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을 안심시키기 위해서, 굿모닝 굿모닝
손에게 손을 주거나 다른 것을 주지 말아야 한다
손을 없게 하자
침묵의 완전한 몸을 세우기 위해서 어느 순간 손을 높이,
높이 던지겠다
손이 손이 아닌 채로 돌아와 주면 좋을 일
손이 손이 아닌 것으로 나타나면 좋을 것이다 굿모닝 굿모닝
각오가 필요하다 ‘나에게 손이 필요 없습니다’ 라고 말할 수 있는 일종의
나는 아직 손을 예찬하고 나는 아직도 여전히 손을 사랑하고 있다 손의 지시와 손의 의지에 의존하여 손과 함께 가고 있다 손과 함께 머문 곳이 많다 사실이다 나는 손을 포기하지 못하였다 ‘제발 손이여’ 라고 부르고 있다 ‘제발 손이여 너의 감각을 내게 다오, 너의 중간과 끝, 뭉뚝한 말들을 나에게 소리치게 해다오’ 라고 외친다 손이 더 빠르게 가서 말할 때, 나는 손에게 경배하는 것이다
손의 탈출은 없다
다만 손들이 떨어진 골목을 찾고 있다
해안가에 앉아 손도 없고 목도 없는 생물들에게서 그들의 뱃가죽을 보면서 골목을 뒤진다!
손의 이야기는 끝이 나지 않는다 손은 쉬지 않는다 손이 멈추려고 하지 않는다는 것을 안다 손은 자신이 팔딱거리는 물고기 보다 훨씬 더 생동하고 멀리간다는 것을 증명하려고 한다
손이 말하는 불필요, 손이 가지려 하지 않는 얼굴
손은 얼굴을 때린다 친다 부순다 허물기 위해서 진흙을 바른다 손은 으깰 수 있다 손은 먼 곳으로 던질 힘이 있다 손이 손을 부른다 손이 나타나면 눈을 뜨고 있던 얼굴들이 모두 눈을 감고 손에게 고분하다 손에게 말하지 않고 손의 이야기를 기다린다 손은 다른 침묵을 가진다
손의 얼개가 거미줄처럼
거미줄과 거미줄 그리고 또 다른 거미줄이 모여든 것처럼 내빼지 못할 통로를 연다
손 사이에서 망각한다 손 안에서 정신을 잃는다 손의 춤을 본다 그 춤을 보면서 죽어갈 것이다
스러져가는 얼굴들이 감기는 눈을 어쩌지 못한다 나는 손에게 조각이 난다
손을 감출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울었지만 동그랗게 몸을 만 손이 어떤 불을 피우는지, 무엇을 터트리려고 굳세어지는지
이 공포 속에서 손에 대한 복종으로 계속 심장이 뛴다고 말한다
손을 놓고 가만히
탁자 앞으로 돌아온다 손이 응시한다 손이 그대로 있겠다고 한다
손이 뒤를 본다
손을 뗀다 반짝하고 떨어진다
김기형
1982년 서울 출생
강남대 국문과 졸업
건국대 국어교육과 석사
황현산 문학평론가·김혜순 시인(서울예대 문예창작과 교수)
예심에 의해 선택된 작품들 중 5명의 시를 집중 검토했다. ‘아마이드 밤 골목’ 등 5편의 시는 작은 행위들을 모아 하나의 이국적이고 신화적인 공간을 축조해가는 시들이 재미있었다. 하지만 문장들을 주어, 서술어만으로 짧게 분절하자 오히려 행위들이 표현되지 않고 설명되는 것처럼 느껴졌다.
‘부재의 형태’ 등 5편의 시는 같은 제목의 시를 쓴 그리스 시인 야니스 리초스와는 달리 사다리를 오르는 동작과 묘사를 통해 시공간의 안팎에서 부재의 형태를 발견해나가는 시적 전개가 있었다. 그러나 같이 응모한 다른 시들의 긴장감이 떨어졌다. ‘여름 자매’ 등 5편의 시는 소꿉놀이, 유년기의 자매애 같은 이야기들이 스며들어 있는 환한 시들이었다. 마치 ‘우리가 싫어하는 것들은 깊이 묻어 버린’ 세계, ‘계속해서 실종되는’ 세계를 불러오는 듯 했지만 시적 국면이 조금 단순했다. ‘창문’ 등 5편의 시는 얼핏 보면 내부의 어둠, 검정을 성찰하는 시처럼 보이지만, 사실 이분법으로 나누어진 것들을 뭉개는 도형을 시가 그리려 한다고 느껴졌다. 응모된 시들이 고루 안정적이고, 스스로 발명한 문장들이 빛났다. ‘손의 에세이’ 등 5편의 시들은 우선 다면적으로 시적 사유를 개진하는 힘이 있었다. 이를테면 손에 대해 생각하면서도, 손을 없애 보고, 손과 함께 머문 곳을 생각하고, 얼굴을 없앨 수 있는 손을 그려내고, 손의 얼개를 떠올리고, 손에 의해 부서지면서 손의 통치를 생각해 보는 전개가 돋보였다. 작은 지점들을 통과해 나가면서 큰 무늬를 그려내는 확장이 좋았다. 최종적으로 ‘창문’과 ‘손의 에세이’ 중에서 ‘손의 에세이’를 당선작으로 선했다.
김기형
1982년 서울 출생
강남대 국문과 졸업
건국대 국어교육과 석사
유일한 것이 있다고 믿지 말았어야 했는데, 그런 것은 꼭 아픈 몸으로 나타나 사라지거나 반대 방향으로 달아나곤 했습니다. 그리고 허물지 못할 믿음, 시가 저와 있습니다. 제게 닿아있는 시는 저를 빈 방에 두는 손과 같습니다. 보이지 않는 것과 침묵에 대해서 얼마나 머물러 살아야 하는 것일지, 빈 몸을 생각합니다. 제가 가진 시선은 매우 조그마한 것들에 있어서 불온한 것들을 향해 마음이 늘 쓰였습니다.
마주하고 있는 것을, 손 위에 오른 것을, 모를 곳에서 날아온 날짐승의 몸을, 빛이 쏘고 떠난 빈 뜰을 불러들이고 싶습니다. 우리가 희미하지만 함께 있다는 사실을 시가 알려줄 것이라, 작게 열린 길을 더듬어 갑니다.
살아온 것이 놀라워서 오늘도 고요히, 하나님께 온 마음으로 감사합니다. 머물고 있는 것이 평안인지 신의 부재인지 가늠하기 어려웠던 저에게, 부드러운 손이 내려와 어딘가를 쓸고 갔다는 느낌으로 앉아있습니다. 오늘의 저는 기쁘고 또 기쁩니다.
사랑이 넘치는, 존경하는 엄마 아빠, 항상 고맙고 미안한 언니, 반짝이는 조카 민유와 오빠, 새언니, 제가 가진 것이 무엇일까요. 무엇이든 한아름 안겨주고 싶어요. 나와 닮은 친구, 은영 언니, 해선, 희연, 선정, 골목길을 돌며 만날 때마다 큰 위로를 얻어요. 고마워요.
나의 아름다운 김행숙 시인, 투명해서 바람결에 만나보는 이원 시인, 나의 선생님들.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목소리가 식지 않도록 오늘도 자꾸, 계속해서 쓰겠습니다. 새로운 호명이 되겠습니다. 심사위원 선생님들께 마음 깊이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