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신춘문예

기적

by  박지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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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프롤로그 / 여객선 대합실

    인파 속에 파묻힌 할아버지(70대) 눈에 띈다.

    초조함 가득품은 눈빛으로 누군가를 기다리는 모습인데...

    그때, 입국장 자동유리문 열리며 짐가방과 캐리어 끌고 나오는 사람들

    할아버지... 눈가에 고인 눈물이 깊게 페인 주름 사이로 흘러내린다.

    타이틀 ‘설봉호의 기적은 울리지 않는다’ 뜨며.. 동시에.

    뿌앙- 하는 여객선의 기적 소리와 함께... F.O


    S#1. 도로가 / 낮

    인천방향 이정표 아래 구식중형차(세피아 류)가 빠른 속도로 지나간다.


    인태(E)
    간다 가! 때려 밟는다고!!


    S#2. 차 안 / 낮

    계속해서 핸드폰 울려대자.. 인태, 참다 못 해 신경질적으로 핸드폰 받으며.


    인태
    가고 있다는 말 못 알아먹어?! (그런데)

    보이스피싱(F)
    서인태 고객님 되십네까?

    인태
    (굳는. 번호 확인하며) 이건 또 뭐야?

    보이스피싱(F)
    서인태 고객님의 KBC은행 계좌에서 방금 돈이 빠져 나갔습네다. 계좌번호를 날래 확인해 주시라요.

    인태
    (이 놈 봐라?) 이야~ 운수 대통한 날인데? 계좌번호 불러줄게 잘들어 봐. (또박또박) 어.디.서 사기질이야 이 개(삐-)의 새(삐-)들아!

    보이스피싱(F)
    이보시라요! 어따 대고 욕질 입네까?

    인태
    욕먹기 싫음 가려서 전활 했어야지!! 북쪽으론 방귀도 안 끼는 사람한테 어서 (삐-) 이야!?

    보이스피싱(F)
    이 쓰시개 같은 놈이 어서 주둥일 놀리고 자빠진기야!

    인태
    쑤시개? 뭘 쑤셔?! 너 당장 쫓아가서 확 (삐-) 버린다?!

    보이스피싱(F)
    쫓아와 보시라우! 못하겠네? 확 총구녕에 쳐 박아 부릴까부다야!

    인태
    야아-!!!


    동시에 엑셀 세차게 밟으며 부웅- 속력 내는 차량. 동시에 찰칵-! 찍히는 속도위반 카메라! 일그러진 얼굴로 고함 내지르는 인태의 얼굴 컷에서.


    S#3. 여객선 대합실 / 낮

    할아버지(이하 대국) 막아서는 경비원들과 실랑이를 벌이고 있다.


    경비원1
    할아버지! 설봉호 여객선은 십년 도 전에 운행 중단됐다니까요?

    대국
    설봉호는 뜰기야.. 뜰기라구!! 이 손 놓으라 않카네!?


    그때, 멀리서 나타나는 인태. 경비원들 인태 알아보며 ‘빨리 좀 데려가세요!!’


    인태
    (미치기 직전이다. 대국에게 다가와) 설봉호 타고 북한 가시게?

    대국
    (설봉호란 말에 눈 번뜩이며.. 세차게 고개 끄덕인다)

    인태
    하.. 이거 참.. (이마 긁으며 연기한다) 설봉호가 오늘 못 뜬다네 날씨 봐봐.. 파도가 장난이 아니야. 가다 꼴까닥 하면.. 북한에 있는 월순인가 월맨가도 못보고 죽어 버릴텐데. 괜찮겠어?

    대국
    (겁에 잔뜩 질린 얼굴!! 억지로 고개 저으면)

    인태
    그러니까... 다음에 오자고, 오케바뤼?


    인태, 대국의 손을 덥석 잡아끄는데.. 확 뿌리치고 게이트로 달려가는 대국..!

    놀라서 뛰어가는 인태와 대국을 막아내는 경비원들..!

    ‘설봉호는 뜰기다.. 뜰기라고!!’ 고함지르며 끌려 나오는 대국의 모습에서..


    S#4. 차 안 / 낮

    대국, 뒷자리에 옆으로 뉘여진 채 안전벨트로 묶여 있다.

    인태 한 번 더 안전벨트를 꽈악 조인 뒤에...


    인태
    아부지.. 조용히 좀 갑시다. 예?! (뒷문 쾅-! 닫으며)


    S#5. 도로 / 낮

    쌩하니 지나가는 인태의 차 위로 ‘서울방향’ 이정표(C.U)


    S#6. 차 안 / 낮

    뒤에선 대국이 노래 ‘림진강’ 고래고래 부르고.. ‘림진강 맑은 물은 흘러 흘러~’

    듣기 싫은 인태, 걸그룹 노래 볼륨을 확 높인다.

    더 크게 부르는 대국 ’강건너 갈밭에선 갈새만 슬피울고~‘ 더 볼륨 키우는 인태... 폭발 직전인데. 급기야.. 핸드폰까지 울리기 시작한다. 인태... 확 핸드폰 받으며..!


    인태
    너, 이 새끼 다신 전화하지 말랬지!! 어서 사기를 칠라고...!

    국정원1(F)
    여기, 국정원입니다.

    인태
    (멈칫, 피식) 하~ 이것들 가지가지 하네? 아, 국정원이셨어요? 여기는 청와대 비서실입니다. 이 (삐-) 야!

    국정원1(F)
    서울시 답십리 26-1, 780531-1325242 본명 서인태, 맞으시죠?

    인태
    (굳어지는) 당신... 뭐야?


    S#7. 국정원 조사실 앞 / 낮

    국정원1
    국가정보원 대북3팀 입니다.

    인태(F)
    (대국 노래에 묻힌 채) 그러니까.. 국정원에서 날 왜 찾으시는데... 선량한 시민 서인태를 대체 뭣 때매?


    국정원1, 고개 돌리면.. 유리창 안으로 보이는 여아(이하 서진옥,13세) 고개 숙인 채 국정원2와 함께 조사 중이다.


    국정원1
    리월순씨 라고... 아시죠?

    인태(F)
    (대국의 노래 흘러나오는) 보고픈 월순이가 풀뿌리를 캐건만~


    S#8. 국정원 조사실 / 낮

    국정원2의 맞은편에 앉아 조사 중인 진옥. 떼가 덜 벗겨진 손을 계속 뜯어낸다.


    국정원2
    (사무적 말투, 조사서 들추며) 이름 서진옥, 나이 13살. 가족들 싸그리 다 반동분자로 차출 돼 함경도 쪽에서 굶어죽었고... 혼자 도망쳐서 탈북을 했는데.. (하다) 남한에 있는 가족은.. 이 사람이 다야?


    국정원2, 진옥 앞에 놓인 사진 보면.. 대국과 대국부인의 젊었을 적 흑백사진이다.


    국정원2
    (대국 가리키며) 이 사람이 너네 할아버지고, 옆이 너네 할머니 리월순... 맞어?

    진옥
    (조심히 고개 끄덕이면)


    국정원2, 노트북 클릭하자 1983년의 이산가족상봉 동영상 흘러나온다.

    사진속의 대국, 대국부인(리월순) 늙은 모습으로 만나 손을 쓰다듬으며 눈물 흘리는 장면.. 그 모습을 보며 진옥, ‘할마이..’ 눈물 후두둑 떨구고. 국정원2 빤히 보는데..


    S#9. 요양원 / 낮

    휠체어에 앉힌 채 손 발이 묶인 대국.. 쓸쓸히 인태를 바라보지만 외면하는 인태.


    인태
    노인네 하나 간수 못해서 연안부두 뺑뺑이 시키니까 신나 죽겠지? (요양사들 쭈욱 손가락질하며) 똑바로 해.. 다시 한 번 귀찮게 하면... 확 다 싸질러 버릴 라니까...!


    움찔 하는 요양사들. ‘더러워서 피한다’ 싶은 얼굴로 대국의 휠체어 끌며 사라진다.


    인태
    (뒤에 대고 더 쏴붙이는) 나라에서 대주는 건 쌩돈인 줄 아나..!


    그때... 또 전화가 울린다. 인태, 살기 가득한 얼굴로 전화 받으며.


    인태
    조카 같은 소리 하고 있네... 노인네가 북한에 싸질러 놓은 새끼까지

    거둬 맥이라고? 다시 한 번 말하지만... 난 아~무 상관도 없수다. 오케바뤼?


    전화 확 끊고는, 씩씩 대며 나오는 인태의 모습에서..


    S#10. 국정원 조사실 앞 / 낮

    국정원2, 조사실에서 문 닫고 나오며, 막 핸드폰 끊는 국정원1 에게..


    국정원2
    어떻게 됐어?

    국정원1
    (황당한) 완전 쌩 까는데요?

    국정원2
    (조사실 안의 진옥 빤히 보다) 내가 직접 만나볼게. (‘서대국 가족관계 현황’ 보며) 서대국 아들 이름이.. 서인태 맞지?


    도박장1(E)
    이야~우리 인태...간땡이가 띵띵 부어서 주사 한 방 놔줘야겠는데?


    S#11. 후미진 골목 / 저녁

    인태, 눈치 살피며 슬쩍 뒤로 비키고. 서서히 다가오는 도박장 깡패들.


    도박장1
    (주사위 들어 보이며) 이거 맞고 깜방 갈까... 몇 대 쳐 맞고 환전박스로 기어 들어갈래?


    깡패1, 구석에 몰린 인태 복부 가격하자 풀썩 주저앉는 인태.

    인태
    (시뻘개진 얼굴로 겨우 입 열며) 젠...장....그냥...때려..!

    도박장1
    (인태 앞에 쪼그려 앉아) 동창이라고 살살 봐주니까 뵈는 게 없지? 세 시 간이나 자릴 비우고 사라 질거면.. 말을 해야지. 그냥 뒤져불게 해달라고.. (살벌한 눈빛) 세 시간 치 월급에서 깐다.


    도박장1 턱짓에 인태에게 달려들어 밟아대는 깡패들. 도박장1, 주사위 챙겨 넣으며 ‘아부지 맛탱이 갔다고 너까지 정신 줄 놓으면 쓰냐고.. 니 정신부터 챙겨야지..어?’

    /골목 밖에서 몰래 훔쳐보는 덕봉(30대) 걱정 가득한 얼굴로.. ‘이...인태야..!’

    인태, 쓰레기더미 속에 피떡이 돼서 널부러져 있다.


    도박장1
    (인태 얼굴 툭툭 치며) 인태야.. 이천 빚진 거 빨리 까자. 한 달에 오십 씩 삼 년밖에 더돼? 나머지 넉 달 친 퇴직금으로 쳐준다잖아..


    S#12. 불법 도박장 / 저녁

    CCTV로 가득한 환전박스 안. 인태의 상처 난 얼굴에 연고 발라주는 덕봉.

    인태는 유리창 사이로 칩 교환해주느라 바쁘다. 덕봉이 상처 건드렸는지..


    인태
    (얼굴 확 빼며) 아이씨. 진짜!!

    덕봉
    미...미안...아...아팠지?

    인태
    (덕봉 보다.. 갑갑한) 패는 놈들이나.. 하루가 멀다 하고 도망갈 궁리만 하는 애비라는 사람이나...

    덕봉
    나..나는?

    인태
    친구라고 하나 있는 게 요모양 요꼬라지나... (착잡한)

    덕봉
    내...내가...뭘...내가...말 더...더듬어서 그래? (그때)

    손님(E)
    삼백. 옐로우로.

    인태
    (옐로우칩 꺼내서 내미는데)

    손님1
    (인태 힐끗 보며) 게임장 물 관리가 뭐 이따위야? 풋풋한 애들 다 놔두고 어서 단물 빠진 쭉정이를 앉혀놔...

