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신춘문예

꿈의 구장

by  김민성

  • 작품전문
  • 시놉시스
  • 심사평
  • 당선소감
  • 1. 잠실야구장 / 저녁

    타석에 홈런 타자 김동우 등장.

    FAST DISSOLVE

    외야석의 허성조 긴장.

    FAST DISSOLVE

    성조를 찾던 고우석도 긴장.

    FAST DISSOLVE

    하늘 높이 쭉쭉 날아가는 김동우의 타구.

    FAST DISSOLVE

    타구를 바라보는 김동우, 허성조, 고우석의 각각의 표정에서...

    바로 암전.


    2. 타이틀

    성조가 수십 년간 모은 각종 야구 자료와 기념품들이 보여 지면서 타이틀이 뜬다.


    꿈의 구장


    3. 잠실야구장 / 저녁

    자막 9일 전.

    야구장 관중의 함성 소리와 함께-

    장내아나운서
    4번 타자 김~ 동~ 우~

    대기 타석에서 몸을 풀던 김동우, 타석에 들어선다.

    캐스터
    오늘 경기에서 과연 김동우 선수의 홈런 신기록이 달성될 수 있을지, 대기록을 보기 위해 잠실 야구장은 3만 관중으로 꽉 들어 차 있습니다. 1사 만루의 찬스. 아직까지 한기수 투수의 공에 눌려 3타수 무안타로 그치고 있는 김동우, 초구를 기다립니다.

    배트를 길게 잡고 초구를 기다리는 타자 김동우.
    투수 한기수가 포수의 싸인을 받고 고개를 끄덕인다.


    해설
    김동우 선수, 10경기 째 홈런이 없는데 말이죠~ 하지만 찬스에 무척 강한 타자니깐요~ 이번 타석, 기대해 봐도 좋을 거 같은데 말이죠~

    크게 헛스윙 하는 김동우.

    캐스터
    제 1구~ 바깥 쪽 높은 공을 놓치고 마는 김동우.


    4. 1루 외야석 / 저녁

    외야석에 앉아 있던 허성조, 글러브를 벗고 자리에서 일어난다.

    성조
    (옆자리 두산팬에게) 학생, 자리 좀 맡아줘.
    두산팬1
    아저씨, 김동우 타석인데요?
    성조
    안 봐도 삼진이야.

    (인터컷)
    2구째, 뒤 그물을 때리는 파울을 치는 김동우.


    두산팬2
    아저씨가 그걸 어떻게 알아요?
    성조
    김동우 타석 스탠스를 보면 몸쪽 슬라이더를 노리고 있어. 한기수는 계속 바깥쪽 스트라익 존에서 한두 개 빠지는 직구로 내땅 노리고 있는데 말야...
    두산팬1
    아저씨가 아는 걸 김동우가 모를까 봐요?
    성조
    머리는 바깥쪽 공이 올 걸 알지만, 배트는 몸 쪽 공을 쫓아가지.
    두산팬2
    에이~ 김동우가 만루찬스에서 얼마나 강한데.
    성조
    배팅은 타이밍이고, 피칭은 그 타이밍을 빼앗는 거다.
    두산팬1
    (웃으며) 천하의 김동우가 한기수에게 타이밍을 뺏긴다구요?
    두산팬2
    에이~ 누가 그딴 소릴 해요?
    성조
    워렌 스판. 메이저리그 역대 최고 좌완투수가.


    성조가 뒤도 안돌아보고 나가자, 두산팬1, 2가 투덜거린다.

    (인터컷)
    3구째, 크게 헛스윙하며 무릎을 꿇고 마는 김동우.


    캐스터
    스트라익 아웃! 바깥쪽 직구에 당하고 마는 김동우!


    5. 이마트 에스컬레이터 / 저녁

    주차장으로 올라가는 에스컬레이터.
    사과상자가 담긴 카트를 잡고 있는 남자, 그 뒤에 덩치 하나가 서 있다.
    에스컬레이터가 다 올라오자, 뒤에 있던 덩치가 자연스럽게 카트를 밀고 나간다.



    6. 이마트 주차장 / 저녁

    주위를 살피며 차 트렁크에 사과상자를 넣는 덩치.
    카트를 그냥 옆에 두고 가려다 카트 보관함으로 가져간다.
    이때, 트렁크에 꽂힌 키를 뽑아 차에 올라타는 남자, 바로 출발한다.
    카트 보증금 100원을 들고 돌아 온 덩치, 차가 안 보이자 우왕좌왕한다.


    7. 잠실야구장 복도 / 저녁

    보호관찰 내용이 담긴 수첩을 꺼내는 성조, 전화를 건다.

    성조
    (전화를 받자 무뚝뚝하게) 이름.
    전화(소리)
    (장난으로) 김수한무~ 거북이와...
    성조
    (큰 소리로) 이름!
    전화(소리)
    (다소곳하게) 이수창입니다.
    성조
    주민번호.
    전화(소리)
    팔공일이이삼...

    CUT TO

    성조
    (전화를 받자) 이름.
    전화(소리)
    홍기훈이요.
    성조
    지금 KBS에서 하는 프로가 뭐지?
    전화(소리)
    아 그게... 원이요? 투요?

    CUT TO

    수첩의 확인 전화 목록을 체크하는 성조.
    마지막 남은 박경수에게 전화를 거는데, 갑자기 야구장에서 함성이 들린다.
    서둘러 전화를 끊는 성조, 야구장으로 뛰어 들어간다.



    8. 이마트 주차장 / 저녁

    실랑이를 벌이는 이마트 직원과 덩치.

    직원
    (무전기로 얘기하고는) CCTV로 확인했는데요, 에쿠스 팔칠오오, 8시 43분에 출 구로 나갔다는데요. 경찰에 신고는 하셨나요?
    덩치
    (인상 구기며) 후... 책임지쇼.
    직원
    네? 고객님. 무슨 말씀이신지...
    요기서 차치기 당했으니깐 그 짝이 책임지는 게 당연하지라.
    직원
    저희 매장은 고객님의 도난 및 분실에 대해 일체 책임을 지지 않습니다만...
    덩치
    뭣이여? 배째라 이 말이여?

    이때, 덩치를 뒤에서 발로 까는 김재국 국회의원 일반보좌관 김형기.

    형기
    아가씨, 우리가 알아서 할테니 가 봐요.

    겁먹은 이마트 직원이 서둘러 자리를 뜬다.

    형기
    일어나.
    덩치
    (일어서며) 형님, 면목 없습니다요.
    형기
    (한숨을 크게 쉬며) 어쩌다 그랬냐?
    덩치
    카트 반납하고 오니깐요... 차가 날랐던디요.
    형기
    (덩치의 머리를 마구 치며) 아후... 거기에 뭐가 있는지 알어!
    덩치
    잘못했습니다요.
    형기
    그깟 100원 때매... 나가 죽어 새끼야!

    이마트 프라스틱 바구니로 덩치를 무차별 가격하는 형기.
    이내 흥분을 가라앉히고는 어디론가 전화를 건다.


    형기
    문제가 생겼다. 아주 크게...


    9. 1루 외야석 / 저녁

    (인터컷)
    타석에 들어서는 김현구 선수.


    캐스터
    9회말 두산베어스의 마지막 공격. 과연 김동우 선수의 타석이 한 번 더 돌아 올 수 있을지... 투아웃에 3번 타자 김현구가 나옵니다.

    자리를 털고 일어나는 성조, 짐을 챙긴다.

    두산팬1
    가시게요?
    성조
    경기 끝났다.
    두산팬2
    김동우 나오는데요.

    그라운드를 돌아보는 성조.

    (인터컷)
    1루에 간발의 차로 세잎 되는 김현구.

    캐스터
    내야 안타로 출루하는 김현구. 김동우 선수에게 기회가 옵니다.

    장내아나운서
    4번타자 김~ 동~ 우~

    자리로 돌아와 앉는 성조, 야구 수첩을 꺼낸다.

    성조(소리)
    (야구 수첩을 뒤적이며) 투수 김영준. 상대전적 8타수 5안타 홈런 2개. 홈런 타 구 모두 비거리 120미터, 125미터의 대형홈런. 오늘 김영준 투구 수 38개로 평 균 투구 수보다 많다... 주무기 직구 제구가 안 좋아 커브로 승부 중... 김동우에 게 홈런 맞은 공도 모두...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는 성조, 글로브를 낀다.

    성조
    커브다!

    인터컷)
    초구 커브를 기다렸단 듯이 힘 있게 받아치는 김동우.


    캐스터
    초구를 받아쳤습니다! 쪽~ 쭉~ 뻗어갑니다!
    해설
    아 큰데요~

    (인터컷)
    김동우가 친 공이 1루 외야석을 향해 날아간다.


    성조(소리)
    구속 135키로 짜리 커브가 스윙 스팟에 재대로 맞으면...

    관중들을 밀치며 계단을 올라가는 성조.

    성조
    120? 아니 아니 130!

    (인터컷)
    쭉쭉 날아가는 김동우의 타구, 우익수가 뛰어가다 포기한다.

    캐스터
    넘어가느냐... 넘어~ 갔습니다! 김동우의 60호 홈런이 드디어 나왔습니다!!
    해설
    아 대단하네요. 김용준 투수의 낙차 큰 커브를 제대로 받아 쳤어요~

    (슬로우 화면)
    몸을 날려 홈런 볼을 글러브로 캐치하는 성조, 옆의 관중들이 성조를 잡고 밀친다.
    앞으로 몸이 쏠려 넘어지는 성조, 글러브에서 홈런 볼이 빠져 나온다.
    계단을 통... 통... 튀며 굴러가는 홈런 볼.
    눈에서 점점 멀어지는 홈런 볼을 보며 소리치는 성조.


    (인터컷)
    두 팔을 번쩍 들며 그라운드를 도는 김동우.


    캐스터
    드디어 홈런 신기록을 기록하는 김동우 선수입니다!
    해설
    올 시즌 마치고 은퇴하는 김동우 선수, 마지막으로다가 대기록을 세우는 군요~ 아 대단한 선숩니다~

    (슬로우 화면)
    홈런 볼을 놓친 성조가 절규하고, 홈런 볼은 정신지체아의 손에 들어간다.
    정신지체아의 노모가 홈런 볼을 꽉 쥐고는 주위의 관중들을 경계한다.
    펑! 펑! 잠실야구장 상공에 화려한 축포가 터진다.
    침통해하는 성조의 얼굴에서...


    FADE OUT



    10. 성조의 집 / 밤

    거실 불이 켜지면, 각종 야구 기념품들이 진열 된 장식장이 보인다.
    김동우 홈런 볼을 놓으려고 했던 빈자리를 멍하니 바라보는 성조.
    휴대폰 벨이 울리자, 발신자를 확인하고는 이내 얼굴이 굳어진다.



    11. 강북경찰서 복도 / 밤

    경찰서 복도를 황급히 뛰어가는 성조.


    12. 강북경찰서 면회실 / 밤

    초조하게 누군가를 기다리는 성조, 발을 동동 구른다.
    문이 열리고 박경수가 들어오자, 다짜고짜 달려가서 따귀를 때리는 성조.


    경찰
    (성조를 붙잡으며) 허 선생님, 진정하세요.
    성조
    가석방 된 지 얼마나 됐다고... 보호관찰 취소가 문제가 아냐. 다시 감방 가게 생 겼다! 성적도 좋았던 녀석이 왜 그랬어?
    경수
    (키득 키득 웃으며) 어쩐데요? 나 때매 아저씨도 곤란하게 생겼네.
    성조
    (경수의 멱살을 잡으며) 뭐야?
    경수
    이거 놔요! 당신이 뭔데? 경찰도 선생도 아닌 게!
    성조
    이 자식이!
    경찰
    (성조를 말리며) 좋게 좋게 말로 하세요.
    성조
    (의자에 앉으며) 차는 왜 훔쳤냐?
    경수
    진술서 안 봤어요? 담당 관찰관이 야구에 팔려 보호관찰 소홀히 하길래 관심 좀 끌려고 그랬다고.
    성조
    이 자식이 정말... (경찰을 돌아보며) 차주인은 연락됐어?
    경찰
    그 차 대포차예요.
    성조
    그건 그렇고 어쩌다 잡힌 거야?
    경찰
    경찰서 앞에 있는 중앙분리대를 냅다 박았던데요.
    경수
    아까 말했잖아요. 관심 좀 끌려고...

    실실 쪼개는 경수를 보며 착잡한 표정을 짓는 성조.


    13. 보호관찰소장 방 앞 / 아침

    (인서트)
    서울 북부 보호관찰소 전경.

    보호관찰소장 방에서 나오는 성조.



    14. 보호관찰소 사무실 / 아침

    책상 서랍에서 보호관찰 대상자의 파일들을 꺼내 박스에 담는 성조.
    건너편, 보호관찰관 최재영의 책상 위에 놓고는 사무실을 나간다.



    15. 보호관찰소 비디오실 / 오전

    (인서트)
    ‘준법정신이란 무엇인가’ 제목의 비디오 영상.

    보호관찰 대상자들이 비디오 교육을 받고 있다.
    꾸벅 꾸벅 조는 사람, 핸드폰 게임 하는 사람, 몰래 나가는 사람 등 분위기가 산만하다.
    앞 책상에 앉아 스포츠 신문을 보는 성조.

    (인서트)
    ‘김동우 60개 홈런 신기록’ 헤드라인 기사와 사진.

    성조
    (신문을 박박 찢으며) 아우!

    보호관찰 대상자들이 일제히 성조를 쳐다본다.
    당황한 성조, 전화가 오자 밖으로 나간다.



    16. 보호관찰소 복도 / 오전

    전화를 받는 성조.


    전화(소리)
    허선생님, 두산베어스 김찬식 홍보팀장입니다. 일전에 부탁하신 홈런 볼 주인 말 인데요...
    성조
    찾았습니까?
    전화(소리)
    찾았습니다.
    성조
    그래요?
    전화(소리)
    근데 홈런 볼 주인이 아들이랑 단 둘이 사는 노모인데, 돈독이 올랐는지 순순히 구 단이나 김동우 선수에게 양도 할 생각이 없네요.
    성조
    얼마 부릅니까?
    전화(소리)
    오천이요.
    성조
    (버럭) 네?!
    전화(소리)
    오천, 돈다발로 가져오는 사람한테 무조건 넘긴답니다.
    성조
    (기운 빠지게) 네...


