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신춘문예

드림 렌즈

by  김서나경

  • 작품전문
  • 심사평
  • 당선소감
  • 일러스트레이션 박초희 기자 choky@donga.com

    일러스트레이션 박초희 기자 choky@donga.com

    금요일 저녁, 퇴근한 엄마가 하리를 보며 말했다.

    “하리야. 인상을 왜 그렇게 써.”

    “내가 언제?”

    “눈이 안 좋아?”

    하리는 멀뚱히 눈만 깜박거렸다. 갑자기 앞이 잘 안 보인다는 말이 나오지 않았다. 엄마가 대답을 기다리는 듯 하리를 바라보았다. 하리는 망설이다 습관처럼 말했다.

    “괜찮아.”

    엄마가 하리를 계속 보았다. 하리의 말이 진짜인지 알아보려고 그러는 것 같았다.

    “하리야, 엄마랑 내일 병원 가자. 가서, 시력검사 해 보자.”

    아빠가 지방으로 전근 간 뒤에 집에는 하리와 엄마 둘 뿐이다. 그렇다고 함께 보내는 시간이 많다고 할 수는 없었다. 엄마는 바쁘고, 집에 있을 때조차 엄마와 하리는 각자의 방에 따로 있으니까. 하리는 다 괜찮았다. 이제 오학년이니까.

    하지만 엄마 말에 슬며시 나오는 웃음을 막을 수 없었다. 병원에 갔다가 오는 길은 엄마랑 오롯이 함께 하는 시간일 것이다. 하리는 기분이 좋아 잠도 금방 들었다.

    다음 날 오전, 하리는 엄마와 함께 집 근처 안과에 갔다.

    “시력이 많이 나쁘네요. 이 정도면 사람들 얼굴도 잘 못 알아봤을 텐데. 하리가 많이 불편했겠어요.”

    검사를 마친 의사 선생님의 말에 엄마의 얼굴이 죄책감과 민망함으로 달아올랐다.

    “보통은 안경을 쓰지만 요즘은 ‘드림 렌즈’라는 것을 하기도 하는데 가격이 좀 비쌉니다.”

    “드림 렌즈요?”

    엄마가 되물었다.

    “규칙적인 생활을 하는 어린이들의 경우에 효과가 아주 좋습니다. 잘 때 렌즈를 끼고 자고, 아침에 렌즈를 빼면 시력이 좋아져요. 렌즈가 망막을 눌러줘서 일시적으로 시력의 회복을 돕거든요. 그런데 렌즈를 낀 지 하루가 지나면 시력은 다시 원래대로 돌아옵니다. 그러니까 매일 저녁 렌즈를 끼고 자는 게 가장 좋아요. 낮 동안에는 안경 없이 좋은 시력으로 생활할 수 있는 게 드림 렌즈의 가장 큰 장점인데, 비용이 비싼 게 단점이지요.”

    의사 선생님은 아주 친절하게 설명하며 드림 렌즈의 가격을 말해 주었다. 가격을 들은 엄마는 섣불리 드림 렌즈를 하겠다고 말하지 않았다.

    “애 아빠가 지방에 있어서…… 상의해 보고 오겠습니다, 선생님.”

    “하리는 안경이든 렌즈든 빨리 착용하는 게 좋아요.”

    “네, 알겠습니다.”

    병원을 나서는 엄마의 얼굴에 고민이 가득했다.

    하리는 조금 전 병원 카탈로그에서 본 드림 렌즈를 떠올렸다. 왼쪽과 오른쪽을 구분하기 위해 색이 엷게 들어가 있는 렌즈들이 예뻤다. 예쁜 렌즈를 끼면 예쁜 것만 보일 것 같았다. 드림 렌즈라는 거, 해 보고 싶었다.

    하지만 드림 렌즈는 하기 어려울 것이다. 엄마의 얼굴이 말해 주었다. 하리는 늘 그랬듯이 제 마음을 고집하지 않았다.

    ‘안경을 써도 괜찮아. 안경이 더 편할 거야. 드림 렌즈를 안 하는 애들이 더 많아. 많을 거야.’

    하리가 병원 건물을 나오며 엄마를 향해 말했다.

    “엄마. 나 안경 쓸게.”

    엄마가 걸음을 멈추고 하리를 돌아보았다.

    “뭐라고?”

    “안경 쓴다고. 드림 렌즈는 비싸잖아.”