    인태
    (칩 손으로 확 막으며) 보태준거 있어?

    손님1
    뭐하는 거야.. 칩 안내놔?

    인태
    형씨가 나 여기 쳐 박혀있는데 보태준거 있냐고.. (일어서며) 있어!?

    손님1
    (움찔. 하지만 지지 않고) 허.. 꼴에 싸가지는 넘치네?

    인태
    하.. 꼴에?


    인태, 칩 확 집어 던지면 유리창에 부딪히며 우르르 쏟아지는 옐로우 칩..!

    손님1, 놀라서 ‘이봐!!!’ 소리를 지르며 도망치는데.. 후다닥 밖으로 나가 손님1 멱살 잡는 인태, ‘여기서 직접 보니까 반갑지? 어!?’ 겁박 하면.. 바들바들 떠는 손님1.

    도박장 깡패들 우르르 몰려와 손님1 떼어 놓고.. 도박장1, 인태 끌고 가서는.


    도박장1
    (인태 머리를 손바닥으로 쳐대며) 야.. 야... 야!! 정신 차려...돈 몇 푼 쥐고 게임이나 하던 때 생각나지? 그럼 돈을 빌리지 말고 땄어 야지 새끼야!!

    인태
    (헝크러진 머리.. 머리 돌아간 채로 서있다)


    도박장1, ‘상황파악이 안돼..새끼가.’ 사라지자. 숨어있던 덕봉 나타나 ‘이..인태야!’

    덕봉 손 확 뿌리치는 인태. 이런 상황이 미치고 돌겠다. 그때.


    (E)환전 안하나?


    인태, 고개 들면 국정원2가 떡하니 서있다. 누군지 모르고 들어가 앉는 안태.


    국정원2(E)
    화이트칩 하나.

    인태
    (인상구기며) 지금 장난...!

    국정원2
    (포스가 남다르다)

    인태
    ...만 원 이요.

    국정원2
    (피식 웃고는 만원 내밀면)

    인태
    (화이트칩 건네려다) 하...신입이시네.. (국정원2 보며) 신분증!


    국정원2, 지갑 통채로 유리창 안에 넣는다. 인태, 힐끗 보고 치우려는데..

    ‘국정원’ 이라고 적힌 신분증에 놀라는 인태..!


    S#13. 다방 / 저녁

    노트북 동영상(1983년 이산가족상봉)을 무표정으로 보는 인태. 화면 멈추면.

    대국과 리월순의 부등켜안고 있는 정지화면에서.


    인태
    (설탕 잔뜩 타서 휘저으며) 우리 노인네 제정신 나간 지 한참이야. 만나봐야 아무 짝에도 쓸모가 없다고.. 오케바뤼? (후루룩 마신다)

    국정원2
    알았습니다. 다 이해했으니까...(서류 내밀며) 여기 서명만 좀 부탁드리죠.

    인태
    (대충 들춰보며) 대출 사기 이런 거 아냐?

    국정원2
    이봐요 서인태씨. (펜으로 탁자 두드리며) 잘 읽어 보고 사인이나 하라고... 예?

    인태
    (기에 눌러 서류 보는데) 가족관계부정확인 서명서...?


    인태, 보지도 않고 사인을 휘갈긴다. 뒤에도 차례로 사인을 해대는데...

    맨 마지막 장에 사인을 하려다 딱..! 멈추는 인태..


    인태
    잠깐...! 정착금 칠백만원...주거 지원금.. 천삼백...이건 뭐야?

    국정원2
    보시는 그대롭니다. 탈북자들을 지원하는 정책자금...

    인태
    잠깐...올 스톱! (혼란스럽다)


    도박장1
    (E)인태야.. 이천 빚진 거 빨리 까자. 한 달에 오십 씩 삼 년밖에 더돼? 나머지 넉 달 친 퇴직금으로 쳐준다잖아..


    인태, 펜을 쥔 손이 바르르 떨린다. 입가에 슬쩍 미소가 흐르고.


    인태
    (침착하게 펜 내려놓고, 웃음 띠며) 제 조카가 지금 어딨다구요?


    S#14. 국정원 사무실 / 낮

    티비 화면으로 보이는 조사실안의 진옥. 인태, 그 모습 빤히 보다가


    인태
    그러니까... 어디로 보낼지 정해질 때까지만 맡아라?

    국정원2
    위탁해 주시는 겁니다. 만약 가족 분들이 진옥 양의 입양을 원하신다면..

    인태
    (자르며) 당연히 해야죠. 가족이 있는데 왜 다른 사람이 키웁니까?

    국정원2
    서인태씨가 그랬죠. 아무 상관도 없는 사람이라고..

    인태
    (벌떡 일어나며) 뭐해요? 당장 안 데려오고? 내 조카 데려오라고!


    S#15. 국정원 복도 / 낮

    짐 가방 끌어안은 진옥, 국정원1과 함께 멀리서 걸어오는데..

    인태, 탐탁찮은 눈빛으로 진옥을 흝어 본다.


    인태
    (절로 나오는 한숨) 촌빨이 풀풀 날리다 못해 뒤집어썼구만...


    드디어 인태의 앞에선 진옥. 여전히 불안해 보이는 눈빛으로 인태를 바라본다.


    인태
    (시니컬하다) 가자.


    인태, 먼저 돌아서서 가면. 진옥, 인태의 손을 빤히 보다가 뒤따라간다.

    인태의 걸음 맞추려 뛰다시피 따라가는 진옥. 불안하게 바라보던 국정원 1,2.


    국정원1
    갑자기 왜 마음을 바꿨데요?

    국정원2
    (찜찜한) 서인태 전과기록은 알아봤어?

    국정원1
    전과 세울 깜냥도 안되요 저거..

    국정원2
    입양심사는 좀 더 미뤄. 지켜보자고..


    S#16. 차 안 / 낮

    차창에 얼굴 붙이고 바깥을 보는 진옥. 운전 하며 힐끗힐끗 살피던 인태.


    인태
    내가 미리 경고하는데... 창문 고장 났으니까 버튼은 노터치다.

    진옥
    (갸웃) 노터치가 뭡네까?

    인태
    건들지 말라고. 오케바뤼?

    진옥
    (조심히) 버튼은 뭡네까?

    인태
    (답답한) 푸쉬 하는 거 몰라? 눌렀다 뺐다.


    진옥, ‘눌렀다 뺐다?’ 차창 주변 살피다가.. 잠금장치 눌러보며 ‘눌렀다 뺐다’

    안 눌린다. 진옥, 슬쩍 문고리 당겨보는데... 벌컥 차 문이 열려 버린다...!!

    안전벨트에 매달려 휘청하는 진옥.. ‘꺄악-!!’ 소리를 내지르고..


    인태쟤가 죽으려고 환장을 했나..!!


    놀란 인태, 황급히 진옥의 손을 잡아끈다. 밖으로 떨어질듯 매달려 있던 진옥..

    그대로 인태의 손에 잡혀 끌려 들어오며... 동시에 갓길로 끼익- 멈추는 차량.


    S#17. 도로가 / 낮

    갓길에 멈춘 차량. 씩씩대며 내리는 인태... 보조석 문 확 열어 제끼며.


    인태내려.. 내리라고!!


    진옥, 겁에 질려 얼른 안전벨트 풀으려는데...인태가 안전벨트 확 풀러 잡아끈다.

    바람에 진옥, 도로로 나자빠지고.. 놀랄 새도 없이.


    인태
    다시 한 번 이딴 짓하면.. 절대 가만 안둬! 노인네 뒷수발도 모자라쌩판 처음 보는 탈북자까지 떠맡아서.. 으악-! 빌어먹을!!

    진옥
    (겁에 질린 채 떨면)

    인태
    앞으로 쫓겨나기 싫으면... 내 물건에 손끝도 대지마. 차 포함해서 싹 다! 쓸데없는데 관심 갖지도 물어보지도 마.. 나한테 엉겨 붙지도 말고! 알았어!?

    진옥
    (바들바들 떨며.. 고개 끄덕인다)


    인태, 짜증 가득한 얼굴로 운전석으로 가며... ‘안타고 뭐해!?’ 소리 지르고..!


    S#18. 인태집 부엌겸 거실 / 낮

    반지하방. 문을 열고 들어서는 인태와 진옥. 엉망진창으로 어지럽혀진 집.

    싱크대엔 설거지가 산더미처럼 쌓여있고, 컵라면 맥주 과자봉지등 굴러다니는 바닥.


    인태
    (발로 쓰레기 치워내며) 뭘 보고 섰어? 알아서 자리 펴고 앉어.


    진옥, 몸을 비비 꼰다. 화장실이 가고 싶은지 주변을 둘러보는데...


    인태(E)
    쓸데없는데 관심 갖지도 물어보지도 마.


    인태 보며 입이 안 떨어지는 진옥. 계속 참으며 서있는데..

    인태, ‘아 뭐해 앉으라니까?’ 하며 진옥 짐을 확 가져가려는데..!


    진옥안됩네다..!! (짐을 꽉 끌어안는다)


    동시에... 진옥의 바지로 흐르는 오줌! 인태, 황당한 얼굴로 진옥을 보고.

    진옥, 울음 터지기 일보 직전의 얼굴로 울먹울먹 하며..


    S#19. 인태집 화장실 / 낮

    세면대 하나 없이 변기만 덩그러니 놓여진 화장실.

    진옥, 수도꼭지 앞에 쪼그려 앉아 바지를 빨며 이마에 흐르는 땀을 닦는다.

    수도꼭지 틀자 쏟아지는 수돗물.. 진옥, 입을 갖다 대고 벌컥벌컥 마시며...


    인태(E)
    탈북고아 거둬 맥이는 고아원 있다니까 적당한데나 알아봐.


    S#20. 인태집 방 안 / 낮

    인태, 진옥의 짐가방 뒤져보며 전화통화중이다.


    인태
    왜긴 왜야? 쟤 치워내야 할 거 아냐..! (하다) 얼마 되지도 않는 정착금인지 뭔지는 몇 달 뒤에나 나오신단다. (짜증) 그건 나중에 생각할 문제고. 뱉어낼 돈도 없고... 못 키우겠다고 나자빠지면 지네가 어쩔 건데?


    그때, 짐가방에서 사진을 발견한다. 국정원2에게 보여줬던 대국과 대국부인(리월순)의 흑백사진이다. 보며.. 사하게 굳어지는 인태.


    덕봉(F)
    이...인태 너..조... 조카..라면서..

    인태
    조카는 무슨! 생판 처음 보는 남인데 누구 보고 조카래...!?


    그때, 인태 고개 들면.. 빨래감 들고 문 앞에 서있는 진옥.


    인태
    (황급히 전화 끊으며) 뭣 하러 빨았어? 세탁기에 돌리면 된다니까...

    진옥
    할아버지는....

    인태
    (도망치듯 나가다보면)

    진옥
    어디에 계십네까...?

    인태
    (얼굴색 하나 안변하고) ...죽었어.

    진옥
    (충격이다!) 살아 있다고... 살아 계시다고 그리 들었습네다...

    인태
    너 지금.. 내 말 안 믿고 그 사람들 말 믿는 거야? 그래?!

    진옥
    (고개 저으며.. 눈물 그렁한 얼굴로) 아닙네다.. 잘못 했습네다...


    인태, 진옥을 한껏 쏘아보다가 나가면. 물기 가득한 빨래 감에서 떨어지는 물기.

    진옥의 눈물인지.. 물기인지 알 수가 없는...


    S#21. 인태집 부엌 / 저녁

    수저로 라면 휘젓는 진옥, 입맛이 없다. 인태, 참다 못 해 수저 확 집어 던지며


    인태
    밥맛 떨어지게 진짜...! (일어나는데)

    진옥
    (수저 주워와 얼른 내밀고)

    인태
    너 혼자 많이 쳐드세요.. (돌아선다)

    진옥
    (억지로 한 수저 떠서 삼키는데..울컥한다)

    인태
    (들어가다 말고) 너 옷이 그거 밖에 없어?