    17. 성조의 집 / 저녁


    전화(소리)
    구단이 그렇다고 손 놓고 보자니 뭐하고... 저희는 그래도 홈런 볼의 진정한 가치 를 아는 올드 팬이 소장했으면 하는 바램입니다만...

    정신없이 장롱 서랍을 열어 재끼는 성조.
    맨 밑에 깔린 서류 봉투 하나를 꺼내 본다.



    18. 딸 지영의 집 앞 / 밤

    문 앞에 서서 초인종을 계속 누르는 성조, 안에는 기척도 없다.
    전화를 걸지만 받지 않자 돌아서는 성조, 앞에 오는 딸 지영과 손녀를 본다.


    지영
    (무덤덤하게) 무슨 일이세요?
    성조
    아 그게... 안본지도 오래됐고... 해미도 눈에 밟히고 해서...
    지영
    (집으로 들어가며) 새삼스럽게...


    집 안으로 지영과 손녀가 들어가자, 뒤 따라 들어가는 성조.


    19. 딸 지영의 집 / 밤

    거실에 손녀와 마주보고 앉아 눈만 멀뚱멀뚱 뜨고 있는 성조.
    손녀에게 어색한 눈웃음을 짓자, 소리 내어 울기 시작하는 손녀.
    지영이 와서 딸 해미를 업고 달래준다.


    지영
    왜 애는 울리고 그래요?
    성조
    (손으로 발가락 꼼지락 거리며) 애 아빤 맨 날 이리 늦어?
    지영
    (기가 막힌 듯) 중국 들어 간지가 언젠데...
    성조
    아 그랬지. 내가 요새 정신이 들었다 났다 해서... 김서방 일 잘 풀리나 보네.
    지영
    우리 집 남자들 똥고집 누가 말려요.
    성조
    언제 돌아오는데?
    지영
    돌아오긴요. 해미 데리고 들어오라고 난린데...
    성조
    지영아...
    지영
    어째 불안하네요.
    성조
    옥천 산 말이다...
    지영
    이번 여름에 비 많이 왔다던데... 벌초는 했어요?
    성조
    아 그럼 했지. 깨끗하게... 그래서 말인데... 니 엄마 자주 찾아보지 못해서 항상 맘에 걸리고 해서 말야... 이제는 가깝게 두고 자주 찾아보는 게 어떨 가 싶은 데... 뭣보다 니 의사가 중요하니깐...
    지영
    (쓴 웃음을 지으며) 기어이 파시려구요?
    성조
    내가 아는 사람도 선산에 있는 조상 묘 죄다 납골당으로 옮겼는데 어찌나 편하고 좋은지 모르겠다고...
    지영
    나가...
    성조
    (놀라며) 어?
    지영
    내 집에서 나가란 말야!
    성조
    지영아!
    지영
    엄말 납골당으로 옮기자고? 돌아가신지 얼마나 됐다고! 엄마 임종도 안보고 야구 나 보러 간 사람이 무슨 자격이 있다고 그래!
    성조
    하필 경기가 연장전 가는 바람에...
    지영
    (손에 잡히는 물건은 닥치는 대로 던지며) 빨리 나가! 나가라구!

    지영과 손녀가 크게 울자, 성조가 집을 뛰쳐나간다.


    20. 딸 지영의 집 앞 / 밤

    맨 발로 집 밖으로 나온 성조, 발을 보고 당황한다.
    성조가 조심스레 초인종을 누르려다 멈추는데, 문이 열리더니 구두가 날아온다.
    다시 굳게 닫히는 문, 성조가 구두를 집어 들고 복도를 나선다.


    21. 보호관찰소 비디오실 / 오전

    비디오 교육 중인 보호관찰 대상자들, 성조의 눈치를 본다.

    (인서트)
    ‘김동우 홈런 볼 경매예상가 1억?’ 헤드라인 기사.

    스포츠 신문을 보고 실없이 웃는 성조.

    대상자1
    (조심스럽게) 저기 선생님요.
    성조
    (날카롭게) 뭐요?
    대상자1
    비디오 끝났는데요.

    (인서트)
    ‘감사합니다’ 자막이 나오는 비디오 영상.

    CUT TO

    교육 참가증에 도장을 찍어주는 성조, 비디오실로 재영이 들어온다.

    재영
    선배님, 계실만 하세요?
    성조
    좀 쑤셔 죽겠다. 참, 경수는 검찰 송치 됐어?
    재영
    아 그게, 차 주인이 나타났는데 처벌 원치 않는다고 탄원서를 냈던데요.
    그래서 검찰 송치는 연기 됐구요.
    성조
    거 이상하네.
    재영
    그러게요. 아 참, 경수가 선배님께 할 말이 있다던데...

    도장을 찍다말고 재영을 쳐다보는 성조.


    22. 강북경찰서 면회실 앞 / 오후

    면회신청서를 접수 하는 성조. 복도 의자에 앉아 기다린다.

    DISSOLVE

    고개를 끄덕이며 졸고 있는 성조가 손에 쥐고 있던 핸드폰을 떨어트린다.
    핸드폰을 주어 졸고 있는 성조를 깨우는 남자 이정길, 핸드폰을 건넨다.


    성조
    아 고맙습니다.
    정길
    저랑 핸드폰 줄이 같습니다.
    성조
    그쪽도 손주 사진 같은데...
    정길
    하나밖에 없는 외손주네요.
    성조
    저두 외손준데...

    묘한 동질감을 느끼는 성조와 정길.

    경찰
    허 선생님, 들어오세요.

    정길에게 가볍게 인사하고는 면회실로 들어가는 성조.


    23. 강북경찰서 면회실 / 오후

    안절부절 못하는 경수 앞에 느긋하게 앉아 있는 성조.

    성조
    그래, 하고 싶다는 말이 뭐냐?

    경수가 경찰을 힐끗 쳐다보자, 성조가 나가있으라는 눈신호를 준다.
    경찰이 면회실을 나가자, 경수가 의자를 앞으로 끌어다 앉는다.


    경수
    종이랑 펜 좀 주세요.

    수첩을 꺼내 펜과 함께 건네는 성조.
    종이에다 뭔가를 급하게 쓰는 경수, 성조 앞으로 보인다.


    경수(소리)
    부탁이 있어요.
    성조
    그게 뭔데?
    경수(소리)
    훔친 차 트렁크에 돈이 들어 있었어요.
    성조
    (흥분하며) 뭐? (진정하며) 그게 진짜야?

    고개를 끄덕이는 경수, 다시 수첩에다 적는다.


    경수(소리)
    오만원 권으로 정확히 1,000장이요.
    성조
    (손으로 입을 가리며) 오천만원? 그 돈 지금 어딨어?!
    경수(소리)
    꼭꼭 숨겨놨어요.
    성조
    특수절도죄에 장물유기죄 아니 점유물이탈유기죈가...

    답답해하는 경수, 다시 수첩에다 적고 보여준다.

    경수(소리)
    제 부탁하나만 들어주세요. 그럼 그 돈 선생님 드릴게요.
    성조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며) 미쳤구나 너...

    면회실을 나가려는 성조의 팔을 잡는 경수.

    경수
    시간이 별로 없어요.
    성조
    이 손 놔라. 회유죄 추가 된다 너.
    경수
    잘 생각해보세요.

    경수의 팔을 뿌리치며 면회실을 나가는 성조.


    24. 야구연습장 / 밤

    깡~ 깡~ 알루미늄 배트 소리가 허공에 울려 퍼진다.
    땀을 흘리며 배트를 돌리는 성조, 공이 빗맞아 뒤 그물을 때린다.
    야구연습장 아줌마, 평소와 다른 성조의 배팅 모습에 고개를 갸우뚱한다.

    (인서트)
    홈런 신기록을 세우고 두 팔을 치켜드는 김동우.

    헛스윙 하는 성조.

    (인서트)
    딸 지영의 집에서 쫓겨나는 성조의 모습.

    헛스윙 하는 성조.

    (인서트)
    비디오실의 초라한 성조의 모습.

    헛스윙 하는 성조.

    (인서트)
    장식장의 홈런 볼의 빈자리.

    팔이 저린지 스윙하지 않고 그냥 공을 보내는 성조, 다시 배트를 치켜든다.

    (인서트)
    오천만원이 적힌 경수의 수첩.

    뭔가 결심이 섰는지 시원하게 홈런 타구를 날리는 성조, 결연한 표정을 짓는다.

    빠른 템포의 음악이 깔리면서-


    25. 몽타쥬

    경수(소리)
    일단 대포차를 빌리세요.

    중고차 매매상가에서 경수가 소개해준 매매상을 만나는 성조.
    구형 소나타를 타고 매매상가를 나온다.


    경수(소리)
    제가 적어드린 장비들을 구하시고.

    할인마트에서 종이에 적힌 장비들을 하나, 둘 쇼핑카트에 담는 성조.
    계산대에 목장갑, 마스크, 몽키스패너 등을 올려놓자 계산원이 이상한 눈으로 성조를 본다.


    경수(소리)
    돈을 숨겨둔 곳은 인천 송도 가는 길에 있는 골프장이에요.

    한참 공사 중인 골프장 건너편에 차를 멈추는 성조.


    경수(소리)
    뒤로 돌아가면 함박집 아주머니들이 드나드는 쪽문이 있을 거예요.

    골프장 뒤편의 쪽문으로 함박집 아주머니들이 분주하게 드나든다.
    쪽문에 달린 자물쇠를 들어보는 성조, 주변의 CCTV가 없는지 확인한다.


    경수(소리)
    돈이 있는 위치는 여깁니다.

    경수가 쪽지에 적어 준 숫자 6을 보는 성조.
    골프장 조감도 6번 홀에다 두산베어스 마스코트 스티커를 붙인다.

    성조
    어째... 혼자는 힘들겠다...

    누군가 생각이 났는지 차를 급하게 출발시키는 성조.


    (인서트)
    강북 양로원 전경.


    우석(소리)
    (박수치며) 자 다음~


    26. 양로원 욕실 / 오전

    할아버지의 등을 밀어주는 우범소년 고우석, 사회봉사중이다.
    우석이 손뼉을 치자, 자연스럽게 오른쪽 팔을 드는 할아버지.


    할아버지
    아파 이눔아. 살살 밀어~
    우석
    아프긴, (손뼉을 치며) 시원하지~
    할아버지
    (오른팔 내리고 왼팔 들며) 아프대두 이눔아!

    할아버지 등에 비누칠을 하고 바가지 물로 씻어 드리는 우석.

    우석
    자 다음~

    백발의 할머니가 와서 앉자, 기겁하며 뒤로 자빠지는 우석.

    우석
    할머니 뭐야?
    할머니
    이눔이... 여자 젖 처음 보냐? 놀라기는...
    우석
    할머니가 무슨 여자야? 빨리 나가!
    할머니
    나두 니 때미는 솜씨 좀 보자. 어서 밀어 이눔아.
    우석
    (한번 밀어보다가 몸서리치며) 아 도저히 못 밀겠다! (욕실을 나가며) 할머 니 내 스타일 아냐.
    할머니
    어딜가 이눔아!

    우석의 목을 잡고 놔주지 않는 할머니.

    우석
    (발버둥 치며) 이거 놔요! 장옥녀씨!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욕실 안의 우석을 보며 웃고 있다.

    이때, 욕실로 들어오는 양로원 원장.

    원장
    우석 학생, 누가 찾아왔는데?
    우석
    누구요?



    27. 양로원 마당 / 오전

    밝은 얼굴로 나오던 우석, 자신의 보호관찰관이었던 성조를 보자 얼굴이 굳어진다.

    성조
    왜? 여자친구라도 온 줄 알았냐?
    우석
    내가 여자친구가 어딨어요?
    성조
    근데 미친놈 마냥 헤벌레~ 하고 나오냐?
    우석
    (수건으로 얼굴 닦으며) 지금 열심히 봉사중이거든요. 확인했으면 가보세요.
    성조
    나랑 얘기 좀 하자.
    우석
    오늘 4시간짜리라 오줌 눌 시간도 없어요.
    성조
    엄살은... 짐 챙겨 나와 어서.
    우석
    진짜요? 오라 원장님이랑 벌써 쇼부 쳤구나~ 잠깐만요.

    양로원에 들어가 할아버지, 할머니들에게 인사하는 우석, 가방을 챙겨 나온다.


    28. 골프장 건너편 / 오후

    차 안에서 골프장을 바라보는 성조와 우석.

    우석
    그러니깐, 쌤 친구가 여차여차해서 골프장에 돈을 묻어 놨는데 여차저차 하니깐 쌤한테 찾아달라고 부탁했다?
    성조
    여차저차가 아니고 여차저차여차지.
    우석
    아 구린데...
    성조
    구리긴 뭐가 구려?
    우석
    (차 문을 열며) 그럼, 지금 가서 꺼내 와요.
    성조
    야 문 닫아봐. 그렇게 단순한 문제가 아냐. 쟤들이 자기 땅에서 나온 돈을 쉽게 주겠냐? 못 줘도 10%는 떼 줘야 할텐데. 그 돈이면 널 주고 말지.
    우석
    에이... 정말요?
    성조
    성공하면.
    우석
    이거 테스트죠? 사회봉사도 끝나가고 하니깐...
    성조
    아니라니깐. 왜 넌 내말을 안 믿냐!
    우석
    (얼굴이 굳어지며) 쌤...
    성조
    왜?
    우석
    나 사회봉사, 이제 딱 4시간 남았거든요.
    성조
    알아.
    우석
    아는 사람이 그래요?
    성조
    절도가 아니래두.
    우석
    쌤도 잘 생각해요. (차에서 내리며) 그러다 인생 한방에 훅 가요.

    뒤도 돌아보지 않고 걸어가는 우석.

    성조
    (웃으며) 짜식, 정신 차렸네... (웃음이 싹 가시며) 아니 아니, 이게 아니지...

    (시간경과)
    도시의 네온사인과 길게 늘어선 도로 위의 차들이 빠르게 보여 진다.


