품의 장점이면서 단점으로도 작용했다. 스마트폰과 인간의 생화학적 결합 너머의 어떤 것이 나오지 않을까 기대했지만 결말은 예상된, 익숙한 범주를 벗어나지 못하고 말았다.

    당선작인 ‘구제, 빈티지 혹은 구원’은 대책 없는 젊음, 선택하지 않은 시간을 끌어안고 배회하는 인생들의 풍경화다. 어떤 시대든 그 시대를 담은 문학적 풍경화를 가지게 되는데 이러한 풍경화로서의 소설에는 결론이나 당위가 없다. 이 작품 역시 별다른 희망도 욕망도 없이 습관화되고 파편화된 삶을 살아가는 지리멸렬한 모습을 보여줄 뿐이다. 밑도 끝도 없는 대화, 우발적 선택, 충동적인 행동과 자포자기 속에 우리 시대 내면의 허약하고 병리적인 속성이 드러난다. 그것을 냉철하게 직시하며 가감 없이 자연스럽게 묘사한다는 것이 이 작품이 가진 강렬한 매력이다.
  • 이서수

    이서수

    1983년 서울 출생

    단국대 법학과 졸업

    당선 전화를 받고 길거리에 멍하니 서 있다가, 편의점으로 들어가 쌍화탕 한 병을 사서 마셨다. 왜 하필 쌍화탕이었는지 모르겠다. 어쨌든 뜨끈한 그것을 쭉 들이켜고 나니 입안이 맵싸해지고 두 볼이 뜨거워지면서 비로소 당선을 실감할 수 있었다. 그 순간엔 맵고 따뜻한 무언가가 절실했다.

    스물아홉이 되던 해에 소설을 쓰기로 결심했고, 여러 번의 낙선을 경험했다. 그 시절에는 당선작을 꼼꼼히 읽어보는 게 중요한 숙제였지만 그보단 당선 소감에 눈길이 먼저 갔다. 당선자들이 어떤 방식으로 글을 썼는지, 어떤 깨달음을 얻었는지, 그것을 읽어보는 게 큰 즐거움이었고 실제로 많은 도움이 됐다. 그렇기에 나 역시 당선 소감에 그러한 말을 꼭 적으리라 다짐했었다.

    내 경우엔 하루에 이삼십 장 정도를 매일 쓰되, 내 작품을 쓰는 시간보다 책을 읽는 시간이 더 많았다. 읽지 않으면 쓰는 힘도 바닥이 난다는 중요한 사실을 깨달았다. 쓰고, 읽고, 걷는 게 하루 일과의 전부였다. 지극히 단순한 일과를 반복하면서도 지겹기는커녕 나날이 즐거웠고 또 그만큼 고독했다. 그저 즐겁기만 했다면 당선의 행운을 얻기는 힘들었을 것이라 생각한다. 고독과 단순한 일과의 반복이 안정적으로 글을 쓸 수 있는 원동력이 되었다.

    이 자리까지 올 수 있었던 건 가족의 도움이 컸기 때문이다. 거듭 낙선하던 때에도, 내게 당선의 운은 없을지라도 나를 믿어주는 사람들이 곁에 있는 운은 있다고 믿었고 그 힘으로 버틸 수 있었다. 나를 작가 지망생이 아니라 작가라고 불러주던 친구들에게도 고맙다.

    부족한 작품을 뽑아주신 선생님들께 무한히 감사드린다. 자신감이 사라질 때마다 그분들을 떠올리며 계속 글을 써나가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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