    진옥
    (멈추곤) 내래 겨울 옷 한 벌 더 있습네다.

    인태
    (하...진짜 가지가지 한다)


    S#22. 청계천 노점 거리 / 낮

    중고 옷과 물품이 거리에 빼곡하게 늘어져 있고.. 나란히 걸어오는 덕봉과 인태.

    진옥은 멀찍이 떨어져 눈치만 보며 뒤 따라오는데..


    덕봉
    (진옥 보며) 귀..귀여운데?

    인태
    (쏘아본다)

    덕봉
    (웃으며) 왜..? 이...인태 너 다.. 닮았다. 누...눈이랑 코!

    인태
    (자기도 모르게 큰소리) 닮긴 뭐가 닮아?!


    놀라서 쳐다보는 진옥과 사람들. 아랑곳 않고 인태, 노점상한테 옷 몇 벌 던지며...


    인태
    다 해서 만원. 오케바뤼?

    노점상
    하~ 이 천 원 더. 여기 장갑 하나 껴준다. (봉지에 장갑 넣는데)

    인태
    (확 장갑 뺏어 던지며) 날도 더운데 뭔 놈의 장갑! 겨울까지 갈 일도 없수다. (만원 내밀며) 안 받어?


    징하다 싶은 얼굴로 만원 받는 노점상. 옷 담은 봉다리 건네면.


    인태
    (진옥에게 옷 봉지 던지며) 니 꺼 니까 니 가 들어.


    던져버리고 가버리면.. 덕봉이 ‘내..내가 들어..줄게’ 가져가서 들어준다.

    ‘고맙습네다..’ 인사하는 진옥이 귀여운 듯 덕봉... 실실 웃으며. ‘더..덕봉 사..삼촌!’

    그때, 인태와 진옥의 모습이 찰칵- 사진으로 찍히고. 수상한 남자.. 세 사람의 뒤를 쫓는다. 푹 눌러쓴 캡모자와 ‘대한공정’ 새겨진 낡은 잠바 걸친 모습.


    S#23. 인태집 앞 / 낮

    대문 앞. 우편물 보던 인태의 얼굴이 굳는다. ‘속도위반벌금통지서’ 다.

    펼치면... 대국 데리러 갈 때 찍혔던 인태의 일그러진 얼굴이 그대로 박혀있고..


    인태
    니미.. 연변새끼들 때매 되는 일이 없어.. 젠장! (대문 발로 쾅 열면)

    진옥
    (봉다리 안고 뒤따라 들어가며 덜컹 닫히는 대문)


    동시에 모습을 보이는 수상한 남자. 대문 안을 기웃대는 모습에서...


    S#24. 인태집 부엌 / 저녁

    진옥, 싱크대 위에 놓인 우편물을 보는데..‘독촉장‘ ’법원차압통지서‘ 류다..

    ‘삼촌.. 돈이 없는 기네?’ 걱정스런 진옥, 마지막으로 속도위반벌금통지서를 보는데..

    그때, 막 씻고 나오는 인태를 보곤 얼른 주저앉아 걸레질 하는 진옥..


    인태
    (수건으로 머리 털며) 빨리 하고 씻어.

    진옥
    (벌떡 일어나면)

    인태
    걸레 말고.. 니 몸 씻으라고.. 꼬질꼬질한 니 몸!

    진옥
    다음에.. 씻겠습네다.

    인태
    그 옷부터 벗어. 새 옷을 사줬음 걸쳐보는 시늉이라도 해보든가.. (억지로 잠바 벗기며) 냄새나니까 좀 벗으라고오..!


    인태, 억지로 벗기려다 옷이 확 뜯어지고.. 멋쩍은 인태 ‘옷이 뭐 이래?’ 하며 돌아서는데.. 안에 란닝구를 입고 있던 진옥. 팔로 몸을 가리고 서있다.


    인태
    너.... 그거 뭐야?


    진옥의 팔을 확 치워내는 인태... 온몸 가득한 멍과 상처들... 찢겨지고 화상자국에 굳어지는 인태..!! 상처가 지나갈 때마다 그 흔적들이 지나간다.


    - 인민군, 기관총으로 진옥의 등을 가격한다. 기어가며 도망치는 진옥의 손을 밟는 인민군. 머리채를 잡아 올려 진옥의 얼굴을 발로 짓이기는..


    - 고문실. 시뻘겋게 달궈진 인두를 진옥의 등에 갖다 대는 고문관.


    - 물살에 휘말리며 떠내려가던 진옥, 돌덩이에 부딪히며 머리에 피가 흐르고..


    - 물가에 정신 잃고 쓰러져 있는 진옥.. 온 몸이 상처와 피딱지 투성이다. 그 상태로 자갈밭은 기어가며.. 눈물을 뚝뚝 떨군다.


    인태, 할 말 잃은 채 진옥의 상처 바라보는데... 진옥, 도망치듯 후다닥 화장실 안으로 들어간다. 툭 떨구는 인태의 손.. 자신도 모르게 수건을 꽈악 움켜쥔다.


    S#25. 인태집 방 / 밤

    인태, 라면 봉지 털어내면 안에서 나오는 연고와 빨간약. 그때, 열린 문 사이로.


    진옥
    삼촌.. 그만 불 끌꺼야요. 주무십네까..?

    인태
    (뭔 상관이냐.. 에라 모르겠다 드러누우면)

    진옥
    (한참 기다리다 조심히 불을 딸깍 끈다)


    S#26. 인태집 부엌 / 밤

    싱크대 앞에 구부정히 누운 진옥, 고개 살짝 돌리면.. 인태가 눈 위에 팔을 대고선 자고 있다. 슬쩍 일어나는 진옥.. 조심조심히 까치발 하고 어디론가 가는데...


    진옥(E)
    꺄악-!!! 끼아악!!!!


    S#27. 인태집 방 / 밤

    인태, 미치겠다는 듯이 벌떡 일어나 앉는다. 귀에 꽂아둔 휴지뭉치 확 뽑아내곤,

    주섬주섬 일어나 문 밖으로 나가는데...


    S#28. 인태집 부엌 / 밤

    싱크대 옆에 놓여진 컴퓨터 책상. 인태, 의자를 확 치워내면.

    그 안에서 눈 감은 채 바들바들 떨며 소리 고래고래 지르는 진옥.


    진옥
    꺄악-!!! 아악-!!!!

    인태
    (툭툭 치며) 야... 야....!!

    진옥
    헉...헉...헉....(식은 땀 흘리며 고개 들면)

    인태
    나와.. 나오라고...

    진옥
    제가 또.. 소리 질렀습네까..?


    인태, 한숨 쉬며 다시 들어간다. 진옥, 기어 나와 자리로 돌아가 눕는데.

    겁이 가득한 얼굴이다. 방 안의 인태를 보다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진옥
    부탁... 하나만 하면... 안됩네까?

    인태
    내가 그딴 거 하지 말랬지.. 행동 수칙 하나. 궁금해 하지도 말고..

    진옥
    노래 좀.. 불러 주시라요.

    인태
    (황당한) 자다 깨서 뭔 봉창 두드리는 소리야...

    진옥
    어마니가 잘 때마다 노래를 불러 주셨는데.. 그럴 때마다 잠을 잘 잤습네다. 나쁜 꿈도 안 꾸고..

    인태
    (미치겠다)

    진옥
    (빤히 보는데... 조용하다. 시무룩한 얼굴로 돌아누우려는데)

    인태
    점핑 예 점핑 예 에브리바디. 점핑 예 점핑 예 다 같이 뛰어 뛰어...

    진옥
    딴 거 해주시라요..

    인태
    (짜증나지만.. 참고 다시 부른다) 나 으르렁 으르렁 으르렁 대 너 물러서지 않으면 다쳐도 몰라~ 날이 선 눈빛과 베일듯한 긴장감...

    진옥
    무섭습네다..

    인태
    아, 나보고 어쩌라고!!

    진옥
    됐습네다.. 관두시라요. (돌아누우면)

    인태
    (노려보는데)


    (인서트-S#28. 차안)

    대국림진강 맑은 물은 흘러 흘러~ 건너 갈밭에선 갈새만 슬피울고~


    깊어가는 밤. 등 돌린 채 누운 진옥과 인태. 잠을 이루지 못하고 뒤척이는 모습에서


    S#29. 상가단지 전경 + 전파사 앞 / 낮

    인태 쫓아가는 할아버지, ‘내가 요 앞에 차대지 말랬지? 귓구녕으로 쳐 먹은 거야?’ 인태, 한 귀로 흘리며 문을 여는데... 어라? 문이 안 열린다.


    인태
    하~ 왜 또 이러냐.. 작작 좀 하자..어? (확 여는데! 역시 안 열린다)


    인태, ‘가지가지 하는 구나 진짜...’ 하며 주변 둘러보면 치과 광고 판넬 보인다.


    (시간 경과)

    부러뜨린 광고 판넬을 유리창 안에 넣고 문 열기를 시도하는 인태..

    주변 살피면.. 지나가던 사람들 수상하게 보다가 핸드폰을 꺼내 112 누른다.

    그때, 수상한 남자 인태를 가려주며. ‘날래 하라우.. 뭐하니..날래 하라니께!!’


    인태
    (우선 차문을 여는데 집중한다. 달칵-! 열리는 차)


    ‘대한공정’ 잠바 걸친 수상한 남자, 웃으며 다가와 손을 내민다. 인태 황당한 얼굴로 보다가 이천원 꺼내 던지곤 돌아서는데.


    브로커
    (바닥에 떨어진 돈 줍고는) 세장은 줘야 안카네?

    인태
    (천 원 꺼내는데)

    브로커
    무신..!! 삼백... 삼백만원 달라고.

    인태
    (어이없다) 또라이 아냐? 쳐 맞기 싫음 꺼져..!!


    인태, 쏘아보고 운전석 문 열려는데.. 막아서는 브로커.


    인태
    이 새끼가 진짜!! (브로커의 멱살을 확 잡는데)

    브로커
    조카가.. 억수로 이쁘더라야... 친조카 맞디?

    인태
    (뭐야 이거??)


    S#30. 공원 / 낮

    인태, 황당한 얼굴로 벌떡 일어나 돌아보면. 벤치에 앉아 여유 자적한 브로커.


    인태
    그니까....새파랗게 어린앨 탈북 시켜 준다고 등쳐먹었다는 거 아냐?

    브로커
    등쳐 먹은기는 아니디..

    얼라라 많이 깍아둔기야.. 삼백오십에서 삼백.

    인태
    와.. 나 진짜 연변 개사기꾼들! 진짜..!!

    브로커
    내도 원래 외통눈치고 그라지는 않는디.. 뭐 알아보니끼 남한에 가족 있는기도 확실한거시..

    인태
    그래서 나보고 내놓으라고? 삼백만원을?

    브로커
    (빤히) 삼촌 아니네? (뭔가 꺼내서 내밀면)

    인태
    (청계천과 대문 앞에서 찍힌 인태와 진옥의 사진이다... 미치겠는!!)


    사진 꽈악 구겨 잡는 인태의 손(C.U)


    S#31. 불법 도박장 / 저녁

    코인 가득 쌓아놓고 불법 게임기 앞에 앉은 인태. 덕봉 뒤에서 안절부절하며.


    덕봉
    배...백 만원이나... 이..인태야.. 빚도 다 못.. 가..갚았는데..

    인태
    정신 사나우니까 가라고 쫌!

    덕봉
    이..인태야...