    29. 우석의 반 지하 방 / 밤

    팔베개를 하고 벽에 붙은 최신형 오토바이 골드윙 사진을 바라보는 우석.
    오토바이 사진 옆에는 사회봉사 남은시간의 숫자 ‘4’가 보인다.
    전화벨이 울리자 수화기를 드는 우석.

    재영(소리)
    이름.
    우석
    고우석이요.
    재영(소리)
    지금 눈앞에 보이는 건.

    고개를 들어 정면을 응시하는 우석, 오토바이 사진을 본다.


    우석
    오토바이요.
    재영(소리)
    뭐?
    우석
    혼다 GL 1500 SE 골드윙이요...
    재영(소리)
    장난치지 말고 똑바로 말해!

    수화기를 내려놓고 서둘러 집을 나가는 우석.


    재영(소리)
    야 고우석!


    30. 성조의 차 안 / 밤

    시계를 보는 성조, 자정이 지나도 우석이 오지 않자 차에서 내린다.
    트렁크에서 장비가방을 꺼내는 성조, 모자와 마스크를 깊게 눌러 쓴다.


    31. 골프장 공사장 쪽문 / 밤

    허리를 숙여 빠른 걸음으로 쪽문에 다다른 성조, 가방에서 해머를 꺼낸다.
    이럴수가... 쪽문의 자물쇠가 전자도어 락으로 바뀌어 있자 난감해하는 성조.
    할 수 없이 철망을 뛰어 넘는 성조, 발을 헛디뎌 철망 위에 대롱대롱 매달린다.
    이때, 전자도어 락 버튼 누르는 소리와 함께 문이 열린다.
    문을 열고 공사장 안으로 들어오는 건 다름 아닌 우석!
    성조가 우석을 보고는 가슴을 쓸어내린다.


    우석
    쌤 지금 뭐해요? 멀쩡한 문 놨두구.
    성조
    (우석의 도움으로 내려오며) 그거 어떻게 열었어?
    우석
    양로원에서도 번호 까먹을까봐 옆에다 번호 적어놔요.

    쪽문 옆 모서리에 적힌 숫자 4개를 보는 성조.

    우석
    쌤 가죠.

    우석을 뒤따르는 성조, 돌에 발이 걸려 넘어질 뻔 한다.

    우석
    아 정말... 같이 못해먹겠네.


    32. 골프장 벙커 / 밤

    발을 헛디뎌 모래 벙커에 빠지는 성조.
    성조의 손을 잡아주던 우석 역시 모래 벙커에 빠지고 만다.
    모래 벙커에서 허우적거리는 성조와 우석.



    33. 6번 홀 앞 / 밤

    나뭇잎으로 몸을 덮고 살살 기어가는 성조와 우석.

    성조
    왜 맘이 바꼈냐?
    우석
    끝나면 10% 주세요.
    성조
    뭐 하게?
    우석
    돈 모아서 오토바이 사게요.
    성조
    넌 훔치는 게 빠르지 않나?
    우석
    쌤!

    걸음을 멈추는 성조, 골프장 조감도를 본다.


    성조
    여기다. 6번.


    34. 6번 홀 그린 / 밤

    6번 홀 그린으로 올라 온 성조가 경수가 적어준 쪽지를 본다.

    성조
    남으로 한발, 두발, 세발. 왼쪽으로 한발, 두발. 여기다!

    성조가 가리키는 곳을 삽으로 파기 시작하는 우석, 성조도 옆에서 거들기 시작한다.

    DISSOLVE

    파도, 파도 아무것도 나오지 않자 허탈해 하는 성조와 우석.

    우석
    (벌러덩 누며) 쌤, 난 포기~
    성조
    (계속 파며) 요기 베라가 누군지 아니 너?
    우석
    요기 보라구?
    성조
    (계속 파며) 메이저리그 최고 포수야. 그 선수가 남긴 유명한 말이... 끝날 때까 지, 끝난 게 아니다!
    우석
    여긴 끝났어요. 텄다구요!
    성조
    (계속 파며) 야구는 9회말 2아웃부터!
    우석
    (성조의 팔을 잡으며 냉정하게) 쌤, 여긴 아니야.
    성조
    (삽을 내팽개치며) 아우~ 성질 뻗쳐!

    성조가 버린 쪽지를 고개를 돌려 거꾸로 보는 우석.
    우석의 눈에는 숫자 6이 뒤집혀 9로 보인다.


    우석
    쌤!
    성조
    (숨을 헐떡거리며) 왜?

    성조에게 쪽지의 숫자 6을 뒤집어 9로 보여주는 우석.


    35. 9번 홀 그린 / 밤

    열심히 땅을 파는 성조와 우석, 삽에 뭔가 걸리는 소리가 나자 동작을 멈춘다.
    땅을 손으로 파보는 우석, 고개를 들어 성조를 바라본다.
    성조가 고개를 끄덕이자, 우석이 힘주어 고개를 끄덕인다.
    땅에서 보스턴백 하나를 무 뽑듯 뽑아드는 우석, 위에 있는 성조에게 넘긴다.
    보스턴백 안에 든 오만원 권 돈다발을 보는 성조와 우석, 부둥켜안는다.

    성조
    예쓰!
    우석
    (성조의 입을 손으로 막으며) 쉿!


    36. 달리는 자동차 / 밤

    우석
    (돈 가방 안을 보며) 예쓰!
    성조
    다 얼마야?
    우석
    아홉, 열. 정확히 오천. 쌤, 야구로 치면 뭐야?
    성조
    이사만루에서 싹쓸이 2루타?
    우석
    암튼 이 맛에 하는 거 아닙니까. 쌤, 또 건수 있으면 말해요.
    성조
    (얼굴에 웃음기 싹 가시며) 그런 일 없다.

    급정거를 하는 성조, 우석이 앞 유리창에 머리를 박는다.


    37. 변두리 골목 / 밤

    우석이 차에서 내리자, 성조가 창을 내리고 오만원 권 한 묶음을 건넨다.

    성조
    수고했다. 이제부터...
    우석
    쌤, 장사 한두 번 하나. 내 걱정 말고 쌤이나 조심해요.
    성조
    하긴... 나 가마.

    떠나는 성조의 차를 바라보는 우석, 돈 냄새를 맡으며 좋아한다.


    38. 몽타쥬

    경쾌한 음악과 함께 아래 장면이 빠른 화면으로 보여 진다.

    -구단 사무실, 김동우 홈런 볼을 노모에게 양도 받는 성조.
    -냉장고 김치 통에 넣은 돈다발에서 오만원 한 장을 빼가는 우석.
    -택배를 받는 성조의 딸 지영, 택배 상자에 두산베어스 인형이 들어있자 허탈해 한다.
    -양로원 목욕탕, 할아버지뿐만 아니라 할머니 등도 씩씩하게 밀어주는 우석.
    -장식장에 놓인 홈런 볼을 보며 뿌듯해 하는 성조.
    -비디오실에서 보호관찰 대상자들에게 상냥하게 대하는 성조, 다들 어리둥절해 한다.
    -사회봉사 시간 숫자판에 드디어 ‘0’이 나오자 두 팔 벌려 환호 하는 우석...



    39. 우석의 반 지하 방 / 저녁

    이때, 방문을 거칠게 두드리는 소리.


    우석
    거 전화로 확인하면 되지. (큰소리로) 고우석 집에 있습니다.

    더 커지는 방문 두드리는 소리.

    우석
    나가요. 나가.

    우석이 문을 열자, 바이크 족이 우르르 들어온다.
    겁을 먹고 뒤로 벌러덩 자빠지는 우석.



    40. 단란주점 / 저녁

    성조가 혼자 앉아 있는 룸에 아가씨가 들어온다.
    성조에게 인사하고는 옆으로 와서 앉는 아가씨.


    성조
    아가씨가 연지야? 장연지?
    연지
    네. 우리 구면인가요?
    성조
    그건 알거 없고. 경수 알지?
    연지
    박경수요?
    성조
    경수가 부탁해서 왔어.
    연지
    (위스키 한 잔 주며) 무슨 부탁인데요?
    성조
    (한 잔 들이키며) 뭐 좀 전해 달라고.

    성조가 쇼핑백을 연지에게 건넨다.
    쇼핑백을 풀어보던 연지, 평소 갖고 싶던 명품백이 들어있자 까악- 소리친다.


    연지
    근데 이거 짝퉁 아니져?
    성조
    (영수증을 주며) 현금 주고 샀으니깐 돈 궁하면 환불해서 쓰던가.
    연지
    (백을 들어보며) 어때요? 뽀대나요?
    성조
    아차, (호주머니를 뒤지며) 보너스.
    연지
    (웃으며) 보너스도 있어요?
    성조
    (쪽지를 보며) 연지야 나 경수. 내가 바빠서 직접 전해 주지 못해 미안해. 다음에 만나면 우리 찐하게 사랑하자... (무안한지) 어험.

    갑자기 눈물을 흘리는 연지, 성조에게 버럭 안긴다.

    연지
    미친 새끼.
    성조
    뭐?
    연지
    아니 박경수 그 새끼요.
    성조
    아...

    연지의 등을 다독거려주는 성조.

    연지
    아야! (성조의 시계를 보며) 저 금속 알레르기가 있는데. 그래서 악세사리도 잘 안하거든요.
    성조
    (시계를 풀며) 아 미안.

    다시 연지를 안고 토닥 토닥 등을 두드려주는 성조.


    41. 우석의 반 지하 방 / 밤

    난장판이 된 방에 대자로 쓰러져 있는 우석, 얼굴에 피멍이 들어있다.
    빈 김치통을 보고 허탈하게 웃고는,


    우석
    아 배고파...


    42. 김밥천국 / 밤

    라면에 밥을 말아먹는 우석, 주위 손님들이 우석의 얼굴을 보고 수근 거린다.
    김밥을 말던 새엄마가 우석을 보며 못마땅한 표정을 짓는다.
    새엄마가 눈치를 주자, 마지못해 우석 앞에 앉는 우석아빠.

    우석
    다 먹었어. 좀 만 참아.
    우석아빠
    아니야. 천천히 먹어. 근데 또 싸웠냐?
    우석
    아니.
    우석아빠
    그럼?
    우석
    그냥 맞아줬어. 이젠 안 싸워.
    우석아빠
    우석아...

    새엄마가 헛기침을 하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낸다.

    우석
    아 잘 먹었다. (자리에서 일어나며) 갈게.


    43. 김밥천국 앞 / 밤

    우석이 나오자, 우석아빠가 따라 나온다.

    우석아빠
    우석아.
    우석
    왜?

    우석아빠, 새엄마 모르게 오만원 한 장을 우석 호주머니에 찔러 넣는다.

    우석아빠
    미안하다.

    가게로 돌아가는 아빠를 측은하게 바라보는 우석, 오만원을 호주머니에서 꺼내 본다.


    44. 성조의 집 / 밤

    불 꺼진 성조의 집 창문으로 몰래 들어오는 사람의 형체.
    핸드폰 전등을 켜면 우석의 얼굴이 드러난다.


    우석
    은행에 저금할리는 없을테고...

    정신없이 돈을 찾는 우석, 전깃줄에 발이 걸려 넘어진다.

    우석
    아 허리야...

    쓰러진 우석에게 장식장에 있던 야구 기념품들이 우르르 떨어진다.

    우석
    (눈을 찔끔 감으며) 악!


    45. 동네 골목 / 밤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비틀거리는 성조.

    성조
    해냈다 해냈어~ 두산이 해냈다! 허슬두~


    46. 성조의 집 / 밤

    장식장에 야구 기념품을 올려놓는 우석, 뒤죽박죽이다.
    이때, 현관 쪽에서 전자도어 락 비밀번호 누르는 소리가 들리자 화들짝 놀라는 우석.


    47. 성조의 집 앞 / 밤

    비밀번호를 계속 틀리는 성조.

    성조
    내 생일도 아니면... 마누라 생일인가...

    또 비밀번호가 틀렸는지 삑- 소리가 난다.

    성조
    아차차... 박철준 퍼팩트 경기 0723.

    삐리릭- 현관문이 열린다.


    48. 성조의 집 / 밤

    거실 불을 켜는 성조, 쇼파에 몸을 누인다.
    코를 골며 자기 시작하는 성조.

    (인터컷)
    거실 창문 커튼 뒤에 숨어 있는 우석, 얼굴을 찡그린다.

    쇼파에서 굴러 떨어지는 성조, 잠에서 깨어나 벌떡 일어난다.
    장식장에 시선이 멈추는 성조, 천천히 다가간다.
    김동우 홈런 볼의 위치가 살짝 바뀌어있자, 옆에 있는 야구 배트를 집어 드는 성조.
    천천히 뒷걸음치며 거실 불을 끄고는 거실 바닥에 압정을 쏟는다.
    잠시 후...

    우석(소리)
    으악!!

    거실 불을 켜는 성조, 발을 잡고 바닥을 뒹구는 우석을 보고 놀란다.

    성조
    (들고 있던 야구 배트를 내려놓으며) 우석이 너 이 자식!
    우석
    오해 하지마! 그냥 쌤 잘 있나 보러 온 거야. 봤으니깐 이제 갈게.
    성조
    (우석의 목덜미를 잡으며) 어딜 도망가? 겁 대가리 없이 보호관찰관 집을 털어? 소년원에 다시 가고 싶어 환장했냐?!
    우석
    내가 왜 가! 쌤이 그렇게 나오면 나도 다 까발릴 거야!
    성조
    뭐야?
    우석
    나두 가만 안 있을 거라구!
    성조
    (멱살을 잡으며) 어린 노무 자식이...

    이때, 휴대폰 벨이 울리자, 발신자를 보고 놀라는 성조.

    성조
    (전화를 받으며) 어 최 선생.

    성조가 자신의 보호관찰관과 통화를 하자 움찔하는 우석.


    49. 고시원 복도 / 밤

    고시원 방문 앞에서 전화를 하는 재영.

    재영
    선배님, 홍준석 이 자식, 302호 맞죠?
    성조(소리)
    어. 근데 왜?
    재영
    이 자식, 또 방에 없어요.


    50. 성조의 집 / 밤

    성조
    그래? 오늘 준석이 자식 단디 버릇 좀 고쳐 놔라.

    재영(소리)
    아 그리고 고우석 이 자식도 전화 안 받는데... 목련나무 집, 반 지하 맞죠?