    엄마가 하리를 말없이 바라보았다. 그리고 한숨을 쉬었다.

    “엄마가 알아서 할게. 넌 그런 거 신경 쓰지 마.”



    “나온 김에 우리 점심 먹고 집에 갈까?”

    엄마가 하리에게 물었다. 하리가 고개를 끄덕였다. 둘은 곧 돈가스 가게로 들어갔다. 얼마 만에 엄마랑 같이 밥을 먹는지 모르겠다. 하리는 기분이 좋아서 오빠 앞에서처럼 말이 막 나오려고 했다.

    ‘엄마 있잖아. 우리 반에 수빈이라고 있는데 걔가 최우진 좋아한다? 급식실에 가서 줄 설 때도 일부러 최우진 뒤에 서고, 도서실에 가서도 최우진 옆을 괜히 빙빙 돌아. 그러면서 최우진이 젤 싫다고 막 큰소리로 말하고. 내 눈에는 다 보여. 바보처럼 말 못하는 거.’

    엄마의 얼굴은 여전히 고민으로 가득 차 있었다. 제가 말하는 걸 들어줄 것 같지 않았다. 하리는 입 안에서 맴도는 말을 삼켰다. 돈가스를 꼭꼭 씹어 삼키듯이. 두 사람은 돈가스를 다 먹을 때까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가게를 나오자마자 엄마가 말했다.

    “하리야. 먼저 들어가. 엄마 볼일 좀 보고 들어갈게.”

    “어디 가?”

    “아니. 아빠랑 통화하고 금방 갈 거야.”

    엄마는 하리가 듣는 데서 아빠와 통화하지 않았다. 안방 문을 닫고 하거나 바깥에서 하고 들어오곤 했다. 둘이 이야기만 하면 싸우기 때문이라는 것을 하리도 알았다.

    하리가 고개를 끄덕였다. 엄마는 곧 휴대폰을 꺼내더니 몸을 돌려 걸어갔다.

    하리는 집으로 왔다. 소파에 앉아 거실 창 너머의 하늘을 바라보았다. 아까까지도 환했던 하늘이 갑자기 어둑어둑해졌다.

    “오빠.”

    혼자 있을 땐 오빠를 소리 내어 불렀다. 오빠가 병원에 있을 땐 오빠가 집에 올 수 있을 것 같아서 불렀고, 이제는 오빠가 보고 싶으면 불렀다. 날마다 불렀다.

    그때였다. 번쩍, 번개가 쳤다. 뒤이어 쿠루루 쿵, 천둥소리도 났다. 하리는 깜짝 놀라 가슴이 쿵쿵 뛰었다. 얼른 텔레비전부터 켰다. 텔레비전 소리라도 들려야 덜 무서울 것 같았다. 그런 뒤에 이불을 가져와 폭 덮은 채 중얼거렸다.

    “오빠. 무서워.”

    오빠는 앙상한 손으로 하리의 손을 꼭 잡아주곤 했다. 하리는 그 손이 좋았다. 앙상해도 따뜻했고 든든했다. 그래서 오빠 앞에선 수다쟁이처럼 말했다.

    하리는 오빠를 떠올리며 잠 속으로 빠져들었다. 그때 누군가 나타났다. 비몽사몽 중에 하리는 누굴까, 생각했다. 누군가가 자신의 손에 뭔가를 쥐여 주고 있었다. 하리는 저도 모르게 그 손을 꼭 잡았다. 손이 꼭 오빠 손 같았다.

    “하리야. 이거 네 거야.”

    뒤이어 들리는 목소리까지도.



    해가 기울 때쯤 하리는 잠에서 깼다. 이불을 걷고 일어나 앉는데 뭔가가 툭 떨어졌다. 이불을 들춰보았다. 안과에서 본 드림 렌즈 상자였다.

    “일어났으면 이불 개야지.”

    엄마가 하리를 지나치며 말했다. 하리가 엄마를 향해 물었다.

    “엄마, 이게 뭐지?”

    엄마는 곧 욕실로 들어가느라 하리가 손에 들고 있는 것을 보지 못했다.