    인태
    (이미 반쯤은 정신이 나가있다) 백만 원으로 천만 원 만드는 게 도박이에요.. 백만 원 갖고 이삼백 만들겠다는거. 이게 투자거든..


    그 순간... 마지막 코인까지 날려먹는 인태! 더 걱정스런 덕봉.. ‘이..인태야..’


    인태
    가서 장부에 백 적고 코인 더 가져와.

    덕봉
    아..아닌데.. 이건..아.. 아닌..데.. 안되는데...

    인태
    (일어나며) 내가 갈까? 확 천 만원 땡겨?

    덕봉
    아..알았어... 내...내가 갈게... (후다닥 사라지는 덕봉)

    인태
    삼백.. 삼백만 따고 그만하자.. 삼백만 따고..!


    S#32. 인태집 방 / 저녁

    목욕탕 의자위에 올라가 설거지 하는 진옥. 맨손에 찬물이 시뻘겋게 부었다.

    손을 호호 불어가며 그릇들을 닦다가... ‘아야!’ 하며 손을 빼면..

    베인 손가락에 빨갛게 피가 맺혀있다. 얼른 손가락을 빠는 진옥..


    S#33. 불법 도박장 / 저녁

    마지막 코인을 몽땅 집어넣는 인태. 게임기 정신없이 돌아가며 그림이 하나씩 맞춰지는데... 마지막 그림!! 젠장... 틀리다. 좌절하는 인태.


    인태
    (다급히) 덕봉야.. 가서 백만원만 더... (돌아보는데 덕봉은 구석에 찌그러져 있고.. 도박장1이 앞에 떡 하니 서있다)

    도박장1
    (손뼉 치며) 장하다 서인태.. 삼 십 분 만에 삼백 날리고~ 빚은 삼백 더 늘고~ 환전박스에 여섯 달 더 짱 박혀 있음 되겠네!

    인태
    (할 말이 없다. 게임기에서 손을 떼면)


    마지막 남은 코인 하나가 바닥으로 떨어지며 또르르륵 굴러간다.


    S#34. 인태집 / 밤

    굴러가는 동전을 발로 탁-집는 진옥. 발을 떼면.. 오백원짜리다!


    진옥 돈이 와이래 많네? 삼촌 입 찢어지겠다야..!


    진옥, 빨래감을 또 탈탈 털자 인태의 바지주머니에서 떨어지는 동전들..!!

    얼른 하나씩 주워 챙기는 진옥. 오랜만에 얼굴이 밝고 환하다. 그때...


    인태(E)
    (문 쾅쾅 두드리며) 문 열어.. 문 열라고오!!!

    진옥
    (놀라며) 삼촌...?


    진옥, 쾅쾅 두드리는 문을 조심히 열면.. 열리자마자 풀썩 쓰러지는 인태..!!


    진옥
    사..삼촌! 눈 좀 떠보시라요! 아픕네까? 삼촌 어데 아픈겁네까?!

    인태
    (쓰러진 채로 눈을 뜨면.. 진옥이 인태를 잡아 흔들고 있다) 니 떠맡은 뒤로... 엿 같은 내 인생이 얼마나 더 그지 같아 졌는지 알어?!

    진옥
    삼촌...

    인태
    (주섬주섬 일어나 비틀거리면서) 내가..북쪽으론 볼일도 안보는 사람이라고 내가.. 징글징글 맞은 망할 놈의 북쪽은 고개도 돌리기 싫은 사람이라고오!!!

    진옥
    (엉거주춤 뒤로 물러나면)

    인태
    왜 왔어? 여기 왜 온 건데? 어린놈의 새끼가 겁도 없이.. 뭘 안다고 남한까지 겨 와서 내 인생을 엿같이 만들어!!

    진옥
    (눈물 고인다. 꾸욱 참으며) ...살고 싶어... 살고 싶어 왔습네다!

    인태
    나도 살고 싶다... 나도.. 제대로 좀 살아보고 싶다고!!!

    진옥
    그게... 나 때문이라는 겁네까?

    인태
    그럼 내 탓이야? 요모양 요꼬라지가 내 탓이야!? 아악-!! 시팔!!


    인태, 씩씩대며 주변의 짐 집히는 대로 막 집어 던지고 발로 차며 깨부신다..!


    인태
    내가 뭘 잘못 했는데...!! 내가 뭘 그렇게 잘못했는데에!!! 북한 애새끼고 늙어빠진 노인네고간에.. 진절머리가 난다...어?!!

    진옥
    그리 싫으시믄.. 돌아가겠습네다!! (일어나 방으로 확 들어가면)

    인태
    !!!


    S#35. 인태집 방 / 밤

    눈물 훔쳐내며 짐가방에 옷이며 짐을 쑤셔 넣는 진옥. 인태, 방에 들어와서는.


    인태
    하... 누가 망할 핏줄 아니랠까봐..

    진옥
    (쏘아보면)

    인태
    그래 가.. 꺼지라고 당장..! 너 아니면 돈 벌데가 없는 줄 알지?!


    그때, 진옥의 짐 가방 안에 보이는 대국과 대국부인의 사진..!!

    인태... 사진을 확 뺏어가면..! 놀라서 달려드는 진옥.. ‘주시라요!!’


    인태
    (사진 노려보다 그대로 갈기갈기 찢어 확 던진다!)

    진옥
    내...내 사진.. 안됩네다.. 내 사진입네다... 내 사진!!


    사진 조각을 재빨리 줍는 진옥. 찢겨진 사진조각에... 결국 눈물이 터진다.


    진옥
    (오열하며) 하나 밖에 없는 겁네다!! 하나 밖에 없는 할마이 사진인데.. 우예 이랬습네까.. 돌려 놓으시라우... 돌려놓으란 말입네다!!


    인태, 그대로 쓰러지더니 잠들어 버린다. 진옥... 사진조각을 붙들고 꺽꺽 오열하며..


    S#36. 인태집 부엌 / 아침

    햇살비추는 부엌겸 마루. 깨끗하게 정돈된 짐들과 설거지 하나 없이 말끔한 씽크대.


    S#37. 인태집 방 / 아침

    비추는 햇살에 얼굴 찡그리는 인태. 찌푸리며 눈을 뜨는데... 조용하다.

    주섬주섬 일어나다.. 어젯밤 일이 생각나며 한숨 내쉬는 인태.

    문 쪽을 빤히 바라보다 몸을 일으키는데..


    S#38. 인태집 부엌 / 아침

    깨끗한 집에 어리둥절한 얼굴로 나오는 인태. 눈 비비며 책상 쪽을 보는데..

    뭔가 이상하다. 컴퓨터 책상으로 가서 의자를 확 빼면... 텅.. 비어 있는 책상!!


    진옥(E)
    그리 싫으시믄.. 돌아가겠습네다!!

    인태(E)
    그래 가.. 꺼지라고 당장..! 너 아니면 돈 벌데가 없는 줄 알지?!


    인태, 창백해진 채 그대로 문 밖으로 뛰쳐나가면..!!


    S#39. 골목길 / 아침

    /미친 듯이 뛰어다니며 진옥을 찾는 인태.


    인태
    진옥아....!! 서진옥-!!! 서진옥-!!!


    /지나가는 사람들이며 가게 앞에서 비질하는 전파사 할아버지 죄다 붙잡고선.


    인태
    이만한 여자애 못 봤어? 북한말 하는 애 못 봤냐고..?


    /인태, 미치기 일보 직전이다... 마른세수 하며 골목을 뛰어 내려가며..!


    S#40. 골목길 일각 / 아침

    앞에 버스장류장이 보이고.. 진옥, 빨래감에서 모은 동전을 하나씩 세고 있다.


    진옥
    사백 원... 구 백 원... 천... 오십원...


    S#41. 골목 일각 / 아침

    인태, 화가 머리끝까지 솟았다. 잡아 죽일 듯 한 얼굴로 골목 뛰어다니며.


    인태
    잡히기만 해봐... 가만 안 둘 테니까.. 망할 꼬맹이 같으니라고...


    그때, 울리는 전화벨 소리..!! 인태, 급하게 전화를 받으면..


    인태
    여보세요?!

    국정원2(F)
    집에 아무도 없습니까?

    인태
    (당황함 감추며) 이 시간에 무슨 일로...


    S#42. 인태집 앞 / 아침

    국정원2, 창문 안쪽을 매의 눈으로 계속 살피며 통화중이다.


    국정원2
    확인 방문차 들렸습니다. 문 좀 열어 주시죠?

    인태(F)
    하- 이걸 어떡하나.. 잠깐 볼일 보러 나왔는데...

    국정원2
    볼일 마칠 때까지 기다리죠. (전화 끊으면)


    S#43. 골목길 / 아침

    인태, 끊긴 전화 노려보며 어이없는.


    인태
    왜 온 건데? 감시하겠다 이거야?! (다급히 전화 걸면)

    덕봉(F)
    어..이...인태야...

    인태
    완전 꼬였어. 꼬맹이 사라졌다.

    덕봉(F)
    꼬...꼬맹...이면.. 조..조카?


    인태, 다시 골목 올라가며 ‘들어 가봐야 되니까 빨리 와서 찾아봐.. 당장!’


    S#44. 인태집 앞 / 아침

    발로 대문 쾅- 차며 들어서는 인태. 국정원2 쏘아보며 와서 문을 따는데..


    인태
    가정방문까지 다니시고.. 국정원도 할 일 드럽게 없나 보네.


    인태, 현관문 쾅 열고 들어가는데...


    S#45. 인태집 부엌 / 아침

    들어오다 놀라서 멈추는 인태, 목욕탕의자 위에 올라서 찌개 끓이고 있는 진옥과 눈이 마주친다. 인태, 마른침을 삼키고 뒤를 돌아보며 커진 목소리로..


    인태
    그러게 내가 뭐랬어? 확인 같은 거 필요 없다 그랬지? 사람을 뭘 로 보고..!!

    국정원2
    하나원에선 교육 받을 애가 안온다고 걱정도 하고.. 뭐, 잘 있는 거 봤으니 이만 돌아가죠. (문 닫으면)


    인태, 안도의 한숨 내쉬다가 진옥과 눈이 마주친다. 얼른 시선 피하는 진옥..


    인태
    너, 어디 갔었어? 내가 너 얼마나 찾아다녔는지..!

    진옥
    콩나물 사러 갔다왔습네다.

    인태
    아침 댓바람부터 뭔 놈의 콩나물!

    진옥
    어제 술 많이 드시지 않았습네까.. 속 풀으시라고...

    인태
    (말문 막히는)


    양은냄비에서 보글보글 끓고 있는 콩나물 국을 빤히 보는 인태.. 한숨 내쉬며..


    S#46. 인태집 앞 / 아침

    국정원2, 여전히 미심쩍은 얼굴로 대문을 열고 나오며 통화중인데.


    국정원2
    재정 상태는?

    국정원1(F)
    서대국씨 명의 재산은 서인태 도박빚으로 진작에 넘어갔고요.. 서인태씨 일하는 도박장아시죠? 거기에 빚이 이천인가 묶여있나봐요.


    그때, 헐레벌떡 뛰어 들어오는 덕봉과 어깨가 부딪힌다.


    덕봉
    죄..죄송 합니다.

    국정원2
    (뭐라 할 새도 없이 헉헉대며 들어가는 덕봉 보는데)

    국정원1(F)
    아무리 궁하다고 친조카 상대로 나쁜 짓을 하겠어요?


    국정원2, 골목길로 사라지며.. ‘코너에 물려봐.. 핏줄이고 뭐고 어딨어?’


    S#47. 인태집 부엌 / 아침

    벌컥 문 열고 들어오는 덕봉, 숨도 고르지 못한 채 헉헉대며..


    덕봉
    이..인태야.. 지..진옥이가.. 아무리 차..찾아도..없다.