    화들짝 놀라는 성조와 우석.

    성조
    뭐 자나보지... 걔 자다가 전화 못 받은 적 나두 많아.
    재영(소리)
    자나 안자나 가보면 알겠죠. 선배님 그럼 쉬세요.
    성조
    잠, 잠깐만 최 선생!

    재영이 전화를 끊자, 안절부절 못하는 성조와 우석이 서로를 바라본다.


    51. 달리는 오토바이 / 밤

    술 취한 성조를 뒤에 태우고 도로를 달리는 우석의 고물 오토바이.

    성조
    더 빨리 못 가냐?
    우석
    이빠이 밟고 있거든요.
    성조
    자식, 좋은 것 좀 타지.
    우석
    좋은 것 타려다가 쌤 만나 거 아니에요?
    성조
    누가 훔쳐 타래? 암튼 최 선생, 초짜라 원칙대로 처리할거다. 너 오늘 걸리면 사 회봉사 채운 거 다 날아 갈 수 있어.
    우석
    아이씨~ 그게 어떻게 채운 건데...

    빨간 신호도 무시하고 도로를 질주하는 우석의 오토바이.


    52. 우석의 집 앞 / 밤

    목련나무 집 앞에 멈추는 차, 재영이 내린다.
    차 뒷좌석에서 우석의 파일을 꺼내고 돌아서는 재영, 앞에 성조가 서 있자 놀란다.

    재영
    선배님. 여긴 어쩐 일이세요?
    성조
    어 인수인계하러 왔지.
    재영
    선배님두 참. 걱정 마시고 집에 가서 쉬세요.
    성조
    고 녀석들한테 처음부터 얍 잡히면 안 돼. 내가 든든하게 후방 지원해줄게.
    재영
    저 혼자서도 할 수 있습니다. 근데 오늘 야구 안 해요?
    성조
    어? 오늘 우천으로 취소됐어.

    재영이 맑고 건조한 밤하늘을 올려다보자, 아차 싶은지 성조가 크게 웃는다.
    그 순간, 재영과 성조 뒤로 집 담벼락을 훌쩍 넘는 우석이 보인다.

    재영
    그럼 가만히 보고만 계시는 겁니다. 아셨죠?
    성조
    오케이~

    우석의 집으로 향하는 재영을 성조가 뒤 따라간다.


    53. 우석의 반 지하 방 앞 / 밤

    우석의 방문을 두드리는 재영, 안에서는 감감무소식이다.

    성조
    우석이 얘, 한번 자면 밖에서 전쟁 나도 몰라. 그냥 딴 데 돌자. 정호나 진구 어 때? 여기서 가까운데.
    재영
    가만 계셔보세요.

    방 창문으로 안을 들여다보는 재영.

    재영
    고우석, 셋 셀 동안 문 안 열면 집에 없는 걸로 간주한다. 하나...

    불안한 마음에 손톱을 물어뜯는 성조.

    재영
    둘...

    우석에게 전화를 걸어 보는 성조, 우석의 휴대폰 벨소리가 안에서 들린다.

    성조
    거 봐 안에 있잖아.
    재영
    핸드폰이야 두고 나갈 수 있죠. 둘의 반...

    이때, 방문을 열고 나오는 우석, 손에 두루마리 휴지를 들고 있다.

    우석
    오셨어요?
    재영
    뭐하다 지금 열어? 전화도 안 받고.
    우석
    아이구야~ 허 쌤도 오셨네요.
    성조
    (어색하게) 잘 있었냐?
    우석
    덕분에요. 들어오세요.

    우석을 따라 방으로 들어가는 성조와 재영.


    54. 우석의 반 지하 방 / 밤

    아수라장이 된 방을 둘러보는 성조와 재영.

    우석
    오실 줄 알았으면 방 좀 치우는 건데.
    성조
    방이 이게 뭐냐? 발 디딜 데가 없네.
    재영
    (파일을 꺼내며) 집에서 뭐하고 있었어?
    우석
    (두루마리 휴지를 보이며) 현자 타임 몰라요?

    화장실 열린 틈으로 성인잡지가 보이자 성조와 재영은 피식 웃는다.

    성조
    자식 다 컸네. 혼자 해결할 줄도 알고...
    재영
    담부터 건전하게 운동으로 풀어라. 알았냐?
    우석
    (머리를 긁적이며) 네.
    재영
    사회봉사도 끝나고 비디오 교육만 3번 남았으니깐, 꼭 빠지지 말고.
    우석
    그럼요.
    성조
    우석이 너. 최 선생 말 잘 들어. 안 그러면 나한테 혼나.
    우석
    알겠습니다요~
    재영
    선배님, 가시죠.
    성조
    (배를 만지며) 난 화장실 좀 쓰고 갈게. 배가 살살 아파서.
    재영
    그럼 그러세요.

    재영이 우석의 방을 나가자, 안도의 한숨을 내쉬는 성조와 우석.

    우석
    쌤, 연기 잘하네.
    성조
    자식, 최 선생이 감쪽같이 속더라...

    성조와 우석이 웃고 있는 순간, 방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린다.
    바짝 긴장하는 성조와 우석.

    우석
    최 선생님?
    성조
    연기가 어째 어설프더라.
    우석
    다 쌤, 발 연기 때문이야. (밖을 향해) 누구세요?

    방문을 살짝 여는 우석, 집주인이 들어온다.

    집주인
    학생, 마침 집에 있었네.
    우석
    방세 어제 드렸잖아요.
    집주인
    그게 아니고... 동네에 학생 소문이 안 좋게 들려서...
    우석
    네?
    집주인
    오늘 낮에도 건달들이 왔다 갔다던데... 아무튼 방 좀 빼줘. 미안해~
    우석
    아줌마!
    집주인
    그럼 그렇게 알고 갈게...

    돌아서는 집주인의 팔을 붙잡는 성조.

    집주인
    누구세요?
    성조
    이 친구 안 좋은 소문이란 게 뭡니까?
    집주인
    그게...
    성조
    오토바이 훔치다 걸려서 특수절도죄로 소년원 갔다 온 거요?
    집주인
    전과자인 거 알았으면 이방 내주지도 않았어요!
    성조
    어리석은 사람이 현명해지기도, 악한 사람이 착해지기도 하는 겁니다.
    집주인
    무슨 귀신 씨나락 까먹는 소리래?
    성조
    그러니깐 사람 함부로 판단하지 말란 말야!
    집주인
    당신 누군데 여기 와서 행패야?
    우석
    (집주인을 말리며) 아줌마, 진정하시고...
    집주인
    당장 방 빼!
    성조
    빼라면 못 뺄 줄 알아!


    55. 우석의 집 앞 / 밤

    집에서 쫓겨난 성조와 우석, 집주인이 대문을 세게 닫고 들어간다.

    성조
    저런 몰상식한 여편네 같으니...
    우석
    쌤... 그만해요.
    성조
    잘됐다. 이참에 집에 들어가라.
    우석
    (허탈하게 웃으며) 나한테 들어갈 집이 어딨어요...
    성조
    새엄마가 아직도 갈구냐?
    우석
    (말 돌리며) 간만에 피시방 가서 게임이나 해야겠다.
    성조
    (괜히 미안한지) 자식...
    우석
    근데 쌤, 아까 한 말 멋있더라. 누가 한 말이에요?
    성조
    톨스토이.
    우석
    유명한 투수야? 아님 타자?
    성조
    (어이없는지 웃으며) 시동이나 걸어봐.

    우석
    왜요?
    성조
    가자. 우리 집에.
    우석
    쌤 정말? 그래두 돼?
    성조
    피곤하다. 얼릉 시동 걸어.

    서둘러 오토바이에 오르는 우석, 성조가 뒤에 탄다.

    우석
    꽉 잡아 쌤.
    성조
    (우석의 허리를 잡고) 여기?
    우석
    아 간지러!


    붕~ 출발하는 우석의 고물 오토바이.


    56. 성조의 집 / 밤

    집으로 들어오는 성조와 우석.

    성조
    비밀번호 0723이다. 앞으로 창문으로 넘나들지 말구.
    우석
    나 정말 여기서 지내도 돼?
    성조
    너 방 구할 때까지. 당분간만이야.
    우석
    응 알았어.
    성조
    내 물건에 함부로 손대지 말구.
    우석
    (야구 배트에 손을 떼며) 버릇이 되서 그만...
    성조
    내일 관찰소 가서 신고하고.
    우석
    쌤이 해주면 되잖아.
    성조
    내가 니 애비냐? 빠져 가져곤...
    우석
    헤헤헤...
    성조
    (수첩과 펜을 주며) 그리고 돈 뜯어간 녀석들, 여기다 이름 적어.
    우석
    쌤 어쩔려구?
    성조
    (수건을 목에 걸고) 그건 내가 알아서 할테니깐.

    성조의 수첩에다 바이크 족 이름을 적는 우석.

    성조
    강기태, 송기준이면 김선생 담당 애들인데...
    우석
    이 둘이 제일 악질이야.
    성조
    그래? 그럼 손 좀 봐줘야지.
    우석
    (성조의 손을 꼬옥 잡으며) 제발 좀 그래주라...

    (시간 경과)
    샤워를 하고 나오는 성조, 잠이 든 우석을 내려다본다.
    담요를 가져와 우석을 덮어주는 성조, 거실 불을 끈다.


    57. 몽타쥬

    -우유에다 밥을 말아먹는 우석, 따라 먹어보는 성조가 헛구역질을 한다.
    -보호관찰 중인 강기태, 송기준에게 우석의 빚과 사회봉사 시간을 맞바꾼다는 각서를 교환하는 성조.
    -옆집 문이 열쇠가 없이 잠기자, 가볍게 문을 따주는 우석.
    -비디오실에서 교육 받으러 온 대상자들과 웃으며 담소를 나누는 성조.
    -맥도날드에서 햄버거 만드는 알바를 하는 우석, 얼굴이 무척 밝다.


    58. 성조의 집 / 저녁

    맥도날드 알바를 마치고 돌아 온 우석, 성조가 기다리고 있다.

    우석
    쌤, 일찍 왔네. 햄버거 패티 가져왔는데 구워 줄까?
    성조
    (박스 하나를 건네며) 이거 받아라.
    우석
    뭔데?
    성조
    너 오늘 생일이잖아.
    우석
    어떻게 알았어?
    성조

    풀러 봐. 맘에 드나.
    우석
    우리 쌤... 감동인데? (박스 열어보고는) 엥?

    박스에서 두산베어스 모자와 유니폼, 그리고 글러브를 꺼내보는 우석.

    성조
    어때? 맘에 들지? 한번 걸쳐 봐.
    우석
    (잠바를 걸치고 모자를 쓰며) 어때, 잘 어울려?
    성조
    (엄지를 보이며) 굿!


    59. 동네 공터 / 저녁

    해가 질 무렵, 성조와 우석이 캐치볼을 한다.
    성조가 던지는 공은 우석의 글러브에 정확이 들어가는 반면,
    우석의 공은 성조의 머리를 훌쩍 넘긴다.

    성조
    (공을 던지며) 너 정말... 똥개 훈련시킬래?
    우석
    미안 미안.

    하기 싫어 일부러 멀리 던진 우석의 공이 이번에도 숲으로 들어간다.

    성조
    야 임마!
    우석
    나 왜 이러지?
    성조
    기다려. 공 새로 가져 올 테니깐.
    우석
    쌤, 날도 어두워지는데 그만하자.
    성조
    이제 어깨 풀렸는데 그만하긴. 기다려.

    신이 난 아이처럼 집으로 뛰어가는 성조.


    60. 성조의 집 / 저녁

    집으로 들어와 야구공을 찾는 성조, 남은 공이 없자 당황한다.
    이때, 눈에 들어오는 야구공 하나.


    61. 동네 공터 / 저녁

    다시 돌아온 성조, 우석이 자리를 털고 일어난다.

    우석
    자 던지시오!

    성조가 글러브에서 공을 꺼내기를 망설인다.

    우석
    쌤 모해요?
    성조
    ........
    우석
    안 할 거면 그만 들어가던가.

    결국 글러브에서 공을 꺼내 우석에게 던지는 성조, 얼굴이 차츰 밝아진다.

    성조
    (포스처럼 앉고는) 자 투수처럼 던져봐.

    투수가 포수에게 싸인을 주는 흉내를 내는 우석.

    성조
    그게 무슨 싸인이냐?
    우석
    오늘 저녁은 우유에 밥 말아먹기.
    성조
    뭐야?

    이번엔 포수가 투수에게 싸인을 주는 흉내를 내는 성조.

    우석
    그건 무슨 싸인이야?
    성조
    자신 있게, 있는 힘껏 던지라고.

    우석이 던진 공이 성조의 글러브에 정확히 들어간다.

    성조
    (밝게 웃으며) 스트라익!
    우석
    아웃!

    캐치볼을 하며 즐거워하는 성조와 우석을 먼발치에서 바라보는 성조의 딸 지영.
    씁쓸한 웃음을 짓고는 돌아 서서 간다.


    62. 성조의 집 욕실 / 밤

    성조의 등을 박박 멀어주는 우석.

    성조
    아 시원해. 때 미는 데 선수 다 됐구나 너.


    우석
    사회봉사 60시간을 때만 밀었는데 오죽할까... 근데 양로원 어르신들 어쩌나... 나 이제 사회봉사도 끝났는데.
    성조
    시간 날 때마다 가서 밀어드려. 나중에 다 도움 될 거다.
    우석
    그래야겠지? 의리상... 근데 쌤...
    성조
    왜?
    우석
    쌤은 야구가 어디가 그렇게 좋아?
    성조
    야구는 말이다. 홈에서 출발해서 홈으로 들어와야 점수가 나거든.
    이 얼마나 가족적인 스포츠냐?
    우석
    근데 쌤은 딸이랑 사이가 왜 안 좋아?
    성조
    그건 다른 이유고.
    우석
    그러고 보면 난 맨 날 집에서 나가기만 했지, 집에 들어가진 않았어.
    성조
    그러니깐 점수가 안 나지...
    우석
    근데 요즘은 밖에 나가있으면 쌤 집에 자꾸 들어오고 싶어진다.
    성조
    잔머리 굴리기는... 빨리 방 구하라니깐.