    그러고 보니 꿈을 꾼 것 같았다. 꿈에서 누군가 제 손에 뭔가를 쥐여 주었고, 그 손을 꼭 잡았다. 하리는 제 손을 내려다보았다. 맞아. 오빠였어. 오빠가 내 거라며 이걸 줬어. 아직 오빠 손의 감촉이 생생했다. 엄마한테 다시 말할까 했지만 관두었다. 오빠 이야기는 이제 하지 않으니까. 하리는 드림 렌즈 상자를 제 방 책상 위에 두고 이불을 갰다.

    밤이 되었고, 잠자리에 들 시간이었다. 하리는 침대에 눕는 대신 책상 앞에 앉았다. 그리고 드림 렌즈 상자를 열었다. 한번 껴보고 싶었다. 낮에 병원에 갔을 때 본 카탈로그에 사용법이 나와 있었다. 간단했다. 하리는 상자에서 렌즈 케이스를 꺼냈다. 왼쪽은 보라색, 오른쪽은 연두색이 엷게 빛났다.

    “예쁘다.”

    하리가 렌즈를 한쪽 손끝에 올리고 다른 집게손가락으로 눈을 벌렸다. 생전 처음 렌즈를 껴보는 거라 쉽지 않아 자꾸 실패했다. 여러 번 시도한 끝에 렌즈를 꼈다. 눈 안이 뻑뻑해서 불편했지만 참을 만 했다.

    “자고 일어나면 시력이 좋아진댔지.”

    가슴이 둥둥 뛰었다. 잠이 오지 않았다. 하지만 하리는 억지로 눈을 감았다. 빨리 내일이 되어야 시력이 좋아진 걸 확인할 수 있다.

    다음 날 아침, 하리가 눈을 떴다. 얼른 일어나 렌즈를 빼고 눈을 깜빡거렸다. 시력이 진짜 좋아졌을까? 하리는 기대에 차 몇 번이고 눈을 깜빡였다.

    이윽고 하리가 깜빡임을 멈추고 사방을 둘러보았다.

    “와!”

    모든 것이 선명했다. 흐릿해서 조금 멀리 있는 것 같았던 세상이 아주 가깝게 다가와 있었다.

    “시력이 진짜 좋아졌어!”

    “그럼 나도 보이겠네?”

    갑작스러운 말소리에 하리의 가슴이 확 오그라들었다. 너무 놀라 몸이 움직여지지 않았다. 잠시 뒤에 눈만 도르륵 굴려 보니 창가에 오빠가 서 있었다.

    “악!”

    하리가 소리를 질렀다.

    “하리야. 오빠야.”

    이번에는 손으로 입을 막았다.

    “보고 싶어 해 놓고 이렇게 놀라면 어떡해.”

    오빠가 언젠가처럼 씨익 웃었다. 하리는 여전히 놀란 채로 더듬거렸다.

    “서, 설마, 드, 드림 렌즈 때문에?”

    오빠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이거 오빠가 준 거야? 어제? 꿈에서?”

    오빠가 또다시 웃었다.

    “꿈 아니야. 그때부터 네 곁에 있었는걸. 네가 못 본 거지.”

    하리는 이제 손바닥이 욱신욱신 아팠다. 오빠 손을 진짜 잡은 거였다.

    “말도 안 돼.”

    하리는 오빠에게 다가가지도 못하고 그렇다고 물러서지도 않은 채 멍하니 서 있었다. 어제는 손을 잡았고, 지금은 보고 있는데도 믿기지가 않았다. 오빠가 천천히 말을 시작했다. 이번에는 웃지 않았다.

    “마지막 날 때문에 그런 거 알아.”

    “…….”

    “내가 너무 갑자기 떠났지. 너한테 하고 싶은 말도 있었는데. 미안해.”

    하리가 머리를 가로저었다.

    “오빠가 일부러 그런 것도 아니잖아.”

    “응. 일부러 그런 건 아닌데, 그래도 미안해. 너한테는 그런 말도 못했어.”

    “엄마 아빠한테는, 했고?”

    하리가 물었다.

    “응, 했지. 마지막에, 했어.”

    갑자기 나빠진 오빠에게 하리는 마지막 인사를 하지 못했다.

    “엄마가 미안하다는 말은 서로 하지 말자고 했어. 대신 고생했다고, 가서 행복하라고 했어. 다음에 만나면 더 오래 같이 살자고. 그땐 엄마 곁에 더 오래 있어달라고.”

    “엄마가?”

    오빠가 입술을 말아 물고 턱을 위아래로 움직였다. 한참을 그랬다.