    하는데, 떡하니 상 앞에 앉아 밥을 떠먹고 있는 진옥..!! 놀라는 덕봉.

    수저 쥔 채 돌아보는 인태와 눈이 딱 마주친다. ‘이..인태야..’


    S#48. 인태집 방 / 낮

    벼룩시장 보며 중고차매매광고 찾아서 동그라미 치는 인태. 옆에서 질겁하는 덕봉.


    덕봉
    사..삼백...만원?!

    인태
    차 팔아도 딱지 값으로 퉁 치면 폐차비도 안 나올텐데...

    덕봉
    그..그거 때매.. 또..도... 도박..한 거야?

    인태
    넌 없어? 햄버거 가게서 서빙만 몇 년인데... 돈 좀 모았을 거 아냐.

    덕봉
    (미안함 가득한) 우..울 엄마 벼..병원 비로.. 다..나갔는데..

    인태
    (펜 던지며 확 드러눕는다) 어디 돈 나올 구멍 없냐..

    덕봉
    도..돈을 꼭.. 줘야..돼?

    인태
    (보면)

    덕봉
    부..불법...이자나...나..나쁜...사람들...이잖아..

    인태
    (가만 생각하다) 불법이지.. 하~ 근데 연변사기꾼들 워낙 독종이라..

    덕봉
    그...구...국정원! 그 사람 한테..이...이르면 돼지!

    인태
    (벌떡 일어나 앉으면)

    덕봉
    (뭐 말실수 했나 걱정인데)

    인태
    확... 찔러 버려?


    S#49. 다방 / 낮

    국정원2와 마주 앉은 인태. 국정원2, 인태가 적어준 전화번호를 보다가.


    국정원2
    (어이없는) 그러니까 이 사람이..

    인태
    탈북 시켜 준다고 삥 뜯는 악덕브로커님이라고 몇 번을 얘기해..?

    국정원2
    (소파에 기대며) 그래서 뭐 어쩌라고?

    인태
    이런 새끼들은 잡아다가 영구 추방을..!

    국정원2
    국정원이 경찰선줄 알어? (냉랭한 얼굴로 일어나 가버리는데)

    인태
    남한에 이딴 놈들 판치고 있는데... 두 다리 뻗고 잠이 와? 어!?

    국정원2
    (그대로 가고)

    인태
    당신 월급... 내가 낸 세금으로 받아먹는 거 아냐!!

    국정원2
    (계속 걸어간다)

    인태
    (급해지는) ....내가...어? 통일 외교부에 민원 넣어..!?


    국정원2. 한숨 내쉬곤 와서 쪽지 확 가져가면.. 씨익 웃는 인태.


    S#50. 다방 앞 / 낮

    걸어 나오는 인태.. 기다렸다는 듯 쪼르륵 달려 나오는 덕봉.


    덕봉
    이..인태야... 자....잘...됐어?

    인태
    내가 맘 먹고 하는 일치고 빠그라 지는 거 봤어, 못 봤어?

    덕봉
    바...봤지...(실실 웃으면)

    인태
    (덕봉의 머리를 툭 치고 어깨에 손 올리며) 한방에 치고 들어 갔더니.. 바로 해결해주겠다고 난리더라.


    덕봉, ‘저..정말?’ 좋다고 웃으면. 어깨동무한채 나란히 걸어가는 두 사람의 뒷모습.


    S#51. 인태집 방 / 밤

    핸드폰 벨소리 계속 울리는데. 못 듣고 잠에 취한 인태...

    문 밖에서 고개를 빼꼼이 내밀고 들여다보던 진옥, 들어와서 핸드폰 보는데.


    진옥
    어떡하는기야.. 와 이리 시끄러운기네..


    진옥, 이리저리 돌려보다 통화버튼 눌린 듯 ‘여보세요? 서인태씨..!’ 안에서 들리는 소리에 놀라 핸드폰 던져버리는 진옥..!! 그런데...


    요양사(F)
    인태씨.. 아버님이 위독하세요.. 듣고 계세요? 서인태씨!


    진옥, 침을 꼴깍 삼키고 핸드폰을 집어 드는데..


    진옥
    여보시라요?

    요양사
    서인태씨 핸드폰 아닌가요?

    진옥
    울 삼촌이야요.. 무슨 일로 찾으십네까?

    요양사
    서인태씨 아버님이 위독하세요.. 빨리 좀 오셔야 할 것 같아요..


    진옥, 굳어진 채 고개를 돌리면. 잠에서 깬 인태, 핸드폰을 확 뺏어가며.


    인태
    아버지가 위독하다니... 죽기라도 한다는 거야?


    S#52. 인태집 부엌 / 밤

    다급히 겉옷 걸쳐 입고 나가는 인태. 신발 구겨 신고 나가다 멈춰서 돌아보면.

    진옥이 물끄러미 서서 쳐다보고 있다. 인태.. 빤히 보다가..


    인태
    뭐해? 빨리 안 나오고..!

    진옥
    ...!!


    S#53. 차 안 + 도로가 / 새벽

    진옥, 운전 중인 인태를 힐끗 힐끗 보는데.. 입을 꾸욱 다문다.


    진옥(E)
    할아버지는.... 어디에 계십네까...?

    인태(E)
    죽었어.


    인태의 굳은 얼굴을 보던 진옥. 고개 돌려 창문 밖을 바라본다.

    땅거미가 사그라드는 창 밖 전경을 물끄러미 바라보는 진옥.


    인태
    버튼 고쳤어. 창문 열린다고..

    진옥
    (조용히) 눌렀다..뺐다...(창문 버튼을 누르면 쭈욱 내려가는 차 창)


    시원하게 바람이 들어오고 진옥과 인태의 머리카락에 새벽바람에 흩날린다.


    /빠른 속도로 사라지는 인태의 차.


    S#54. 종합병원 외경 + 중환자실 앞 / 낮

    유리 창 앞의 선 진옥. 중환자실 안의 인태와 대국을 바라본다.


    S#55. 병원 중환자실 / 낮

    인태, 호흡기 낀 채 겨우 숨을 내쉬는 대국을 물끄러미 보는데..

    불안하게 흔들리는 심박수 측정기와 야윈 대국의 몸...


    대국(E)
    내를 왜 잡네!! 가서 보라우...! 설봉호가 뜰기야.. 뜰기라구!!


    돌아서던 인태 걸음 멈추는데.. 대국 손에 꽉 쥐어진 오래된 설봉호티켓 발견한다.


    인태
    등신 같이... 가겠다는 사람 뭐 하러 잡았나 몰라. 확 월북이나 하라고 냅뒀어야 되는데... 설봉호 타고 저세상 가선.. 월순인지 월맨지 실컷 보라고.. 울 엄만 내가 챙길라니까...


    인태, 돌아서는데... 대국의 십박수가 갑자기 오르기 시작한다.

    뛰어 들어오는 의료진들과 창 밖에 매달려 불안한 듯 바라보는 진옥의 얼굴에서..!


    S#56. 병원 대기실 / 낮

    얼굴을 파묻고 있는 인태.. 옆에 앉은 진옥, 조심히 입을 열며.


    진옥
    내래... 할바이가 꼭 보고 싶었습네다.

    인태
    (미동도 없다)

    진옥
    울 할마이가.. 매일가티 얘기해 주셨더랬디요.. 할바이가 얼마나 개구진지 소학교 가는 길에 돌다리 건널라치면 뒤따라 와서리 장돌뱅이를 이짝저짝에다가...

    인태
    쫌!!!!

    진옥
    (놀라면)

    인태
    쥐뿔도 안 궁금하니까.. 나불대지 좀 마.. 알았어!? (그때)

    간호사1(E)
    서인태씨?

    인태
    (고개 들면)


    S#57. 요양원 / 낮

    요양원으로 다시 옮겨온 대국. 물끄러미 진옥 바라보더니 눈물이 고인다.


    대국
    월순아.. 와 이제 왔네.. 내래 얼마나 기다렸는데..

    진옥
    (인태 보면)

    인태
    (한숨 쉬며 고개 돌려버리고)

    대국
    설봉호 타고 내래 월순이 만나러 갔다와서.. 얼마나 보고팠는디 모른다. (진옥의 손 꽉 움켜잡고 눈물 흘리며) 내 죽기 전 월순이 봤으이 편히 눈 감겄어. (진옥 얼굴 어루만지며) 고맙다.. 고마워...

    인태
    (진옥 손 확 잡아당기며) 가자 이제.. (끌고 가려는데)

    대국
    림진강 맑은물은 흘러흘러 내리고...물새들 자유로이 넘나들며....

    진옥
    (인태의 손을 놓고 대국에게 다가간다.)


    진옥...테이프로 이어 붙인 흑백사진을 꺼내 대국에게 건네면..

    대국, 사진보고 다시 눈물 터지며.. ‘월순아..미안하다...’ 눈물을 흘린다.


    인태
    (결국 터지는) 확 죽어버리지 뭐 하러 살았는데? 저 세상 가서 망할월순인지 월맨지 끌어안고 살지 뭐하러 이승은 다시 겨왔냐구!!


    링겔대 발로 확 차버리고 나가는 인태. 놀라서 따라 나가는 진옥..!


    S#58. 차 안 / 낮

    무서운 얼굴로 운전 중인 인태와 눈치 살피는 진옥. 창문 열지 못하고 만지작대다 조용히 손을 뗀다. 갑자기 브레이크 밟으며 갓길로 차를 세우는 인태..!

    차 멈추며 덜컹 하고 앞으로 쏠렸다 의자에 부딪히는 진옥..!


    인태
    내려... 내리라구!!

    진옥
    (겁에 질린 채 문고리를 잡으면)


    S#59. 도로가 / 낮

    진옥, 차에서 내리자마자 부웅- 하고 출발해 버리는 인태의 차.


    진옥
    (놀라서 따라가며) 사..삼촌.. 삼촌.. 삼촌!!!


    /사이드 미러로 비치는 진옥. 지칠 때까지 따라오더니... 그대로 넘어지면서 서서히 사라지면...

    /달려가다 아스팔트 위로 넘어지는 진옥. 울먹울먹 대다.. ‘으아앙-’ 울음 터진다.


    S#60. 차 안 / 낮

    미친 듯이 달리는 인태. 보조석엔 진옥이 놓고 내린 대국의 옛날 사진이 놓여있다.

    인태... 그 사진을 바라보며 얼굴이 더 무섭게 굳어진다.


    인태(E)
    이깟 사진이 뭐가 중요하다고!!


    S#61. 인태 회상

    젊은 인태(20대), 대국의 손에서 뺏어간 사진에 라이타를 갖다 댄다.


    인태
    이딴 게 중요해? 그럼 북한에서 평생 살지 왜 월남 했어..왜!!!

    대국
    (불안하다) 줘...이리 줘 인태야... 어?

    인태
    평생 우리 엄마 괴롭혔으면.. 이제 그만 할 때도 됐잖아....제발!!

    (라이타 불을 키면 화르륵 타오르는 사진..!!)


    불붙은 사진이 그대로 바닥에 떨어지고.. ‘안돼-!!’ 소리 지르며 달려드는 대국..

    맨손으로 불길 꺼트리며.. 그 모습을 보던 인태.. 분노로 일그러진다...


    인태(E)
    아버지 가족은 북한이 아니라.. 여기에 있다고.. 남한에..당신 앞에!!!


    S#62. 도로가 + 차 안 / 낮

    /끼익- 급히 멈추는 인태의 차.

    /운전대에 얼굴을 묻는 인태. 빠앙- 하는 콜렉션 소리가 크게 울리고...

    /다시 유턴을 하며 돌아가는 인태의 차량...


    S#63. 도로가 / 낮

    아스팔트에 주저앉아 계속해서 울고 있는 진옥..


    진옥엉...엉...엉.... 삼초온... 엉...엉...엉....