    우석의 말에 가슴이 짠해진 성조, 등에 물을 붓는다.

    성조
    앉아 봐. 때 미는 거 나두 해보자.
    우석
    재미로 미나.

    이번엔 성조가 우석의 등을 밀어준다.

    성조
    시원해?
    우석
    아니. 어깨에 힘 빼고 탁구 스매싱하듯이 부드럽게...
    성조
    (우석의 뒤통수를 치며) 이놈이 누굴 놀려...
    우석
    남이 등 밀어주는 거 처음인데... 이 맛에 다들 미는구나.
    성조
    뭔 때가 국수 면발처럼 쭉쭉 나오냐.
    우석
    아래 아니 더 아래...

    성조가 장난삼아 우석의 엉덩이 밑을 밀자, 벌떡 일어나는 우석.

    우석
    아 변태 쌤!

    (인서트)
    성조의 집 전경이 보이고, 성조와 우석의 웃음소리가 들린다.

    FADE OUT

    FADE IN


    63. 성조의 집 앞 / 아침

    같은 야구 잠바를 입고 나오는 성조와 우석, 마치 아빠와 아들의 모습 같다.
    보호관찰소로 출근하는 성조와 비디오 교육을 받으러 가는 우석, 차에 탄다.


    64. 달리는 차 안 / 아침

    우석이 면도기를 자동차 충전기 잭에 꽂아 성조에게 건넨다.
    운전 중에 전기 면도를 하는 성조, 우석이 라디오 볼륨을 높인다.

    라디오(소리)
    프로야구 소식입니다. 한국 홈런 신기록을 기록한 김동우 선수가 은퇴를
    공식 선언 했습니다...
    우석
    쌤!
    성조
    (면도기를 끄고) 왜?
    라디오(소리)
    김동우 선수의 은퇴경기는 이번 주 토요일 롯데와의 경기로 치러집니다...
    우석
    김동우면, 쌤이 좋아하는 선수 아냐?
    성조
    (크게 한숨을 쉬며) 드디어 은퇴구나.
    우석
    쌤, 보러 가겠네?
    성조
    ‘죽어도’ 가야지.

    라디오를 끄는 성조, 우석이 차 창을 열어 바람을 맞는다.

    우석
    쌤, 가로수말야, 사과나무나 배나무면 과일도 따먹고 좋을텐데...
    성조
    사과나무, 배나무가 얼마나 손이 많이 가는 줄 알어? 잘 돌보지 않으면
    열매도 안 나고 곧 잘 죽어. 근데 가로수는 신경 안 써도 막 자라거든...
    우석
    그럼 난 가로수네?
    성조
    왜?
    우석
    막 자랐으니깐.
    성조
    ......



    차창 밖을 바라보는 우석, 성조가 측은하게 바라본다.


    65. 보호관찰소 주차장 / 아침

    주차를 하는 성조의 차, 성조와 우석이 내린다.


    66. 정길의 차 안 / 아침

    차 안에서 성조와 우석을 유심히 보는 남자, 전화를 건다.
    전화에 달린 핸드폰 줄이 #20 면회실에서 나왔던 정길의 것이다.

    정길
    소재 파악 됐습니다.


    67. 보호관찰소 비디오 실 / 오전

    비디오 교육이 끝나고 불이 켜지면, 여기저기 기지개를 펴는 소리가 들린다.

    성조
    앞줄부터 차례대로 참가증에 도장 받아 가세요.

    보호관찰 대상자들이 줄을 서서 도장을 받고, 우석 역시 도장을 받고 나간다.
    정길이 뒤에 앉아 성조의 취재 파일을 꺼내 본다.

    (인서트)
    경수 면회 기록지에서 허성조 이름들.
    ‘김동우 홈런 볼 오천만원에 새 주인 찾아’ 기사에 사진 속 주인.

    사진 속 모자이크된 주인의 잠바와 성조가 입고 있는 잠바가 같다는 것을 눈치 채는 정길.
    눈을 감고 생각에 잠기는 정길, 취재 파일을 덮는다.
    비디오 실을 정리하던 성조가 뒤를 돌아보면 정길이 나가고 없다.


    68. 보호관찰소 주차장 / 오전

    차에 타는 정길, 전화를 건다.


    69. 강북경찰서 밖 / 오전

    김재국 의원의 보좌관인 형기가 전화를 받는다.

    형기
    이 선생. 어떻게 됐어요?


    70. 정길의 차 안 / 오전

    정길
    그게... 아직은 섣부르게 단정하기가...


    71. 형기의 차 안 / 오전

    차에 오르는 형기, 담배 하나를 꼬나문다.

    형기
    이 선생 감 많이 죽었네. 이제 은퇴할 때 됐나봐...
    정길(소리)
    뭐요?
    형기
    나 지금 경찰서에서 나오는 길인데 경수 녀석이 불었네.
    정길(소리)
    누구라고요?
    형기
    누구긴 누구야. 허 선생인가 뭔가 하는 작자지.
    정길 (소리)
    아직은...
    형기
    이제부턴 내가 나설테니 이 선생은 집에 가서 손주나 봐요.

    형기가 전화를 끊자, 차를 출발시키는 덩치.


    72. 정길의 차 안 / 오전

    전화를 끊고 깊은 한숨을 내쉬는 정길.
    백미러로 이마에 깊게 새겨진 주름을 손가락으로 세어본다.

    정길
    하나가 더 늘었네...


    73. 맥도날드 주방 / 오후

    맥도날드 주방에서 햄버거를 만드는 우석, 손놀림이 빠르다.
    매니져가 우석에게 다가온다.

    매니져
    고우석, 내일 저녁 타임 나와라.
    우석
    왜 또?
    매니져
    영호 녀석, 할머니 제사라고 못 나온다잖아.
    우석
    할머니 제사는 무슨. 여자 친구랑 월미도 놀러간다 그랬는데.
    매니져
    아무튼 나와. 알았지?
    우석
    맨 입으로?
    매니져
    소개팅해줄까?
    우석
    관심 없어.
    매니져
    그럼... 야구 좋아하냐?
    우석
    야구?
    매니져
    마침 야구표 2장 있는데... (지갑에서 꺼내며) 어때?

    야구표를 보며 갈등하는 우석의 표정.


    74. 성조의 집 / 저녁

    집으로 들어오는 성조, 집이 도둑이 든 마냥 아수라장이자 긴장한다.
    벽에 걸린 김동우 배트를 집어 드는 성조, 천천히 집 안으로 들어선다.
    안방을 살피고 나오는 성조, 우석이 묵는 작은 방을 살핀다.
    화장실에서 인기척이 들리자, 까치발로 다가가는 성조.
    이때, 화장실에서 츄리닝 남자가 뛰쳐나오다 넘어진다.
    츄리닝 남자를 야구 배트로 후려치려는 순간, 김동우 친필 싸인이 보이자 멈추는 성조.
    집 안에서 츄리닝 남자들이 튀어나와 성조를 덮친다.
    보이스레코드를 꺼내 녹음 버튼을 누르는 성조, 츄리닝 남자들의 인상착의를 보고 소리친다.

    성조
    (츄리닝에 적힌) 한우먹어유! 칠팔구에 오사사구! 으악!

    성조 머리에 검은 비닐을 씌워지자, 화면이 암전된다.
    성조의 거친 숨소리가 들리더니 칼로 비닐을 찢는 소리와 함께 화면이 밝아진다.


    75. 한우먹어유 고기집 / 저녁

    의자에 묶여 있는 성조가 거칠게 숨을 쉰다.
    성조 앞에는 츄리닝 남자들이 서 있고, 형기가 의자를 끌고 와 앉는다.

    형기
    내 돈 아저씨가 갖고 있지?
    성조
    무슨 돈?!
    형기
    경수가 훔친 돈 말야. 아저씨가 시켰다며?
    성조
    내가?!
    형기
    어따 숨겼어? 빨리 불어.
    성조
    몰라! 모른다고!!
    형기
    모르긴 왜 몰라! 나 그 돈 3억 못 찾으면 내가 박아야 돼!
    성조
    3억?
    형기
    그래 3억!

    돈의 액수가 3억이라는 말에 크게 놀라는 성조.


    76. 성조의 집 / 밤

    집으로 들어오는 우석, 아수라장이 된 집을 보고 놀란다.

    우석
    쌤!

    뭔가 심상치 않은 기운을 느낀 우석, 발에 보이스레코더가 걸린다.
    계속 녹음 중인 보이스레코더를 정지시키고 플레이를 해 보는 우석.
    보이스레코더에서 성조가 납치당하는 순간이 들려온다.

    보이스레코더
    한우먹어유! 칠팔구에 오사사구! 으악!

    성조의 목소리가 나오는 부분을 반복해서 듣는 우석, 112에 신고전화를 한다.

    우석
    (다급한 목소리로) 여보세요. 사람이 납치 됐는데요!
    112
    가족 중의 누가 납치 되셨다구요?
    우석
    가족은 아니고 같이 사는 선생님인데요.
    112
    학교 선생님입니까?
    우석
    학교 선생님은 아니구요... 그게 중요한 게 아니라, 집에 왔는데 녹음기에 목소리 를 남겼어요.
    112
    뭐라구 말입니까?
    우석
    한우먹어유, 칠팔구에 오사사구! 으악!
    112
    그거 아세요? 장난 전화, 최고 200만원 과태료 부과 됩니다.
    우석
    장난 아니에요! 진짜라구요! 에이!

    전화를 끊고, 114에 전화를 거는 우석,

    114
    사랑합니다 고객님.
    우석
    한우먹어유, 칠팔구에 오사사구. 으악! 아니 으악은 아니고. 아무튼 위치 좀 알려줘요.
    114
    네 네 고객님. 잠시만 기다려주시겠습니까.


    77. 오토바이 샵 / 밤

    고물 오토바이를 타고 샵 앞에 내리는 우석, 안으로 들어간다.
    리더 강기태가 우석에게 다가온다.

    기태
    너 빽 하나 잘 뒀더라.
    우석
    내 덕에 사회봉사 줄어서 좋잖아. 안 그래?
    기태
    (웃으며) 여긴 웬일이야?
    우석


    골드윙 들어 왔다며? 나 좀 보여주라 형.
    기태
    쨔식...

    CUT TO

    골드윙에 올라타 보는 우석, 입을 다물지 못한다.


    우석
    이야 죽인다~ 형 시동 한번만 걸어 보자.
    기태
    웃기셔~
    우석
    내가 쌤한테 말 잘해줄게. 화장실 청소 하는 거 쪽팔리지 않아?
    기태
    (잠시 갈등하더니) 그럼... 잠깐만이다.
    우석
    고마워 형.

    기태가 키를 가져와 시동을 걸어주자, 그대로 끌고 나가는 우석.

    우석
    미안해 형!






    기태
    저, 저, 저, 저 새끼 잡아!

    달아나는 우석의 오토바이, 바이커들이 오토바이를 타고 쫓기 시작한다.


    78. 한우먹어유 고기집 / 밤

    고기 불판을 데워 성조의 손을 지지는 츄리닝 남자.

    성조
    (침을 질질 흘리며) 으악!!
    형기
    이 아저씨 거 되게 질기네. 이 집 고기마냥...

    고기집 츄리닝 남자들이 형기의 말을 듣고 움찔한다.

    성조
    (풀린 눈으로 형기를 보며) 헛다리 집지 마...
    형기
    아우 진짜! 이거 봐요!

    형기가 휴대폰에 저장 된 사진을 성조에게 보여준다.

    (인서트)
    성조와 우석이 골프장에서 돈 가방을 들고 나오는 사진.

    형기
    이래도 발뺌 할 거야?
    성조
    (사진을 보고 놀라며) !!!


    79. 시내도로 / 밤

    우석이 탄 골드윙이 웅장한 굉음을 내며 신호를 무시하고 지나간다.
    경찰차가 뒤에 따라 붙자 고개를 돌려 보는 우석.

    우석
    (속도를 내며) 어쭈, 잘 따라 오는데.


    80. 경찰차 안 / 밤

    눈앞에서 우석의 오토바이가 사라지자, 무전을 치는 경찰.

    경찰
    1255. 강동 사거리 폭주족 신호위반 후 도주 중. 지원 바람.


    81. 한우먹어유 고기집 / 밤

    사진을 보고 당황하는 성조, 형기가 승기를 잡았는지 느긋한 표정을 짓는다.

    형기
    돈만 돌려 줘. 그럼 만사오케이래두.
    성조
    (힘들게 웃으며) 나도... 당신도... 속았어...
    형기
    그래, 이제 슬슬 인정 하는 거야?
    성조
    (손을 벌벌 떨며) 경수 그 자식한테 모두 속은 거야...
    형기
    아우! 말로 해선 들어 쳐 먹 질 않는구만!

    화가 난 형기가 성조를 발로차자, 성조가 의자와 함께 뒤로 넘어 진다.

    형기
    일으켜.

    입에 거품을 물며 간질 증세를 일으키는 성조.

    츄리닝1
    이 아저씨 왜 이래?
    형기
    (성조를 보고는) 뭐해? 빨리 풀어!

    형기와 츄리닝 남자들이 성조를 풀어주며 당황한다.


    82. 한우먹어유 고기집 앞 / 밤

    ‘한우먹어유’ 고기집 앞으로 돌진하는 우석의 오토바이, 급하게 서보지만 쭈욱- 미끄러진다.

    우석
    어어어!!


    83. 한우먹어유 고기집 / 밤

    ‘한우먹어유’ 고기집 앞 유리창을 깨고 들어오는 우석의 오토바이.
    오토바이를 피해 쓰러졌던 형기와 츄리닝 남자들이 일어서서 정황을 살핀다.

    형기
    뭐야? 저거...

    오토바이에서 힘들게 일어나는 우석.

    우석
    (주위를 돌아보며) 쌤 어딨어? (성조를 발견하고는) 쌤!

    입에 거품을 물고 간질을 일으키고 있는 성조.
    성조에게 달려가던 우석, 츄리닝 남자들에게 다구리를 당한다.
    이때, 우석을 뒤 쫓아 오던 경찰차의 싸이렌 소리가 점점 가까워진다.
    뒷문으로 도망치는 형기, 핸드폰을 떨어트리고 만다.
    ‘한우먹어유’ 고기집 안으로 경찰들이 들어오고, 우석과 츄리닝 남자들이 경찰에 연행 된다.
    바닥에 떨어져 있는 형기의 핸드폰을 힘들게 쥐어드는 성조, 이내 정신을 잃는다.