    “그런데 아빠는 날 잘 못 보내주고…….”

    말을 끝맺지 못한 오빠가 하리를 보았다.

    “너도…….”

    하리의 시야가 점점 흐려졌다.

    “네가 나 때문에 슬퍼서 어제처럼 시력까지 나빠질 줄은 몰랐어. 정말 미안.”

    오빠가 입술을 깨물었다. 그러다 문득 하리를 불렀다.

    “하리야. 내가 너한테 마지막으로 하고 싶었던 말이 뭔지 알아?”

    굵은 눈물방울이 마침내 툭 떨어졌다. 하리가 뒤늦게 눈물을 닦으며 고개를 흔들었다.

    “네가 하고 싶은 말 전부 다 하라는 거야. 나한테 그랬던 것처럼, 엄마한테도 아빠한테도.”

    하리의 눈에 다시 또 눈물이 차올랐다.

    “엄마 아빠는 어른이라도 몰라. 네가 말 안 하면 아무것도 몰라.”

    눈물이 또 떨어졌다. 오빠가 가볍게 한숨을 쉬더니 아까처럼 웃으며 말했다.

    “너 나 때문에 못했던 거 다 하라고, 이 바보야.”

    “나 바보 아니야. 바보 아니란 말야. 어흑흑흑, 으앙.”

    하리가 이제야 소리 내어 울었다. 펑펑 울었다.

    “하리야! 왜? 무슨 일이야!”

    엄마가 벌컥 방문을 열고 들어왔다.

    “너 왜 그래? 왜 울어?”

    “엄마.”

    “응? 무슨 일이야?”

    엄마가 하리를 안고 사방을 둘러보았다. 엄마 눈에는 오빠가 보이지 않는 것 같았다.

    “하리야.”

    엄마가 다시 하리를 불렀다. 어서 무슨 일인지 말해 보라는 것 같았다. 하리는 엄마 뒤에 있는 오빠를 보았다. 오빠가 웃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어서 네 마음을 이야기 해. 이제 해 봐. 오빠가 소리 내어 말하지 않아도 하리 귀에는 오빠의 말이 다 들렸다.

    하리가 마침내 말했다.

    “엄마, 나 드림 렌즈 껴보고 싶어.”

    “응? 너 그거 땜에 울었어?”

    그건 아니었지만 하리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알았어. 하리야. 알았어.”

    엄마가 우는지 웃는지 분간할 수 없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엄마 뒤에서 오빠가 손을 흔들었다. 잘 있어, 이제 진짜 안녕. 하리는 오빠를 향해 고갯짓을 했다.

    “고마워.”

    하리가 오빠를 향해 말하자, 오빠가 완전히 사라졌다.

    “고맙긴. 엄마가 고맙지. 네가 이렇게 말해주기를 얼마나 기다렸는지 아니?”

    엄마가 다시 한 번 하리를 안았다. 이번에는 하리도 엄마를 마주 앉았다.



    월요일 저녁, 하리는 퇴근한 엄마와 함께 안과를 찾았다. 다시 시력검사를 한 뒤에 드림 렌즈를 맞추기 위해서였다.

    “어? 이상하네요.”

    “네?”

    “하리의 시력이 정상입니다. 그땐 분명히 시력이 나빴는데…….”

    의사 선생님은 며칠 전 진료 기록을 보면서 어리둥절해 했고 엄마도 마찬가지였다. 웃고 있는 사람은 하리뿐이었다.
    김서나경

    김서나경

    1980년 경북 상주시 출생

    서울예술대 문예창작과 졸업

  • 노경실 동화작가·원종찬 아동문학평론가(인하대 한국어문학과 교수)

    세 살 아이도 집을 나설 때는 엄마보다 마스크를 먼저 찾을 정도로 지루한 시절, 단번에 눈을 만족시켜주는 온갖 ‘보기’의 대홍수 시대. 그러나 문학의 길로 걸어가는 발자국 소리는 올해에도 힘차게 들렸다. 그래서 275편의 작품을 읽는 내내 글의 모습과 소리가 어떠하든 우선 감사한 마음이었다.
    인공지능과 로봇, 반려동물과 좀비, 무너진 가정과 고단한 현실, 바이러스와 마스크, 다문화와 우주. 그리고 판타지와 웹소설 같은 동화. 이야기감은 거의 이렇게 비슷했고, 그러다보니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과정과 결말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그러나 이것은 ‘소재의 가난함’보다는 ‘소재의 재해석’에 따른 고민이 덜 돼서 돋보이는 작품이 많지 않았다고 생각된다. 물론 동화작품 안에서 소재는 성인 장르에 비해서 넓지는 않다. 그래서 동화쓰기가 더 어렵고, 더 고난도의 작가적 해석과 기법이 필요한지도 모르겠다. 