    그때, 누군가 진옥의 앞에 선다. 진옥, 꺽꺽대며 고개를 들면.. 인태다.

    인태, 넘어진 그 자리 그대로 앉아있는 진옥을 물끄러미 보다가...


    인태
    일어나... 일어나라고.


    주섬주섬 일어나는 진옥. 무릎이 까져서 빨갛게 피가 흐른다.

    인태, 주머니에서 쓰던 휴지를 꺼내는데, 대충 진옥의 무릎에 갖다 대면..


    진옥
    괘..괜찮...습네다...

    인태
    잡어.

    진옥
    (끅끅대면서 휴지 잡고선 쩔뚝대며 인태 뒤를 따라가는)


    S#64. 인태집 방 / 저녁

    인태, 무서운 얼굴로 진옥에게 ‘안 까?’ 하면. 진옥, 조심히 바지단 걷어 올린다.


    인태
    (상처 난 무릎에 연고 바르며) 아프면 말해 아프다고.

    진옥
    처음에만 아프지 시간 지나면 괜찮습네다.

    인태
    (여기저기 찢겨진 상처들이 눈에 밟힌다)

    진옥
    (얼른 바지 내리며) 고맙습네다...삼촌..

    인태
    (연고 집어넣으며) 넌 그 놈의 삼촌소리 지겹지도 않냐?

    진옥
    내래.. 가족이라곤 삼촌 하나 뿐인데.. 뭐가 지겹습네까? 하나도 안지겹습네다. (조심히) 삼촌은... 지겹습네까?

    인태
    (보다가) 너... 나 안 무서워?

    진옥
    (웃는다) 와 무섭습네까? 삼촌은 사람 때리고.. 괴롭히는 나쁜사람 아니지 않슴까. 삼촌 좋은 사람인거 내가 잘 압네다..!

    인태
    (빤히 보다 고개 돌리고)


    S#65. 인태집 앞 / 저녁

    현관문 앞에서 신발 신는 인태와 뒤에 서서 마중하는 진옥.


    인태
    (문 열면서) 뭐 먹고 싶은 거 없어?

    진옥
    바나나..! 바나나맛 과자....내래 그거 먹고심습다!

    인태
    다른 사람 문 절대 열어주지 말고.

    진옥
    그 말은 와 안 빠뜨리나 했디요..(웃는다)


    발로 대문 차고 나가는 인태를 보며 진옥, 현관문 닫는데.. 덜컹, 뭔가 걸린다.

    뭔가 싶어서 보면. 꽤재재한 운동화... 순간, 진옥의 낯빛 새하얗게 질리며..!


    S#66. 불법 도박장 / 저녁

    환전 박스의 덕봉, 인태 옆에 앉아 나름 열심히 떠들고 있다.


    덕봉
    짜..짜..짭새보다 빠른 게.. 구..국정원이다..! (바나나과자 아삭 먹고)

    손님(E)
    삼백. 옐로우로.

    덕봉
    이...인태 넌 이제 바...발 뻗고 자면 된다! (또 아삭 먹고)


    인태, 손님 보면. 딱 봐도 평범한 회사원(40대)이다. 레드칩 꺼내 내밀면.


    손님
    급해 죽겠는데.. 옐로우라고. 옐로우 몰라? 노랑색 칩!

    인태
    분탕질하다 가족들 고생시키지 말고.. 작작 좀 해요. 예?

    손님
    허.. 이것 봐라? 옐로우 내놓으라구우!

    인태
    (옐로우칩 하나 껴주며) 됐죠?

    손님
    (고개 돌려 큰소리로) 여기 왜이래 이거!?


    우르르 몰려오는 깡패들. ‘왜 그러십니까?’ 묻는데, 확 나가버리는 손님.


    도박장1
    (유리창 앞 선반에 두 손 얹고는) 너 요즘 뭐 잘못 먹었어? 가뜩이나 사내새끼 앉혀놔서 기운이 안돈다고 난린데.. (쏘아보면)

    인태
    (칩 모아 손에 떨어뜨리며) ...그래서 친절하게 하잖아..

    도박장1
    누가 친절하래? 그냥 해. 하라는 대로. 칩 달라면 주고.. 돈 받고!!!

    (덕봉을 보곤) 저건 또 왜왔어? 쯧...(사라지면)

    덕봉
    이...인태.. 너.. 왜.. 왜..그랬어..?

    인태
    정신 좀 차리라고.. 내 꼴 나지 말고. (하다, 덕봉 손에서 과자 뺏는데 이미 다 먹었다) 누가 니 먹으라고 샀어!?


    그때, 인태의 핸드폰에 문자가 도착한다. 인태, 확인 누르면, 파일 전송 시작되며

    사진 한 장이 뜨는데... 벌떡 일어나는 인태.... 겁에 질린 진옥의 사진이다..!!


    브로커(E)
    간나 새끼.. 내래 꼬질르믄 순순히 입 닦아줄 줄 알은기야? 날래 돈 가지고 오라우.. 삼백은 어림도 없다. 천만원 가져오믄 풀어줄끼야!


    S#67. 도박장 앞 / 저녁

    핸드폰 통화하며 뛰쳐나오는 인태와 뒤따라 나오는 덕봉. 인태,


    인태
    그 새끼 잡으라 그랬지.. 악덕 브로커니까 잡아 쳐 넣으라 그랬지!!국정원2(F)무슨 소리야?

    인태
    그 새끼가 진옥이 데리고 갔다고...!!

    국정원2(F)
    온 번호... 그거부터 찍어서 보내.

    인태
    웃기지마.. 너네 안 믿어.. 내가 직접 찾을 거야!! (핸드폰 끊으면)


    S#68. 국정원 / 저녁

    국정원2. 핸드폰 내려놓으며 한숨 내쉬고. 옆에 있던 국정원1에게.


    국정원2
    서인태 핸드폰으로 위치 추적해봐.


    S#69. 주차장 / 저녁

    인태, 차키로 차문 여는데.. 젠장!! 또 차문이 말썽이다. 인태.. 주위 둘러보다

    난간의 돌덩이 가져와서 차창 깨 부시고 문을 따서 운전석에 앉으면..!


    덕봉
    (얼른 보조석에 따라 타선) 이..인태야..! 도..돈 후..훔쳐간 거 알면.

    인태
    (엑셀 밟으며) 꼬맹이 놓치면.. 어차피 내 인생도 끝장이야!


    그대로 부웅- 출발하는 인태의 차량에서..


    S#70. 불법 도박장 / 저녁

    텅 빈 환전박스에 들어오는 도박장1, 혀로 볼을 굴리며 금고통을 탁- 여는데..!!

    수표는 그대로 있고 현금은 텅 비어있다.


    도박장1
    하~ 인태 이 새끼.. 주사 한방 크게 놔주야겠네.. (큰소리로)

    당장 애들 풀어서 서인태부터 찾아.. 당장!!!


    S#71. 고속도로 / 저녁

    -인천방향 이정표 아래로 부웅- 속도를 올리며 지나가는 인태의 차.

    -인천항을 끼고 달려가는 차량.

    -인천항 입구로 막 들어서는 인태의 차.


    S#72. 인천항 일각 / 저녁

    차에서 내려 미친 듯이 뛰어가는 인태. 뒤따라 달려오는 덕봉.


    인태
    미친 또라이 새끼.. 잡히면 죽인다 진짜!!


    죽일 듯 뛰어가는 인태의 눈에서 살벌한 광기가 흐른다.


    S#73. 인천항 일각 / 저녁

    컨네이너 박스가 즐비한 부두 일각. 인태, 뛰어다니며 고래고래 소리 지르는데.


    인태
    나와 이 새끼야!! 나오라고!! 돈 가져왔으니까 당장 나와!!!


    그때, 가까이서 ‘낄낄낄’ 거리는 기분 나쁜 웃음소리가 들린다.


    인태
    어디야.. 어딨는 거야?!


    그때, 컨네이너 박스 뒤에서 모습을 보이는 브로커. 녹슨 드릴프레스 날로 진옥을 위협하며 걸어 나오는데.. 진옥의 목에 들이댄 뾰족한 날을 보며 긴장하는 인태..


    인태
    그거부터 내려놔...(품에서 돈뭉치 꺼내며) 봐.. 여기 돈! 돈 가져 왔잖아!! 진옥이 부터 돌려보내... 빨리!!

    브로커
    (낄낄대며) 진작에 줬으면 서로 편하지 않네. 삼백으로 퉁칠일을 우째 이래 만드는기야. 남한새끼들 하여튼간에 짱돌 굴리는데만 바빠서리..

    인태
    그러니까... 먼저 진옥이 부터 보내.. 미안하다고 새끼야!!

    브로커
    (봉지 던지며) 그 안에 돈부터 넣어서 던지라우..!! 내래 뭘 믿고 야부터 보내겠내? 돈부터 내놓으라우..날래!!

    인태
    알았어..알았으니까..!!


    뒤에서 삽을 들고 브로커에서 서서히 다가가고 있는 덕봉..!!

    인태, 덕봉과 눈을 마주치며 봉지 안에 천천히 돈을 담는데...그때!!

    누군가 갑자기 튀어나와 덕봉의 머리를 야구방망이로 세게 내려친다..!!


    인태
    더..덕봉야..!! 덕봉아-!!!

    브로커2
    (쓰러진 덕봉을 사정없이 야구방망이로 내려치고)

    인태
    하..하지마..하지마 안돼!!!! 이 개새끼야!!!!!


    인태, 미친 듯이 달려가 브로커1을 발로 차버리면.. 그대로 나뒹구는 브로커2!

    브로커, 당황해서 진옥의 목에 날을 더 깊이 들이대며..


    브로커
    당장 멈추지 않으믄 이 아새끼 모가지부터 따버리갔어!!


    머리에 피를 질질 흘리며 쓰러져 있는 덕봉을 보는 인태의 눈이 뒤집히고..

    인태, 천천히 일어나 브로커 쏘아보다... 돈봉지를 집어 던지는데..!!

    브로커, 재빨리 돈봉지 집으려는 순간 더 빨리 달려가 브로커의 머리를 발로 내리 찍는 인태..!! 그때, 브로커1이 인태를 향해 방망이 내려치자 인태, 풀썩 쓰러진다.


    진옥
    사..삼촌...삼촌!!!

    인태
    (쓰러진 채.. 벌벌 떨고 있는 진옥 보며) 도망..쳐... 얼른....

    진옥
    삼촌...!! (인태에게 다가가려고 하는데)

    인태
    오지 말라고!! 도망가.. 도망가라고...제발..!!

    진옥
    ..시..싫습네다.. 싫습네다!!! 내래 혼자 안갈꺼라요!!!!

    인태
    (피 흘리며) 삼촌 말 좀 들어라.. 젠장...


    그때, 인태의 머리를 향해 야구방망이를 치켜드는 브로커2.

    멀리서 들려오는 사이렌 소리에 눈이 뒤집히는 브로커..!! ‘내려치라 새끼야!’

    브로커2, 야구방망이로 내려치면.. 그대로 정신 잃고 쓰러지는 인태.


    진옥
    아..안돼.. 사...삼촌...(달려가려는데)

    브로커
    이..간나새끼!!! (바닥에 떨어진 프레스 날을 다시 집어 들고)

    진옥
    (새하얗게 질리며) 아...안돼....

    브로커
    죽여버리가써!! 내래 남한새끼들 싹 다 찔러 죽여버릴끼야!!!!

    진옥
    안돼-!!!


    브로커, 뽀죡한 날을 높이 치켜들며 인태를 내리 찍는데...!!

    인태... 희미한 시야에 들어오는 진옥의 얼굴.. 인태를 꽉 끌어안고 있다.

    진옥의 등에 꽂힌 날과 막을 새 없이 콸콸 쏟아지는 피....