    FADE OUT


    84. 병원 응급실 / 아침

    눈을 번쩍 뜨는 성조, 응급실 침대에 누워있는 자신을 돌아본다.
    성조가 깨어나자, 옆에 앉아 있던 재영이 일어난다.

    재영
    일어났어요?
    성조
    우석인?
    재영
    유치장에요.
    성조
    여긴... 어떻게 알고 왔어?
    재영
    우석이 때문에 알았죠. 근데 어제 무슨 일 있었던 거예요?
    성조
    아무것도 아냐.
    재영
    경찰도 오토바이 절도사건으로 치부하던데...
    성조
    뭐야?
    재영
    자식이 글쎄, 4천 짜리 오토바이를 훔쳐 달아났지 뭡니까. 저도 선배님 따라 비 디오실로 내려가게 생겼네요.
    성조
    (다시 온 몸을 떨며) 우석이가... 뭐 어쨌다고?
    재영
    선배, 진정해요. (밖의 간호사를 부르며) 여기요!

    간호사들이 달려와 성조를 진정시킨다.


    85. 강북경찰서 유치장 / 오전

    유치장에 앉아 있는 우석, 벽에 낙서들을 훑어본다.

    우석
    여깄다!

    (인서트)
    ‘다음에는 혼다 골드윙 타자’ 라는 낙서.

    옆에 누워 있던 양복 아저씨가 우석 뒤에서 낙서를 물끄러미 본다.

    아저씨
    그래 이번에는 뭐 타다 들어 왔냐?
    우석
    (씨익 웃으며) 골드윙이요.
    아저씨
    음~ 자신과의 약속을 지키다니... 대단하군.
    우석
    아저씨는요?
    아저씨
    나? 이 손이 나도 모르게 여자 엉덩이에 가 있는 바람에...
    우석
    네?
    아저씨
    이 손이 자석 N극이면 여자 엉덩이는 마치 S극 마냥 척하니 지 맘대로 달라붙는 데 낸들 어쩌겠냐... 어디... (우석의 엉덩이에 손을 갖다 대며) 어라 학생 엉덩이 에도 잘 붙네...
    우석
    (뒤로 물러나며) 아 뭐예요!

    우석이 변태 아저씨를 피해 구석에 자리를 잡고 눕는다.
    벽에다 낙서를 하는 우석.

    (인서트)
    다이아몬드 형인 야구장 그라운드를 그린 낙서.

    홈에서 출발해서 1루, 2루, 3루를 거쳐 홈으로 들어오는 것을 손가락으로 반복하는 우석.

    우석
    고우석 쳤습니다~ 1루를 지나 2루로... 3루를 거쳐... 홈~ 인...







    86. 병원 진찰실 / 오전

    진찰실로 들어오는 성조, 무뚝뚝한 의사 앞에 앉는다.
    성조의 진료차트와 엑스라이 사진을 번갈아 보는 의사.

    성조
    어디 이상 있는데는...
    의사
    (차트만 보며) 약 언제 끊으셨어요?
    성조
    네?
    의사
    뇌종양 약 드셨다가 언제 끊으셨어요?
    성조
    한 2년 정도...
    의사
    평소에도 뇌종양 증세 보이셨을텐데... 왜 그대로 방치하셨어요?
    성조
    지금 상태가...
    의사
    말기입니다.

    의사를 말없이 쳐다보는 성조, 의사도 성조를 말없이 쳐다본다.


    87. 성조의 집 앞 / 오후

    재영의 차에서 내리는 성조, 재영이 따라 내린다.

    재영
    병원에 더 계시지. 괜찮으시겠어요?
    성조
    괜찮아. 최 선생 고마워.
    재영
    (종이백을 건네며) 여기 소지품이요.
    성조
    그래.
    재영
    (차에 타며) 소장님께는 잘 말씀드릴게요.

    재영의 차가 출발하자, 손을 들어 인사하는 성조.
    부르르 떨리는 손을 보고 얼굴이 굳어진다.
    길가로 나가 택시를 잡는 성조, 택시가 멈추자 올라탄다.


    88. 강북경찰서 복도 / 저녁

    경찰서 복도를 절뚝절뚝 다리를 절며 걸어가는 성조.


    89. 강북경찰서 면회실 / 저녁

    초조하게 누군가를 기다리는 성조, 벽에 걸린 그림을 본다.
    문이 열리고 우석이 들어오자, 다짜고짜 달려가서 따귀를 때리려다 멈추는 성조.

    경찰
    (성조를 붙잡으며) 에이 허 선생님, 또 그러신다.
    성조
    왜 그랬냐? 왜 그랬어! 왜!
    우석
    (당황하며) 쌤...
    성조
    경찰에 신고 하면 돼지. 왜 니가 설쳐?
    우석
    신고했어, 근데 장난전화로 알잖아. 그럼 나보고 어떡하라고!
    성조
    이 자식이!
    경찰
    (성조를 말리며) 좋게 좋게 말로 하세요.
    우석
    고작 머리 쓴다는 게... 오토바이 훔쳐서 경찰이 따라 오게 하는 거였냐?
    우석
    할 줄 아는 게 거뿐인데 어쩌라구!
    성조
    (경찰을 돌아보며) 오토바이 주인은 연락됐어?
    경찰
    그럼요. 4천만원 짜리 오토바인데요. 고소하고 난리두 아니죠.
    성조
    잘 한다 잘해!

    우석
    그깟 야구공도 오천에 사면서 뭘!
    성조
    그거랑 이거랑 같아?
    우석
    뭐가 다른데?

    성조와 우석이 실랑이를 벌이는 게 평소 면회실 풍경과는 다르자 고개를 갸우뚱하는 경찰.


    90. 강북경찰서 복도 / 저녁

    면회실에서 나오는 성조, 의자에 털썩 주저앉고 흥분을 가라앉힌다.
    이때, 정길이 성조 옆에 조용히 다가와 앉는다.

    정길
    전할 말이 있어 왔습니다.
    성조
    (지그시 정길을 바라보며) 뭡니까.
    정길
    경수 그 친구, 오늘 오전에 풀려놨습니다.
    성조
    (얼굴이 굳어지며) !!
    정길
    영리한 친구더군요. 선생한테 모두 덤탱이 씌운걸 보니...
    성조
    (피식 웃으며) 내가 어리석은 거겠죠.
    정길
    (명함을 건네며) 차주인, 아니 돈주인이 내일 모레까지 돈 돌려 달랍니다.
    성조
    그렇게 못 하겠다면요...
    정길
    .......

    성조를 측은하게 바라보며 일어서는 정길, 긴 복도를 걸어간다.


    91. 성조의 집 / 저녁

    집에 들어서는 성조, 난장판이 된 집 안을 착잡한 심정으로 둘러본다.
    우석이 들고 온 햄버거들이 바닥에 흩어져 있다.
    보이스레코더를 틀어보는 성조, 우석의 목소리를 듣는다.

    우석(소리)
    쌤... 쌤 어디 간 거야... (빨리 돌리며) 쌤... 제발 무사해라...

    보이스레코더를 끄는 성조, 눈이 충혈 되어 있다.


    92. 딸 지영의 집 앞 / 저녁

    초인종을 누르고 문을 두드리는 성조, 시끄러운지 옆집에서 아줌마가 나온다.

    아줌마
    거 조용... (성조를 알아보고는) 안녕하세요. 무슨 일로...
    성조
    딸애 좀 보러왔는데...
    아줌마
    모르셨어요?
    성조
    네?
    아줌마
    어제 해미엄마 중국 갔는데.
    성조
    해미아빠 보러갔나 보군요.
    아줌마
    아니요. 아예 중국으로 들어갔어요. 모르셨나 봐요?

    아줌마의 말에 크게 놀라는 성조.
    집 앞에 놓인 쓰레기봉투 속에서 자신이 보내준 두산베어스 인형을 보고는 씁쓸해한다.

    안내(소리)
    음성 메시지가 1개 있습니다. 청취는 1번... 삐-


    93. 야구연습장 / 밤

    지영(소리)
    아버지, 오늘 전화 계속 드렸는데 안 받네요. 오늘 저 해미랑 중국 가요. 얼굴 한 번 보고 갈려고 했는데... 암튼 또 연락할게요.

    들어오는 공을 피하지 않고 그대로 몸으로 맞는 성조.
    손을 심하게 떨며 다시 간질 증세를 일으킨다.
    호주머니에서 진정제를 꺼내 삼키고는 거친 숨을 몰아쉬는 성조.


    94. 보호관찰소장 방 앞 / 아침

    (인서트)
    강북 보호관찰소 전경.

    관찰소장 방에서 나오는 성조.


    95. 보호관찰소 사무실 / 아침

    책상에서 짐을 꾸리는 성조, 재영이 달려온다.

    재영
    선배님, 사직서 냈다면서요, 왜요?
    성조
    그동안 고마웠어. 앞으로 더 잘하구...
    재영
    무슨 일 있어요?

    재영의 어깨를 두드려주며 사무실을 나가는 성조.
    성조를 물끄러미 바라보는 재영과 사무실 직원들.

    형사(소리)
    그날 무슨 일로 거기 있었습니까?


    96. 한우먹어유 고기집 앞 / 오전

    ‘임대 문의' 표지판을 물끄러미 바라보는 성조.

    성조(소리)
    고기 먹으러 갔습니다.
    형사(소리)
    그날 고기집 쉬는 날이었는데요, 게다가 몸의 상처는 뭡니까?
    성조(소리)
    운동하다 다쳤습니다.
    형사(소리)
    그럼 저 친구들은 아무 혐의가 없단 말입니까?
    성조(소리)
    네...

    고기집에서 돌아서는 성조, 비장한 표정을 짓는다.


    97. 성조의 차 안 / 오전

    종이백에서 형기의 핸드폰을 꺼내는 성조, 몇 개 없는 통화내역을 확인한다.
    수첩과 펜을 꺼내고, 통화 버튼을 눌러보는 성조.

    전화(소리)
    여보세요.
    성조
    아 전화번호가 찍혀서 그러는데 거기가 어딥니까?
    전화(소리)
    세탁손데요.

    CUT TO

    전화(소리)
    대리운전인데요.

    CUT TO

    수첩의 전화목록들에다 일일이 빨간 줄을 긋는 성조.
    마지막으로 남은 전화번호의 통화버튼을 누른다.

    전화(소리)
    김재국 의원 사무실입니다.
    성조
    ??
    전화 (소리)
    여보세요?

    전화를 끊는 성조, 수첩을 덮는다.


    98. 동네 도서관 / 오후

    인터넷 검색창에 ‘김재국 의원’을 치는 성조, 기사와 사진을 검색한다.

    (인서트)
    ‘김재국 의원 주도하에 새 건설법 국회상임위 통과’ 기사.
    ‘김재국의원 송도 벤쳐타운 인허가 과정 연루 의혹’ 기사.
    김재국 사진 속 뒤편에 형기 얼굴이 조그맣게 보인다.

    형기 얼굴을 시각확대기로 확대해서 보는 성조.

    (인서트)
    ‘9월 10일 김재국 의원 후원회의 밤’ 기사.

    도서관 벽의 달력을 보는 성조, 오늘 날짜 9를 확인한다.


    99. 경수여친 연지의 집 / 오후

    우석에게 배운 기술로 쉽게 문을 따고 들어오는 성조.
    방을 뒤지다가 옷장 속에서 서류봉투를 발견한다.

    (인서트)
    서류봉투 안에는 성조의 사진과 신상정보, 김동우 홈런 볼 기사 스크랩 등이 들어있다.
    더불어 김재국 의원과 보좌관 형기 사진도 여러 장 나온다.

    휴지통을 바닥에 쏟는 성조, 카드영수증을 집어 든다.

    (인서트)
    상호명 ‘황금 모텔’이라고 찍힌 카드 영수증 여러 개.


    100. 성조의 차 안 / 밤

    ‘황금모텔’ 건너편 길가에 차를 세운 성조, 꾸벅 꾸벅 졸기 시작한다.

    (인터컷)
    황금모텔 앞에 서는 택시, 경수여친 연지가 내린다.

    계속 졸고 있는 성조.


    101. 황금모텔 카운터 / 밤

    카운터로 다가가는 성조, 직원이 일어서서 인사한다.

    성조
    숙박 좀 하려고 하는데...
    직원
    (모니터로 확인하며) 501호, 502호 남았습니다.
    성조
    어디 좀 봅시다. 욕조 큰 데가 어딥니까?

    컴퓨터 모니터로 이용 중인 방을 확인 하는 성조.


    102. 모텔 502호 / 밤

    방에 들어와 침대에 벌러덩 눕는 성조.
    옆 방 경수와 연지의 신음소리가 여과 없이 들린다.
    잠시 후...
    경수와 연지의 방이 고요해지자, 침대에서 천천히 일어서는 성조.


    103. 모텔 503호 / 밤

    경수가 침대에 누워 담배를 피고 있고, 연지가 옷을 입고 있다.
    마지막으로 다이아 목걸이를 목에 거는 연지.
    이때 벨소리가 들리자, 경수가 빤스 바람으로 나간다.
    경수가 소리치며 뒤로 물러나고, 성조가 방으로 태연하게 들어온다.
    연지도 성조를 보고 놀라 화장실로 들어가 문을 잠근다.

    성조
    (들고 온 야구방망이로 한 대 치며) 니가 감히 날 속여?
    경수
    피차 서로 좋은 거 아니야? 홈런 볼 갖고 싶어 했잖아!
    성조
    아주 처음부터 날 이용하려고 계획했더구나.
    경수
    (웃으며) 당신처럼 꽉 막힌 사람이 이용하기 쉽거든. 특히 야구에 환장한 사람은.
    성조
    (경수를 한 대치며) 닥쳐. 나머지 돈은 어딨냐?
    경수
    (피 침을 뱉으며) 어디 재주껏 찾아보시지.

    경수의 머리를 야구방망이로 후려치는 성조, 경수가 기절한다.
    화장실 문을 발로 차고 들어가 연지를 끌고 나오는 성조.