    또 하나의 문제점은 지극히 정형화된 캐릭터이다,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한 것이 ‘엄마와 아빠’이다. 엄마는 거의 그악스럽고, 화 잘 내고, 소리 지르고, 냉정하며, 모질다. 아빠는 대부분 실패자요, 무능력, 무기력하다. 말이 별로 없다. 또한, 노인은 선하고, 반려동물들은 거의 사람보다 생각이 깊다. 도시 사람은 차갑고 비도시에 사는 사람들은 마음이 넉넉하다. 이 문제는 오랜 세월이 지나도 잘 극복되지 않고 있다.

    그렇지만 대부분의 작품은 그 한계를 넘어서려는 몸짓이 컸음을 보여주었다. 그 가운데에 글솜씨가 수준작이며 이야기의 흐름이 자연스러운 ‘평강과 온달 아가씨’, 아이들의 마음 움직임과 갈등을 섬세하면서도 재미있게 표현한 ‘원 플러스 원’, 죽은 오빠와의 심리적·정서적 이별의 애틋한 과정을 작위적인 슬픔을 냉정하게 걷어내고 따뜻한 허밍처럼 들려주는 ‘드림렌즈’가 본선에 올랐다. 두 심사위원은 고민 끝에 가장 문학적 향취가 담겨 있고, 동화만이 마음껏 드러낼 수 있는 ‘어린이에 대한 시선’을 친절하게 표현한 ‘드림렌즈’를 택했다.

    우리는 이번에도 무엇도 약속받은 것 없이 새해를 시작한다. 하지만 아직은 사람이 읽고 쓰고 하는 세상이며, 읽고 쓰는 이들이 ‘화려, 찬란한 봄’의 물결 속에서도 남아있다. 그래서 다시 한번 힘내자고, 헛말 같은 진(眞)말을 남긴다.
  • 김서나경

    김서나경

    1980년 경북 상주시 출생

    서울예술대 문예창작과 졸업

    저는 생각을 말하는 게 늘 어렵고 어색했습니다. 책을 좋아하면 말도 잘하게 된다던데, 저는 그렇지도 않았어요. 낯선 사람들 사이에 있으면 더더욱 머릿속이 하얘졌습니다. 하지만 글로는 조금 더, 말보다는 더 표현할 수 있었어요.

    시작이 그러해서인지 자기 마음을 말로 잘 표현하지 못하는 아이들을 자주 생각했어요. 하리처럼 늘 괜찮다고 하는 아이의 마음이나 입을 꾹 다물고 머리만 도리도리 흔드는 아이의 마음, 입을 달싹이며 더듬더듬 한 마디씩이라도 말해 보려 하는 아이들의 마음을요. 아이들을 실제로 만날 때엔 혹시 말이 아니라 다른 것으로 말하고 있지는 않은지 더 살피고자 했고 더 귀 기울이고자 했습니다. 긴 기다림도 지루하지 않았습니다.

    아이들이 채 하지 못한 말들을 이야기로 쓰고 싶었습니다. 누구에게나 하지 못한 말들은 있는 법이고, 하고 싶어도 나오지 않는 말들이 있으니까요. 그 모두가 이야기가 되고, 나아가 이야기로 위로받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부족한 글을 뽑아주신 심사위원 선생님들께 깊이 감사드립니다. 믿어볼 테니 한번 써보라는 격려라 여기고, 열심히 공부하여 쓰는 것으로 보답하겠습니다.
    동화의 세계로 이끌어주신 어린이책작가교실 정해왕 선생님, 진지하고 성실한 자세로 늘 자극을 주는 어작교 글벗들, 믿어주고 지지해주는 나연과 강약, 진 선배와 민정에게 무한한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마지막으로 존경하는 엄마 서옥순 여사와 저를 견뎌주고 토닥여주는 남편 이상문, 못난 엄마를 품어주는 두 아이 송하, 은송에게 사랑과 감사를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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