    인태
    (아득해져 가는 정신을 붙잡고 진옥을 끌어안으며) 진옥 아.... 진옥아..... 안돼.. 누... 눈 좀 떠봐.... 안돼..안돼... 진옥아...진옥아...


    진옥, 인태의 품안에서 서서히 정신을 잃어간다.

    멀리서 달려오는 국정원과 경찰들의 모습 멀어지며..!!


    S#74. 병원 응급실 / 저녁

    트레인에 실려 수술실로 이동되는 진옥. 정신이 나간 얼굴로 쫓아가는 인태.


    인태
    살려내... 살려내라고... 너네 똑똑하니까 살릴 수 있을 거 아냐.. 말해.. 대답하라고 새끼야!!

    의사1
    (멱살 잡힌 채 겁 먹은 얼굴)

    인태
    (미쳤나보다.. 얼른 멱살 놓으며) 제발 좀 살려 주십쇼.. 부탁 드립니다... 제발,..


    툭 떨어지는 인태의 팔. 피로 범벅된 진옥. 트레인에 실린 채 멀리 사라지며..


    S#75. 병원 수술실 / 밤

    진옥, 호흡기 낀 채 마취상태로 누워 있고. 장기 봉합중인 의료진들.

    그때, 끊어진 혈관에서 솟구치는 피..! 의료진1, 굳어지는 얼굴...


    의료진1
    생각보다 해파토가 심각한데..

    의료진2
    보호자 찾아볼까요?


    S#76. 병원 대기실 / 밤

    얼굴 숙이고 앉아있는 인태, 대국의 병원에서와 똑같은 옷 똑같은 모습이다.

    인태 앞에 불쑥 나오는 자판기 커피. 보면, 국정원2다.


    국정원2
    수술 길어질 것 같던데.. 목 좀 축이면서 기다려야 버팁니다.

    인태
    (억지로 받아들면)

    국정원2
    설탕 팍팍 넣는 거, 맞죠?

    인태
    (쓰게 웃고. 한입 마시는데)

    국정원2
    진옥이가.. (커피 마시곤) 삼촌을 많이 생각하더라구요.

    인태
    (고개 돌리면)


    국정원2가 앉아있던 자리에 대국의 병원 때처럼.. 진옥이가 앉아있다.


    진옥
    내래... 할바이가 꼭 보고 싶었습네다. 할마이가.. 매일가티 얘기해 주셨더랬디요.. 할바이가 얼매나 개구진지 소학교 가는 길에 돌다리 건널라치면 뒤따라 와서리 장돌뱅일 이짝저짝에다가 던져서는..

    넘어지고 울고 깨져서리 꼴도 보기 싫었다고.. 그랬습네다. (웃고는)

    그런데.. 비가 엄청 쏟아지는 날에.. 힐마이가 개울가에 빠졌는데...

    할바이가 그대로 뛰어들어 할마이를 구해줬다 캅네다.. 삼촌도 아시디요? 할바이가.. 수영을 못하지 않습네까?


    국정원2(E)
    인태씨... 서인태씨!!


    인태, 정신을 차리고 보면. 국정원2, 인태에게 다급한 얼굴로.


    국정원2
    진옥이가 위급하답니다.

    인태
    (벌떡 일어나 그대로 복도로 뛰어가면!!)


    S#77. 수술실 + 병원 복도 / 밤

    - 수술실 안. 심박수 측정기가 멈추며 위독 상황에 빠지는 진옥.

    일사분란해지는 의료진들..! ‘레스퍼러토리 어레스트야! 뭐 하고 있어? 인류베이션!!’

    - 뛰어가는 인태, 입술을 꽈악 깨문다. 빠른 속도로 달려가는 인태.


    국정원2(E)
    진옥이가.... 삼촌을 많이 생각하더라구요.


    S#78. 인태집 앞 / 회상

    국정원2, 창문 안쪽을 매의 눈으로 계속 살피며 통화중이다.


    국정원2
    확인 방문차 들렸습니다. 문 좀 열어 주시죠? (하다) 볼일 마칠 때까지 기다리죠. (전화 끊으면)


    그때, 대문이 끼익 하고 열리며 들어오는 사람.. 진옥이다. 손에 든 콩나물 봉지...


    진옥
    (국정원1를 알아보며) 우예 오셨습네까? 무슨 일.. 있습네까?

    국정원2
    아저씨가 걱정 되서 왔지. 진옥이 너 하나원 안 나간다며?

    진옥
    (현관문 열며) 걱정 마시라요. (하다. 돌아보며.. 진지하게)

    부탁 하나만 해도.. 됩네까?

    국정원2
    부탁...? 뭔데?

    진옥
    (주저하다) 내래 받을 돈 있지 않습네까?

    국정원2
    돈?

    진옥
    남한서는 내 같은 탈북자들한테 돈 준다 그리 들었습네다.

    국정원2
    아.. 정착금 그거 얘기하는 거야? 그건.. (설명할 새도 없이)

    진옥
    내래 잘못 되면.. 그거 울 삼촌한테 주시라요. 꼭 잊어버리지 말고 주셔야 됩네다. 약속 해주시라요.

    국정원2
    (난감하다) 너 가 잘못될 일이 뭐가 있어. 말했지? 여긴 안전하다고.

    진옥
    부탁드린 건 비밀입네다.. 꼭 지켜 주시라요.. (진지한 진옥의 얼굴)


    S#79. 수술실 + 병원 복도 / 밤

    - 삼박 쇼크기에 몸이 딸려오다 탁- 놓으면 그대로 떨어지는 진옥...!

    쇼크기에 진옥의 몸이 위태롭게 흔들리고..!

    - 수술중 불이 켜져 있는 수술실 앞. 막 달려온 인태, 숨 고를 새도 없이 수술실 문 박차고 들어가면. 관계자들 ‘들어가시면 안되요..!!’ ‘막어!!’ 막아내는 사람들과 ‘비켜!! 비키라고!!’ 억지로 밀치며 뛰어 들어가는 인태..!


    (E)삐- (심박수 측정기 소리)


    S#80. 수술실 앞 / 밤

    인태, 수술실 앞에 막 도착하자마자 유리창 안으로 보이는 진옥의 모습..

    막 심박수가 정지되며.. 손을 놓는 의료진들. 돌아서며 밖으로 나온다.


    인태
    (걸어 나오는 의료진들에게 걸어가며) 뭐 하는 거야.. 수술 다 안끝났잖아.. 안보여? 애가 저기 누워있는데.. 왜 그냥 나와..어?!

    의료진1
    (찌푸리며..관계자들에게) 뭐야?

    관계자1
    나가세요..!! 여기 출입 통제구역이라고요!!

    인태
    (확 뿌리치고 의료진1 팔 잡아당기며) 들어가. 다시 수술해.. 수술 하라고오!! 안 들어가? 들어가 당장!!

    의료진1
    (한숨) 환자분의 사망시각은 오후 11시 46분...32...

    인태
    (멱살 확 잡으며) 이 새끼가 진짜!!


    사람들 우르르 몰려와 인태를 억지로 띠어내려는데.. 꿈쩍도 않는 인태..!


    인태
    한 번만 더 해보라고... 살려 내라고오.. 내 조카 살려 내라고!!!


    관계자들 억지로 인태를 띠어내는데... 있는 힘껏 뿌리치고 수술실 안으로 뛰어 들어가는 인태..!! 사람들 놀라서 잡으러 뛰쳐가면..!!


    S#81. 수술실 / 밤

    눈을 감고 누워있는 진옥. 인태, 진옥의 손을 붙잡는데.. 아직 따뜻하다.

    인태를 잡아끄는 관계자들..!! 인태, 진옥의 손을 꽉 잡고는 놓지 않는다.


    인태
    ..진옥아.. 가자.. 집으로 가자... 어? 일어나봐...빨리.. 가자고 집에!! 진옥아.. 삼촌이랑 집에 가야지.. 진옥아... 진옥아!! 진옥아-!!!


    끌려 나가며 소리를 지르는 인태... 그렇게 인태의 손에서 떠나는 진옥의 작은 손..


    S#82. 장례식장 / 낮

    텅 빈 장례식장 안. 비어있는 영정사진 자리가 눈에 띈다. 카메라 아래를 비추면..

    홀로 상복을 입고 앉아있는 인태의 굽어있는 뒷모습이 보인다.

    가까이 다가가면... 인태, 청계천에서 찍었던 진옥의 웃는 사진을 펴고 있다.

    잔뜩 구겨진 사진을 손바닥으로 눌러서 펴는 인태..

    아무런 감정도 읽을 수 없을 만치 서늘해 보인다.


    S#83. 병원 응급실 / 낮

    놀라서 비켜서는 사람들을 뚫으며 걸어오는 도박장1과 깡패들.

    당장이라도 죽일 듯 커튼으로 가려진 응급실을 들쑤시고 다니며..


    도박장1
    인태야.. 서인태! 어딨냐 인태야... 숨지 말고 얼른 겨 나오자..어? 어차피 손바닥 안 인거 알지...? 당장 안 나와?!!


    도박장1, 커튼을 확 치워내면. 머리에 붕대 감은 채 벌벌 떨고 있는 덕봉..!!


    도박장1
    (씨익) 이게 누구야..? (싸한 얼굴로) 서인태 어딨어?


    S#84. 장례식장 / 낮

    껄렁대며 들어서는 도박장 깡패들. 오자마자 부주함을 집어 들어 탈탈 털고.

    멍한 얼굴로 앉아있는 인태에게 달려가 그대로 발을 날리는 도박장1..!!

    쓰러진 인태의 머리를 잡아 올리는 도박장1.


    도박장1
    돈 갖고 튀어선. 고작 이 꼬라지냐? 어?!

    인태
    .....

    도박장1
    (뺨을 쫙 쫙 갈기며) 변명이라도 해, 새끼야!!

    인태
    (그대로 뺨을 맞고 있고)

    도박장1
    (계속 때리다. 손을 내린다) 하.. 새끼 때릴 맛 안 나네.


    도박장1, 일어나 돌아서서 턱짓 하면. 그대로 인태에게 달려드는 깡패들..!!

    신고 들어온 구두발로 인태를 짓이기고 밟는데.. 갑자기 벌떡 일어서는 인태...!!

    깡패들 뒤로 주춤하면.. 인태, 뒤집혀진 눈으로 도박장1에게 달려든다.


    인태
    이 개자식아-!!! (그대로 도박장1에게 주먹을 날리고)


    인태의 주먹이 그대로 도박장1의 얼굴을 가격한다.

    넘어지는 도박장1의 위에 올라타 주먹을 미친 듯이 날리는 인태..


    인태
    니 새끼만 아니었어도... 니 엿 같은 새끼만 아니었어도..!!! 이렇게 안됐어..!! 죽어!! 죽으라고 이 개자식아!!


    미친 사람처럼 도박장1을 때리는 인태에게 놀라 움찔하며 서있는 깡패들..그때.


    덕봉
    이...인태야!! 아...안 돼.. 안 돼-!!

    인태(서서히 주먹을 멈추는데)


    정신을 차리고 고개를 드는 인태.. 덕봉이 그만하라는 듯 고개를 젓는다...

    인태, 주섬주섬 일어나 실성한 사람처럼 한곳에 놓인 화한을 들어 부러뜨린다.

    각목이 부서지고.. 각목을 손에 꽉 쥔 인태.. 그대로 도박장1에게 달려드는데..!!


    진옥(E)
    삼촌..!!

    인태
    (내려치기 직전.. 멈추고 고개를 돌리면)

    진옥(E)
    (환하게 웃는 영정사진) 삼촌은 사람 때리고 괴롭히는 나쁜사람 아니지 않슴까. 삼촌 좋은 사람인거 내가 잘 압네다..!