    성조
    돈 어딨냐?
    연지
    (벌벌 떨며) 난 몰라... 정말 몰라...


    정신을 차리는 경수 앞에 연지를 밀치고는 방을 나가려는 성조.
    성조가 나가려고 하자, 안도하는 경수와 연지.
    이때, 뭔가 뇌리에 스치는지 발걸음을 멈추는 성조.

    (인서트)
    단란주점 회상 장면.




    연지

    아야! (성조의 시계를 보며) 저 금속 알레르기가 있는데. 그래서 악세사리도 잘 안하거든요.

    뒤돌아서는 성조, 연지의 목에 걸린 다이아 목걸이를 본다.


    104. 성조의 차 안 / 밤

    차에 오르는 성조, 연지의 다이아 목걸이를 들어 본다.


    105. 몽타쥬

    -거실 벽에다 김재국 의원의 기사와 사진을 붙여 놓은 성조.
    3억이라는 돈이 정치 비자금이라는 결론이 나온다.
    -유치장 벽의 야구 그라운드 낙서를 바라보는 우석.
    손가락으로 홈에서 출발해 1루, 2루, 3루를 거쳐 다시 홈으로 들어오는 것을 반복 한다.
    -거실 창문으로 보름달을 바라보는 성조.
    -우석도 유치장 창살 틈으로 보름달을 바라본다.

    FADE OUT

    FADE IN


    106. 성조의 집 / 오전

    마치 경기에 나서는 야구선수처럼, 두산베어스 야구 유니폼에 야구잠바, 거기다 모자까지 완벽하게 갖춰 입는
    성조, 거울 앞에 선다.

    성조
    9회말, 라스트이닝... 이제 마지막 타석이네... (한숨....)

    비장한 각오로 집을 나서는 성조의 모습.


    107. 새마을금고 / 오전

    퇴직금을 인출하는 성조, 오만원 권으로 가득 보스턴백에 담는다.


    108. 오토바이 샵 / 오전

    오토바이 샵으로 돈 가방을 들고 들어오는 성조.

    기태
    무슨 일이세요? 암튼 우석이 그 새끼 이번엔 절대 안 봐줘요.
    성조
    오토바이 사러 왔다.
    기태

    그래요? 어떤 오토바이 찾으시는데요?
    우석
    우석이가 타고 날른 거.

    CUT TO

    기태가 천을 벗기자, 새로 수리를 마친 혼다 골드윙이 드러난다.

    기태
    혼다 골드윙. 배기량 1832cc에 최고출력 118마력, 최고토크 17을 자랑 하지요. 가격은 부가세 포함 3850만원입니다. 선생님께서 하시면 네비게이션은 공짜로 달아 드릴게요.

    바닥에 돈 가방을 거꾸로 터는 성조.

    성조
    세어 봐.
    기태



    아 말씀 안 드린 게 있는데 수리비는 별돕니다.

    성조
    대신 오늘 당장 고소 취하해라.
    기태
    암요. 사기전에 고객이 시승 한 번 해본 건데요.

    돈을 정신없이 세어 보는 기태, 성조가 오토바이를 물끄러미 바라본다.


    109. 강북경찰서 밖 / 오후

    재영을 따라 경찰서를 나오는 우석.

    재영
    (꿀밤을 주며) 이 자식이 뭐가 이뻐서 풀어 줘? 그냥 감별소에다 쳐 넣어야 정신 차릴텐데...
    우석
    (머리를 긁적이며) 헤헤헤... 아 참, 오늘이 몇 일이죠?
    재영
    10일.
    우석
    김동우 은퇴경기 하는 날이잖아! 선생님, 핸드폰 좀 줘 봐요.
    재영
    (핸드폰을 주며) 너두 누구 따라 야구빠 다됐구나.
    우석
    (성조에게 전화를 걸며) 운동으로 풀라면서요?

    신호음은 계속 가고-


    110. 성조의 차 안 / 오후

    차 창으로 우석과 재영을 보고 있는 성조.
    휴대폰 벨이 계속 울리지만 받지 않는 성조, 차를 출발 시킨다.


    111. 김재국 의원 후원회장 / 저녁

    실세 정치인답게 사람들로 가득한 후원회장.
    김재국 의원의 인사말이 끝나자 박수가 터져 나온다.
    이어 트로트 가수가 나와 축하 공연을 한다.
    김재국 의원이 테이블을 돌아다니며 인사하고, 그 뒤를 정책보좌관 재원이 따라간다.
    후원회장 구석에 서 있는 형기에게 모 건설회사 대표가 자연스럽게 다가온다.

    대표
    한 참 찾았습니다. 하하하...
    형기
    오셨습니까.
    대표
    아직 국회에 개류중인 법안이 하루 빨리 처리 돼야 할텐데... 걱정이 많습니다.
    형기
    의원님께서 힘쓰고 계시니 조만간 답이 나오지 않겠습니까.
    대표
    김의원님은 참 든든하시겠습니다. 이렇게 김보좌관이 보이지 않게 뒤에서 궂은 일은 다하고 지켜주니 말입니다. 하하하...
    형기
    별 말씀을요...

    형기 뒤에 있던 정길, 성조가 후원회장에 나타나자 얼굴이 굳어진다.
    후원금 창구 앞에 서는 성조, 테이블에다 돈 가방을 떨어트린다.
    사람들의 시선이 모두 성조에게 집중되고, 형기가 성조를 알아보고는 기겁을 한다.

    여직원
    선생님, 후원금 총액이 어떻게 되세요?
    성조
    (다이아 목걸이를 내려놓으며) 이거까지 하면 갚고도 남을 거요!
    여직원
    (놀라며) 네?

    성조의 말에 주위에 있던 사람들이 모두 놀라 소리친다.
    경호원들이 달려와 성조의 팔을 잡자, 팔을 뿌리치고 제 발로 걸어 나가는 성조.
    후원회장은 일시 침묵 상태고, 형기 혼자만 안절부절 못한다.


    112. 후원회장 대기실 / 저녁

    화가 난 정책보좌관 재원이 들어오고, 뒤따라 일반보좌관 형기가 들어온다.

    재원
    잘 한다~ 저 새끼가 여길 어떻게 알고 찾아 온 거야?
    형기
    그래도 돈은 찾았으니 다행이잖아.
    재원
    다행 좋아하네. 저 새끼가 어디까지 알고 있는지 어떻게 알아?
    형기
    지도 구린데가 있으니 함부로 나대지 못 하겠지.
    재원
    만약에 기자라도 냄새 맡으면 우리 모두 끝장이야! 병신새끼...

    나가려는 재원의 멱살을 잡고 벽에다 밀어 붙이는 형기.




    형기
    이 새끼가 보자보자 하니깐. 넌 하는 게 뭐야? 책상에 앉아서 잔머리나 굴리는 주제에. 김 의원 초선, 재선 다시키고 여기까지 올라오게 만든 게 누군데 그래? 알고나 깝쳐 새끼야!
    재원
    (겁을 잔뜩 먹고는) 알았으니깐, 그 새끼나 잘 처리해... 봐요.
    형기
    (멱살을 풀어주며) 쨔져 있어.


    대기실을 나서는 형기, 긴장이 풀렸는지 바닥에 주저앉는 정책보좌관 재원.


    113. 후원회장 대기실 밖 / 저녁

    방문에 귀를 대고 엿듣던 정길이 피하면, 형기가 대기실을 나온다.
    휴대폰을 꺼내 어디론가 전화를 거는 정길.


    114. 후원회장 지하 주차장 / 저녁

    차에 오르는 성조, 전화를 받는다.

    정길(소리)
    나 이정길이요.
    성조
    ......
    정길(소리)
    거기서 나와요. 당장!

    정길의 말에 황급히 시동을 켜는 성조, 본네트에 형기의 똘마니들이 달라붙는다.
    앞으로 나가다 급정거를 해서 본네트의 똘마니들을 떨어트리는 성조.
    덩치가 쓰레기통으로 차 앞 유리창을 깨부순다.
    서둘러 지하주차장을 빠져나가는 성조의 차, 똘마니들이 차를 타고 뒤 따라간다.
    뒤늦게 주차장에 도착한 형기 역시 차를 타고 성조를 쫓는다.


    115. 오토바이 샵 / 저녁

    멋쩍게 오토바이 샵으로 들어서는 우석, 기태가 본체만체 한다.

    우석
    고마워 형.
    기태
    뭐가?
    우석
    고소 취하 해줬잖아. 벌금도 내 주구.
    기태
    아 그거... (골드윙 키를 던져주며) 받아.
    우석
    (키를 도로 던져주며) 이제 안 그런 다니깐.
    기태
    (키를 다시 던져주며) 이제 니 꺼야. 허 선생이 너 준다고 샀어.
    우석
    에이 뻥치시네.
    기태
    진짜야. 깔끔하게 현금 박치기하고 갔으니깐 바로 타고 가도 돼.
    우석
    쌤이 무슨 돈이 있다고...



    기태
    소문에 보호관찰소 관뒀다고 하던데, 퇴직금으로 사줬나 보지.
    우석
    뭐?
    기태

    암튼 허 선생이, 너 무지 아끼나보더라.
    우석
    (키에 대롱대롱 매달린 두산베어스 마스코트를 보며) ......


    TV에서 야구장 함성 소리가 들리자, 우석이 돌아본다.

    우석
    지금 몇회야?
    기태
    7회말.
    우석
    김동우 나왔어?
    기태
    아니. 은퇴경기니깐 마지막에 짜잔~ 하고 나오겠지.

    서둘러 골드윙에 올라타는 우석, 오토바이 샵을 바로 나간다.


    116. 시내도로 / 저녁

    라디오에서 야구 중계가 나오는 가운데 추격전이 벌어진다.
    잠실야구장 표지판이 나오자 속도를 내는 성조의 차.
    성조의 차를 바짝 따라가는 형기와 똘마니들의 차.
    부다다다- 굉음을 내며 잠실야구장으로 향하는 우석의 오토바이.


    117. 잠실야구장 밖 / 저녁

    야구장에서 들려오는 함성소리와 함께 차에서 급하게 내리는 성조.
    뒤따라온 형기와 똘마니들도 차에서 내려 성조를 쫓는다.

    형기
    야 이 새끼들아, 빨리 잡아!


    118. 잠실야구장 출입구 / 저녁

    손발이 떨리고 입에 거품을 물기 시작하는 성조, 발을 내딛기가 힘들다.
    호주머니에서 진정제를 꺼내 먹는 성조, 힘들게 발을 내딛는다.
    형기와 똘마니들이 소리치며 달려오고, 성조가 가까스로 출입구 직원에게 안긴다.
    연간 회원권을 보여주는 성조, 출입구 직원이 안으로 들여보내준다.
    뒤따라온 형기와 똘마니들이 무작정 야구장으로 들어가려고 떼를 쓴다.
    야구장 안전요원들이 몰려와 형기와 똘마니들을 제압한다.

    형기
    이거 놔! 안 놔! 니들 뭐해! 당장 잡아!


    119. 잠실야구장 복도 / 저녁

    그제야 안도하는 성조, 호흡을 고르며 야구유니폼 옷매무새를 정돈한다.

    장내아나운서
    대타 김~ 동~ 우!

    9회말, 라스트이닝에 대타로 나오는 김동우.
    김동우를 연호하는 관중들의 함성과 소리가 들린다.

    캐스터
    드디어 김동우 선수가 대타로 타석에 들어섭니다. 오늘 경기로 은퇴하는 김동우 선수의 야구 인생 마지막 타석입니다.

    (인터컷)
    타석에 들어서는 김동우 타자.

    야구장 안으로 들어서는 성조, 김동우와 동시 입장하는 느낌이다.


    120. 3루 외야석 / 저녁

    외야석에 들어와 그라운드를 돌아보는 성조.
    가슴이 벅차고 목이 메는지 눈시울이 뜨거워진다.


    121. 잠실야구장 출입구 / 저녁

    오토바이를 급하게 세우는 우석, 야구장 출입구로 뛰어간다.
    아직도 안전요원과 실랑이를 벌이고 있는 형기와 똘마니들.

    직원
    (우석을 막으며) 표 보여주세요.

    잠시 당황하는 우석, 호주머니에서 매니져가 준 야구표를 꺼낸다.

    우석
    아! (야구표를 주며) 여기요.

    출입구 직원이 야구표를 받고는 우석을 야구장으로 들여보내준다.


    122. 3루 외야석 / 저녁

    (인터컷)
    헛스윙하는 김동우.

    캐스터
    초구를 크게 휘두릅니다. 올 시즌 홈런 신기록을 세운 김동우 선수. 최고의 자리 에서 내려오겠다는 자신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은퇴를 결심한 김동우... 2구도 크게 헛 칩니다.

    (인터컷)
    2구째도 헛스윙 하는 김동우.


    해설
    지금 어깨 부상이 있어 홈런은 기대할 수 없지만, 야구 인생의 마지막 타석인 만큼 최선을 다 할 겝니다~
    캐스터
    역사적인 순간... 투수도 긴장했는지 모자를 벗고 땀을 닦습니다.

    성조가 뭔가를 곱씹으며 외야석 계단을 천천히 올라간다.

    성조(소리)
    현재 왼쪽 어깨 부상으로 당겨치기는 불가능. 송진영 투수는 종으로 떨어지는 변 화구가 좋은 투수니까 커브로 승부...

    계단을 다시 내려가는 성조.

    성조(소리)
    아니지. 초구, 이구까지 모두 슬라이더였으니깐 3구째는 직구로 유인할테고... 그렇다면 위닝샷은...

    계단에서 내려오다 멈추는 성조.

    성조
    포크볼이닷!

    3루 외야석 펜스 맨 가장자리 부분을 보는 성조.


    123. 1루 외야석 / 저녁

    1루 외야석으로 나온 우석, 주위를 둘러본다.

    우석
    (관중석을 보며) 쌤! 쌤 어딨어!

    (인터컷)
    4구째 공을 가볍게 밀어치는 김동우.

    캐스터
    4구째 쳤습니다! 쭉쭉 날아갑니다!

    3루 외야석을 향해 날아가는 김동우의 타구.