    툭-! 떨어지는 각목. 동시에 인태를 죽일 듯 달려드는 깡패들. 밟고 짓이기며..

    서서히 피떡이 되어가는 인태. 웃음이 나온다. 미친 사람처럼 웃음을 터트리는데.. 깡패들, ‘이거 뭐야?’ 더 죽일 듯 밟으면.. 배를 부여잡고 깔깔 대는 인태..

    그때, ‘뭐하는 거얏!’ 소리를 지르며 뛰어 들어오는 국정원1,2!!

    덕봉, 달려와 인태를 붙잡고 ‘이..인태야...’ 걱정스런 얼굴로 인태를 부르는데.


    진옥(E)
    어마니가 잘 때마다 노래를 불러 주셨는데.. 그럴 때마다 잠을 잘 잤습네다. 나쁜 꿈도 안 꾸고..

    인태
    (조용히 입을 떼며) 림진강.. 맑은물은.. 흘러 흘러내리고... 물새들... 자유로이 넘나들며 날건만.. 내 고향 남쪽 땅 가고 파도 못가니... 림진강 흐름아.. 원한 싣고 흐르냐.. 강건너 갈밭에선 갈새만 슬피울고.. 내 조카 진옥이가 풀뿌리를 케건만~


    국정원 1,2에 붙잡혀 끌려 나가는 도박장1과 깡패들.

    쓰러진 채 고래고래 큰 소리로 림진강 노래 부르는 인태의 모습 멀어지며..


    S#85. 인태집 앞 / 낮

    쓰레기봉투 들고 대문 열던 인태, 다시 나와 우편함에 꽂힌 편지들 꺼내는데.

    ‘미납대금 고지서’ ‘독촉장’ ‘전기공급 중단 통지서’ 등을 대충 들춰 보다가.

    ‘아동복지센터’ 라고 적힌 우편물에서 멈춰지는 인태..


    S#86. 인태집 방 / 낮

    우편물 ‘입양자격미달-혼인관계증명서 및 재산과세증명서 확인에 따른 통보’ 확 구겨 쓰레기봉투에 넣는 인태.

    진옥의 짐도 쓸어서 쓰레기봉투에 담아 버린다. 그때...

    진옥의 짐 속에서 떨어지는 사진.

    테이프로 붙인 대국과 리월순의 흑백 사진이다.

    구겨서 쓰레기봉투에 넣으려는데. 뒤에 붙어있던 종이 한 장이 눈에 띈다.

    ‘속도위반벌금통지서’에서 오려낸 인태의 못난 사진이다.

    ‘인태 삼촌’ 이라고 적힌 진옥의 글씨.

    순간 다리에 힘이 풀리는 인태.

    주저앉아 피식 웃는데.. 난데없이 눈물이 터진다.

    참으려 해도 속수무책으로 흐르는 눈물이 사진 위로 후두둑 떨어지고..

    쓰레기봉투에 머리를 집어넣는 인태... 아이처럼 꺽꺽 오열 한다.

    멈추지 않는 눈물에 미어지는 가슴을 붙잡으며.. 서서히 멀어지는 인태.


    에필로그 / 여객선 대합실

    프롤로그 씬 에 이어... 인파 속에 파묻힌 나이 지긋한 할아버지(70대)

    초조함 가득품은 눈빛으로 누군가를 기다리는 모습인데...

    그때, 입국장 자동유리문 열리며 짐가방과 캐리어 끌고 나오는 사람들

    할아버지... 눈가에 고인 눈물이 깊게 페인 주름 사이로 흘러내린다.

    그때, 한 여자아일 보자 정신없이 달려가는 할아버지! 여자애 엄마가 놀라서 보면.


    할아버지
    지..진옥아! 나다... 삼촌...!! 가자.. 집으로 가자... 진옥아!!

    여자애
    꺄악-!!!

    여자
    뭐야?? 안 치워요 그 손!?


    경비원들 달려와 할아버지를 끌어내고.. 멀리서 달려오는 젊은 남자에게 ‘빨리 와서 데려가세요..!!’ 소리친다.


    할아버지
    놔..!! 놔라 이 놈 들아!! 진옥이가 올 거다!! 온다고 했다!

    젊은남자
    (헉헉대며 달려와) 하... 아버지! 또 이러심 어떡해요?!


    젊은남자, 할아버지 억지로 끌고 가면. ‘설봉호 타고 온다 했다! 진옥이가 온다고..!’ 고래고래 소리 지르며 끌려가는 할아버지 손에서 떨어지는 사진 한 장..

    청계천에서 찍힌 인태와 진옥의 모습이다. 바람에 휘익- 떠밀려 날라 가는 사진.


    인태(E)
    진옥이는 분명히 올 거다... 설봉호 기적 소리가 나는 들린다...

    (E)(부앙-! 하고 설봉호의 기적소리가 크게 울려 퍼지며)




    (끝)
    박지하

    박지하

    1982년 서울 출생

    방송작가교육원 전문반 수료

  • 1. 작의

    피는 진하다- 희석 시킬 수도, 소멸 되지도 않기에.
    뿌리를 찾아온 조카와 뿌리를 잘라내고픈 삼촌.
    두 사람이 만나 가족이 되어가는 과정을 통해 보여주고 싶었다.
    혈육의 사랑은 결코 끊어낼 수 없다는 것을...


    2. 등장인물


    서인태(36세)

    재활용도 안 되는 쓰레기랍디다. 불법 도박장에 코 꽤 금쪽같은 삼십대를 환전박스에서 썩게 생겼는데 미치지 않을 놈이 누가 있겠습니까? 핏줄이라곤 치매 걸려 쥐뿔 도움도 안 되는 애비 한명 뿐인데... 난데없이 국정원에서 연락이 옵디다. ‘조카 찾아 가라고’ 나 참..! 천 원 한 장 흘린 적도 없는 제가 잃어버린 조카가 있을 턱이 있습니까? 더 황당한 건 제 조카가 탈북자랍니다. 조카 데려가기 싫으면 가족관계부정서명서에 사인부터 하라 해서 펜을 들긴 했는데... 정착금 칠백만원에 주거지원금 천삼백만 원이 탈북자한테 떨어진다니!! 이거, 한탕 장사로 꽤 괜찮은 거 아닙니까? 쥐구멍에도 볕들 날이 있다고, 저 지금... 피붙이 등쳐먹으러 갑니다!


    서진옥(13세)

    살기 위해 고향서 도망쳤습네다. 살아서....남한으로만 가면 가족들이 절 반겨주겠디요. 국정원이란 곳에서 조사를 받은지 한참 지난 것 같은데 아무도 안 찾아옵네다. 슬슬 불안해 지는기 다시 북으로 쫓겨나면 어케야 합네까. 내가... 잘못 온 것은 아니겠디요? 드디어... 저를 찾으러 왔습네다. 인태 삼촌이랍네다. 네.. 저에게도 가족이 있다하지 않았습네까! 저에게 유일한 가족은 이제 인태삼촌 한 명 뿐이야요.


    그 외

    서대국(치매노인), 덕봉, 국정원직원1,2, 도박장1, 똘마니 등등



    3. 줄거리


    인태에게 손가락질 하는 사람들은 이렇게 말한다. ‘쓰레기‘라고. 맞다. 인태는 쓰레기 같은 삶을 살고 있다. 불법도박장에 드나들며 빚진 돈만 수 천 만 원. 현재는 환전박스에 갇혀 칩을 교환해주는 일로 근근이 먹고산다. 하나뿐인 피붙이이자 부친은 치매 걸린 지 오래. 그나마 나라에서 주는 지원금으로 요양원에 떠 넘긴지 몇 년 됐다.


    오로지 돈벼락에만 관심 있는 인태의 올곧은 인생에 불청객이 끼어든다. 그 날은, 요양원을 탈출 한 부친이 설봉호를 타겠다며 여객선 터미널로 향한 날이었다. 북에 전처와 갓난 아들을 두고 온 아버지 대국. 정신을 놔버린 이후 여객선 터미널로 달려가 운행이 중단된 설봉호를 타겠다며 쌩 때를 부린 게 수차례다. 그 날 역시 아버지 대국을 모셔가라는 터미널 관리인의 호출에 인천으로 향하는 중이었다. 그때, 난데없는 전화가 걸려왔다. 국정원이란 곳에서 조카를 찾아가라고.


    아버지 전처의 손녀. 한마디로 인태와 친인척관계인 조카가 탈북을 해서 남한에 왔다는데... 인태는 미치고 팔짝 뛸 노릇이다. 저 살기도 빡빡한 처지에 조카라니?! 그것도 평생 마주치고 싶지 않은 아버지의 전처 핏줄이다. 그런 조카 둔적 없다며 배 째 라로 나가던 찰나... 인태의 동공이 커진다. 탈북자에게 떨어지는 나라 돈이 수 천 이라고 한다. 정착지원금이라나 모라나! 저 돈만 가진다면 인태의 찬란한 삼십대를 다시 불태워 볼 수 있다..!! 인태는 탈북자인 조카 진옥을 책임지겠다며 집으로 데리고 오는데...
    박지하

    박지하

    1982년 서울 출생

    방송작가교육원 전문반 수료

  • 이정향 영화감독·주필호 주피터 필름 대표

    본선에 오른 열두 편 모두가 일정 수준 이상이지만 두드러지는 작품이 보이지 않아 당선작 을 내는데 고민이 많았다.

    주제의식도 좋고 안정감 있는 글 솜씨와 구성력을 갖췄으나 작금의 상업영화 현장에서 요구하는 신선함과 재미를 갖추지 못해 채택되지 못한 작품들도 있었다. 최지운의 ‘트라이 아웃’이 그 대표적인 경우이며, 김선일의 ‘이화’는 소재도 참신하고 소외계층에 대한 시선도 좋았으나 상투적인 구성과 신파적인 결론이 아쉬웠던 경우에 해당 된다.

    당선작으로 뽑은 박지하의 ‘기적’은 탈북자와 이산 가족에 대한 진지한 접근이 돋보였으나, 브로커의 잔인함과 도박장 폭력배들의 난투극은 상업영화로서의 부족함을 메우려고 무리하게 차용한 듯 불필요하게 느껴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작품은 주제의식, 상업성, 구성력에서 고른 점수를 받아 당선작으로 선정되었다.

    해가 갈수록 짙어지는 현상이지만, 응모작들에게서 TV드라마와 차별화되는 영화만의 특성을 찾기가 어려워진다. 다양한 영상매체가 난무하는 현실 속에서 시나리오 작가들이 고민해야할 숙제라고 생각한다.
  • 박지하

    박지하

    1982년 서울 출생

    방송작가교육원 전문반 수료

    올 겨울은 유독 추울 것 같았습니다. 추음(秋陰) 아래 참아내던 인내도 쩍쩍 갈라졌고, 시험대 위에 올라 겨우 버티는 나날이었습니다.

    단비 같은 수상소식이 전해졌을 땐. 기나긴 겨울과 드디어 작별하는 순간이었습니다.

    잠시 목을 축이고, 재정비하여 다시 정진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한줌의 빛도 안 드는 외길을 달려온 건, 혼자가 아님을 믿었기 때문입니다.

    스트레스 폭격을 맞아가며 올 한해 함께 버텨준 가족들과 기쁨을 나누고 싶습니다. 가족이 있기에 펜을 잡을 수 있었습니다. 인류애를 전하는 글을 쓰겠다는 마음, 잊지 않겠습니다.

    여전히 고지는 멀기만 합니다. 누군가 넘어뜨린다 할지라도, 일어나 끝까지 달려 보렵니다. 2015년, 따뜻한 수상 소식을 전해주신 동아일보에 감사의 말씀을 전합니다.
  • 작품전문
  • 시놉시스
  • 심사평
  • 당선소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