    124. 3루 외야석 / 저녁

    3루 외야석 맨 가장자리 난간에 서 있는 성조, 글러브를 손에 낀다.
    신기하게도 성조가 있는 방향으로 날아오는 김동우의 타구.
    성조가 글러브를 벌리며 공을 기다리는데, 성조 눈앞을 가리는 남자...
    바로 경수다!
    관중들이 성조 주위로 몰려드는 순간, 경수가 성조를 끌어안으며 성조의 배를 칼로찌른다.
    그리고 김동우의 타구는 성조의 눈앞에서 좌익수에게 잡히고 만다.

    캐스터
    좌익수 최형주가 펜스 앞에서 잡습니다. 김동우의 홈런을 잡아내는 최형 주.
    해설
    아 김동우 선수, 마지막 타석에서 좌익수 플라이로 죽고마네요~

    좌익수 최형주를 향해 관중들의 야유가 터져 나온다.
    배를 움켜쥐고 펜스 난간에 쓰러지는 성조, 경수가 사람들 틈으로 사라진다.


    125. 1루 외야석 / 저녁

    전광판 화면으로 펜스 난간에 기댄 성조를 발견한 우석.

    우석
    (큰소리로) 쌤!

    1루 펜스 난간을 뛰어 넘어 3루 외야로 달려가는 우석.

    캐스터
    아 격분한 관중 하나가 최형주 선수에게 달려갑니다.
    해설
    저도 아쉬운데, 김동우 팬들은 오죽 하겠습니까~

    3루 외야 펜스를 향해 달려가는 우석.






    우석
    쌤~!!

    좌익수 최형주는 우석이 자신에게 달려오는 줄 알고 몸을 피한다.
    펜스 난간에 쓰러진 성조가 달려오는 우석을 희미한 눈으로 바라본다.

    성조
    (힘들게 웃으며) 고우석이 임마...

    우석이 좌익수 최형주를 밀치고 펜스 난간에 있는 성조를 향해 손을 뻗는다.
    성조 역시 피 묻은 손을 펜스 아래로 뻗는다.
    성조와 우석의 손이 맞닿을 순간...
    우석을 뒤따라 온 안전요원들에게 바디 체킹을 당하는 우석.
    안전요원들에게 밀린 우석이 성조를 보며 절규한다.
    점점 우석의 얼굴이 희미하게 보이는 성조의 눈...
    점점 우석의 목소리가 희미하게 들리는 성조의 귀...
    우석을 향해 뻗었던 성조의 손이 결국 펜스 난간에 축 늘어진다.

    우석
    (울부짖으며) 쌤~~~~~!!

    쓰러진 성조 주위에 관중들이 몰려들고,
    우석은 안전요원들에게 그라운드 밖으로 끌려 나간다.

    FADE OUT


    126. 성조의 집 / 아침

    성조의 유품을 정리하는 우석, 성조와 함께 찍은 사진을 보며 애써 웃는다.
    야구 장식장을 치우던 우석은 김동우의 홈런 볼이 자리에 없자 의아해 한다.
    집안을 돌아다니며 김동우의 홈런 볼을 찾기 시작하는 우석.
    아무리 찾아도 홈런 볼이 나오지 않자, 이내 단념한다.

    CUT TO

    성조의 집을 정리하고, 자신의 물건을 챙겨 박스에 담는 우석.
    성조와 캐치볼을 하던 글러브를 박스에 던진다.
    이때, 글러브에서 야구공 하나가 툭 하고 떨어지더니 우석의 발 앞에 멈춘다.
    무심히 야구공을 들어 보는 우석, 그 자리에 털썩 주저앉는다.
    김동우의 싸인이 담긴, 그리고 60호라고 박힌 야구공을 보는 우석.


    127. 동네 공터 / 저녁 (회상 씬)

    성조가 글러브에서 공을 꺼내기를 망설인다.


    우석
    쌤 모해요?
    성조
    ........
    우석
    안 할 거면 그만 들어가던가.

    결국 글러브에서 공을 꺼내 우석에게 던지는 성조, 얼굴이 차츰 밝아진다.

    성조
    (포스처럼 앉고는) 자 투수처럼 한번 던져봐.

    투수가 포수에게 싸인을 주는 흉내를 내는 우석.

    성조
    그게 무슨 싸인이냐?
    우석
    오늘 저녁은 우유에 밥 말아먹기.
    성조
    (피식 웃으며) 싫은데.

    이번엔 포수가 투수에게 싸인을 주는 흉내를 내는 성조.

    우석
    그건 무슨 싸인이야?
    성조
    자기 전에 이 좀 닦으라고.

    우석이 던진 공이 성조의 글러브에 정확히 들어간다.

    성조
    (환하게 웃으며) 스트라익!


    128. 성조의 집 / 아침

    우석
    (눈을 감으며) 아... 웃...

    김동우의 홈런 볼을 얼굴에 파묻는 우석, 흐느껴 울기 시작한다.

    DISSOLVE

    기스 나고 때가 탄 홈런 볼을 야구 장식장에 지그시 올려놓는 우석.
    그 뒤로 성조와 우석이 환하게 웃으며 찍은 사진이 보인다.


    129. 성조의 집 앞 / 아침

    성조의 집 앞에 세워 둔 골드윙에 올라타는 우석.
    오토바이 키에 매달린 사진, 김동우와 성조가 함께 찍은 그 사진을 물끄러미 바라본다.
    부다다다~ 힘차게 오토바이를 몰고 가는 우석의 모습에서... 끝
    김민성

    김민성

    1975년 서울 출생

    중앙대 영화학과 졸업

  • “야구는 홈에서 나가 홈으로 들어와야 점수가 나는 경기야.”

    야구매니아인 보호관찰관 허성조(59), 한국 최고의 타자 김동우 선수의 홈런 신기록 볼을 잡기 위해 매일 야구장에 출근 중이다. 학수고대하던 김동우 선수의 홈런이 터지지만, 아깝게 눈앞에서 홈런 볼을 놓치는 성조. 설상가상으로 자신이 보호관찰 중인 박경수가 차량 절도죄로 경찰에 잡힌다. 이에 보호관찰소 비디오실로 좌천 되는 성조, 홈런 볼 주인이 오천만원에 판다는 소식에 아내의 묘가 있는 선산을 팔기 위해 딸의 동의를 구하러 갔다가 오히려 핀잔만 듣고 돌아온다. 경수의 부름에 면회를 간 성조, 뜻밖에 경수의 제안을 받는다.
    내용인즉슨, 훔친 차에 돈 가방이 들어 있었다며 자신의 부탁을 들어주면 돈을 주겠다는 것이다. 일언지하 거절하고 나오던 성조. 하지만 자신의 처한 상황을 돌아보고는 장고 끝에 경수의 제안을 받아들이고 만다.

    “보호관찰관 성조와 우범소년 우석의 세대를 초월하는 우정.”

    돈 가방이 뭍인 곳은 공사 중인 골프장. 혼자는 벅찼는지 성조는 자신의 보호관찰 대상자인 우범소년 우석(18)에게 도움을 요청한다. 혼다 최신식 오토바이 골드윙을 타는 게 꿈인 우석은 성조를 도와 돈 가방을 찾는데 일조한다. 결국 성조는 꿈에 그리던 김동우 선수의 홈런 볼을 양도받고, 경수의 부탁인 여자 친구 연지에게 명품백을 사다 준다. 반면 우석은 평소 괴롭힘을 당하던 바이크 족에게 성조에게서 받은 돈을 빼앗기고, 홧김에 성조의 집을 털러 갔다가 성조에게 덜미를 잡히고 만다. 이때, 우석의 새 보호관찰관인 재영이 우석의 집을 찾아간다는 말에 성조와 우석은 함께 우석의 집으로 돌아가 위기를 모면한다. 하지만 우석의 집주인과 성조가 싸우게 되고 급기야 우석이 집에서 쫓겨나는 신세가 된다. 어쩔 수 없이 성조의 집에서 동거를 시작하는 성조와 우석, 둘만의 우정을 차곡차곡 쌓아간다.

    “나도 김동우처럼 멋지게 은퇴하고 싶었는데...”

    한편, 김재국 국회의원의 보좌관 형기는 정치비자금이 들어있던 차를 잃어버리고 노심초사하던 중, 경수의 공범으로 성조를 지목하고는 집에 들어온 성조를 납치하기에 이른다. 성조는 형기를 통해 돈의 총 액수가 억대라는 사실에 놀라며 경수가 자신을 이용했음을 깨닫는다. 우석은 성조가 납치 된 사실을 알게 되고 경찰에 신고하지만 경찰은 장난신고라 치부한다. 할 수 없이 우석은 바이크 족의 오토바이 골드윙을 훔쳐 타고 달아나 자신을 경찰이 따라 붙게 해서 성조를 구하는 기지를 발휘한다. 우석의 도움으로 위기에서 탈출한 성조는 병원에서 뜻밖의 뇌종양 말기라는 진단을 통보 받는다. 거기다 설상가상으로 딸은 중국으로 이민을 가고 없자 성조는 큰 충격에 휩싸인다.

    “인생의 라스트 이닝, 마지막 타석을 준비하는 주인공 성조.”

    반격을 준비하는 성조. 성조는 직업정신을 발휘하여 형기가 김재국 국회의원의 보좌관임을 알게 되고, 그 돈 역시 정치비자금 이라는 사실 또한 알게 된다. 보호관찰관을 사임하고 우석의 고소 취하를 위해 퇴직금으로 우석이 타고 날랐던 오토바이 골드윙을 구입한다. 그리고 경수와 경수여친 연지를 미행해서 남은 돈을 회수한다. 김재국 국회의원 후원회 밤에 가서 3억원을 돌려주고 나오는 성조. 형기는 자신과 돈의 정체를 알고 있는 성조를 제거하기로 결심한다.

    성조는 인생의 라스트이닝을 직감한 듯,
    김동우 선수의 은퇴경기가 벌어지는 잠실야구장으로 향하는데...
    김민성

    김민성

    1975년 서울 출생

    중앙대 영화학과 졸업

  • 장건재 감독·주필호 주피터필름 대표

    올해 본심에 올라온 시나리오들은 전체적으로 하향 평준화되었다는 느낌을 받았다. 소재에서는 공상과학(SF), 시대극, 가족 드라마 정도로 한정됐다. 특히 SF의 경우 과학적 설정이 빈약하고 일관성과 디테일이 떨어지는 작품들이어서 아쉬움이 컸다. 기시감이 드는 시나리오들이 많았다는 점도 지적하고 싶다. 이미 이전의 영화들에서 시도했던 기발한 설정들을 답습한 시나리오는 높은 점수를 주기가 어려웠다. 한국영화 흥행작들이 대체로 실화에 기반을 두거나, 프랜차이즈에 의존하고 있는 현실에서 독창적인 시나리오를 만나는 일이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만나게 된 ‘꿈의 구장’은 매우 반가운 이야기였다. 범죄물이자 휴먼드라마인 ‘꿈의 구장’은 뇌종양 말기인 보호관찰관 성조와 오토바이를 훔친 우범소년 우석이 정치 비자금을 강탈하는 플롯을 중심으로 속도감 있게 진행하는 대중성을 겸비한 시나리오라고 의견을 모았다. 유사 부자(父子) 관계이자 브로맨스로 설정한 투톱 캐릭터의 균형이 좋았고, 주인공 성조가 자신이 흠모하던 홈런 타자의 마지막 은퇴 경기를 직관하기 위해 사력을 다해 쫓기면서도 잠실경기장으로 향하는 클라이맥스는 유머를 잃지 않으면서도 감동을 주는 시퀀스였다. 다만, 사별한 아내와 딸 지영과의 관계가 다소 두루뭉술하게 표현된 것은 보완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시아버지의 죽음을 시작으로 평범한 가정주부의 성적 모험과 일탈을 그린 ‘버진 어게인’은 도발적이긴 하나, 비호감 캐릭터들이 많은 것은 단점으로 작용하고 있다. 또한, 연금 수령을 위해 시신을 방치하고 유기하는 과정에는 좀 더 견고한 핍진성이 요구된다. ‘밤의 목소리’는 관객을 사로잡는 설정이긴 하나, 첩보물과 멜로드라마 사이에서 균형을 잃어버린 느낌이다. 북한을 적대시하는 시선과 묘사는 시대착오적이라는 인상을 지우기 어려웠다. 쿠바와 태국 등지의 해외 로케이션을 그리려고 한다면 더 장대하고 흥행 잠재력이 있는 시나리오로 변모해야 한다고 조언하고 싶다. 이외에 선정되지 못한 작가들께도 계속 건투하시라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
  • 김민성

    김민성

    1975년 서울 출생

    중앙대 영화학과 졸업

    제 인생의 반을 글과 함께 했지만 ‘작가’라는 말은 늘 부담스러운 굴레였습니다. “뭐하세요?”라는 질문에 “글 쓰는 사람입니다”라고 에둘러 답하곤 했습니다. 하지만 이번 당선을 계기로, 저는 그 무거운 타이틀을 받아들이려 합니다. 작가라는 이름이 주는 책임감과 함께, 그것이 열어 줄 새로운 가능성을 말입니다.

    흔히 야구를 인생에 비유합니다. ‘꿈의 구장’은 은퇴를 앞둔 보호관찰관과 그의 보호 관찰대상자인 우범소년이 예기치 않게 범죄에 연루되는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야구에서 선수가 홈에서 출발해 베이스를 돌아 다시 홈으로 돌아와야 득점하듯, 두 주인공도 자신들의 ‘홈’으로 돌아가려 고군분투하지만 그 여정은 결코 쉽지 않습니다. 저 또한 작가로서의 여정을 돌아보면 두 주인공처럼 순탄치 않았습니다. 하지만 이번 당선으로 인해 한 베이스 앞으로 나아가는 힘을 얻었다고 생각합니다. 앞으로도 끊임없는 도전과 성장으로 ‘홈’에 도달할 때까지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글쓰기가 느슨해질 때, 태엽을 감아주신 동아일보사와 심사위원님들께 진심으로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제게는 단순한 수상을 넘어, 작가로서의 정체성을 확인하는 소중한 계기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아내 노윤경과 자녀 김동주, 김선우와 이 기쁨을 함께 나누고 싶습니다. 끝으로 살아계셨으면 집 벽에 신문으로 도배하셨을 아버지 김종원 씨에게 이 영광을 돌리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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